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무영 총장

‘K-사이언스’ 물결 만들 혁신 원천 기술, 실험실 담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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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무영 총장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난해 3월 세계가 주목한 M&A가 성사됐습니다.

인텔이 자율주행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인수한 것입니다.

직원 수 600여 명의 스타트업인 모빌아이를 인수하는 데 인텔이 지불한 돈은 153억 달러, 자그마치 17조 원! 이스라엘 기업 역사상 최대 인수 금액이었습니다.

모빌아이는 히브리대 컴퓨터공학 교수인 암논 샤슈아와 지브 아비람이 공동 창업한 회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아 혁신적 기술개발에 열중해 온 결과,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자율주행 기술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모빌아이의 사례는 기술과 혁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수한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혁신과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라는 사실을 잘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척박한 환경에 자원도 빈약하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 스타트업의 산실입니다.
 
완성차 업체 하나 없이도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역량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술 육성 그리고 이의 적극적인 사업화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대한민국 또한 지난 산업화 시대 어떤 천연자원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을 통해 성공의 역사를 써왔습니다.

자동차, 조선, 전자,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부진과 제조업 침체로 인한 위기는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혁신 성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가 무엇보다 집중해야 할 것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한 국가 경쟁력 확보 노력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지금 전 세계는 혁신 기술을 통한 성장동력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3D 프린팅,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센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은 기존 제조업 분야에 접목돼 신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주목됩니다.
 
또한 기존 산업과 차별화된 기술로 새로운 산업에 앞장설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육성을 위한 도전적 연구개발과 창업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대 대학과 연구자의 역할은 더 이상 실험실 안과 논문 발표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산학 협력과 창업을 통해 실험실에 잠자는 연구를 깨워 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도록 대학의 역할을 확장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지식 생산의 기능을 넘어 혁신적 신기술의 공급, 그리고 과학기술의 사업화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울산과학기술원(이하 UNIST)는 이런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수출형 연구브랜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출하지 않으면 죽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또 다른 기적을 만들 혁신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결과물을 해외 시장에 수출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사업입니다.

원천 특화 기술 경쟁력의 확보를 기반으로 문화 한류처럼 과학 한류, K-사이언스의 기류를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하면 떠올릴 수 있는 혁신적 기술과 사업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인 해수전지(OESS, Oceanic Energy Storage System)는 수출형 연구의 좋은 사례입니다.

지구상 가장 풍부한 자원인 해수를 이용해 전기를 저장, 재생산하는 해수전지 연구는 UNIST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개발된 핵심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관련 기관과 함께 상용화 방안을 활발히 추진 중이며, 향후 국내외 신시장 창출을 통한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UNIST에서는 해수전지를 포함해 초저전력 신경망칩,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게놈, 하이퍼루프 등 14개 대표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형 연구브랜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모빌아이와 해수전지의 사례는 혁신성장을 위한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이의 활성화를 위한 대학의 역할과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미래 먹거리 씨앗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확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사업화하는 전략을 채택할 때 대학은 물론 국가 전체가 활력을 갖고 혁신성장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은 늘 연구자를 따라다닙니다. 여러 대답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로는 기본에 집중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원천이 되곤합니다. 연구의 근본 목적에 대한 질문이 사업화를 통한 인류 삶의 개선이라는 그 끝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실험실 담을 넘어선 연구가 만들어 낼 미래가 더 기다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