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05 - 우리 기업의 선전시 진출 사례와 활용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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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석 과장
KOTRA 선전무역관


과거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선전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 기업의 선전시 진출 방법과 협업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선전시 혁신 인프라를 살펴보고 우리 기업의 활용 방안과 기회를 고찰해 본다.



들어가며

2016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4차 산업혁명이 큰 화두가 되면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도시가 있다.

바로 ‘혁신도시’, ‘중국의 실리콘 밸리’, ‘개혁개방 1번지’로 불리는 선전(深圳)이다.

차세대 정보기술, 인터넷, 신소재, 바이오, 신에너지 등 7대 전략 신흥산업(新兴产业)은 2016년을 기준으로 전년대비 10.6% 성장해 선전시 GDP의 40.3%를 차지했으며, 미래산업(未来产业)으로 분류된 로봇과 웨어러블, 항공우주산업, 헬스케어 산업은 각각 전년대비 20.2%, 5.8%, 17.9% 성장했다.

선전시의 GDP대비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4.1%로 중국 평균인 2.15%, EU 평균인 2.1% 보다 약 2배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선전의 PCT 출원량은 2016년 말 누계 기준 6만 9,347건으로 전 세계 도시 가운데 일본 도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01

하지만 선전이 처음부터 혁신도시였던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선전은 1979년 중국정부의 개혁개방 정책의 일환인 경제특구 중 하나로 지정되면서부터 변모하기 시작했다.
 
《광동성 경제특구조례》02를 근거로 합법적으로 외자유치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세제 혜택, 기업 경영권 확보, 외환관리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통해 막대한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광동성 출신 화교들은 막대한 시드머니를 제공하였으며, 저렴한 토지 임대료, 인건비를 토대로 제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은 인건비, 토지 임대료 상승을 동반하였으며 제조업은 점차 위축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선전시 진출 초기 기업 폭스콘(Foxconn)이 정저우(郑州) 및 내륙 도시로 이전했고, 2015년에는 BYD가 생산기지를 산웨이(汕尾)로, 2016년에는 화웨이 모바일 사업부가 동관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선전은 과거 가공제조업을 통해 쌓아올린 제조업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혁신을 일으켰다.

지금은 선진 제조업, 고급 기술 혁신 제조업, 소프트웨어, 순수과학 연구 등 고부가가치 영역 위주로 그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선전시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창업 역시 활성화되어 2016년 기준, 인구 천 명당 기업 수는 134개로 창업 밀도가 제일 높은 도시가 되었다.


업종별 진출 사례 및 협업 방식 소개

제조업

초기의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주로 노동집약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중국을 가공생산기지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광동성의 경우 중국 최대 가공무역기지로 우리 기업 역시 무관세로 자재를 수입할 수 있는 임가 공무역/내료 가공(來料加工) 방식의 진출이 많았다.
 
하지만 선전시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임금, 토지 임대료 및 물가 상승 등 제반 비용의 증가와 외국인 투자 정책 인센티브 축소, 2008년 노동계약법 시행, 가공무역 축소정책 등 제도적 환경 변화 등으로 제조업 기업의 경영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선전시 통계연감에 따르면 선전시 제조업 분야 외자 기업의 실질 투자 사용액(实际利用外资额)은 1949년 645만 달러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2002년 31억 5,730만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2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여 2016년에는 5억 294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외자 기업의 실질 투자 사용액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3년 62.6%에서 2016년 7.4%로 급락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외자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 역시 제조공장을 중국 내륙으로 이전하거나 심지어 동남아로 이전하는 추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기업의 선전시 제조업 진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섬유, 완구 등 주로 노동집약적 가공무역산업의 경우 경영상태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차별화된 기술, 디자인, 생산 공정을 지닌 기업들은 여전히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1999년에 선전에 신소재 공장을 설립한 e사의 경우, 차별화된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완제품 수출뿐만 아니라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에 신소재 부품 공급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경영 상태가 양호하다.

또한 우수한 한국 소재 및 부품을 생산하여 선전 및 광동성 소재 중국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 공급하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중국 다수 대기업의 경우 수출을 통한 납품보다는 중국에 법인설립을 통해 진출한 기업과의 거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기 진출 기업의 경우, 중국 시장 확대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한 기업이 다수 존재한다.

중국 산업 발전에 따라 경영방식을 전환하면서 생존을 모색한 기업도 있다.
 
과거에는 외국이나 한국에서 생산된 비교적 품질이 우수한 기초 소재를 중국으로 들여와 가공하여 중국의 내수시장이나 한국 및 제3국에 수출을 진행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러나 중국기업의 지속적인 소재 개발과 최신 플랜트 도입을 통한 양산 캐파 확대 등으로 인해 중국 기초 소재 역시 경쟁력이 높아졌다.

이에 중국산 소재를 구입한 후 중국에서 가공하여 한국 및 동남아 국가로 수출하거나 한국으로 직수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포착한 기업도 소수 존재한다.

IT 산업

올해 3월에 발표한 IT산업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선전시 IT 산업 매출액은 2조 4천억 위안을 기록했으며, 소프트웨어 산업 역시 전년대비 14.2% 성장하여 5,941억 위안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IT 산업 총생산액은 중국 전체의 10%를 차지하였으며 특히 스마트 하드웨어 제품의 경우 중국 전체의 70%를 선전에서 생산했다.

선전에는 한국에 잘 알려져 있는 중국 글로벌 IT 기업들이 다수 소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 1위 기업인 화웨이와 2, 3위 기업인 OPPO 및 VIVO, 포털 사이트, 메신저, 게임 등 인터넷 기반 서비스 제공업체인 텐센트(Tencent), 세계 2대 통신 네트워크장비 제조사 ZTE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소재하고 있다.

혁신기업으로는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율 1위 기업 BYD, 상용화 드론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DJI 등도 소재하고 있다.

이러한 IT 기업과의 비즈니스를 위한 한국 기업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N사의 경우 중국의 3대 IT 기업인 텐센트와의 게임 분야 협력을 위해 진출했으며, A사는 다수의 모바일 기업에게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진출했다.
 
특히 중국 전체 모바일 생산량의 약 18%를 차지할 만큼 발전해 있고 다수의 모바일 기업이 소재하고 있어 IT 분야의 핵심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 기업이 급성장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어, 중국 모바일 기업은 혁신적 기능 탑재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중국 모바일 기업 대상 신기술, 소재 및 부품을 공급하려는 한국 기업의 진출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혁신기술 산업

소위 말하는 4차 산업 관련 산업 발전 속도도 눈에 띈다. 2017년 선전시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云计算) 규모는 600억 위안으로 중국 전체의 22%를 차지했고, 빅데이터(大数据) 산업 규모는 405억 위안을 기록했다.

또한 선전시 산업구조조정 및 고도화에 큰 역할을 하는 로봇산업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선전시 소재기업 대부분이 전기·전자 기업으로, 대형 로봇보다는 중·소형 산업용 로봇 수요가 비교적 높고 로봇 제조기업은 아직까지 핵심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아 틈새시장을 노리는 한국 기업의 진출이 늘고 있다.

로봇관련 기업인 D사의 경우 최근에 최대 산업용 로봇 소비시장인 중국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선전에 설립했다.

이러한 혁신 기술을 이용하여 미래 먹거리 창출에 접목하려는 한국 기업의 진출도 눈에 띈다.

자본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한 대기업의 경우 선전 소재 기업의 선진기술 확보와 신시장 진출 기반 마련을 위해 지분투자나 해외 인수합병(M&A)를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

선전시는 명실상부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과거 형성된 제조업 클러스터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주었고 선전시 정부의 다양한 창업 지원 정책은 거름이 되어 선전은 스타트업이 진출하기 가장 적합한 도시로 변모했다.

특히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창업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우리 기업의 이를 통한 진출도 증가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활용

2016년 기준, 선전시 내 국가·성급 액셀러레이터 및 선전시로부터 정책지원 혹은 인증받은 액셀러레이터는 약 144개이며 그중 국가급 액셀러레이터는 12개, 성급은 11개, 성급 대중 창업공간은 15개가 소재하고 있다.
 
선전시에 소재한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우수한 제조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특히 시제품이 없거나 아직 양산 단계 전의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경우 더욱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매 액셀러레이터마다 성격이 매우 달라, 입주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입주 희망 액셀러레이터의 성격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인 HAX의 경우 실리콘밸리에서 선전으로 이전한 미국계 액셀러레이터이다.

영어로 소통이 가능해 중국어 구사가 어려운 기업들에게 유리하며, 입주 후 중국 시장뿐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로의 진출이 비교적 용이하다.

한국 기업으로는 증강현실 스마트 글라스를 만드는 A사, 자가채혈 의료 진단기 B사 등이 입주 경험이 있다.

스타긱(Stargeek)은 레노버 그룹 레전드 스타(Legend star)사가 설립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로 다른 액셀러레이터에 비해 빠른 시일 내에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고 양산할 수 있는 원활한 공급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잉단(硬蛋)의 경우에도 역시 5,000개 이상의 협력사와 수백개의 하청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아이디어 및 콘셉트만 구상하면 부품 수급, 제조, 마케팅, 유통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는 동시에 VC와의 연결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파이낸싱 역할도 수행한다.

국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단순 투자유치를 위해 섣불리 중국에 법인을 세우기에는 여러 가지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반 비용이 비교적 낮은 창업공간이나 액셀러레이터에 입주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동시에 투자가 및 협력 파트너를 발굴하여 중국시장 진출의 초석을 놓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제조 인프라 활용

선전은 과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만큼 중국 제조의 중심이 되었던 곳으로 발달된 제조업 전후방 공급망과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IT 제조에 적합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

선전에는 프로토타입 제조를 포함하여 소규모 생산을 지원해주는 공장이나 기업이 다수 존재하며 폭스콘(Foxconn), 미디어텍(mediatek)과 같은 유명 EMS(전자제품 위탁 생산) 기업도 즐비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규모 생산 시 이용 가능한 공장이 적고 비용이 높아 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 기업들의 시제품 제조가 어렵기 때문에 선전의 제조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8년에 설립된 시드스튜디오(Seeed studio)는 최소 10개부터 10,000개까지 주문자가 원하는 부품의 생산을 지원한다.

주로 레이저 커팅을 비롯해 3D 프린팅 서비스, OPL, PCBA 프로토타입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선전 제조 인프라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설계도 유출 등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공정을 여러 개로 나누어 각각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고 조립하는 형태로 진행하거나 NDA 체결 후 공정을 논의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프로토타입을 제작 후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양산이 가능한 공장도 다수 존재하며 이러한 공장과의 연결을 지원해주는 기업 역시 존재한다.

프랑스 스타트업인 워크숍(Workshop)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시제품 제작 후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기업으로 중국어 구사가 어려운 기업은 워크숍과 같은 외국계 기업의 지원을 받는 것도 효과적이다.

선전에는 대형 전자상가 오프라인 매장수가 약 2만개, 판매종사자가 15만 명이 되는 대규모 IT 유통단지 화창베이가 소재하고 있어 중국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 및 기업들은 다양한 제품 및 부품을 소싱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IT 완제품 이외에 전자부품, 전선, 배터리, LED, 메모리, CPU류에서부터 SMD 부품, 통신 모듈, 센서, 모터 등 다양한 부품을 취급하고 있다.
 
화창베이는 단순 부품 소싱뿐만 아니라 PCB 제작이나 시제품 제작, SMT 지원 업체들이 소재하고 있어 시제품 제조를 앞두고 있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활용가치가 높다.


맺음말

선전에서 기회를 찾아내려면 산업과 시장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전시 산업은 경제성장과 시기에 따라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행동으로 실천한 기업들은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선전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01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통계 인용

02 广东省经济特区条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