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과학기술 플러스 -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후, 기술에서 정답 찾는다

과학기술 플러스는 최근 이슈가 되는 과학 기술 및 연구, 과학발전사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글_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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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양평·철원 지역에서는 영하 30℃를 넘나드는 한반도 최강 한파를 기록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 등 북반구 곳곳이 혹한과 폭풍, 폭설 등의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았다.

미국 뉴햄프셔주는 영하 40℃에 체감온도 영하 70℃의 살인적인 한파가 몰아쳤으며, 유럽에서는 시속 200㎞의 강풍을 동반한 역대급 폭풍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대만은 최저 기온 10℃의 이상기후에도 13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열대 지역이라 실내 바닥에 난방시설이 돼 있지 않은 탓이었다.

심지어 북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에도 40㎝의 폭설이 내렸다. 지난 40년간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린 것은 두 차례뿐이다.

반면 남반구인 호주에서는 160년 만에 찾아온 폭염으로 고속도로의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처럼 기온이나 강수량 따위가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나면 이상기후라 한다.

여기서 정상적인 상태란 보통 과거 30년 이상에 걸쳐 관측되지 않은 정도를 말한다.

이상기후의 원인으로는 흔히 태양 흑점 활동의 변화, 화산 폭발에 의한 일사량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최근 이어지는 이상기후의 주범으로 꼽는 것은 바로 지구온난화다. 따라서 지난겨울 같은 이상기후가 매년 반복될 확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작년 초 브라질 정부는 사상 최초로 해외에서 커피콩을 수입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제일의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서 그런 발표를 한 이유는 바로 이상기후 때문이다. 브라질은 극심한 가뭄으로 최근 몇 년간 커피 생산량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갈수록 빈번해지는 가뭄은 커피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과 목초지 감소, 가축 손실, 우유 생산 감소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 첨단 과학문명 시대에 더 이상 이상기후를 ‘하늘의 일’로 치부하며 지켜볼 수만은 없다.

따라서 이 같은 이상기후를 극복할 수 있는 과학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마이클 스트라노 교수팀이 개발한 ‘식물 잎에 인쇄 가능한 센서’가 좋은 예다. 이 기술은 식물의 잎만 보고도 가뭄에 대한 조기경보를 예측할 수 있다.

식물의 기공은 빛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와 가뭄에도 반응한다. 스트라노 교수팀은 기공의 그 같은 개폐 운동을 탄소나노 튜브로 만든 잉크 센서로써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식물이 물이 부족한 가뭄 상황에서 수분 스트레스를 감지해 기공을 닫으면 멀티미터라고 하는 장치에 회로를 연결해 전류를 측정할 수 있으며, 기공이 열리면 회로가 끊어지고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되는 원리다.
 
연구진은 현재 잎 표면에 단순히 스티커를 부착하여 식물의 잠재력만으로 가뭄을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배리 포그슨 박사팀은 가뭄 조건에서 식물이 더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한다. 연구진이 주목하는 것은 광합성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엽록체다.
 
엽록체가 잎의 기공을 둘러싼 기공 세포에서 가뭄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수분 저장을 위해 기공을 닫는 화학 신호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엽록체의 신호 수준을 높이면 가뭄에 민감한 식물의 저항력이 높아져 가뭄이 생존율을 약 50%까지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증명됐다.

현재 연구진은 태국에서 쌀을 대상으로 가뭄 저항성을 촉진하는 품종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가 실용화될 경우 세계 식량 공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쌀, 밀, 보리 등의 작물 생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상기후의 주범인 지구온난화를 촉진하는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제어·감축하는 기술 및 저탄소 기술도 미래의 핵심 유망기술에 속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현 추세 대비 80~95% 감축하기 위해 ‘2050 에너지절약 로드맵’을 수립한 유럽의 경우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 10%에서 40~60% 수준으로 늘릴 전망이다.

현재 석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인 중국도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약 6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했다.

그에 의하면 발전 부문의 전력 공급은 91%를 저탄소 기술로 달성할 계획인데, 그중 86%를 태양광 및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게 된다. 중국은 이미 2016년에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 국가로 부상했다.

최근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합성연료로 전환하는 친환경 기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고려대 손호진 교수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손 교수팀은 태양빛에 반응하는 이산화티탄을 광촉매로 이용해 이산화탄소에서 일산화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산화티탄은 공업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는 금속산화물 반도체 구조인데, 물속에서 이산화티탄에 태양광을 비추면 일정한 에너지를 갖게 된다.

연구팀은 그 에너지가 이산화탄소를 전환하기에 충분한 동력원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상기후에 관한 기상정보를 활용해 매출 증대 및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두는 기업도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선풍기 판매 기업인 신일산업이 좋은 예다.
 
여름에는 선풍기나 서큘레이터 등의 냉방가전, 겨울에는 히터 및 가습기 등의 난방가전을 판매하는 이 기업은 날씨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12년부터 마케팅팀이 기상정보를 상품기획, 영업, 물류, 생산 등 전방위적 기업 운영 프로세스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즉, 기상청이 제공하는 자료를 토대로 면밀하게 분석한 자사 기상 예측자료와 주간 단위 제품 판매량을 분석해 전략적인 매출목표를 설정하고 수익 개선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 결과 임대료, 인건비, 작업비, 관리비 등의 불필요한 손실을 줄여 원가를 이전보다 약30억 원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한 작년 여름에는 이상고온에 따른 폭염을 예상해 선풍기 생산물량을 대폭 늘림으로써 전년 대비 선풍기 판매량을 약 60% 증가시켰다.
 
이 같은 성과로 신일산업은 지난해 11월 ‘제12회 대한민국 기상산업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이 기상정보 활용 확대와 기상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2006년에 제정한 상이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신시장 창출을 위해 태양전지·연료전지·바이오에너지·이차전지 등 4대 핵심기술 개발에 투자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초 확정한 ‘2018년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 시행계획’에 의하면, 태양전지 분야 95억 3,400만 원, 연료전지 81억 2,700만 원, 바이오에너지 98억 4,400만 원, 이차전지 분야에는 60억 4,700만 원이 각각 지원된다.

또한 혹한, 폭염, 가뭄, 홍수 등 이상 기후로 인한 직접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후예측시스템, 기후변화 피해 저감 기술 개발 분야에도 56억 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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