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현장속으로 - (주)엠디뮨 배신규 대표
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국내 최초 엑소좀 치료제 연구개발로 난치질환 극복 신호탄을 쏘다
글_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한제훈(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부작용 없는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을까? (주)엠디뮨(이하 엠디뮨)은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고령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암 발생률은 더 높아졌고, 인간과 암의 전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엠디뮨은 인류의 암 정복에 동참하여 ‘이 세상에 없는 획기적인 항암제’를 개발해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려 한다.
원하는 병변에만 정확하게
배신규 대표는 엠디뮨을 ‘스토리가 있는 기업’으로 소개했다. 사실 배 대표가 엠디뮨을 창업한 배경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배 대표의 모친이 대장암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존 항암 치료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많은 부작용이 뒤따랐다.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는 모친을 보며, 배 대표는 암 조직에만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은 없을까? 고민했다.
그때부터 약물전달 기술에 관심을 갖고 ‘이런 기술이 있다면 반드시 사업화할 것’이라 다짐했다. 그 바람은 허상만은 아니었다. 2015년, 배 대표는 운명처럼 ‘엑소좀(Exosome) 기술’을 만났다.
바이오를 전공하고 연구원 생활도 했던 배 대표는 국내 벤처캐피탈에서 바이오투자 심사역을 하면서 바이오 벤처기업을 상장시킨 경험이있다.
이 때문에 관련 사업 정보를 얻을 일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포항공대에서 원천기술로 개발한 엑소좀을 접하게 된 것이다.
엑소좀은 세포가 다른 세포에 특정 정보를 전달할 목적으로 자신의 유전자 혹은 단백질 등을 담아 분비하는 나노 크기(약 60~100nm)의 소포다.
1981년 엑소좀의 존재가 처음 발견된 이후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최근에는 엑소좀을 차세대 약물전달체로 활용하는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아직 사업화는 되지 않은 초기 단계. 국내에서도 몇 군데 대학에서만 엑소좀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배 대표는 역설적으로 지인들의 ‘모른다’는 말에 창업을 결심했다.
“다 알고 있다고 했으면, ‘나만 몰랐구나’ 싶어 관심이 가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살펴보기엔 이 기술은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거든요. 논문이 쏟아지는 만큼 사업화까지 길이 멀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도전했죠.”
그렇게 배신규 대표는 2015년 4월에 엠디뮨을 설립했다. 엠디뮨은 영어로 'MDimune'으로 표기하는데, 'MD'는 'Missile Drug(미사일 약물)'의 약자로 표적치료제를 가리킨다.
'imune'은 면역이란 뜻을 지닌 'immune'에서 차용하였다. 이러한 풀이를 조합해 ‘면역시스템을 이용한 항암제를 표적치료제로 개발한다’는 의미를 회사 이름에 담았다.
배신규 대표는 이 기술에 '바이오 드론(BioDrone™ Technolog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드론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물건을 배달해 물류업계에 혁신을 일으킨 것처럼, 엠디뮨 역시 다양한 표적화 특성을 지닌 면역세포 및 줄기세포 유래 인공 엑소좀에 특정 약물을 탑재해 원하는 병변 조직에 전달하고자 한다.
국내 최초 엑소좀 치료제 연구개발 기업
엠디뮨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엑소좀 치료제 연구개발 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엑소좀 분야의 선도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엠디뮨이 보유한 인공 엑소좀 기반의 약물전달 기술(Drug Delivery System, DDS) 플랫폼은 이 분야 안에서도 차별화된 기술로 통하고 있다.
사실 세포가 분비하는 엑소좀은 탁월한 약물전달 기능을 지니고 있음에도,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양이 적어 사업화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엠디뮨은 세포 압착 방식으로 대량의 인공 엑소좀을 생산하는 획기적인 플랫폼을 개발해 특허까지 냈다.
인공 엑소좀은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엑소좀만큼 약물 전달 효율이 좋으면서도,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차세대 약물전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실험을 하니, 자연 엑소좀과 인공 엑소좀의 기능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인공 엑소좀은 세포만 있으면 물리적인 방법으로 만들 수 있어 일정량의 엑소좀을 얻을 수 있어요. 게다가 생산성이 자연 엑소좀보다 100배 좋습니다.”
인공 엑소좀은 다양한 기능의 세포를 이용해 맞춤형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엠디뮨이 보유한 인공 엑소좀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은 리포좀과 폴리머를 이용하는 1세대 DDS 기술과 항체를 약물에 결합해 표적화 효율을 높인 2세대 DDS 기술에 이어 나온 3세대 기술이다.
세포 자체의 특성을 그대로 활용해 항체 결합이 필요 없는 DDS 기술을 만든 것이다. 엠디뮨이 개발하는 엑소좀 항암제는 정상조직보다는 암 조직을 표적화하는 엑소좀의 특성을 활용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했다.
또한, 엑소좀에 탑재하는 항암제는 이미 출시되어 환자들에게 사용하고 있는 항암제를 이용하므로 신약개발에 따르는 리스크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면역세포 유래 인공 엑소좀을 활용한 항암제는 암 조직에만 선택적으로 최적량의 약물을 전달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했다. 단일 제제를 사용한 것보다 20배의 효능이 있음을 이미 검증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신체에 투여하는 항암제의 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100을 주사했다면 암 조직에는 0.1%도 가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엑소좀 기술을 활용하면 동일한 양의 약물을 보내기 위해 10만 사용해도 됩니다. 그러면 부작용은 줄이고,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늘릴 수 있죠.”
아울러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줄기세포 유래 인공 엑소좀을 이용한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 개발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괴된 폐를 재생하는 치료제는 전무했다. 하지만 엠디뮨은 현재 연구 중인 마우스(Mouse) 모델에서 약 50%의 폐포 재생률을 확인하는 등 획기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혁신과 성장으로 나눔을 실천하다
설립한 지 이제 4년차. 기본적으로 신약 개발을 완료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절대 짧지 않다.
안타깝게도 배신규 대표의 모친은 임상시험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작고했다.
그러나 배 대표는 모친의 교훈을 잊지 않으며, 그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다른 암 환자와 암 환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
이를 추진해 가는 기반은 남다른 기업문화다. 2006년에 한 차례 바이오 기업을 창업했던 경험이 있는 배신규 대표는 과거 경험을 참고 삼아 회사 설립 초기부터 경쟁력 있는 기업문화 형성에 심혈을 쏟고 있다.
지금도 엠디뮨은 지속적인 공정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아직 시장에 출시된 엑소좀 약물이 없기에, 식약처 등 관련 기관의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이다.
선구자의 길을 택했기에, 자연스럽게 연구 근거에 대한 입증 책임도 엠디뮨의 어깨에 놓여 있다.
“길이 없는데 만들면서 간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최근 식약처에서 세포유래 의약품이라는 항목으로 엑소좀 연관 항목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제품 분류항목이 만들어졌으니, 다음은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작업이 이어질 겁니다. 앞으로는 그 기준에 맞추어 생산 공정을 확립하고, 플랫폼 개발을 넘어 궁극적으로 기술을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올해부터는 훗날의 목표로 삼았던 나눔이란 사명도 현재의 실천사항으로 가져왔다. 지금부터 습관이 돼야 진정으로 성공했을 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직원들이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면, 회사에서 해당 금액만큼 추가로 기부해 사회의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것이다.
사고와 경험의 확장을 위한 북포럼도 엠디뮨만의 특별한 기업문화로 자리잡았다.
엠디뮨은 2020년을 기준으로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에는 바이오드론 기술을 완성해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약개발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고자 한다. 배신규 대표는 지금부터 꿈을 꾸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항암제를 통해 회복한 환자들이 우리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왔을 때, 비로소 ‘성공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우리 회사의 존재의 이유이자, 현재도 회사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언젠가 우리 회사가 사옥을 지을 때, 환자들이 보낸 감사 편지를 액자에 담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