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현장속으로 - (주)지에프아이 이상섭 대표
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화재 초동 진화! 첨단 융합 기술로 완성한 화재 예방 백신으로 해결하다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이완기(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가슴 아픈 화재 소식이 수시로 전해온다. 이에 화재 진압에 필요한 소화 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재를 비롯한 모든 사고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주)지에프아이(이하 지에프아이)는 작은 스티커와 끈 하나로 화재를 초동 진화하는 세계 유일의 시스템을 개발했다.
혁신적인 융합 기술로 마치 마술처럼 놀라운 지능형 화재 진압 시스템을 개발한 지에프아이를 찾았다.
새로운 기술에 눈을 뜨다
산드라 블록 주연의 영화 < 그래비티(Gravity) >를 보면, 우주 미아가 된 주인공이 탈출을 시도하며 다른 우주선에 들어가면서 불꽃이 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정말로 우주에서 불이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주선 내부는 산소가 풍부할 뿐 아니라, 전자장비도 곳곳에 있어 불이 나면 폭발 위험이 크다.
실제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우주에서의 화재 진압 기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당 기술은 완성되지 못한채로 사장되고 말았다.
해외 체류 시절, 우연한 기회로 관련 정보를 접한 이상섭 대표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화재 진압 시스템을 개발해 보기로 했다.
“인문계 출신으로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직장생활은 언젠가 끝이 난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외국으로 나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새로운 진로를 찾았죠. 많은 한국 기업의 현지 정착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더군요.”
기술에 기반을 둔 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경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었다는 이상섭 대표. 기술의 혁신성은 분명했다. 다만,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당시 해외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여유 자금을 확보하고 있던 이 대표는 관련 기술력을 확보한 현지 공학자들에게 자비로 연구비용을 지원하며 후속 연구를 도왔다.
그리고 2014년 11월, 지에프아이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20년간의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에프아이에서 만든 제품을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지에프아이에서 선보인 화재 진압 시스템의 외형은 기존에 흔히 보던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걸로 불을 끌 수 있을까?’라는 의아함이 절로 나올 만큼, 지에프아이의 제품은 혁신적이다.
손톱 크기만한 작은 스티커와 가느다란 끈 그리고 페인트 등 대놓고 봐도 이 제품으로 불을 끌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형태가 다른 만큼, 제품의 목적도 차이가 있다. 불이 옮겨붙는 곳이 아닌, 발화지점에 해당 제품을 부착해 화재 발생 초기에 화재 확산의 불씨를 아예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초기 화재 완전 진압, 2차 화재 확산 예방
영국 런던 아파트 대형 화재, 대구 서문시장 화재, 해운대 고층 아파트 누전 추정 화재 등 모든 화재의 발화지점은 작은 불꽃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 작은 불꽃이 큰불로 확산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다.
화재 진압의 골든 타임을 놓쳐서 발생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초기에 화재를 감지해 진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소방 기술은 예방보다 사후대응에 치중해 있다.
지에프아이는 위험도가 있는 발화지점의 화재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진압해 대형 화재로 커지는 것을 막는 원천 봉쇄 기술을 개발했다.
한 마디로 화재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막는 ‘화재 예방의 백신’인 셈이다.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작은 불꽃을 어떻게 감별해 즉각 대응할 수 있을까?
마케팅을 담당하는 윤성필 대표는 “범죄도 초동 수사가 중요하듯 화재도 초동 진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에프아이의 지능형 화재 진압 시스템은 100℃에서 120℃ 사이의 특정 온도에서만 반응한다. 할로겐계가스 소화약제를 나노 그물 구조의 핵물질로 고농축해 초미세캡슐에 액체와 기체, 고체를 삽입하는 첨단 기술인 마이크로캡슐(Microcapsule)에 담았다.
“기존의 화재 예방 시스템은 센서 방식이 많습니다. 하지만 센서 이상(異常)으로 막상 불이 났을 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죠. 최근 사물인터넷에 기반을 둔 화재 예방 시스템을 이야기하지만, 사물인터넷 역시 센서로 운영됩니다.”
방염 페인트 역시 화재 확산 속도를 늦추는 정도일 뿐이지만, 지에프아이의 제품은 불씨를 꺼트린다. 화재에 접근하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전원 없이 자동으로 화재를 감지해 작동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관리 소홀로 인한 오작동 우려가 높은 기존 소화 장비와도 차별화를 이뤘다.
온도 감응과 내후성, 기밀성을 강화한 외벽물질을 적용해 캡슐 속 물질이 손상되지 않게 했다.
화재 부위만 소화 물질의 영향을 받기에 인접한 물체나 건물이 손상될 염려도 적다.
화재 예방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
고정관념의 벽을 넘어 상식을 뒤집는 기술을 개발 및 양산까지 성공하였다. 2017년 대한민국 우수특허 대상과 대한민국 안전기술대상 대통령상을 받으며 곳곳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재난안전토론회에도 민간기업 대표로 참여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감지하는 기술은 이미 발전했으나, 화재 진화에 대한 솔루션은 미약한 상황이다.
지에프아이는 화재를 예방하려면 화재 감시와 진화 시스템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도 유일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데, 제도나 절차 때문에 한계를 느낄 때도 있습니다. 외국에서 러브콜도 많은 상황이지만, 아직은 한국에서 이 분야를 발전시키고 싶은 바람이 큽니다. 사실, 우리 제품을 제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공공 분야입니다. 실제로 화재 발생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분들은 사회적 약자들이에요. 만약에 중증장애인이나 어린이, 환자 등이 많은 곳에 늦은 밤 화재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우리 제품은 그런 곳에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에프아이의 기술은 일반 주택의 분전반이나 배전반은 물론 지하상가나 지하철 역사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나 학교, 화재 발생시 즉각적인 대피가 어려운 병원을 비롯해 문화재와 문서고, IT전산시설 등 보존이 필요한 대상물의 화재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패드와 와이어형 제품의 경우, 방호 대상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두께 2㎜의 공간만 있으면 어떠한 설비나 장비 없이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다.
페인트형 제품은 소형기기의 화재 방호나 선박과 자동차, 항공기 등 소화 장치를 설치하기 어려운 다양한 위험 요소에 적용할 수 있다.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제품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이상섭 대표는 “지에프아이의 마이크로캡슐 기술이 다른 산업과 융합하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이크로캡슐 형태의 원재료를 판매해 다른 산업에 응용하면 안전성을 강화한 신규 제품군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액체와 고체 등 원하는 제형으로 생산할 수 있어 설치의 제약도 없다. 이미 많은 대기업이 지에프아이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국방상용물자전시회에서 우수상품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실제로 군부대 한 곳에 시범 설치도 마쳤다.
기존 설비와 장비를 안전하게 유지·보호하는 것도 국방력을 강화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이처럼 지에프아이의 기술은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향후 성장 기대감이 높다.
“삶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안전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전기자동차의 시대가 올 텐데, 전기자동차 역시 배터리와 인공지능 등의 기능 문제가 있죠. 우리 제품을 적용해 전기자동차의 안전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한다면, 해당 전기자동차의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소방’과 ‘화재 예방’이라는 키워드는 있지만, 사실상 지에프아이가 개척한 분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다.
'Global Fire Industry'의 약자인 ‘GFI’를 회사이름으로 삼은 까닭은 시작부터 목표를 글로벌 시장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이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은 까닭은 포부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확실한 기술력이 있어서다.
‘경쟁 대상이 없는 세계 유일의 제품’, 이것만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소방기업이 되겠다’는 다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