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대 중견·중소·벤처 기업이 살아남는 이유, ‘보완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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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배우는 방법을 스스로 배우는’ 인공지능 기술과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 이 모든 것을 인터넷 위에서 처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로 무장한 지금.
게임의 법칙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A. B. C.(A: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B: Big Data 빅데이터, C: Clound 클라우드)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회이자 위협이다.
방대한 고객과 데이터, 콘텐츠를 가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같은 플랫폼 주도 기업들이 A. B. C.에서도 절대 강자다.
이들은 수많은 기술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며 말 그대로 새로운 온라인·모바일 ‘생태계’를 만들고, 그 규모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제는 오프라인 영역의 기업들마저 흡수하며 자신들이 지배하는 생태계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열려 있다. 중견·중소·벤처기업도 A. B. C.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도,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기존 기업들,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들에게도 기회는 남아 있다. A. B. C.를 활용해 마케팅, 품질관리, 고객 서비스 활동 등을 개선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전통적인 영역에 ‘디지털’을 접목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A. B. C. 생태계에서 중견·중소·벤처기업은 태생적으로 언더독(Underdog: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처럼 시작부터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쟁자)이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도 힘든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도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소수의 글로벌 플랫폼 중심 기업이 주도하는 A. B. C. 생태계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든 블록버스터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어머 이건 꼭 사야 돼”라는 광고 카피는 애교에 가깝다. 하지만 “이 영화 꼭 봐야 돼”라고 홍보하는 건 다른 차원의 얘기다.
그야말로 흥행의 모든 요소를 갖춘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면 드러내기 어려운 자신감이다. 건국 이래 최장 연휴라는 2017년 추석 연휴에도 그런 영화, ‘남한산성’이 있었다.
남한산성의 출발은 압도적이었다. 10월 3일 개봉과 동시에 연휴 초반 스크린을 휩쓸었다.
그런데 연휴 후반대에 관객 수 2위로 밀려나더니, 3주차에는 관객수가 하루 2만 명대로 뚝 떨어졌다. 결국 최종 관객 수 385만 명에 티켓 수익은 312억 원을 기록했다.
적은 수의 관객은 아니지만 손익분기점인 관객 수 500만 명에는 못 미치는 아쉬운 수치다(단, VOD 수입, 해외판매 등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므로, 아직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다고 볼 수 있음).
추석 영화 대전의 승자는 같은 날 개봉한 언더독 ‘범죄도시’였다. 신인감독이 연출하고 제작비로 50억 원을 쓴 이 영화에는 687만 명의 관객이 모여들었다.
손익분기점 2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결국 ‘범죄도시’는 해외 블록버스터 ‘킹스맨: 골든서클’마저 뛰어넘으며 추석 연휴 최고 흥행 영화로 등극했다.
이 영화의 흥행 이유에 대한 영화인들과 영화 전문기자들의 견해는 무엇보다 재미있고, 선악 구분이 명확하기 때문이라는 쪽으로 모아진다.
그런데 흥행 감독이 연출하고, 15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영화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남한산성’의 부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혼자서도 관객 300만 명에서 500만 명은 모을 수 있다는 흥행 배우들만 네 명이 투입됐다. 원작 소설도 70만 부 가량 팔려 흥행의 요소를 고루 갖췄다고 볼 수 있는 데 말이다(주: 이 글의 목적은 특정 영화의 성공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자 함이 아니다. 한 영화의 성공을 개봉 영화관에서의 관객 수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실제 ‘남한산성’은 영화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으며, 여러 시상식에서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스타 배우와 감독은 영화의 간판이다. 경영 관점으로 보면 제품의 품질과 이미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이들을 기용하는 데 많은 비용이 투입된 만큼, 또 많은 비용이 제작과 마케팅에도 쓰인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출연하는 모든 블록버스터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그렇다. 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치 있고, 희소하며, 모방이 어려운 핵심 자원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저절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핵심 자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조직 내에 잘 녹여 내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역량,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주변 요소들을 갖추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영화와 같은 콘텐츠 산업을 예로 들자면, 흥행에 성공할 만한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골라내는 감식안, 재미와 새로움이라는 요소를 더할 수 있는 감각, 특정 장르에 대한 노하우 등을 들 수 있다.
최고 스타 배우들을 쓰지 않은 저예산 영화들이 성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수많은 제작 스태프들과, 음악가, 마케팅 담당, 재무 담당, 배급 채널 등과 같이 그 자체만으로는 성공을 가져올 수 없지만, 스타 배우와 감독과 같은 핵심 자원들이 빛을 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플랫폼 전성시대의 생존 키트, ‘보완 자산’
경영학에서는 이런 요소들을 '보완 자산(Complementary asset)'이라 부른다.
미국 버클리대 데이비드 티스 교수는 핵심 기술의 모방이 쉬울 경우, 모방이 어려운 보완 자산을 보유할 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과 서비스가 복잡해지면서 핵심 기술뿐 아니라 보완재 관계에 있는 기술도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으며, 그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보완 자산 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적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자신이 속한 특정 영역에 대한 지식과 암묵적 노하우,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는 업무 프로세스와 관리 체계, 조직원의 동기부여 수준과 조직원 간 관계,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혁신 역량 등이 그것이다.
막대한 자본과 조직력을 갖춘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갖추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모든 블록버스터가 성공하지 않는 이유’는 바꿔 말하면 ‘언더독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다. 대형 플랫폼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생태계에서도, 중견·중소·벤처기업이 이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보완 자산’을 갖추고 있다면 살아남고 성공할 수 있다.
플랫폼중심 기업 입장에서도 필요한 모든 기술과 서비스들을 자체적으로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이들 중소벤처기업들이 그 자체로 플랫폼 생태계에 필요한 ‘보완적 자산’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플랫폼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흡수될 수도 있다. 카카오가 모바일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인수한 게 그 사례다.
월트 디즈니가 21세기 폭스의 일부 사업 부문을 무려 527억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한 이유는 폭스가 보유한 세계 3위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훌루’의 지분 때문이라는 해석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콘텐츠 업계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세계 1위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훌루라는 보완 자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영역에서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면, 그 데이터에서 쓸모 있는 새로운 지식을 뽑아내고, 이를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와 경험을 갖고 있다면, 이 모두는 강력한 보완 자산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는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에서의 서비스 비즈니스를 선점하고 있다면, 고객과의 관계와 고객관리 노하우, 그로부터 얻은 데이터가 우리 기업을 지키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여는 기반이 되는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 중소벤처기업 중에서도 인공지능, 빅데이터 영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거나 신기술을 활용해 기존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성공 사례들이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사업을 개척한 솔트룩스, 마인즈랩, 뷰노, 뤼이드와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활용해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을 개척한 365mc, 인바디와 같은 기업들이 주인공들이다.
솔트룩스는 언어 인지에, 뷰노는 영상 분석에, 뤼이드는 객관식 문제 풀이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을 먼저 연구해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며 다른 기업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노하우를 쌓고 있다.
365mc는 의료진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던 수술 방식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술 결과 예측 기술을 더해, 수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인바디는 클라우드를 활용해 기존의 기기제조업에서 건강관리 솔루션, 서비스 기업으로 다각화하고, 글로벌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 원천 기술, 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점점 개방되고 있다. 누구나 가져다 써볼 수 있다는 얘기다. 즉 기술 자체의 모방 용이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누가 이를 자신만의 특정 영역에 먼저 적용해 보고 실제 차별화된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노하우와 경험을 쌓는지가 관건이다.
기술 자체는 모방하기 쉽다 해도, 그 기술을 특정 영역에 적용하는 방법은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
특히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과 노하우가 조직 문화에 녹아들고, 임직원들의 생각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 녹아들 때,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강력한 핵심 역량이 된다.
중소기업, 벤처기업이라 하더라도 임직원들의 학습과 동기부여, 조직문화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기술을 자신만의 분야에서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와 접목하는 데 성공하는 기업에게 성장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 이 글은 서울산업진흥원 발간 <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바꾸는 기업의 미래 >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