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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 Future Trend - 최신 인공지능 기술 트렌드 및 시사점

Innovation & Future Trend는 미래 혁신의 트렌드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협력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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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민 책임연구원
ETRI 기술경제연구본부


딥러닝은 2012년 이미지넷(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gnition Challenge) 대회에서 Hinton 연구팀이 압도적인 우승을 거둔 이후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딥러닝은 실용적 인공지능(Practical AI)으로서 산업적 적용 가능성을 보이며 본
격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특히 2017년 인공지능 투자는 수치상으로도 놀랄 만한 기록을 경신했다. 2017년 신생기업의 수는 2016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고 인공지능 창업 투자금은 2016년 대비 141% 증가한 152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2017년 글로벌 기업들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수는 총 115건이며 지난 4년 동안 약 5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MS 등 거대 IT 기업들이 인수한 기업이 절반을 차지했다.
 
이런 움직임은 기업 수준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을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영역으로 인식하고 신냉전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디지털 제국주의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인식에서 생성으로, GAN

적대적 생성 신경망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은 2014년 이안 굿펠로우(Ian J. Goodfellow)가 처음 소개한 이후 지금까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GAN은 기존 CNN, RNN 등 딥러닝 알고리즘과 달리 비교사 학습방법으로 이미지와 음성 데이터를 생성한다.

작동원리는 간단하다. 생성기와 판별기로 구성된 서로 다른 주체가 적대적으로 경쟁하며 각자의 성능을 최대화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진품(진본 데이터)에 가까운 모조품(위조 데이터)을 생성하는 원리다. GAN을 활용하면 저화질의 이미지를 복원하거나 간단한 스케치만으로 완성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재난사고 점검 자동화 등에 GAN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신약개발 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키고자 딥러닝과 GAN을 활용하고 있다.

물론 GAN 알고리즘 자체의 기술적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AN은 ‘수동적 인식’에서 ‘능동적 생성’으로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을 한 단계를 끌어올리고, ‘지능’보다 ‘창작자’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학습한 결과를 학습, Learning to learn

사람과 유사하게 항상 배우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가능할까.

이 생각은 1995년 NIPS(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에서 'Learning to learn'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이후부터 학문적으로 구체화되었다.

지금까지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 생애학습(Life-long learning), 메타러닝(Meta learning) 등 다양한 용어로 연구되고 있다.

최근 구글이 공개한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만드는’ AutoML 프로젝트와 DARPA가 추진하고 있는 L2M(Lifelong learning Machines)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아직까지 학습이 완료된 모델을 미세 조정(가중치 변화 등)하여 새로운 학습 모델을 만드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일부 영역에서는 사람이 만든 알고리즘에 비해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

바둑대결에서 인간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수를 두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시도들은 딥러닝의 가능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고 현재의 인공지능의 사용 주체와 적용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Explainable AI

인공지능이 실생활에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작동 과정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신경망은 블랙박스와 같다.

작동 과정에 대한 투명성이 없으니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단순 대화나 상담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의료 진단, 대출 심사, 자율자동차 등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구나 최근 EU에서 마련한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설명 가능한 알고리즘 개발 요구를 증가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부터 DARPA에서 추진하고 있는 XAI(Explainable AI) 프로젝트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대표적 시도다.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연구는 지금까지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진행되어 왔으나 학계 중심의 이론적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실용적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기술적 난관이 예상된다.


또 다른 혁신 가능성, Capsule networks

2017년 말 힌튼 교수는 캡슐 망(Capsule networks)이라는 새로운 신경망 알고리즘을 발표했다.

기본 아이디어는 눈으로 획득한 시각 정보를 계층적으로 해체하고 사전에 습득한 지식과 비교해 객체의 종류와 위치, 방향 등의 정보를 역 추론하는 것이다.

캡슐 망은 사람이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작동한다. 기존 딥러닝이 사람의 얼굴을 구성하는 눈, 코, 입 등 구성요소의 존재(스칼라)만을 고려한다면 캡슐 망은 각 요소 간 상관관계(벡터)를 계산하여 얼굴을 인식한다.

아직 논문 수준에 불과하고 성능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캡슐 망의 접근 방식이 딥러닝의 또 다른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사점 및 향후 전망

지금까지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최신 연구를 살펴보았다.

현재의 딥러닝은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며 학습한 결과를 재활용할 수 없고 결과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지 못한다. 그리고 수동적 인식 영역에 제한된다.

이러한 문제는 조만간 과열된 인공지능의 시장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대부분의 혁신기술이 그렇듯 인공지능 또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실체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 60년 동안 겪은 몇 번의 침체기를 또다시 경험할 것 같지는 않다.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만으로도 블록체인, IoT 등과 결합하여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바꿀 수 있는 파괴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 전략 수립이 절대적인 이유다. 보다 중요한 점은 앞서 살펴본 딥러닝 이후의 혁신을 준비하는 연구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당장 사업적 활용 가치가 없는 기초 원천기술이다.
 
지금의 기술적 한계와 사업적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이러한 노력들은 기업과 정부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10년 후의 기술 패권을 주도하기 위해 조금 더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