SPECIAL ISSUE 02

02 - 인간과 함께 작업하는 “협동로봇”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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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우 정책기획실장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협동로봇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환경인 유연 맞춤형 소량생산을 이룰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2025년까지 연평균 56.5% 고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협동로봇은 동 시점에 전체 산업용 로봇시장의 37%를 차지하는 핵심 제품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떻게 하면 국내 협동로봇 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협동로봇의 정의와 역사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은 기존 산업용 로봇에 적용되던 안전펜스의 설치 없이 작업자와 동일한 공간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용 로봇을 지칭한다.

또한, 기존의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쉬운 작업 교시 기능을 갖추어서 복잡한 프로그래밍이 없이도 직접 혹은 그래픽 기반의 입력으로 로봇에게 작업을 명령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제표준화 과정 등을 거치면서 현재의 Collaborative robot 또는 줄여서 Cobot으로 통용되기 시작하였고, 국내에서는 협업로봇이라고 사용되기도 하다가 KS 표준에서 협동로봇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용어 통일이 이뤄졌다.

최초의 산업용 로봇은 1961년에 미국 Unimation사에서 개발한 Unimate라는 유압 구동 방식의 로봇이었다.
 
이후 더 높은 가반 하중, 더 빠른 동작 속도, 더 우수한 반복 정밀도라는 기술적 목표를 지향, 발달하면서 대기업의 자동차 공장 등 소품종 대량생산 작업에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인 경우가 많으므로 기존의 산업용 로봇으로는 빈번한 작업 프로그램 교체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안전펜스 설치를 위해 요구되는 넓은 작업 공간은 큰 비용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로봇 도입을 망설이는 요소가 되었다.

이와 같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 협동로봇이 개발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 유럽에서 처음개념이 도입될 때는 중소기업에서 주로 사용할 목적의 가볍고 작동이 쉬운 로봇이었기 때문에 “SME(Small and Medium Enterprise) 로봇”, “중소기업형 로봇”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중소기업을 위해 개발된 협동로봇은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작업이 가능하므로 작업 공간의 큰 변경 없이 바로 로봇을 투입할 수 있으며, 작업 지시 프로그래밍을 위한 로봇 엔지니어가 없더라도 단순한 작업의 경우 단 몇 분 안에 새로운 작업에 로봇을 활용할 수 있어 큰 기대를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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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협동로봇 시장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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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억 달러로 추산되며, 연평균 56.5%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보고에 따르면 2025년까지 92.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중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차지하는 협동로봇의 비중은 2015년 1%에서 2025년에는 37%까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긍정적 시장 전망에 따라 KUKA, ABB, YASKAWA 등 기존 산업용 로봇 강자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한화정밀기계, 두산로보틱스 등 대기업과 뉴로메카, 오토파워 등 중소기업이 협동로봇 시장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존 산업용 로봇에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규정을 그대로 적용받기 때문에 협동로봇이 가진 그 태생적 기능이 제한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즉, 협동로봇은 충돌시 정지하는 등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협동로봇을 안전펜스로 분리해서 설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는 협동로봇 설치 작업장에 요구되는 국제표준(ISO 10218-2) 기반의 인증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협동로봇 설치 작업장에 펜스 없이 활용하는 다양한 안전 확보 대책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면 현장심사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경쟁이 가능할 협동로봇

기존 산업용 로봇 시장은 전통의 강자들이 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부상하는 협동로봇 시장은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으므로 기업과 정부가 노력하면 우리나라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는 평가다.

이에 국내 협동로봇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몇 가지들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수요자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다른 개념에서 협동로봇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력 대체라는 기존 개념의 접근은 협동로봇이 가진 안전의 담보라는 속성에서 볼 때 충족시키기 어렵고, 도입 효과 역시 낮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제한 속도가 250㎜/sec이기 때문에 상당히 느리다.

이는 인력의 대체가 아니라 기존 작업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오히려 좁은 공간에서 작업시간의 증가를 통한 생산성 향상 실현을 목표로 하는 공정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현장 사용자가 협동로봇을 동료 혹은 편리한 도구(Tool)로 여기고 이를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로 변신이 병행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제조사는 새로운 제품 개발과 병행하여 소프트웨어적 경쟁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협동로봇의 주 수요처가 중소기업이므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자체 로봇 엔지니어 확보가 안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특징상 다품종 소량생산일 수 있으므로 빈번한 작업 프로그램 교체가 요구될 것이다.

그러므로 협동로봇은 중소기업이 쉽게 변경 사용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여러 개 제공하는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정부 과제화를 통해 표준화된 협동로봇활용 공정 솔루션 개발 지원도 고려해볼 만하다.

셋째, 로봇을 설치해 주는 시스템통합자(SI 기업)의 집중 육성이 필요하다. 로봇 SI 기업은 로봇 제품을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처(공정 등)에 맞게 기술적으로 해석하고 필요한 지그 등을 제작하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에는 다양한 설치 경험을 가진 SI 기업들이 많지 않으며, 통계적으로도 정리되어 있지 않다.

해외 산업용 로봇 기업들은 자사의 SI 협력사들로 생태계가 단단하게 구축되어 있고 오랜 시간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 왔기 때문에 구축 경험도 풍부하다.

그러나 협동로봇 시장의 경우 모두가 시작 단계이므로 국내 SI 기업들을 발굴하고 육성한다면 국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연구자는 차기 협동로봇 제품과 핵심 부품에 대한 연구로 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현재 협동로봇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가벼워야 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큰 힘의 모터를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재 출시된 대다수의 협동로봇은 제어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한 가반 하중(Payload) 15kg 이하인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생산현장에서는 고중량 부품은 로봇이 감당하지만 조립 등에 필요한 판단은 아직은 사람이 해야 하는 작업에 대한 수요가 많다.

이러한 수요는 차기 협동로봇이 지향해야 하는 연구방향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보다 안전하게 제어가 용이한 중형급 모터를 사용하면서도 고중량을 감당할 수 있는 협동 로봇 개발은 경쟁력 확보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고중량의 힘을 제어하는 데 필요한 관절 토크센서 역시 함께 개발돼야 할것이다.

마지막으로 안전 작업 문화의 확산과 정착이 필요하다.

현재 협동로봇에 대한 판매규제의 원인을 고찰해보면 결국 안전사고를 ‘운’의 문제로 치부하는 현장의 문화와 이러한 현장의 분위기를 잘 아는 안전 규제당국의 우려라 사료된다.

협동로봇 설치 작업장 안전과 관련된 국제표준(ISO 10218-2, ISO. TS 15066)을 살펴보면 제정의 기본 틀은 위험을 찾아내고 저감대책을 수립한다는 "Risk Assess-ment(RA)" 체계에 기반한다.

RA는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반드시 포함되어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즉, 사용자와 실 투입 작업자가 핵심 주체가 되어 위험을 인지하고 피하라는 의미이다.

여기에 동 표준에서는 통합자(SI)가 주도적으로 안전 체계를 구축하는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협동로봇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많은 센서를 붙인 더 안전한 협동로봇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작업 현장에서 더 안전하게 활용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제고시키기 위한 공공부문의 프로그램과 지원체계가 만들어지고 시행돼야 시장 성장을 위한 진정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