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03- 선전 메이커운동과 스타트업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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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래 대표이사
(주)플래텀


선전(深玔)은 중국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도시로 여겨진다. 산자이(짝퉁) 온상에서 메이커 천국으로 변모한 선전시는 2012년부터 매년 메이커페어를 개최하고 있다.

스타트업, 메이커, 액셀러레이터들의 도시 선전의 메이커운동과 스타트업 동향에 대하여 살펴보자.



2006년 ‘메이크(MAKE)’ 매거진의 소규모 오프라인 행사였던 ‘메이커페어(Maker Faire)’는 12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 메이커 이벤트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등 40여 개 국가 도시에서 개최되어 왔으며, 최근 몇 년간 매해 150 차례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4년 시작되어 올해 1만 명 규모의 행사로 자리매김 중이다. 선전에서는 2012년부터 메이커페어가 개최되어 왔다.
 
메이커페어의 시작처럼 처음에는 소규모 전시회 였으나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众创业、万众创新)’으로 대변되는 정부 기조와 맞물려 2014년 행사를 기점으로 선전이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에서 메이커와 촹커(创客, 창업자)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3대 메이커페어(샌프란시스코, 뉴욕, 선전)로 불리는 ‘메이커페어 선전(深圳制汇节)’을 처음 찾은 것은 4년 전이었다.

선전에 조성된 창업 특화 지역(남산 소프트웨어 산업단지) 전역에 꾸려진 행사장에 전 세계에서 모인 메이커 팀과 스타트업 수백여 명이 부스를 꾸렸고, 선전 도시 전체가 이 행사에 호응하고 있었다.

선전시를 비롯해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등 민간 창업 기관이 협력해 메이커페어가 개막하기 몇 주 전부터 도심 곳곳에 행사를 알리는 다양한 이벤트와 부대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 해 방문객만 19만 명을 달성하여 축제라 부를만했다.

선전은 메이커운동에 적합한 도시이다. 경제특구로 계획된 선전에는 800여 개의 글로벌 제조기업 공장이 존재한다. 3대 물류 항과 우수한 제조 인프라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규모가 확장된 세계 최대 IT만물상 화창베이(華强北) 전자상가와 파격적인 정부 지원 등은 하드웨어 분야 기업에게 우호적인 여건이다.

때문에 하드웨어 창업을 꿈꾸는 개인과 스타트업이 중국 선전으로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메이커페어의 진정한 의의는 산자이(山寨, 짝퉁) 온상에서 메이커 천국으로 변모한 선전을 세계에 알린다는데 있다. 근래에는 교육과 연계되어 학습의 장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메이커페어는 기업 부스보다는 촹커들의 부스 전시 비율이 높아졌다. 아울러 메이커 관련 연사들의 강연과 공연, 전통적인 부대행사인 로봇과 드론 배틀 및 체험행사 등을 통해 축제의 형태를 보여 주었다.

선전에 메이커와 스타트업이 몰리는 이유는 단순히 제조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곳에는 산업 디자인, 기구 설계와 전자회로 설계를 아웃소싱할 수 있는 수십, 수백 개의 디자인 하우스가 있고, CNC 및 진공 주조 등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공장도 즐비하다.

더욱이 시 정부와 민간이 협업하여 ‘디자인 도시’라는 색깔을 덧입히고 있는 중이다.

이런 환경에서 전문적으로 창업자 및 초기 기업을 돕는 기획사인 ‘액셀러레이터’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창업자보다 액셀러레이터가 더 많다’는 농담이 들릴 정도이다.

액셀러레이터들은 지역의 우수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로 성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아이디어를 빠르게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할 수 있게 돕고 실제 상품의 생산과 유통을 지원한다. 선전에는 총 500개가 넘는 창업 지원 공간이 있다.

선전이 인구 2천만 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임을 감안해도 많은 수이다.

그중에 난산 지구는 베이징시의 중관촌(中关村)과 같이 창업 거리가 조성된 곳으로 이곳에만 100여 개가 넘는 창업 관련 기관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메이커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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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촹커’들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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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꿈이 있듯, 사람에게도 역시 꿈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촹예(创业, 창업이요)!”

중국 영화 < 송지효의 심천연가(708090之深圳戀歌) >에 나오는 대사이다. 성공한 창업가의 질문에 패션 사업을 열망하는 대학생 리메이창은 당당하게 창업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홍보 영상에 나올 법한 클리셰지만,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창업과 관련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실패를 했을 때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줄이는 데 집중한다.

벤처 투자 자금은 넉넉하게, 시장성이 보이는 기업에는 짧은 시일 내에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금을 집중한다.
 
2년 전에는 무명 기업이었던 모바이크(Mobike)와 오포(ofo)가 유니콘 기업을 넘어 글로벌 공유 경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이런 문화가 있다.

창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창의적이고 경쟁적인 기업 문화를 말할 때, 중국의 첫 개방특구 선전이 빠질수 없다. 선전은 인구가 1,200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이지만 평균 연령이 33세에 불과하다.

한 해에만 80만 개의 스타트업이 선전에서 쏟아져 나온다. 선전시의 기업 수(개인사업자 포함)는 인구 1,000명당 73.9개 사로 베이징의 71.7개 사를 넘어 중국 전체 1위이며, 창업 주체는 인구 8.5명당 1명으로 중국 대도시 중 창업자 배출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이다.
 
2010년에 36만 개였던 선전 기업이 2012년 41.7만 개, 2014년에는 86.2만 개로 성장했다.

텐센트, 화웨이, BYD(전기차), DJI(드론) 등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태어난 곳도 바로 이곳 선전이다.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2,400억 원) 이상인 스타트업은 11개로, 우리나라의 3개를 크게 웃돈다.

국제 특허 출원 수도 1만 3,300건으로 중국에서 가장 많다.

중국 대도시들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9%대의 성장 속도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다.

2017년 말 기준 선전의 GDP는 2조 2,438위안이며 1인 평균 GDP는 216만 7,400위안(2만 5,596달러)으로 중국 1위이다. 말 그대로 중국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이며 동시에 가장 잘 사는 도시인 셈이다.

지난 2017년 9월 선전완(深圳灣) 창업 광장에 ‘당과 함께 창업을(跟党一起创业)’이라는 표어가 담긴 조형물과 대자보가 등장했다.

선전 공산당 당위원회(이하 당위원회)가 내건 ‘당과 함께 창업을’은 ‘대중창업, 만중창신’이라는 국가 구호에 대한 선전 창업광장 당위원회의 화답과도 같은 표어이다.

당위원회는 선전시 국가자본위원회 당위원회, 투자 공사 당위원회와 함께 선전의 ‘국가 주도 (창업)인큐베이팅’ 정책을 펼쳐온 주체이다.
 
그 결과 창업 광장 주변에는 19개 동의 대형 사무용 빌딩이 들어섰으며, 현재 광장 내 관리 업무에 종사 중인 공산당원만 1,100여 명에 이를 정도이다.

중국 공산당은 창업팀과 공산당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고 있다. 1921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 창업팀(현 공산주의 중국)이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가 정신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당에 대한 충성, 진취적 개척 정신, 결연하고 확고한 의지가 창업가 정신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공산당이 적극 지원하는 선전 창업 광장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광장을 에워싼 빌딩에는 중국을 비롯한 49개국 투자사와 45개의 인큐베이팅 센터, 349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279개의 창업 관련 프로젝트가 인큐베이팅 되고 있다.
 
이를 통해 누적 1,000억 위안(한화 약 17조 원) 이상의 산업 가치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평가이다.


선전 에듀테크의 중심 ‘메이크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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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중국의 동오(Dong Wu) 증권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 교육 시장 규모는 520억 위안(한화 약 8조 7,900억 원) 수준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에 따라, 향후 5년 안에 1~2선 도시를 중심으로 중국 교육 과정 내 STEAM 관련 과목의 비율은 7%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제품의 80%를 생산하고 있는 선전. '메이크블록(Makeblock)'은 선전의 유산인 풍성한 제조 인프라를 활용하며 성장하고 있는 STEAM 교육 솔루션 기업이다.

2013년 메이크블록을 설립한 제이슨 왕(Jasen Wang) 대표는 2013년에는 포브스 차이나(Forbes China)가 선정한 ‘30세 미만의 기업가 30명’으로 선발되었다.

현재까지 총 3,600만 달러(한화 약 385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메이크블록은 STEAM 학습자 및 교육자를 위한 학습 플랫폼의 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들이 선전에서 사업을 시작한 특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메이크블록의 아시아 총괄인 서웰 씽(Sewell Xin)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메이크블록은 전문적으로 로봇과 무인 비행기를 제작하고 프로그래밍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차세대 플랫폼이다.

판매 중인 STEAM 교육 솔루션으로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로봇 키트, 전자 빌딩 블록 플랫폼, DIY 로봇 플랫폼, 비주얼 프로그래밍 앱 등이 있다. 청소년을 위한 국제 로봇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메이크블록은 B2C 시장에서 6세 이상의 어린이들이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배우도록 돕고 있으며, B2B 시장에서는 학교 및 교육 기관에 통합 STEAM 교육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2만 개 이상의 학교에 제품이 보급되었다.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실습 로봇과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로봇의 기본 구조 및 기능을 배울 수 있다.
 
그다음 단계로 학생들은 다양한 센서와 그 밖의 다른 프로그램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하드웨어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면, 그래픽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도 있다.

선전은 중국의 실리콘밸리이다. 6,700개 이상의 하이테크 기업이 있으며 중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유통, 제조공급망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광둥성(廣東省)의 남부 해안 지역, 홍콩의 바로 북쪽에 붙어있기 때문에 중국의 주요한 수출 기지 중 하나이다(광둥-홍콩-마카오 그레이터 베이 지역의 중요한 구성 요소).

‘선전 속도(Shenzhen Speed)’라는 말이 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과 기업은 높은 효율을 목표로 삼는다.

또한 지방 정부의 정책 자체가 타 지역 인재들에게도 열려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많은 고급 기술 인력이 모여들고 있다.

이렇듯 선전은 높은 효율성, 개방적 문화, 편리한 교통수단 등으로 매력적인 도시이기에 젊은 세대들이 선전에서 창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메이크블록은 ‘전 세계의 교육 수준을 한 단계 높이자’라는 사명을 가지고, 중장기적으로 첨단 STEAM 교육 솔루션을 통해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내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크블록은 선전을 포함한 전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사회적 책임을 항상 짊어지고, 전 세계 파트너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