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03 - 미래로 전진하고 있는 시각 현실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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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필식 작가
IT기술작가


최근 기업들이 VR, AR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대중화를 이루고 있다.

CES 2018과 MWC 2018을 통해 다양한 VR, AR 신제품 동향과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고 그 미래를 전망해 보자.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 혼합 현실 등 시각 현실은 산더미처럼 쌓여진 과제를 풀어가며 진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완성이란 지적에도 대중화를 향해 정면 돌파했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이해와 맞물리며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증거를 CES나 MWC 같은 대규모 전시회에서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1.5세대 가상 현실 헤드셋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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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은 매우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왔던 개념이지만, 사실 대중화의 신호탄을 쏜 것은 겨우 3~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가상 현실 대중화의 열쇠였던 가상현실 헤드셋과 이를 뒷받침할 컴퓨팅 파워, 사용성을 늘리는 가상 현실 콘텐츠 등 수준 높은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안정적인 플랫폼 생태계에서 초기 얼리어댑터가 접근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접점을 좁힌 것이 이때이다.

공교롭게도 강력한 그래픽 파워로 가상 공간의 몰입감을 극대화한 PC 기반 가상 현실 헤드셋이 개발자용 테스트 시장에서 벗어나 대중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것은 CES 2016이었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가 CES 2016에서 공식 데뷔함으로써 CES는 가상 현실 대중화의 가능성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 출발점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드러난 VR 헤드셋 업계의 분발을 재촉하는 문제들이 드러났다. 콘텐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가상 현실 헤드셋과 관련된 기술적 난제들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과 마주해야 했던 것이다.

낮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와 주변부 선명도의 저하를 일으키는 광학 부품, PC에 연결된 케이블로 인한 제한된 움직임, 지나치게 높은 컴퓨팅 파워의 요구, 어지럽거나 메스꺼운 생리 증상 등 경험의 질을 떨어뜨리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업계의 고민으로 떠올랐다.

VR 헤드셋 업계의 대응은 이 모든 문제의 답을 한꺼번에 찾는 것보다 해결 가능한 부분부터 손을 대는 것이었다.

디스플레이 기술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가상 현실 헤드셋의 해상도를 높이고 착용 편의성을 보강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첫 움직임을 보인 것은 CES 2018에서 디스플레이와 헤드셋 무선화에 초점을 맞춘 바이브 프로를 공개한 HTC다.
 
HTC는 종전 2,160×1,200(디스플레이 당 1,080×1,200) 해상도의 OLED 디스플레이에서 2,880×1,600(디스플레이 당 1,440×1,600)으로 끌어올리고 PC와 헤드셋을 무선으로 연결해 불편을 없앤 업그레이드 모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또한 서라운드 오디오를 도입해 실제처럼 가상 공간에서 각 방향의 소리까지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였다. 2세대라고 보긴 어렵지만, 첫 1.5세대 가상 현실 헤드셋이 출현한 것이다.

오큘러스는 HTC보다 상대적으로 신중하다. 좀더 값싼 200달러 대의 독립형 VR 헤드셋을 샤오미와 함께 CES에서 공개하는 한편, 외부 장애물을 인지해 이를 가상 현실 콘텐츠에 반영하는 6 자유도(DoF) 기기인 산타크루즈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후속 기기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오큘러스는 200명 이상의 시각 기술 연구원이 전문 연구소를 통해 헤드셋이 아닌, 가상 현실을 위한 새로운 광학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특히 눈동자의 방향과 초점에 따라 가상 공간 내 근거리와 원거리의 초점까지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단순히 즐기는 수준을 넘어선 기술적 진화의 단계로 들어가는 중이다.

이외에도 CES 2018에서는 지난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423만 달러를 모금한 뒤 1천 500만 달러(한화 156억 원)의 투자를 받은 중국의 VR 헤드셋 스타트업인 파이맥스의 다섯 번째 8K VR도 공개됐다.

파이맥스의 8K VR은 각 면마다 3,840×2,160 해상도를 가진 패널 2개를 싣고 있다.
 
다른 VR 헤드셋보다 면적이 넓은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넓은 200도 시야각의 렌즈를 쓰는데, 사람의 눈이 볼 수 있는 최대 시야각 220도에 가까워 거의 일반적인 사람 눈과 비슷하게 볼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다만 헤드셋이 크고, 과도한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점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산업 변화 주도할 가상 현실과 5G의 트렌드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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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가 소비자용 VR 헤드셋의 기술적 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 CES를 벗어나면 가상 현실은 훨씬 흥미로운 활용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VR 개발자 행사인 오큘러스커넥트 4에서 기조 연설을 했던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가상 현실이 번잡한 출퇴근을 피해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미국의 페이스북 직원들이 VR에서 작동하는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통해 일주일에 두어 번씩 회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스페이스는 최대 4명의 페이스북 친구가 자신의 아바타로 참여할 수 있는 회의 테이블이면서 놀이터로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게임을 하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중이다.

공간 중심의 업무 효율성, 또는 놀이의 공간에 집중한 페이스북과 달리 가상 현실은 프로게이머 리그에서도 가능성을 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인텔 익스트림마스터스(IEM)라는 프로게이머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인텔은 오큘러스와 함께 ESL VR 챌린저를 개최했다.
 
ESL VR 챌린저는 상금이 걸린 첫 VR 프로 대회로 테스트 대회 성격이 짙었지만, 론 에코, 언스포큰 등 VR 게임의 특성에 맞춰 전원 스탠딩 형태로 진행해 기존 데스크톱 게이밍과 다른 재미를 살린 것이 돋보였다.
 
인텔과 오큘러스, ESL은 최근 개최한 IEM 카토비체까지 4번의 VR 챌린저를 진행하면서 또 다른 유형의 프로게이머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실시간 생중계 부분의 가능성은 평창 올림픽에서 확인됐다. 인텔은 평창 올림픽 중 개폐회식 및 주요경기를 가상 현실로 생중계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가상 현실 생중계는 단순히 한 대의 360도 카메라를 활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여러 위치에 배치한 12K 해상도의 VR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데이터 센터까지 초고속 전송하고 고성능 컴퓨팅을 통한 실시간 영상 이어 붙임 및 올림픽 공식 방송(OBS)의 통합 인코딩 후 VR 애플리케이션을 소유한 이용자에게 전송하기까지 컴퓨팅 기반 방송 기술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실험은 향후 콘서트를 비롯해 VR을 활용한 실시간 생중계에서도 주목해 봐야 할 대목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례보다 더욱 흥미로운 가상 현실의 가능성을 보여준 곳이 MWC다.

지금까지 가상 현실은 소비자 중심적인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MWC 2018의 가상 현실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의 새로운 가치를 보조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
 
물론 5G의 활용 사례 가운데 VR생중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5G의 저지연성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등장한 것이 눈에 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NTT 도코모의 5G 로봇과 노키아의 로봇 팔이었다. NTT 도코모의 5G 로봇은 바로 옆에서 움직이는 시연자의 움직임을 거의 실시간으로 함께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몸에 로봇의 각 부위에 해당하는 센서를 팔과 몸에 붙인 시연자는 VR 헤드셋을 쓴 다음 로봇의 관점으로 흰 종이에 글이나 그림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지연성이 거의 없는 5G를 이용해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키아의 로봇 팔도 이와 비슷하다. 참관자가 VR 헤드셋을 쓴 뒤 설치된 로봇 팔을 움직이면 반대편에 5G로 연결된 로봇 팔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5G와 가상 현실을 통해 원격 제어와 관련된 시장이 어떻게 열리게 될지 보여준 주요 사례다.

5G의 연결성과 가상 현실의 공간 구축을 통한 원격제어는 원격 수술뿐만 아니라 고공 크레인처럼 고위험군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상 현실 산업과 이동통신의 트렌드 융합으로 바뀌게 될 산업의 변화를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서서히 끓고 있는 증강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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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현실 시장에서 가상 현실보다 증강 현실에 대한 기대가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다.

수많은 시장조사기관들의 보고서마다 단기적으로 콘텐츠에 기반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가상 현실 분야가 시각 현실 시장을 이끌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증강현실 시장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쓰여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마다 나오는 이 보고서에서 두 시각 현실기술의 규모가 조금씩 조정되며 격차를 줄이고 있긴 해도 아직까지 장기적 관점에서 증강 현실의 비중이 가상 현실보다 좀 더 높을 것으로 보는 쪽이 우세하다.

증강 현실은 가상 현실과 달리 실제 세상 위에 정보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면서 동시에 디스플레이를 통해 정보를 즉시 확인하는 특성이 있다.

데이터를 찾아내 이를 디스플레이로 보는 과정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데다 실제 세계에 디지털 콘텐츠를 융합할 수 있는 시각 기술이라는 점에서 일상은 물론 교육 및 산업 전반에 걸쳐 컴퓨팅 환경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인정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특장점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증강 현실의 오늘을 볼 때 대중화를 말하기는 조금 이른 시점이다.

증강 현실이 갖고 있는 정보 획득 과정의 단순화와 디지털 콘텐츠 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디스플레이와 공간 인지, 제스처 컨트롤, 네트워크 및 컴퓨팅 기술이 어우러져야 하는데, 아직 이를 완성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CES나 MWC에서 증강 현실의 문제를 개선한 하드웨어나 솔루션의 등장이 늘고 있는 점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증강 현실을 구현하는 AR 코어나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를 위한 AR 키트를 활용하는 비교적 가벼운 수준의 증강 현실 애플리케이션들이 앱스토어를 통해 배포되면서 증강 현실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문제는 교육 분야나 산업 쪽이다. 이 분야에서 디지털 콘텐츠 융합이나 작업 효율성을 위해선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증강 현실 헤드셋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은 AR 헤드셋의 궁극적인 방향은 쉽게 착용할 수 있는 안경 형태를 띨 것이라고 말한다.

온전한 증강현실 장치는 아니나 두 손을 모두 써야 하는 물류 산업에서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가진 구글 글라스로 바코드를 찍어 해당 정보를 디스플레이로 보는 비전 피킹(Vision Picking)을 도입했던 것처럼 안경 형태여야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안경 형태로 도전한 제품들은 조금씩 나오는 중이다. 이번 CES에서 부직스(Vuzix)는 평범해 보이는 뿔테 안경에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을 공개했다.

다만 이 제품은 입체적인 디지털 오브젝트를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은 갖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 입체적으로 표시 가능한 AR 헤드셋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다큐리(DAQRI)의 스마트 글라스가 대표적이지만, 이보다 좀더 자연스러운 제품을 준비하는 곳은 구글, 소프트뱅크, 알리바바 등 대기업들이 투자한 매직 리프다.

매직 리프에서 자체 개발 중인 헤드 마운티드 가상 망막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좀 더 작고 가벼운 증강 현실 헤드 마운트의 개발자 버전이 곧 공개될 예정인데, 이 제품은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증강 현실세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매직 리프 외에도 AR을 위한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곳은 여럿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다큐리에서 채택한 루머스(LUMUS)가 대표적이긴 하나 AR을 위한 투명 디스플레이의 시야 각과 화질 문제에서 아직 자유롭지는 않다.

이에 한국 스타트업인 레티날(RetinAR)은 기존 AR 디스플레이의 화질과 70도의 시야 각을 개선한 제품을 CES와 MWC 2018에서 공개했는데, 그 이후 구글이나 애플 등 증강 현실 플랫폼과 제품을 준비하는 IT 기업들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신세계에 들어설 준비가 필요한 때

가상 현실이 대중화되고, 증강 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 CES와 MWC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참관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도구로 시각 현실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시 기업마다 롤러코스터, 스켈레톤, 낙하산, 열기구 등 다양한 어트랙션 장치와 동기화된 가상 현실 콘텐츠로 스릴을 맛보게하고, 증강 현실 장치와 서비스가 주는 편의성을 경험하게 하는 전시 도구로써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컴퓨터 비전에서 얻은 경험의 공통점은 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여주던 사각의 틀에서 우리를 탈출시킨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두 개의 평면, 또는 투명 디스플레이로 만들어 낸 기술적 속임수라고 할지라도 시각 현실 기술로 무한하게 확장되는 공간을 경험한 이후에 그동안 보던 평면의 디지털 세계가 얼마나 시시한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평면적 디스플레이를 탈출하기 어렵다. 시각 현실 기술의 가치를 알아보더라도 아주 오랫동안 익숙해 있던 평면적 디지털 세계는 우리의 사고를 평면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각 현실 기술로 표현된 디지털 공간에 익숙해지려면 우리는 실제처럼 디지털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지만, 그것을 기를 준비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 고민의 답이나 힌트를 CES와 MWC에서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산업적으로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면의 틀을 깨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한 것만으로 그 소득은 적지 않다. 사각의 디스플레이 세계에서 벗어나면 신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니까.

중요한 것은 그 신세계를 찾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이다. 시각 현실의 콜럼버스가 될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