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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 자본시장의 4차 산업혁명, 로보어드바이저 “신뢰할 만한 금융 전문가를 비서로 둘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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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홍순 대표이사(경영공학 박사)
빅트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의 완승은 이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영화에서만 보아왔던 인공지능의 수준을 보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 도입을 서두르고 있고, 일시적인 유행어가 아닌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이끌 핵심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자본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금융 전문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산관리 분야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조언자(Advisor)의 합성어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들에 기반한 자산관리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성향조사, 포트폴리오 구성, 시장 모니터링, 리밸런스 등 일련의 자산관리 활동들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정착단계를 넘어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위탁자산이 220조 원을 넘었고, 연평균 성장률은 68%에 이른다.
 
국내는 이제 도입 단계로 금융위원회 주관의 로보어드바이저 검증(테스트베드)을 통과한 알고리즘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으며, 2018년 1조 원 규모의 위탁자산 시장을 형성하고 2025년 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KEB하나은행 2018.05).

그러나 알파고 이후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바둑의 알파고처럼 로봇이 운용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러한 오해는 알파고 이후 고객들의 기대에 편승한 일부 금융권 또는 업체의 과도한 광고에 기인한다.

사실상 로보어드바이저는 제공하는 업체들의 알고리즘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시장 기대수익률 수준을 약간 초과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치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들 네트워킹을 맺고 싶어하는 산업군이 있다. 그것은 법조, 의료, 그리고 금융이다.

해당 산업군의 공통적인 특징은 생활에 꼭 필요한 영역이지만, 복잡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폐쇄적인 라이선스 산업이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해당 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해당 산업은 고객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 시장의 로보어드바이저 성장은 2008년 금융위기가 촉발한 고객니즈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에 대한 신뢰성 하락은 역설적으로 시스템화된 투명한 투자 프로세스, 낮은 수수료를 지향하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성장배경이 되었다.

웰스프론트, 베터멘트 등의 초기 업체들은 일종의 인덱스 펀드인 ETF(Exchange Traded Funds)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구성, 자산배분, 리밸런스 등 펀드운용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었고, 자동화를 통해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가능했다.

미국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이들 초기 업체들은 큰 성과를 보여왔고, 자산관리 영역에서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가 출시되고 있다.

사실상 자산관리는 단순히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역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거래를 담당하는 트레이더,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과 소통하며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상품을 추천하는 프라이빗 뱅커 등이 함께 고객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로 대표되는 기술의 진보와 자산관리에 대한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하여 로보어드바이저는 사전적 의미처럼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고객관리, 상품분석, 펀드운용, 상품거래 등 자산관리 각 영역별로 전문화된 로보어드바이저도 출현하고 있다.

또한 운용 대상 상품도 주식, 채권, 펀드, 대체 상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본시장 혁신의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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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사들의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통한 투자자문 인력 감축 소식은 충분히 기존 자문인력에 대한 충분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RBS(Royal Bank of Scotland)는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통해 550명 투자자문 인력을 감축하였으며, 골드만삭스가 인수한 로보어드바이저 ‘켄쇼’는 5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전문 애널리스트가 40시간에 걸쳐 하는 작업을 몇 분 내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과거 600명에 이르던 트레이더가 2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로보어드바이저가 전문가를 뛰어넘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투자자문, 금융분석 등에서 제공되던 일부 전문지식이 시스템화가 가능한 보편적인 상품(Commodity)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고객 응대, 광범위한 금융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규칙 기반의 단순 작업 등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수행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부유층만을 위한 전문화된 자문서비스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다수의 대중을 위한 보편화된 자문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본시장의 구조가 폐쇄적이고 전문가만이 수행할 수 있었던 라이선스 산업에서 개방적이고 보편화된 서비스 산업으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금융 분야는 타 분야 대비 경쟁력이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2017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26위인데 반해, 금융 시장은 74위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로 금융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미국 가계 대비 국내 가계는 현금 보유비중이 매우 높다(금융투자협회, 2015. 9. 2). 그만큼 금융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낮음을 시사한다.

또한 한국거래소의 보고에 의하면, 국내 경제인구의 20%인 약 500만 명이 직접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 중 60%인 300만 명이 소위 말하는 한두 종목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어 금융 시장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초기 단계로 자칫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다행인 것은 정부의 관리감독 하에 철저한 검증 및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또한 심사통과 여부, 알고리즘, 수익률 및 위험지표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의 신뢰성 확보와 투자정보 수요에 대한 대응을 통해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자본시장 혁신의 트리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중을 위한 자문서비스로 활성화되고, 건전한 투자문화가 정착되어 자본시장이 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