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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현장속으로 - (주)지엠아이그룹 이준암 대표

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육지와 바다를 자유롭게 즐기다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권대홍(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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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관광 산업을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없어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관광 산업 발전은 더욱 중요하다. 기존 관광 자원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다.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주)지엠아이그룹(이하 지엠아이그룹)이 도전한 분야는 수륙양용차 개발.

차별화된 기술을 통해 새로운 관광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운명처럼 만난 수륙양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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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은 ‘서비스업의 꽃’이다. 고용 창출과 수입 증대는 물론 국제수지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관련산업의 발전과 지역 개발 촉진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인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관광 경영학을 전공한 이준암 대표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관광업과 무역업, 복지사업 등 여러 방면에서 잔뼈가 굵은 이준암 대표가 수륙양용차 개발에 뛰어든 것은 지인이 보여준 한 편의 동영상이 계기가 됐다.

그것은 네덜란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륙양용 버스의 운행 장면. 사업에 관한 남다른 ‘촉’이 있었던 이 대표는 그 동영상을 보자마자, 네덜란드 행(行)을 결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자동차는 물론 선박 건조 기술도 세계 최고잖아요. 당연히 이만한 차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륙양용차 기술이 있는 네덜란드 DAT사에서도 처음에는 당연히 저를 못믿었죠. 그때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일화를 참고해 설득에 나섰습니다.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며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보다 철갑선을 먼저 만들었다’라고요.(웃음)”

기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8개월간 네덜란드에서 머무르며 DAT사를 설득했다. 기술협약 결과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해 공장부터 마련했다.

이준암 대표의 열정과 정성에 DAT사의 마음도 열렸다. 초반에는 네덜란드에서 한국 실정에 맞는 수륙양용차를 제작할까 생각도 했지만, 언어적인 한계에 부딪히다 보니 연구개발에 가속도가 붙기 어려웠다.

그래서 기술협약을 통해 한국에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륙양용차 개발을 위해 들인 준비 기간만 3년. 처음에는 기술만 확보하면 될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수륙양용차는 자동차법은 물론 선박법에도 해당해 어느 한쪽만의 기준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선박 형태의 수륙양용차는 ‘선박’으로 분류돼 도로 운행이 불가능했다.

국내 실정에 맞춘 자체 연구개발은 당연했다. 지금도 그때 살펴본 법안들이 대표이사 사무실 책장에 가득 꽂혀 있을 정도로, 각종 법안을 꼼꼼하게 살폈다.

“사실 국내에서도 2002년부터 수륙양용차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없었어요. 게다가 수륙양용차와 관련한 검사 지침도 없었습니다. 2012년 7월에 일부 법안이 바뀌면서 수륙양용차 충돌 테스트가 강도 개선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되었고, 검사 지침도 비로소 생겼습니다. 다행히 제가 수륙양용차 사업을 준비하던 시기와 타이밍이 잘 맞았죠.”


차별화된 관광 자원을 만들다

기존의 수륙양용차는 선박 바닥에 바퀴를 다는 수준이었지만, 지엠아이그룹은 차량에 선박 기능을 접목했다. 시작은 SUV였다.
 
독도 엠피비어스 크루저(DOKDO Amphibious cruiser)는 수상은 물론 비포장 도로에서도 뛰어난 성능과 내구성을 지닌 SUV 형태의 수륙양용차.
 
현재 에버랜드 스페셜 투어에서 사용하는 차량과 같은 모델이다.

수륙양용 SUV는 용도별로 주문 제작이 가능해 관광은 물론 해상구조나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모델명에 ‘독도’를 넣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독도에 관한 이슈를 환기하려는 의도도 담았다.

올해 지엠아이그룹이 야심 차게 선보인 것은 버스형태의 수륙양용차인 유니 엠피비어스 버스(UNI Amphibious bus)다.
 
35인에서 45인까지 탑승 가능한 이 버스는 풍속 22m/s, 파고 1.5m까지 견딜 수 있다.

프로펠러 방식과 달리 수상 운행 시 장애물이 끼일 염려가 없고, 육상 운행 시에도 프로펠러가 바깥에 노출되지 않아 안전성이 높다.

“처음에 버스가 물에 들어간다고 하니, 사람들이 안전에 대한 우려를 크게 쏟아냈습니다. 그래서 연구개발 시작 단계부터 안전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어요. 세계적인 인증기관인 영국 로이드선급협회(Lloyd’s Register)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았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버스에 구멍이 나더라도 10톤가량의 여유 부력이 남아 버스에 물이 차더라도 가라앉지 않는다.

2개의 출입구는 물론 차량 지붕에도 6개의 비상구를 설치해 비상시 탈출 경로도 확보했다.

버스에 장착한 두 개의 워터젯 엔진은 360도 회전을 가능하게 한다.

바다에서 버스가 180도로 뒤집히더라도, 바로 복원된다. 좌우로 흔들리는 최대 기울기 각도는 불과 7도.

특허 기술을 적용해 차량의 침몰은 물론 좌우로 배가 흔들리는 롤링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연구개발은 평생일터를 위한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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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만든 수륙양용차의 가치는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지난해 2월에는 터키 이스탄불 지방교통국과 약 125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 물량 10대 중 2대는 국내에서 100% 생산해 납품하고, 나머지 8대는 국내에서 49% 제조 후 터키에서 51%를 제조해 '메이드 인 터키(Made in Turkey)' 브랜드를 달 예정.

이스탄불 지자체와도 버스 60대를 추가 계약하고, 이스탄불 수상택시 사업자와 SUV 120대 수출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터키는 수륙양용 버스와 SUV를 대중교통은 물론 국방부와 소방청, 경찰청의 지휘관 차량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터키뿐만 아니라 태국 해군 사령부에도 차량 공급을 결정했으며, 베트남에서도 수륙양용 차량 도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한국에서도 새로운 관광자원을 필요로 하는 많은 지자체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시장성도 이미 확인됐다.

지엠아이그룹은 차량 개발은 물론 서비스 운영까지 맡았다. 국내 최초 수륙양용 사업화를 선점한 것.

수륙양용차를 이용한 연계 관광은 환승이 필요 없을 뿐만아니라,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과도 접목하기 쉽다.

지엠아이그룹은 지역의 다양한 관광 상품과 연계해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색 있는 관광 상품도 구성하고 있다.

단순한 해양 관광 상품을 넘어 차별화된 아이템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 경남 통영시와 전북 부여군, 서울시 한강, 경남 마산 로봇랜드, 강원도 등지에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올해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경기도 안산 시화호와 부산 광안리 및 해운대, 제주 일출봉 해안 투어 등도 준비 중이다.

“처음부터 차량을 판매할 목적으로 개발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차량만 별도로 사고 싶다는 의뢰는 정말 많이 들어오지만, 차량만 판매하는 일은 하지 않을겁니다. 제조만 하면 차량을 팔고 끝이지만, 이를 활용해 관광 서비스를 하면 정기적인 수익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요. 직원들에게도 ‘이 사업은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복지를 위한 일’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지엠아이그룹은 증강현실 기술과 접목한 체험 관광프로그램과 관련해 기술 협약을 맺었으며, 현재 콘텐츠 제작을 준비 중이다.

“임진왜란 당시, 영도대교가 있는 부산 남항 근처에서도 부산포해전이 있었습니다.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하면 이동하는 차량의 창문을 통해 차 안에서도 체험관광을 할 수 있습니다. 창문을 터치하면 포가 날아가고, 배가 격파되는 장면을 볼 수 있죠. 팀을 나누어 게임도 할 수 있고요. 그러면 그 장소에 관해서도 더욱 깊이 인상에 남겠죠. 이러한 활동이 쌓이면 관광객들이 그 지역에 더 오래 체류하는 계기가 됩니다.”

해상구조 등 수륙양용 기능을 극대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지엠아이그룹의 꿈 하나는 ‘막내 직원까지도 부자가 되는 기업’이다.

가장 말단에 있는 사람까지 잘 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기업의 성과도 상당할 터.

이 자리까지 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엠아이그룹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수륙양용차의 국산화 시대를 연지엠아이그룹이 임직원은 물론 관광지를 찾은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풍족하게 채워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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