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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엿보기 - 중국 시장 :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하는 시장

글로벌 마켓 엿보기는 국내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전략 수립을 위하여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협력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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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환우 중국조사담당관
KOTRA


2017년, 우리는 중국에 LCD를 82.9억 달러어치 수출했다. 대단한 규모지만 그 전해보다 25.5%나 줄어든 액수다.

덕분에 LCD의 대중 수출 비중이 9.7%에서 6.3%로 내려앉았다. 디스플레이 업종이 기존 LCD에서 차세대 기술인 OLED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같은 기간 우리는 40.5%나 늘어난 1.2억 달러어치의 라면을 중국에 수출했다.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06%에서 0.08%로 커졌다.

단일 소비품으로서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지난해 사드 여파로 우리 소비재와 식품의 대중 수출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음을 감안할 때 대단한 성과다. 중국 시장의 격변과 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거대하지만 격변하는 시장, 글로벌 생산기지이자 소비 중심지, 경쟁자이자 기회. 우리 앞에 서 있는 중국의 모습이다.


3가지 질문

중국 경제와 시장을 둘러싼 수많은 의문을 추려보면 대략 3가지다.

질문 1: 중국의 리스크

중국 경제가 성장과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럴 가능성이 크고 일부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는 걸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전기차, 드론, 스마트폰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중국이 추격을 넘어 일부 선두지위에 올랐다.

특히 출발점이 동일한 신성장 분야는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혁신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스마트 제조, 공유경제·전자상거래·빅데이터·원격 의료·모바일 금융·사물인터넷 등 인터넷 플러스 활용 업종 등이다.

일부 장기 기술 축적이 필요한 분야를 제외하고 신성장 서비스 및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선도적 지위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 5~10년간 중국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인가의 여부는 결국 신성장 분야에서 중국이 새로운 돌파를 열 것인가에 달렸다.

규모, 정부 정책, 과학기술 발전 추세로 보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질문 2: 중국발 리스크

중국은 우리에게 위협인가? 기회인가? 이 역시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발 위협 가능성에 너무 떨 필요는 없다.
 
주변국의 성장 혹은 추격이 주변국에게 위협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근대 산업화가 시작된 뒤 수백 년간 지속돼 온 논쟁거리다.

옆집이나 이웃 동네가 먹고살기 힘들면 우리 집, 우리 동네에 좋을 일이 없다. 반대로 주변이 잘 살면 우리에게 일자리, 하다못해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1960~1970년대 일본의 발전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이웃 국가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캐나다도 최강 경제대국 미국과 협력하여 많은 이익을 얻었다. ‘나쁜 이웃’이 되지만 않는다면, 부유한 중국은 우리에게 위협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중국이 나쁜 이웃이 되지 않게 잘 지켜보면서 부유한 중국이 주는 기회를 찾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타이밍, 틈새, 차별화만 잘 만들어 낸다면 부유한 중국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된다.

질문 3: 기회인가? 무덤인가?

중국의 산업과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내려면 흐름을 봐야 한다. 개혁개방 이후 대략 40여 년 동안 중국의 산업은 대략 3단계, 시장은 4단계의 변화(탈바꿈)를 거쳐 왔다.

우선 산업 면에서는, ① '농촌 → 도시포위', 즉 ‘계획 외부(농촌·지방·경공업)로부터의 성장’(‘Growing out of the Plan’, Naughton) 단계 → ② 산업 팽창 → ③ 독자적 산업 정립+숙성 등 3단계 변화를 거쳐 왔다. 시장 면에서는 대략 4단계의 변화(탈바꿈)을 겪어 왔지만 변화의 맥락은 비슷하다.

① 빈곤 단계 → ② ‘온포(溫飽) 1단계’(배부르고 등 따뜻한 단계) → ③ ‘온포 2단계’ → ④ ‘소강 1단계’(‘小康’ 안락한 상태)(금융위기 및 중국판 뉴노멀(‘新常態’)) 등이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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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이후 40년을 이렇게 구분해 보면 우리는 두 번 놀라게 된다.

첫 번째 놀라움은 40년이라는 짧은기간 동안에 이렇게나 많은 단계 변화 즉 사이클 변화가 있었구나 하는 점이다.

중국 산업과 시장 사이클 변화 주기는 10년이 채 안 된다. 이러다 보니 중국에서는 기술이나 제품 주기를 건너뛰는(Leapfrog) 일이 자주 생긴다.
 
유선전화가 채 깔리기도 전에 무선전화 단계로 넘어가거나, 인터넷이 깔리기도 전에 모바일 단계로 넘어가거나, 심지어 내연기관 자동차 단계를 건너뛰고 전기 자동차로 넘어가려는 움직임이 그 예다.

두 번째 놀라움은 하나의 국가 안에서 두세 개의 산업 국면과 시장 사이클이 병존하곤 한다는 점이다.

최첨단 승용차와 오토바이(혹은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 승용차)의 병존, 최고급 유모차와 자체 제작 유모차의 병존이 그 예다. 한마디로 첨단 모바일 제품과 자급자족 수공업 경제가 병존하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른 데 비해 중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급속한 산업기술 혁신 역시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중국 산업·시장의 숲(사이클)을 보는 시야와 업종별 유망제품을 찾아내는 미세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지금 중국은 산업 면에서 세 번째 독자 산업화, 즉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 제조’, 서비스 산업이 주도하는 단계다.
 
시장은 네 번째 ‘소강 2단계’를 거치면서 모바일, 웰빙, 서비스 소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사이클의 전면부라 한다면, 사이클의 후면부에서는 한 단계 지난 산업과 시장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우리에게 기회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답은 분명하다. 새로운 사이클의 전면부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는 중국에서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수교 초기(1990년대) 우리 의류·봉제·낚싯대·신발 제조업체들의 산둥성 지역 가공생산 진출이 그랬고, 2002년 삼성과 현대의 중국 시장 진출이 그랬으며, 최근 수년간의 반도체 공장 진출이 그랬다.

지금 중국 시장 사이클의 앞 편에 있는 업종은 신산업, 즉 ‘스마트 제조(4차 산업)’, 고급 서비스업이다.

우리가 여기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면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것이고, 그럴 능력이 없으면 우리는 뒤처지는 것이다.


3가지 전략: 업종, 타깃, 지역에 주목하라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은 분명하다.

중국 산업·시장이 1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주기로 급변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새로운 사이클에 올라타는 일이다. 이를 업종, 타깃, 지역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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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내 실적, 정책, 성공사례를 종합해 보면 윤곽이 드러난다.

중국 산업·시장의 차세대 주자는 소비재 분야의 웰빙(건강·안전) 및 고급 소비재, 중간재 분야의 신성장 및 ‘스마트 제조’에 필요한 첨단·신소재, 그리고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다(표 1).
 
물론 표에 소개된 분야는 실적, 정책, 사례를 통해 수면 위에 드러난 것일 뿐 실제 기회는 훨씬 다양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장기간의 현업 경험과 떠오르는 분야를 접목시켜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가적 통찰력’이다.

타깃

업종만큼 중요한 게 타깃별 전략이다. 거대 시장 중국은 단순한 가공기지도 아니고, 소비시장도 아니며, 고립된 국가도 아니다.

우선 중국은 글로벌 가공기지임과 동시에 생산기지임을 감안해 첨단 중간재 즉 부품과 소재 시장을 타깃으로 정하고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B2B 혹은 B2G 시장에 적합한 파트너링 전략이 중요하다. 최근 한중 간 가공생산을 둘러싼 국제분업의 동남아 확산을 고려한 한-중(중화권)-동남아를 종횡으로 연결하는 공급망(Value-chain) 재구성 작업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소비시장에서는 웰빙, 고급 소비재, 온라인 시장(직구 포함) 추세에 맞춰 안전·위생·온라인 전략을 잘 만들어야 한다.

서비스 업종도 소비재 시장과 대동소이하다. 특히 소비재와 서비스 분야에서 ‘한류’는 좋은 자산이 된다.

지역

31개 성/시,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 진출에서 지역은 핵심 고려 사항이다. 중국 시장은 연해와 내륙으로 나눠지고 이에 따라 물류 여건이 달라진다.
 
또 꽤 오래전부터 지역별로 각자 특성을 지닌 산업집적(클러스터)도 형성되고 있다.

광둥·베이징·충칭 등지의 ICT 클러스터, 창장삼각주·베이징·동북지역 등지의 자동차 클러스터 등이다.

최근에는 일대일로와 지역특화 발전 전략에 따라 중서부 내륙 및 변경 지역의 진출 여건이 재편되고 있다.

중국 진출 전략을 짤 때 업종, 타깃, 지역별로 진출여건을 따져보고 동시에 이들 여건을 상호 교차시켜 다양한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템과 기술만 확실하다면 세 분야의 진출 전략을 세우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자기만의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경쟁력이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밸류체인, 내수(소비), 그리고 혁신(서비스, ICT, 스마트 제조)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세 가지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 거대 중국 산업·시장 사이클을 구동시키는 데 필요한 제품과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 중국에서 무엇을 노릴 건지에 대한 목표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