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01 - 제조용 로봇 산업·기술 동향 및 향후 정책 방향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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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훈 지능형로봇PD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제조용 로봇 분야는 부가가치가 높고 국내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다.

한국의 제조용 로봇 산업 및 기술의 현 위치를 알아보고, R&D 투자 및 기술 스타트업 육성 등 정부의 로봇 산업 정책 마련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들어가며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기술 드라이버로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 로봇 시장은 완제품 기준으로 전 세계 시장을 통틀어도 스타벅스의 한 해 매출보다도 작은 규모이지만 성장성이 높고 우리 사회에 파급되어 전체 산업의 지형과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산업 분야이다.
 
한국은 2009년 지능형로봇법을 입법하여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로봇산업에 대한 육성을 진행하는 등 세계적인 로봇 산업 활성화 및 기술개발투자 추세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로봇 기업을 배출하지 못하여 정책의 효과를 아직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로봇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고 대기업도 로봇 사업에 뛰어드는 등 로봇 산업이 활성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 제조용 로봇 분야는 로봇 기술의 근간이 되고 한국이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 분야에 직접 연관이 있으므로 매우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제조용 로봇 산업 및 기술의 글로벌 동향과 한국 로봇 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앞으로 한국의 로봇 정책 방향에 대한 제안을 정리하였다.


제조용 로봇 산업 및 기술 동향

국제로봇연맹(IFR,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완제품 판매액 기준으로 2016년 205억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14.5% 성장했고, 이 중에서 제조용 로봇 판매액은 전년 대비 18% 성장한 131억 달러로 전체 로봇시장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로봇 판매액에는 별도로 판매되는 로봇 소프트웨어, 로봇 부품, 주변기기, 시스템통합 비용 등이 빠져 있으므로, 이를 모두 포함한 제조용 로봇 산업 규모는 완제품 판매액의 3~4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서비스 로봇은 판매 수량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5% 가량 성장했으나, 판매액은 8.8% 성장하는 데 그쳤다.

5~10년 전만해도 앞으로는 제조용 로봇보다 서비스 로봇의 성장성이 높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수량 기준으로는 서비스 로봇이 많은 성장을 보이고 있으나 판매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제조용 로봇의 부가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제조용 로봇이 굳건한 성장성을 보이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스마트공장, Industry 4.0과 같은 제조업의 새로운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은 자국의 제조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 운동의 일환으로 로봇의 도입과 개발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어서 전 세계 로봇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 시장으로 떠오른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한국, 일본, 미국, 독일 등 5개국이 전 세계 제조용 로봇 수요의 74%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국가에서도 꾸준히 수요는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제조용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었지만, 최근 로봇의 성장은 전기전자 산업이 이끌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2016년 10만 3천 대의 신규 로봇 설치로 모든 산업 분야 중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지만 전년 대비 6% 성장에 그친 반면, 전기전자 산업은 9만 1천 대의 신규 로봇 설치로 전년 대비 31%의 성장을 보였다.

이는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현장의 자동화 추세에 따른 것으로 대규모 전기전자제품의 생산기지인 아시아 지역의 인건비 상승에 따른 로봇 도입 가속화 추세에 기인한 것으로 IFR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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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용 로봇이 설치되는 산업 분야의 구성도 국가별 경제규모와 산업 경쟁력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표 1).

제조용 로봇의 설치산업별 비중에서 미국, 독일, 일본은 자동차 산업이 가장 높은 반면, 한국은 전기 전자 산업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영향으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독보적으로 직교좌표 로봇의 비중이 높다.

중국은 자동차와 전기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 분야의 로봇 설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나게 있어서 로봇을 활용한 제조현장 자동화가 모든 산업 분야에 골고루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표 1의 데이터로부터 일본은 생산된 수직다관절의 85% 가량을 수출하고 있고, 중국의 수직다관절 생산량이 한국보다 3배 정도 많은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제어가 매우 간단한 직교좌표 로봇보다 수직다관절 로봇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고부가가치 기종이다.

이렇듯 한국의 제조용 로봇 제조사의 글로벌 경쟁력은 기술과 시장을 장악한 일본에 비해 상당한 열세이며, 자칫하면 규모의 경제를 가진 중국에도 뒤처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한편, 제조용 로봇 제조사로는 Yaskawa, Fanuc, ABB, Kuka, Kawasaki, Nachi-Fujikoshi, Universal Robots 등 일본과 유럽의 로봇 제조사들이 매출액과 인지도면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제조용 로봇을 개발하고 자동차 산업에 도입한 국가이지만 대부분 일본이나 유럽 기업에 합병되어, 현재는 규모가 작은 기업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한국은 현대 로보틱스, 로보스타 등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제조사가 있지만, 대부분 국내 시장 판매에 머물고 있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로봇 제조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서보모터, 로봇용 감속기 등 재료비 비중이 높은 핵심 부품의 염가화가 필수적인데 이 두 가지 부품의 수입품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최근 국산화에 성공한 부품의 판매가 확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국산 부품의 신뢰성, 품질, 인지도가 수입산에 비해 열세에 있어서 국산 부품을 더욱 염가에 공급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성 달성이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안전펜스를 설치하지 않고도 작업자와 로봇이 동일한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협동로봇은 앞으로 로봇시장을 견인할 새로운 흐름으로 꼽히고 있다.

안전펜스가 필요 없다는 특징으로 인해 제조업 뿐만 아니라 물류현장, 음식점, 커피숍 등 다양한 서비스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서 로봇 적용분야를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협동로봇은 덴마크의 Universal Robots이 중소기업에 적합한 로봇이라는 콘셉트로 2008년 최초 출시한 이후로 새로운 로봇 제품군으로 간주되고 있다.

최근, 한화테크윈, 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한국 기업도 협동로봇을 독자 개발하여 출시하였지만 아직 시장 진입 초기상태에 있다.


향후 로봇 산업 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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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로봇을 많이 활용하는 5개국 중 자국의 로봇 시장 규모 대비 로봇 제조사 규모가 작은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국내 로봇 제조사의 글로벌 기술경쟁력과 인지도가 낮은 것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로봇 수요가 많은 국내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와 폐쇄적인 협력사 체계도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한다.

그렇지만 제조용 로봇의 제조사와 수요 기업의 현장을 다녀보면, 국내 로봇 제조사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제조용 로봇밀도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2010년은 한국의 전기전자,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오른 시점과 일치한다.

또한, 국산 로봇의 품질수준이 올라간 직교좌표 로봇은 수입산을 거의 찾기 어려워졌고, 수평다관절 로봇도 수입제품의 비중이 매우 낮아졌다.

이렇게 저렴한 국산 로봇제품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은 10년 전보다 저렴하게 제조현장의 자동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국내의 중소 로봇 제조사는 비싼 외산 제조용 로봇에 투자하기 어려운 국내 중소제조업체에 값싼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의 제조용 로봇 산업은 중국 등 후발 제조강국의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국내 제조용 로봇 제조사가 일본, 유럽보다 상당히 열세에 있으므로 더 이상 국가의 지원이 의미 없다고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앞으로 제조용 로봇 경쟁력은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구나 중국이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마당에 중국 제조업의 추격을 가장 격하게 받고 있는 한국은 더더욱 제조용 로봇 분야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제조용 로봇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제조용 로봇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활성화하고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지원하는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현재 로봇산업진흥원을 통해 중국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이 가속화되어야 하겠다.

또한, 서보모터, 로봇 감속기 등은 국산 제품의 품질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는 R&D와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FR은 제조용 로봇 분야의 향후 기술발전을 이끌 인자로서 협동로봇과 IoT, 인공지능(또는 기계학습)을 꼽고 있다.

협동로봇은 최근 국내 기업의 시장 진출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정부의 R&D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적어도 5~7년간 지속적인 R&D와 시장 보급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과의 융합은 최근 3년간 산업부 로봇 R&D에서 중요한 테마였다. 이 분야도 지속적인 R&D를 통해 관련 원천기술 확보와 함께 보유 기술의 상용화 노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일본은 산업용 로봇 본체뿐만 아니라 로봇 지능기술의 상용화 적용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빈피킹 작업은 대상물을 팔레트에 정렬해서 담아야 했던 기존의 공장자동화 방식에서 탈피하여 박스에 아무렇게나 담아서 공급해도 되므로 공정의 사전 준비작업을 단축하고 사이클 타임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수준인데, 일본에서는 이미 2016년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능형 컨트롤러가 출시되어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용 로봇 본체 산업의 시작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비해 많이 뒤처졌지만, 이러한 지능형 컨트롤러 시장은 이제 막 도입되는 단계이므로 빠르게 쫓아가야 하겠다.

궁극적으로는 일본과 유럽도 해결하지 못한 제조 현장의 로봇 적용 기술을 개발해야 앞으로의 로봇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기술 부족으로 인해 제조 현장의 각종 조립작업에는 로봇 적용이 미흡한 편이다.

특히, 케이블 하니스의 취급과 설치 작업, 스펀지나 호스 같은 유연 물체의 파지/조작/조립은 지금의 로봇 기술로 해결하지 못해서 사람의 손을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로봇 핸드와 컨트롤러 등의 개발과제가 추진되어야 하겠다.

또한, 다품종소량생산에 적용하기 쉽도록 작업교시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한 인공지능 컨트롤러의 상용화 개발이 R&D 과제로 추진되어야 하겠다.

이렇게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조용 로봇에 대한 산학연 연구체계를 지금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로봇 R&D에서 제조용 로봇 기술에 대한 R&D 투자는 서비스 로봇 기술에 비해 너무 많이 위축되어 있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제조용 로봇 기술에 대한 R&D 과제 수행 사례가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민간 R&D 투자가 어느 정도 활성화된 제조용 로봇 기술보다 리스크가 큰 서비스 로봇 기술 분야가 더 많은 정부의 R&D 투자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강점인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제조용 로봇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

또한, 혁신적인 기술개발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제조용 로봇 기술 스타트업의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산업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