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INTRO -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팩토리

32.png

31.png

▲ 정병도 교수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자동화된 설비의 도입, 제조 실행 시스템의 구축이 스마트팩토리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을 위해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불확실성, 변동성에 유연하고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통합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기술을 통해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들어가며

전 세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가 논의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과 새로운 시대를 위한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지속되고 있다.

사실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화두가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이전부터 세계 각국은 제조업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독일은 2012년 국가 하이테크 비전 2020의 일환으로 'Industrie 4.0'을 포함하였으며, 미국은 2012년 이후 ‘국가 첨단 제조 전략’등으로 침체된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의 ‘산업재흥플랜’, 중국의 '중국제조 2025' 역시 이러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고 크고 작은 노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제조업 혁신을 통한 성장과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스마트팩토리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스마트팩토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스마트팩토리의 시대

최근 정부는 현재 5,000개 수준인 스마트팩토리를 2022년까지 2만 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한국의 스마트팩토리 보급 확산 실적과 계 획을 해외의 연구자에게 이야기하면 그들의 반응은 “한국에서 구축한다는 스마트팩토리의 정의는 무엇인가요?”로 종결된다.

더불어, Industrie 4.0이라는 슬로건 아래서 가장 먼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한, 그리고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고 이야기되는 독일에서는 과연 몇 개의 스마트팩토리가 구축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한 자동차 회사에서는 고정된 생산라인 기반의 제조 프로세스를 모듈형 생산 프로세스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개발하는 중에 있으며, 스웨덴의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는 스마트팩토리 기술의 도입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팩토리라고 하면 자동화된 공장을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자동화 설비를 설치하고, 또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제조실행시스템(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을 구축하고 이를 스마트팩토리라고 홍보한다.
 
자동화 설비, 데이터 수집 모두 스마트팩토리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는 데 이견은 없지만, 이를 통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고 이야기하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자동화된 설비, 더 나아가 컴퓨터로 통합되어 운영하는 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이라는 개념은 이미 오래전부

터 있어 왔고, 자동화된 생산라인 역시 많은 기업들이 이미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MES를 통한 데이터의 수집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니며, 실시간으로 기업의 정보를 통합하고 운영하겠다는 RTE(Real-time Enterprise) 역시 오래된 화두이다.
 
이들은 모두 3차 산업혁명이라는 타이틀이 더욱 어울린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 이야기하는 스마트팩토리는 어떤 모습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다음은 독일에서 이야기한 Industrie 4.0의 요약문에서 굵은 글씨로 강조하고 있는 일부 키워드들을 발췌한 것이다.

· Cyber-Physical System, Smart factories

· Individual requirements, Dynamic business and engineering process, Optimized decisionmaking, New ways of creating value and novel business model,

· Solve some of the challenges facing the world today, resource productivity and efficiency, demographic change, work-lif balance.

이를 살펴보면 매우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강조한 용어들 중에 기술에 관련된 용어는 가상 물리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나머지 용어들은 대부분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세 가지 중요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한 유연한 대응

첫째, 스마트팩토리 도입의 목적을 이야기해야 한다.

비록 스마트팩토리가 제조업과 새로운 ICT 기술의 완벽한 융합이라고 이야기하나, ICT 기술의 도입이 스마트팩토리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즉, 무엇을 위해서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다음에 필요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제조 패러다임 변화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목적은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다. 변화와 불확실성은 기업 내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외부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기업 외부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불확실성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비자이다. 소비자는 기업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며 비용을 지불한다.

문제는 소비자의 요구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제품의 수명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Industrie 4.0에서는 새로운 제조 방식의 개인 맞춤형 제조(Custom manufacturing)를 이야기하고 있다.
 

33.png


그림 1과 같이 이는 개인화 제조(Personalized production)이라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를 만족시키며, 단 하나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수익이 날 수 있는 제조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 다 개인화 될 필요도 없으며, 모든 대량생산 시스템이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즉, 개인화 제조는 중요성이 부각되는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 영역에서 경쟁하려는 기업은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를 준비해야 하며, 중소기업들이 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만일 개인화 제조보다는 대량생산이 더 중요한 사업 영역이라면 생산과 품질에 변동성을 주는 다른 변화 요인, 설비 고장과 같은 예상치 못한 이벤트의 발생 등 관심을 갖고 이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작업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유연성을 위한 통합과 자율

둘째,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합과 자율을 이야기해야 한다. 스마트팩토리는 독립적인 존재로는 그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

Industrie 4.0에서 스마트팩토리는 스마트 제품, 스마트 물류, 스마트그리드 등이 CPS를 통해 통합된 'Smart, Networked world'의 한 요소이다.

하나의 물건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원자재업자, 생산자, 물류업체, 도소매업자 등을 거친다.
 

34.png


그림 2와 같이 공급사슬(Supply Chain) 또는 가치 네트워크(Value Network)이라고 불리며 이들 간의 유연한 협력적 대응을 위한 수평적 통합이 요구된다.

또한, 제품의 기획, 설계, 생산, 출고, 애프터서비스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End-toend 디지털 통합과 더불어 센서, 운영통제, 생산관리, 기업 운영 계획을 통합하는 수직적 통합이 요구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통합은 기업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통합이어야 하며, 시스템에 속한 개별 요소들은 변화와 불확실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고 실행되어야 한다.

자율성(Automonous)이 있는 시스템은 자동화된(Automated) 시스템과 구별되어야 한다. 자동화된 시스템은 주어진 절차에 맞춰 사람의 간섭 없이 작동되지만,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하지만 자율적인 시스템은 스스로 불확실성의 발생과 변동성을 인식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통해 상황에 맞춰 스스로 변화된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Industrie 4.0은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동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Networked manufacturing, Self-organizing adoptive manufacturing, Customer-integrated manufacturing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예들 들어, 대량생산을 지원하는 기존의 공급 사슬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용 효율적인 구조로 설계되고, 고정된 공급사슬을 기반으로 단기적인 관점에서 운영계획이 수립되었다.

공급 사슬 내의 요소들은 자동화될 수 있지만,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Smart, Networked world에서는 서로 다른 기업들 간의 자원이 공유되고, 필요에 맞춰 공급 사슬이 자율적으로 구성되고 해체되는 Smart 공급 사슬로 변화해야 한다.

개별 제품별로 서로 다른 공급 사슬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이 전달될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 유연하게 새로운 공급 사슬이 설계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목적이 구체화되고, 이를 위한 데이터가 수집·분석되어야 하며,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이 수행되어야 한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

셋째,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 해결을 이야기해야 한다. Industrie 4.0은 한 공장의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논의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에너지 자원의 고갈, 인구 구조의 변화, 일과 생활의 균형 등)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팩토리의 자동화된 설비와 인공지능이 사람들을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이슈가 주로 논의되고 있다.

어떻게 Smart, Networked world에서 우리가 당면한 사회적 이슈들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이를 통해 어떻게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한 전시회에서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작업자의 안전을 위하여 작업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기계를 선보였고,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

고령화로 인하여 숙련된 작업자가 줄어드는 현상을 대비하기 위하여 고령자들이 육체적 단점을 극복하고 더 오래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동화 기계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보다는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스마트 지원 시스템, 전체 공급망의 동적인 프로세스 공유를 통한 자원 효율성 향상 등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맺음말

스마트팩토리에 대하여 모두가 동의하는 하나의 정의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국내와 해외에서 이야기하는 스마트팩토리의 정의에는 온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민관합동 스마트공장 추진단은 스마트팩토리를 수준별로 고도화, 중간수준2, 중간수준1, 기초수준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한국은 기초수준의 공장을 확산하고 정량적인 실적을 이야기하는 데 반해, 해외 사례로 나오는 대부분의 공장들은 고도화 단계의 공장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과 현장 적용 가능성 검토를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은 스마트팩토리와 관련된 장비공급 산업의 입장에서 선두주자가 되기 위한 Leading supplier strategy와 CPS를 통하여 서로 다른 분산된 기업들을 통합하여 나오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Leading market strategy라는 이중전략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진정한 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위해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여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하고, 새로운 기술의 개발 및 도입과 관련된 정량적인 숫자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