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 사이언스 - 하늘에서 음식이 내려온다면?
무비 & 사이언스는 영화 속의 상상력이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진 과학기술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글_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
사진 참조_네이버 영화
영화 <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 2009) >에서는 정말로 햄버거나 피자, 푸딩과 같은 음식이 하늘에서 마구 쏟아진다.
하늘로 올라간 ‘슈퍼 음식 복제기’가 음식을 마구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만일 다양한 음식이 공짜로 쏟아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영화 속에서는 음식이 너무 많이 쏟아져 문제였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장면이 부럽기만 하다. 물론 영화 속 기계처럼 수증기에서 음식을 합성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계가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날이 올 것이다.
▲ 영화 <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 2009) > 스틸컷
생쥐와 로봇 요리사
▲ 영화 < 라따뚜이(Ratatouille, 2007) > 스틸컷
영화 < 라따뚜이(Ratatouille, 2007) >에서 요리사를 꿈꾸는 견습생 링귀니에게는 레미라는 훌륭한 스승이 있다.
링귀니는 레미가 시키는 대로 요리를 만들어 요리평론가를 비롯한 손님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레미가 생쥐라는 것. 생쥐가 요리를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장면은 요리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누구나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인공지능 로봇이라 하더라도 요리사를 잘 흉내 내면 훌륭한 셰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셰프들이 이러한 생각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요리는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일류 셰프들의 요리를 보면 그렇게 주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들이 선보이는 요리는 단지 요리 자격증을 취득하고 요리 관련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닌 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요리 방법(기술)을 익히기 위한 훈련과정 덕분이다. 로봇도 조리법만 익힌다면 훌륭한 요리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일본의 초밥 로봇이나 중국의 국수 만드는 로봇은 뛰어난 솜씨로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초밥 로봇이나 국수 로봇은 한 가지 요리 밖에 할 줄 모르니 단순한 요리 기계일 뿐이라고 반박할지 모른다.
▲ 로봇 '몰리(Moley)'
그렇다면 로봇 '몰리(Moley)'는 어떤가? 몰리는 팀 앤더슨이라는 요리사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해서 재현해 내도록 만들어졌다.
무려 2,000가지 이상의 요리를 할 수 있는 몰리보다 뛰어난 인간 요리사가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은 한 가지 요리를 익히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지만 몰리는 자료를 입력만 하면 즉시 요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보다 창의적인 인공지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라는 말은 드라마 < 대장금(2003~2004) >에서 어린 장금이가 최상궁에게 한 유명한 대사이다.
즉 이 대사는 뛰어난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요리의 맛을 잘 볼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요리사는 재료의 배합에 따른 맛의 차이를 느껴야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사람처럼 맛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은 새로운 요리를 창조해 내기 어렵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물론 주관적인 감각인 맛을 절대적인 값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리를 추천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요리의 맛을 보고 요리에 대해 평가한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5년에 IBM은 요리 잡지 본 아페티(Bon Appetit)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요리 자료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요리사 '셰프 왓슨(Chef Watson)'을 선보였다.
셰프 왓슨은 본 아페티에서 제공받은 1만여 가지의 요리법을 바탕으로 다양한 요리를 제안한다.
제안한다고 표현한 것은 셰프 왓슨이 직접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레시피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요리는 인간 요리사의 몫이다.
놀라운 것은 왓슨의 요리가 인간 요리사의 요리보다 더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기존의 요리법에 익숙해 있어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반면에 왓슨은 아무런 기본적인 고려 없이 전혀 색다른 것을 창안해 낸다.
마치 < 냉장고를 부탁해 >에서 김풍 셰프가 만든 ‘시금치 나무에서 애벌레 쇼를’이라는 충격적인 비주얼을 가진 요리처럼 말이다.
김풍은 삼겹살을 돌돌 말아서 정말로 애벌레를 닮은 요리를 탄생시킨다. 이러한 요리를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은 김풍이 정식 셰프가 아니라 웹툰작가라는 직업적 특성 때문이다.
어쨌건 이제 요리 분야에서도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더 창의적이라는 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닌 세상이 된 것이다.
기술과 창의성 모두 인간이 로봇보다 뒤처진다면 정말로 요리사는 사라지게 될까? 다행스럽게도 한동안은 인간 요리사가 필요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로봇이 잘할 수 있는 일과 인간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요리 재료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일은 로봇으로 표준화시켜 작업하기가 어렵다.
또한 요리에 대한 피드백은 결국 인간이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요리는 우리가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과 로봇의 콜라보는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냉장고를 누구에게 부탁할까?
2016년 미국에서 창업한 줌피자(Zume Pizza)는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여 훌륭한 작업을 해 낸다.
‘식료품계의 아마존’이 될 야망을 품고 있는 이 피자업체는 아마존처럼 기존 피자가게에서 볼 수 없는 혁신성을 내포하고 있다.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반죽과 토핑은 사람이 하고 나머지 작업은 4대의 로봇이 한다. 로봇과 인간의 협업을 통해 줌피자는 배달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였다.
더욱 중요한 한 것은 배달되는 동안 식어 버리는 피자가 아니라 갓 구워낸 피자가 배달된다는 점이다.
고객의 집에 도착하기 4분전에 배달 차 안에서 정확히 오븐이 작동해 3분30초 동안 굽고 30초 동안 식혀서 따끈한 피자가 고객에게 배달된다.
이처럼 요리에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즉, 요리에 공학이 접목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푸드 테크(Food tech)'로 불리는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이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요리법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요리에 공학이 도입되면 미래엔 주방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3D 프린터로 해결될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은 초콜릿과 같이 단순한 음식의 제조에만 사용되고 있으니 ‘슈퍼 음식 복제기’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활용한 요리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개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식단이나 초보자들도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활용도가 크기 때문이다.
단지 프린팅 할 수 있는 재료가 한정 된다는 것이 걸림돌일 뿐이다.
나노공학의 측면에서 본다면 모든 생명은 3D 프린팅과 유사한 방법으로 자기 몸을 구성해 내고 있으니 언젠가는 우리도 자연의 기술(예를 들면 사과를 직접 프린팅 하는 기술)을 얻게 될 것이다.
신선한 재료조차 프린팅 하는 일은 아직까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요리계의 알파고는 머지않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장 많은 미슐랭의 별을 지닌 대상이 ‘셰프 알파고’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