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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 아마존 플랫폼에 올라탄 토이저러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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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재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2017년 9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무너졌다.

전 세계에 1,700개에 이르는 장난감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회사 토이저러스(Toys "R" us)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

1957년 창립 이래 장난감 유통 분야 ‘카테고리 킬러’로 군림해 온 토이저러스의 갑작스런 파산 소식에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표면적인 이유는 4억 달러의 채무를 상환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토이저러스는 2005년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66억 달러, 즉 7조 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았다.

돈을 빌려 기업을 사는 차입매수방식(LBO, Leveraged Buyout)으로 토이저러스가 인수되면서 이때 빌린 돈 만큼의 부채가 토이저러스에 남겨졌다.

그 결과 토이저러스는 해마다 4억 달러가 넘는 이자를 물어야 했다. 하지만 토이저러스는 지난 12년간 엄청난 이자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꾸준히 사업을 꾸려오며 장난감 업계 왕좌의 자리를 놓치지 않아 왔다.

채권자들과 장난감 공급 업체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 진짜 이유는 토이저러스의 불투명한 미래였다.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과 같은 대체제의 위협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점점 성장하는 온라인 유통 업체들, 특히 아마존의 맹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2000년대 초반 토이저러스는 월마트, 타깃과 같은 대형 할인마트들이 장난감 판매를 늘리며 위기를 맞았었다. 2005년에 사모펀드에 매각된 이유도 그때문이었다.

2006년부터 토이저러스는 대형 할인마트들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대신, 아이들이 장난감을 만져볼 수 있는 체험형 매장으로 새롭게 재편하며 돌파구를 찾았고, 매출도 늘었다.

그러나 토이저러스의 부활은 여기까지였다. 2012년부터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에 시장을 빼앗기며 매출이 줄었고, 영업 손실은 쌓여 갔다.

토이저러스도 온라인 쇼핑몰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이미 익숙하고 편리하며 더 경쟁력이 있는 아마존이었다.

토이저러스의 체험형 매장 전략은 독이 됐다. 사람들은 토이저러스에서 장난감을 만져보고 확인했지만, 주문은 아마존에서 했다.


아마존에서 달콤함을 맛볼 때, 몰락은 시작됐다

토이저러스가 온라인 쇼핑의 성장을 내다보지 못했던 건 아니다. 2000년 토이저러스는 온라인 매출을 늘리기 위해 아마존에 10년간 온라인 판매를 맡기는 독점 계약을 맺었다.
 
아마존이 토이저러스의 온라인 쇼핑 운영을 맡고,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에 매년 5,000만 달러와 매출액 일부를 주는 조건이었다.

토이저러스닷컴으로 들어온 고객들은 아마존의 토이저러스 전용 사이트로 안내됐다. 이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2000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토이저러스의 장난감 판매량은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했다.2003년 아마존이 돌변했다.

다른 회사들의 장난감도 아마존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토이저러스의 최대 경쟁사가 아마존이 된 것이다. 갑의 위치에 서게 된 아마존은 토이저러스에 상품 구성을 다양하게 하라는 등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토이저러스는 소송을 내고 아마존과의 계약을 파기했다.소송을 마무리하고 2006년 토이저러스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재편했다.
 
어린이들은 여전히 토이저러스에 와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그러나 실제 구매는 토이저러스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이미 익숙한 공간인

아마존에서 이뤄졌다. 토이저러스의 온라인 쇼핑몰은 불편하다며, 구매, 결제, 배송이 더 편리하게 이루어지는 아마존을 선택한 것이다. 토이저러스의 매출은 줄어들고, 아마존의 장난감 매출은 늘어났다.

토이저러스도 2017년 5월 온라인 쇼핑몰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마존과의 격차는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벌어져 있었다.

토이저러스는 결국 올 3월 폐점 결정을 내리고, 아시아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저자 주 > 한국 토이저러스 매장은 미국 법인과는 별개로, 롯데마트가 라이선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객’을 누락하면 필패

아마존에 의존하는 전략이 토이저러스가 디지털 경쟁력을 제때 갖추지 못하고 아마존에 고객과 시장을 빼앗기게 만든 자충수였다.

토이저러스도 뒤늦게 이를 깨달았지만, 급변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6년의 공백은 매우 컸다. 한번 굳어진 고객의 구매 습관은 다시 바뀌지 않았다. 기술 격차도 크게 벌어져 있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의 일상생활까지 파고들고 있다. 고객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도록 추천해 주는 경지에 이르고 있다.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인 ‘고객’을 헌납하는 실수를 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주요 이해관계자를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고객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이자 생태계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기존 고객을 유지하며 새로운 고객도 얻을 것인지가 핵심이다.

고객에게 더 다양한 상품을 공급할 공급자를 확보하는 일과 고객이 제품을 더 쉽고 편리하게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사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여행사가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면 성공할 것 같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브랜드를 중시하며 고급스러운 공간에만 입점하려 는 명품 업체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중요한 이해관계자를 끌어들여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골프 시뮬레이터를 만들어서 골프연습장에 판매하던 회사가 스크린 골프장이라는 서비스업으로 확장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핵심은 ‘가맹점’이라는 새로운 생태계 구성원을 모집한 데 있었다.


플랫폼 흡수 현상

아마존이라는 거대 플랫폼의 희생양이 된 사례는 토이저러스만이 아니다.

서점 보더스도 아마존에 온 라인 쇼핑을 맡기는 악수를 두었다. 대형 할인마트인 타깃도 같은 선택을 했었지만 전략을 수정, 2011년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매년 수조 원을 투입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의 먹잇감이 된 식료품 체인 홀푸즈의 사례와 같이, 점점 많은 소매업체들이 온라인에 고객과 공급자를 빼앗기며 문을 닫고 있다.

플랫폼 전성시대는 더 오래 갈 것으로 여겨진다. 아마존과 같은 거대 플랫폼 제공 기업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활용해 자신이 지배하는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온라인 기술 기업부터 오프라인 유통 업체까지 필요하다면 과감히 사들이고 있다. 인수할 만한 가치가 적다면 자연스럽게 고사시키는 것이 플랫폼의 작동 방식이다.

이러한 현상을 ‘플랫폼 흡수’라고 부른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작동한다.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가 힘을 발휘하는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 경제이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들은 기회가 오는 대로 영역을 확대하려 하기 마련이다. ‘개방과 폐쇄 양면 정책’도 본격화된다.

자기 플랫폼의 콘텐츠에 대한 경쟁사의 접근을 차단하려 한다. 최근 아마존과 구글은 서로 상대방의 플랫폼에서 자사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도록 막으려 하고 있다.

다음 단계의 전략은 고객에 대한 장악력 강화이다. 고객의 전환 비용은 높아지고 고객에 대한 경쟁 플랫폼의 접근은 차단하려 한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공급 업체들의 고객도 흡수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도 선도하는 이들 플랫폼들에게 이런 기술들은 고객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생태계 확대를 가속화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

플랫폼 흡수 현상이 강화될수록, 플랫폼 참여자들, 특히 공급 업체들이 플랫폼에 참여해 누려온 이익이 점차 플랫폼 중심 기업으로 이전되는 ‘가치 전유’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플랫폼 중심 기업이 기술을 복제해 잠재적인 경쟁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 참여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기술 또는 제품 검증 과정에서 플랫폼 중심 기업으로의 지식 이전이 발생하기 때문에, 플랫폼 중심 기업이 잠재적인 경쟁자로 등장할 위험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렇다면 플랫폼이 지배하는 생태계 안에서 생존해야 하는 기업들, 특히 중견·중소·벤처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까.

최근 연구 성과들에 따르면, 플랫폼 참여기업으로부터 중심 기업으로의 지식과 가치 유출의 위험은 참여기업이 보유한 ‘지적재산권’에 의해 완화될 수 있다.
 
또 참여기업이 특화된 ‘다운스트림 보완적 역량’을 갖고 있어도 완화될 수 있다.

지적재산권 중에서는 특허, 저작권, 상표권 모두 이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플랫폼 참여기업은 그렇지 않은 참여기업에 비해 더 높은 매출 증가 효과를 누렸다.

기업 공개 가능성도 더 높았다. 이는 지적재산권이 모방을 방지하는 효과는 물론, 모방 후 진입을 방지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가치 전유의 문제는 특화된 다운스트림 역량의 보유 여부와 그 강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특정 제품에 맞는 특화된 세일즈 역량을 갖춘 영업 인력과 고객 관리 노하우, 컨설팅 및 서비스 역량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 플랫폼 참여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더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보완적 역량은 기업과 고객 간 또 기업 내부 인력 간 상호작용에 의해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되는 암묵적 지식이므로, 쉽게 모방되기 어렵다.
 
다운스트림 서비스 역량에 내재된 지식은 체계화, 명문화되기 어려운 속성을 띠기 때문에 밖으로 이전되기 어렵다.

따라서 경쟁자의 진입을 방지하는 효과는 물론, 플랫폼 중심 기업의 모방을 어렵게 만드는 효과도 낸다.

이런 지적재산권 또는 다운스트림 역량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면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필요 역량을 갖추고 협상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생각해 봄직하다.

언어 장벽, 문화 장벽, 규제 장벽이 존재한다면 특정 니치 시장의 고객과 데이터를 선점하는 카테고리 플랫폼(필자가 만든 조어, 전통 비즈니스에서 자신만의 특정 영역을 지배하는 강자를 의미하는 ‘카테고리 킬러’의 ‘카테고리’와 ‘플랫폼’을 합친 말) 전략도 추진할 수 있다.

그 시장에서 확보한 고객. 그 고객의 데이터, 이를 축적하여 분류하고 분석해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노하우, 고객을 관리해온 경험과 서비스 역량이 경쟁력을 창출하는 보완적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 이 글은 <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바꾸는 기업의 미래 > (2018. 3. 서울산업진흥원 발간)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