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는 기업의 연구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대한민국 토종 종자 글로벌 기업을 꿈꾸다
▲ 류경오 대표
아시아종묘(주)
공동 작성_ 남정호 전무((주)INI R&C),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종자산업은 작물 생산을 위한 곡물, 채소, 화훼 종자를 개발하고 육성 보급하는 산업으로 세계적으로 산업화에 따른 경지면적 축소,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생산량의 불확실성, 소득 증대에 따른 소비 증가 등으로 식량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종자산업의 중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능성 식품, 식물유래 치료제 등 종자를 활용한 제품 응용범위가 확대되면서 식품산업, 제약산업, 미용 및 헬스케어 등과 융복합화 하는 등 신성장 산업으로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에 선진국들은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이른바 ‘종자전쟁’을 벌이고 있다.
종자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인식하여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글로벌종자기업들은 원천기술의 선점을 위해 막대한 예산투입 및 M&A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종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종자사업을 실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당시 흥농종묘, 중앙종묘, 서울종묘 등 국내 주요 종자 회사가 몬산토 등 다국적 종묘회사에 모두 매각되면서, 종자에 대한 권리도 외국기업으로 이전되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 먹을거리의 제공과 식량주권의 확보 차원에서 종자기술 확보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종자산업의 근간이 흔들리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과 차별화된 종자 개발로 국내 종자 산업을 이끌고 종자산업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국내 최다 자체 개발 품종을 보유하고 최근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아시아종묘 이야기이다.
토종 기능성 종자로 승부하다
1992년 ‘아시아나종묘’로 문을 연 아시아종묘는 다양한 기능성 채소 종자를 개발하고 있는 토종 종묘회사로 약 1,020종의 채소 종자와 기타 종자 270종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속이 노란 수박, 검은 토마토, 보라색 풋고추, 맵지 않은 오이맛 미인풋고추, 월동 양배추 윈스톰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며 항산화 물질을 함유한 배추, 혈당 강하 성분이 든 풋고추, 항암 성분이 있는 브로콜리 등 기능성 품종도 개발했다.
특히 양배추와 브로콜리 품종 개발, 유색 어린잎채소와 새싹채소 육종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종묘는 외환위기 이후 잃어버린 종자주권을 되찾고 우리 식탁을 보다 풍성하게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다양한 토종 품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신품종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매출의 15% 정도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R&D 인력이 전체 직원의 40%(82명)를 차지할 정도로 신품종 육성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중국·인도·중동·유럽 등 36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인도 현지 법인과 베트남 생산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향후에는 연구개발거점 확보와 현지 적응형 품종 개발, 현지 마케팅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현지 맞춤형 사업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윈스톰 양배추 개발 배경 및 개발 성과
종자는 농작물 생산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이다. 우량종자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는 농작물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생산 이후의 유통·가공·저장 방향을 결정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가공·유통산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종자산업은 먹거리와 직결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꼭 필요하면서도 성장성이 커 농업의 반도체라고 불린다.
파프리카 씨앗의 경우 g당 가격이 9만 1,000원으로 같은 무게의 금 값 4만 2,000원의 2배 이상이다.
따라서 일부 미래학자들은 종자산업이 인공지능(AI)이나 정보기술(IT)보다 더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종자산업은 IMF 외환위기 때 주요 종자 회사들이 해외로 매각되면서 종자산업의 토대가 무너지는 위기에 봉착했다.
현재 한국의 종자시장 점유율은 세계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종자 수출로 인한 로열티 수입보다 종자 수입에 따른 로열티 지급이 훨씬 많은 수준이다.
현재 우리가 먹는 채소 셋 중 하나는 수입 종자로 심지어 청양고추까지 수입 종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종묘가 10년이 넘는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한 ‘윈스톰’ 양배추는 국산종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되었다.
장영실상, 대통령상을 연속 수상한 ‘윈스톰’ 양배추가 개발되기 전 국내에서 겨울철에 재배되는 양배추는 전량 수입 품종이었다.
외국 양배추 종자(주로 일본)를 수입해 농민들이 재배하여 출하하는 방식으로 특히 겨울철에 재배되는 월동형 양배추는 전량 일본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였다.
이에 아시아종묘는 국산 양배추 품종 개발이 국내 농업 발전 및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2004년 ‘윈스톰’ 양배추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10년 이상의 각고의 노력 끝에 ‘윈스톰’ 양배추가 개발되었고 2014년 7월 첫 국내 판매를 시작하였다.
추대가 안정적인 순수 국내 개발 품종 ‘윈스톰’은 무게가 1.8~2.1kg 정도인 편형 양배추로, 구색이 짙은 녹색을 띠며 단맛이 뛰어난 양배추 품종으로 만생종으로 분류되며, 밑둥썩음병에 강하고, 위황병이나 연부병같은 병해에도 강해 재배가 쉬운 편이다.
또한 외국산 양배추와 달리 ‘윈스톰’ 양배추는 야외에서 추운 겨울동안 정상적인 생육이 가능하도록 내한성을 향상시켰고, 수확·판매 시기가 외국산보다 한 달 정도 여유가 있어 농민이 판매시기를 결정하여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포장 저장성(재배 중 품질 저하 없이 밭에서 견디는 능력)을 향상시켰다.
‘윈스톰’ 양배추는 웅성불임성을 이용하여 종자를 생산하기 때문에 순도 100%의 고순도 양배추로써 재배 농민들은 일본 양배추를 심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월동 재배 지역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앞으로 수입 대체 효과뿐만 아니라 수출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매출 전망 또한 밝다. 지난해 말 흑자전환에 성공해 별도 기준 매출액 213억 1,300만 원, 영업이익 7억 4,900만 원, 순이익 24억 900만 원을 달성한 데 이어, 2021년까지 매출 6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300억 원, 해외 300억 원으로 국내외 매출 비중을 5대 5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재배자와 소비자에게 상품성과 품질을 인정받게 되면 그 매출이 매년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종자 산업의 특성상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윈스톰 양배추 개발 성공 요인
(1) 제품차별화 : 틈새·기능성 품종 중심의 개발
일반적으로 종자산업은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한 종자를 바꾸려 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아시아종묘는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 경쟁이 덜한 틈새시장과 고기능성 채소분야 개발을 목표로 하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종자 시장진입에 성공하였다.
현재 항산화 물질 고함유 적·자색배추(미스홍, 드셔보라), 혈당 강하 물질 고함유 풋고추(미인풋고추), 항암성분 고함유 브로콜리(킹돔) 등 기능성 품종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특수 품종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윈스톰 양배추 역시 농민들이 기존 양배추 재배 시 당면하는 문제점에 착안하여 개발되었다.
추위에 견디는 힘과 내병성(밑둥썩음병, 시들음병, 무름병)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였으며, 추울 때 발생하는 안토시아닌 착색(양배추 잎이 붉게 물드는 현상)이 거의 없고, 포장 저장성 및 열구(구가 갈라지는 현상)에 강해 9월에 정식할 경우 이듬해인 3월 초~4월 말까지 수확이 가능하도록 차별화하였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양배추의 재배환경이 점점 나빠지기 때문에 예전에 없던 병충해의 피해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에 아시아종묘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재배하기 쉬운 내재해성 품종과 모든 병해충을 견딜 수 있는 복합내병충성 품종 개발 및 강력한 항암물질로 알려진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 등이 많이 함유된 고기능성 품종 개발 등 차별화된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2) 개발 기간 단축 : 다양한 유전자원 확보 및 신품종 개발 속도 향상
종자산업은 오랜 기간 연구가 뒷받침돼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의 장기 연구를 통해 성과가 창출되는 지식기반산업이다.
따라서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 중의 하나이다.
아시아종묘는 후발주자인 만큼 개발 시간 단축을 위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R&D 투자와 더불어 매년 9월~3월 기간에는 해외 거점으로 넘어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개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상품 개발시간을 평균 3~5년으로 크게 단축시켰다.
한국의 기온이 내려가 연구에 제약이 있는 동절기에는 베트남과 인도에 있는 연구소를 활용해 기술 개발을 지속해 나가기 때문에 개발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으며, 이러한 연구 시스템의 결과로 품종보호등록 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품종 개발 기간 단축으로 인해 아시아종묘가 지난해 새로 출시한 신품종 종자만 100종이 넘는다.
종자산업의 특허인 ‘품종보호’ 등록 종자로 양배추 43개, 고추 7개, 배추 6개, 수박 4개, 참외 3개, 오이 3개 등 13개 작물 신품종 93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0여 품종이상의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또 콜라비·양구슬 냉이 등 13개 작물 신품종 61개는 품종보호를 출원 중에 있다.
(3) 육종기술과 생명공학기술로 개발한 신품종의 정밀한 검증 체계 구축
최근의 종자산업은 전통적인 교배와 육종을 통한 신품종 개발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식품·의약품·화장품·헬스케어·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재료·나노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융복합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으로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유전자원 확보와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한 내재해성(Climate Ready) 품종개발과 그에 따른 신뢰성 등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우수한 유전자원의 확보를 통한 우수종자 개발과 더불어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적응하면서 생산성이 좋은 종자의 정밀한 검증체계가 필요하다.
아시아종묘는 생명공학기술과 육종기술을 접목하여 유전적으로 다른 종자를 교배해 우수한 형질의 교배종을 개발·상용화하는 기술 개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개발된 신품종의 정밀한 검증체계를 구축하여 개발된 종자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의 다양한 유전자원 확보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3~4년 안에 터키나 러시아에 있는 우수한 중소 종자기업을 인수합병해 다국적기업으로서 기반을 충실히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4)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 도입
종자 기술개발은 연구원의 오랜 경험과 다양한 노하우, 신기술 및 새로운 개발 트렌드의 조합이 무척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아시아종묘는 인력 유출 방지 및 인재양성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대학원, 석박사 과정 학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우수 개발자들에게는 성과에 따라 우리사주를 지급하고 있다.
경쟁사들과는 달리 아시아종묘에는 최고 30~50년 이상 종자연구에 경력을 가진 연구원들이 많다. 젊은 연구원들이 경력자들 밑에서 수많은 노하우를 전수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해외 경험을 쌓고자 하는 우수사원에게는 해외 출장 및 해외 워크숍 참여 기회를 주고 있으며, 퇴직 후 종묘상을 창업하거나 귀농하는 직원들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아시아종묘 연구원들의 근속연수는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래 종자 산업을 이끌어갈 후학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에도 열심이다.
2012년부터 ‘아시아종묘 장학기금’이란 이름으로 차후 종자산업에 종사할 대학교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총 26명이 장학금을 지급받았다.
그렇게 육성된 우수인재를 채용하여 청년실업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종묘의 성공시스템은 ‘세계인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기업 이념 아래 세계 모든 나라의 기호도에 맞는 맞춤형 품종을 적기 개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오는 2021년 채소종자 수출 3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겠다는 아시아종묘의 미래가 주목되는 이유다.
(5) 코스닥 성공 입성 이후 비전
지난 2월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아시아종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신품종을 지속 개발하여 해외시장 강화 및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중국, 인도, 중동, 유럽 등 36개국에 진출해 있다.
이후 연구개발 거점 확보와 현지 적응형 품종 개발, 전시포 사업, 현지 마케팅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현지 맞춤형 사업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아시아종묘는 고수익 및 기능성 품종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하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국내외 시장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