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인공지능 없이 디지털 혁신 없다
▲ 김형철 PM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CES 2018이 개최된 라스베이거스는 'Hey Google'광고가 점령하고 있었다.
음성인식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은 가전제품과 자율주행차를 넘어서 다양한 영역에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동향과 전망을 살펴보자.
지난해 2017년 CES에서 아마존 알렉사가 CES현장을 온통 뒤덮으며 인공지능이 음성인식 서비스의 모습으로 일상생활에 스며드는 것을 목격하면서, 2018년 CES는 음성인식 서비스의 한걸음 후발 주자인 구글이 총력전을 펼칠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CES 2018 현장은 그 예상 그대로 헤이 구글(Hey Google),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가 뒤덮고 있었으며, CES 현장뿐 아니라 모노레일을 포함한 라스베이거스 도시 자체를 구글 광고로 뒤덮을 정도였다. (하지만 미국 시장 점유율로 봤을 때 아직 구글 홈은 아마존 에코/알렉사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Consumer Intelligence Research Partners, 2018.1.26.)
인공지능 대표 서비스인 음성 지능 인터페이스
CES에 출품된 대부분의 제품이 음성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닛산, 도요타, 포드 등 자동차 관의 자율주행 콘셉트카에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는 기본이 되어 있으며, 대부분 구글을 탑재한 것에 비해 혁신적인 콘셉트카를 출품하여 뉴스의 초점을 받은 중국계 자동차 회사인 바이튼은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하였다.
가전제품에도 예외 없이 음성인식 인터페이스가 탑재되었다. TV, 냉장고, 로봇 청소기 룸바, 세탁기, 공기 청정기를 포함하여 일상 가정의 가전제품에는 모두 음성인식이 가능했고 대부분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제공하고 있었다.
약간 의외였던 것은 커피 메이커, 믹서기, 쿠커, 오븐 등의 주방기구와 CCTV 카메라, 전등, 스위치, 콘센트, 도어록 등의 스마트 홈 제품들, 심지어는 멀티탭까지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었다는 점이며, 대부분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연동하고 있었다.
벨킨이나 아이홈의 경우에는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 중에서 어느 하나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서 둘다 동시에 지원한다는 사실을 홍보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모든 제품이 각자의 인공지능 기능 탑재에 대한 위상을 갖추기 위해 개별적으로 직접 음성 명령이 가능한 구글 어시스턴트 혹은 아마존 알렉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음성 명령이 각 제품에 실제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고려했을 때 구글 홈이나 아마존 에코 등의 음성인식 스피커를 허브로 하여 가정 내 제품들이 연동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영역에 활용되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인터페이스가 CES와 MWC를 수놓은 인공지능의 대표 서비스이긴 하였으나, 인공지능의 영역은 음성인식을 넘어서서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제품들과 결합하여 선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CES 2018의 인공지능 전시관을 가장 크게 중국의 알리바바와 바이두, GPU 칩 메이커에서 토털 인공지능 기업으로 선두에 있는 엔비디아(NVIDIA), 그리고 스타트업 전시관인 유레카관의 사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의 확산 분위기를 살펴본다.
알리바바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입지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영상 및 음성인식 등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클라우드 서비스인 ET Brain을 출품하였다.
알리바바의 ET Brain은 적용 도메인별로 특화하여 스마트 시트를 위한 ET City Brain, 스마트 팩토리를 위한 ET Industrial Brain, 그리고 환경문제를 위한 ET Environmental Brain을 제시하였다.
ET City Brain은 도시 계획, 도시행정 등에 적용하여 실시간 트래픽 관리 및 예측, 스마트 배수 등에 활용되고 있다.
2016년 9월에 항저우의 자오샹 구역에 ET City Brain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여 차량통행속도가 16% 향상된 성과를 바탕으로 2017년 6월 항저우 전체에 시범서비스가 확대되었다.
2017년 8월에는 마카오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파트너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ET Industrial Brain은 중국의 스마트제조 이니셔티브인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하여 제조공정의 데이터 분석 영역에 특화되었다.
ET Environ-mental Brain은 온도, 풍속, 기압, 습도, 강수량, 일조량 등 환경 데이터 분석을 통한 스모그 발생 패턴 등을 예측하는 데 적용되고 있다.
바이두는 음성인식 인터페이스인 DuerOS와 자율운행차용 인공지능 플랫폼인 Apollo를 중심으로 자사의 인공지능 전략을 발표한 바 있으며, CES와 MWC에서 이 두 플랫폼을 소개하였다.
DuerOS는 ‘중국의 알렉사’를 표방하며 레노버, 하이얼, 샤오미 등과 연합하여 음성인식 생태계를 확산하고 있으며, 아마존 알렉사와 호환되게 설계하여 기존의 알렉사 호환 제품들에 손쉽게 DuerOS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 눈에 띈다.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Apollo 탑재 자율주행차에 DuerOS를 통한 음성인식 서비스를 선보였다.
Apollo는 ‘자동차 산업의 안드로이드’를 표방하고 운전자 졸음이나 주의산만 등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차량에 직접 탑재하는 양산용 Apollo 코-파일럿 시스템 하드웨어 유니트인 ACU(Apollo Computing Unit), Apollo 블랙박스 유니트 등을 선보였다.
엔비디아(NVIDIA)는 자율주행차용 프로세서인 재비어(Xavier)와 레벨 5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위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를 표방한 모듈인 페가수스(Pegasus)를 내놓았으며, 레벨 5 수준의 포뮬러 1 자율주행 레이싱 카인 로보레이스(RoboRace) 실물을 전시하였다.
하드웨어 및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만 탑재된 로보레이스를 이용한 인공지능 오픈 챌린지에 이미 10개 참가팀이 선발되어 자율주행을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각자 개발 중에 있으며, 2019년에 챌린지가 진행될 예정이다.
CES에서 전시된 인공지능 보조 소프트웨어인 드라이브 IX는 차량 내외부의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여 얼굴인식을 통한 자동 트렁크 열림, 운전자의 졸음이나 주의산만 인식, 차량 곁을 가까이 지나가는 자전거 인식을 통해 자동도어 잠금으로 충돌을 방지하는 등의 지능형 보조를 지원한다.
또한 자율주행의 핵심 소프트웨어인 뉴럴 네트워크 기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드라이브 AV, 증강현실을 활용한 주행 중 관심지점 정보 전달 등을 하는 드라이브 AR 소프트웨어 스택도 전시하였다.
이처럼 차량용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스택 전시를 통해 엔비디아가 더 이상 칩 제조사에 머무르지 않고, 자율주행에 관한 토털 플랫폼 회사로 확장해 나가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레카관의 에이폴리(Aipoly)가 출품한 무인점포 솔루션은 영상인식 기반으로 매장 내의 고객과 진열장 내의 상품을 각각 인식하여 구매 상품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고객별로 지불하게 하는 솔루션으로 CES 2018 혁신상을 받았다.
무인점포라는 콘셉트로는 아마존 고(Amazon Go)와 매우 유사하지만, 영상 카메라 외에도 음성 마이크, RFID 센서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아마존 고와는 달리 영상 카메라만을 이용하여 무인점포 콘셉트에 접근한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돋보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로봇과 결합된 인공지능
CES 2018에 별도의 로봇관 외에도 다양한 전시공간에서 사람에게 감성을 표현하고 사람과의 교류를 토대로 하는 인공지능 기반 소셜로봇이 다양하게 출품되었다.
로봇관에 전시된 상당수는 아바타마인드의 유아용 로봇 iPal 등 중국 기업의 제품들이었으나 단순한 손동작, 머리 회전, 책 읽어주기 등의 기능에 국한된, 다소 제한적인 범주의 로봇들이 대부분이었다.
로봇관 외에도 전체 전시관에서 눈에 띄는 인공지능 기능이 보다 돋보이는 몇 가지 로봇을 살펴본다.
소니는 몇 년간의 침묵기를 깨고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의 차세대 제품을 내놓았는데, 기존 제품과는 달리 몸동작이나 눈짓을 통한 풍부한 감성 표현이 많이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사용자 인식, 사용자가 쓰다듬어주는 터치에 반응하고, 주인과 주고받는 인터랙션에 따라 맞춤형으로 길들여지는 맥락 유지(Context-aware) 특징이 돋보인다.
세븐 드리머스는 옷장 형태의 빨래 개는 로봇인 런드로이드(Laundroid)를 내놓고 직접 시연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과 로봇 기술이 얼마나 폭넓게 융합되어야 빨래를 갤 수 있는지 보이는 기회가 되었다.
옷의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섬유 소재의 유연성 특성상 로봇이 인식하고 다루기도 어려운 주제이며, 이미지분석 및 딥러닝을 통한 빨래를 집는 위치의 판단 등의 난이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다섯 장의 티셔츠를 넣고 18분 시연 후 단 하나의 티셔츠만 개어져 있다던가, 아예 그조차 보이지 못하는 시연 공연도 있었던 점 등으로 보았을 때 런드로이드의 기술 완성도와 실체에 대해서는 관망이 필요하다.
한편, 옴론에서 내놓은 탁구 치는 로봇인 포르페우스(Forpheus)는 3개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동작과 공의 움직임을 인식하여 경기를 진행하는 제법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로봇이 공을 서비스할 때 공을 띄워주는 보조 로봇팔과 라켓을 쥐고 있는 메인 로봇팔의 시공간 타이밍은 매우 흥미로운 모습을 보였다.
혼다는 자동차관에 부스를 마련하였지만 커다란 전시장에는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인공지능 기반 세 종류의 3E 로봇 콘셉트만 전시하였다.
단순한 모양을 가졌지만 움직이는 이모티콘 같은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컴패니언(3E-A18), 감정 표현이 가능한 다기능 짐수레 형태의 이동로봇(3E-C18), 그리고 재난상황에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오프로드 자율주행차량형 로봇(3E-D18)은 자동차 회사로서의 혼다라기보다는 휴머노이드인 아시모의 후예들인 로봇을 통한 비전을 보이고자 하는 혼다의 의지가 눈에 띄었다.
핸슨 로보틱스는 전시관 부스를 마련하지는 않고 CES 2018의 공식 개장 바로 전에 있었던 기자단 취재 행사로만 안드로이드인 소피아에 DARPA 로봇챌린지(DRC)에서 우승했던 KAIST의 휴머노이드인 DRC-휴보의 몸체와 연결하여 소피아가 걷는 시연을 보인 바 있다.
소피아는 사람 얼굴 형태의 안면 근육과 안면 피부 소재인 플러버를 토대로 하여 시선 이동과 안면 근육 움직임을 통한 표정 표현이 주요 특징이며, 구글 음성인식과 오픈소스 대화처리 플랫폼을 활용하여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이다.
하지만 최근 과도한 마케팅에 따라 소피아의 인공지능 수준을 과대포장하고 있어서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러운 시각이 많으며, 인공지능 거장 Yan Lecun 교수도 최근 이 우려를 SNS에서 지적한 바 있다.
글을 마치며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로 시작한 인공지능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으며 클라우드 플랫폼, 자동차용 운전보조 플랫폼, 로봇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딥러닝의 도출 결과를 해석하지 못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에 대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미지의 한 픽셀만 변경한 것이 개를 자동차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딥러닝의 수준을 극복해야 하며, 데이터의 편향성에 따른 학습결과의 편향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트롤리 딜레마 같은 인공지능의 윤리에 대한 연구 등 인공지능이 보다 안전하고 넓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깊이 있고 폭넓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