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중국의 창업생태계와 선전시 특성 이해하기
▲ 오종혁 전문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창업은 어느새 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상당수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가량은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생태계에 포함되어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 이어서 중국 내 세 번째 창업도시인 선전의 특성을 살펴보자.
중국이 창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언한 지도만 3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혁신적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창업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중앙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창업 허브가 되고자하는 지방정부에서도 지원 정책을 속속 발표했고, 각종 기금 조성 등을 통해서 혁신 창업가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창업 기업 수가 크게 증가했다.
2013년 연간 250만 개의 기업이 탄생했는데, 2017년에는 약 607만 개까지 늘어났다. 하루 평균 약 1만 6,600개꼴로 기업이 생겨난 것이다.
또한 창업가들이 교류하고,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협업공간이 크게 증가했다.
기존에는 하이테크 산업단지인 ‘고신구(高新区)’와 대학 등에서 운영하는 ‘과기원(科技园)’에 있는 창업 인큐베이터를 중심으로 기술 기반 창업이 일어났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창업카페 형태의 인큐베이터가 크게 증가했다.
대중 창업공간(大众空间)으로 불리는 혁신 플랫폼이 3년 사이에 약 86배 증가하여 중국 전역에 4,298개까지 늘어났다.
또한 과학기술기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는 3,255개, 액셀러레이터는 400개까지 늘어났다.01
창업가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기금도 크게 늘어났다. 2017년 말 기준 정부 기금은 901개에 달한다.
또한 각종 창업 투자 기관이 3,500개에 달하며, 운용 자본도 2조 위안을 넘어섰다. 2017년에는 전년대비 투자 건수가 23% 감소했으나 여전히 절대금액은 줄지 않았다.
2017년 한 해 동안 총 5,910건에 1조 1,013억 위안의 투자금이 몰렸으며, 인공지능(AI), 전자상거래, 미디어 콘텐츠 등의 분야에 비교적 많았다.
국무원을 비롯하여 과학기술부와 유관 부문에서 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과 관련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각종 지원 정책을 제정하였다.
우선 아이디어와 기술보호를 위해 지식재산권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 등록 간소화를 위해 영업허가, 사업자 등록, 세무 등기 등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삼증합일(三证合一, 一照一码)’제도를 실시했다.02
또한 2017년 9월에 수정된 ‘중소기업촉진법(中小企业促进法)’에서는 과학 인력의 겸직을 허용하는 조항(关于支持和鼓励事业单位专业技术人员创新创业的指导意见)을 추가하였다.
예를 들어 연구원 혹은 사업 단위에 속해 있는 전문 기술인력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외부와 프로젝트 협력이 가능해졌으며, 이를 통해 얻어진 성과 이전, 개발 수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유니콘 기업 대국
스타트업이 내놓은 혁신 서비스들은 중국의 사회 모습과 풍경을 바꿔 놓고 있다. 이미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 되었고, 공유경제의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에서 내놓은 서비스, 기술에 대한 투자도 경쟁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기업가치도 폭등했다.
한편 중국의 스타트업 대부분은 세계 시장을 겨냥하기보다는 자국 시장을 대상으로 창업했지만 자체 시장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의 수도 상당한 편이다.
2018년 중국 IT시장조사기관 IT쥐즈(IT桔子)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124개에 달하며, 앤트파이낸셜(Ant-financial), 샤오미(小米), 디디추싱(滴滴出行)의 경우에는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배달 및 맛집 평가 기업 메이퇀(美团), 인공지능을 활용해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진르토우티아오(今日头条), 드론 제조업체 DJI 등도 100~50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중국 창업생태계는 BAT라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주도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유니콘 기업의 상당수도 이들의 플랫폼 생태계에 속해있다. 상위 50위 이내 스타트업의 절반가량은 BAT의 영향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역별 창업생태계
중국의 도시 가운데 창업생태계가 가장 발달되어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수도 베이징이다. 베이징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중관춘(中关村)이 있다.
이곳 인근에는 엄청난 수의 국책연구기관들과 더불어 중국의 최고 명문이라 불리는 칭화(清华)대학과 베이징대학이 소재하고 있다. 즉, 중국의 고급 인재와 기술의 산실로 볼 수 있다.
이어서 상하이를 꼽을 수 있다. 상하이는 비록 정책과 산업, 인재 등을 종합한 창업생태계에 종합 점수는 높지만 실질적으로 잘 알려진 유니콘 기업들이 많지 않다.
이유는 금융, 여행 업종 등의 괜찮은 일자리가 많고, 실용주의적 성향이 강해 창업에 있어서도 수익모델이 확실한 분야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세 번째로 창업생태계가 잘 갖춰진 곳은 광둥성(廣東省)에 소재한 선전(深圳)이다. 선전은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의 대표적 IT 대기업이 존재한다.
또한 광둥성 정부 소재지 광저우도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4위에 선정됐다.
한편 베이징, 선전 등 창업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은 외지로부터 온 사람들이 많다. 즉,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어 혁신에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창업 성공 신화 사례가 잇달아 생기고 이를 추종하는 문화로 이어지면서 더욱 많은 예비 창업가들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도시의 창업하는 방식과 파트너를 찾는 방법에도 각각의 특징이 존재한다. 우선 베이징은 모임을 즐기는 문화가 있다.
그래서 처쿠카페(车库咖啡), 3W카페 등 창업카페가 많고 이곳에서 개최되는 행사를 통해 파트너를 맺거나 투자자를 소개받는 경우도 많다.
반면 선전은 지인, 친구 모임 등을 통해서 파트너를 소개받고 창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드웨어의 천국, 선전(深圳)
선전시는 40년 전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 그러나 1979년 중국이 개혁개방을 위해 선전을 특구로 지정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고, 2017년 약 36만 개의 기업이 창업될 정도로 중국 내 대표 창업 도시로 재탄생했다.
선전시는 제조업과 개혁개방 초기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이 진출하였고, 지속적인 외자 유입이 일어나면서 고속 성장이 이어졌다. 선전은 개혁개방 이후 경제규모가 약 9,000배가량 늘어났다.
선전 인구의 평균 나이는 33세에 불과하다.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라 할 수 있다. 선전은 IT, 바이오, 신에너지, 통신 등의 분야가 전체 GDP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신산업이 발전했다.
선전은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 제조 가공무역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1990년대 후반 2000년 초반 글로벌 IT 산업 이전으로 인해 PC, 휴대전화 분야의 제조기업이 이곳으로 이전해왔고, 또한 화웨이, ZTE 등 로컬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제조생태계가 조성되었다.
또한 과거, 지재권 보호 의식이 높지 않은 탓에 획득했던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모방한 산자이(山寨)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시도들로 인해 기존 브랜드에는 없던 신기능이 추가되는 혁신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선전은 오랜 기간 제조업을 기반으로 부품 생태계가 형성되었으며, 이를 유통하는 핵심 플랫폼 격인 화창베이(华强北)를 비롯한 몇몇 전자상가에서는 설계도만 있으면 시제품 제작이 어렵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선전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하드웨어 분야의 스타트업이 주목하는 지역으로 발전했다.03
시제품 개발을 내부적으로 할 경우 10~15주가 소요되지만 선전에서는 2~3주 정도면 가능하고, 비용도 3~5만 달러로 기존 방식 보다 50% 이상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04
화창베이 주변으로는 3만여 개 부품 유통상과 각종 인큐베이터들이 집중되어 있으며, 그밖에 난산구(南山区)에는 각종 대중 창업공간, 인큐베이터 등이 집중되어 있어 선전의 창업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시드스튜디오, 핵스(HAX) 등 하드웨어 관련 창업 지원 기업이 있다.
01 中国经营报, 2017. 9. 25.「数据中国, 厉害了, 双创!」, A7면
02 조충제, 정재완, 송영철, 오종혁. 2017. 「아시아 주요국의 4차 산업혁명 추진전략과 협력 방안: 중국, 인도,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 보고서 17-26
03 오종혁, 김홍원. 2015. 「중국 주요지역의 ICT 창업환경 분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기초자료 15-02
04 McKinsey&Company. 2015. ‘The China Effect on Global Innov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