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Special Issue 04 - 꿈과 혁신의 놀이터,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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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선종 대표 N15


인류는 도구(Homo Faber)를 통해 거친 환경과 맞서며 삶을 개척해 왔고, 놀이(Homo Ludens)를 통해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왔다.

이처럼 도구를 사용하고, 놀이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사람의 만드는 본능과 함께 모여서 즐기는 문화를 기반으로 세계 곳곳에 확산되고 있는 꿈의 공간이자, 혁신의 놀이터가 바로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이다.



인류는 도구(Homo Faber01)를 통해 거친 환경과 맞서며 삶을 개척해 왔고, 놀이(Homo Ludens02)를 통해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왔다.

이처럼 도구를 사용하고, 놀이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이러한 사람의 만드는 본능과 즐기는 문화가 잘 어우러진 꿈의 공간이자 혁신의 놀이터가 바로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이다.

메이커 스페이스 속에서의 우리의 일상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자.
 
어린이는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창의력을 키우고, 만든 제품을 응용하는 단계에서 코딩을 배울수도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는 메이커 스페이스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여 산수와 과학 등의 정규 교과목을 응용한 실습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학습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살아 있는 진로 교육 및 체험 과정을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특성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미래사회에서 펼쳐질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실제로 그 기술을 활용한 시제품을 만들어 보는 과정을 통해서 학습에 대한 흥미와 자신의 진로를 미리 탐색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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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의 메이커 스페이스의 모습은 어떨까?

우리나라 주요 공대에서는 실습보다는 이론 교육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기계공학과, 전자공학과 등이 있는 공대 건물 한가운데 설치되어 있다면 학생들은 실제로 수업 시간에 배운 원리와 기술을 활용하여 실체가 있는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시장과 기업의 니즈에 맞게 개량해 보는 과정을 경험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개발을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경험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창업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고, 졸업 이후의 진로에 대하여 보다 확신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교수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교수들은 창의적인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우수한 제자들과 팀을 이뤄서 평생을 연구한 기술을 제품에 적용해 보면서 공동 창업을 하게 될 수도 있고, 혁신적인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거나 특허를 출원하게 되는 모습도 충분히 그려볼 수가 있다.

대학이나 중·고등학교 이외에도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서 메이커 스페이스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단순히 교육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임직원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고, 기업의 성장을 위한 에너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필자가 직접 방문했던 페이스북 본사내 메이커 스페이스의 경우에는 페이스북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축구장 크기의 엄청난 메이커 스페이스와 고가의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페이스북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기업이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한 것일까?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혁신의 속도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빨라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요구되고, 임직원들의 그것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메이커 스페이스의 자유로움과 혁신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세계적인 흐름과 결을 맞춰서 국내의 주요 대기업 역시 페이스북이 메이커 스페이스를 사내에 설치한 것처럼, 메이커 스페이스를 하나둘씩 구축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이다.

삼성전자는 사내 혁신 프로그램인 C-LAB 공간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설치하여 사내 벤처를 진행하는 임직원에게 상대적으로 보다 쉽게 시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현대자동차 역시 주요 연구소와 외부 공간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설치하여 연구원들과 사내 벤처를 진행하는 직원들에게 자유로움과 창의력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업의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은 여러 가지 효과를 불러온다. 사내 벤처 활성화를 통한 혁신 에너지를 커다란 조직에 수혈할 수가 있고,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 힘들어 하는 우수 인재들에게 물과 공기 같은 메이커 스페이스를 제공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놀라운 혁신과 창의력을 제공하는 메이커 스페이스에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바꿔줄 3D프린터, 레이저 커터와 같은 디지털 제작 장비가 갖춰져 있고, 디지털 장비의 사용법과 활용법을 알려줄 선생님(Instructor)과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누구나 쉽게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제품개발 과정을 통해서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팀을 이뤄서 제품을 개선하고, 함께 즐기면서 서로 배우는 메이커 문화 덕분에 메이커 스페이스는 지역 사회와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켜주는 ‘엔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메이커 스페이스의 매력 때문에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공간, 장비, 사람,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다섯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첫째, 메이커 스페이스는 목적별로 다양한 공간에서 구축되고 있는데, 운영 주체가 민간이냐 공공이냐에 따라서 대학 도서관이나 공공 기관 건물 또는 기업 내부에 임직원을 위해 만든 메이커 스페이스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둘째, 장비의 경우 목적과 예산 규모에 따라 수십만 원 수준의 디지털 장비부터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디지털 장비까지 구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사람의 경우 메이커 스페이스를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는 Staff와 메이커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하는 Instructor가 필요하다.
 
넷째, 다양한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여 메이커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전문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아무리 좋은 의미와 취지를 가지고 있는 혁신 공간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갖춰야만 한다.

국내외 메이커 스페이스 주요 유형을 살펴보면, 국외의 경우에는 민간 주도형 메이커 스페이스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국내에는 정부 주도형 메이커 스페이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민간 주도형의 경우, 만드는 재미를 추구하는 비영리 공간으로 출발한 소규모 메이커 스페이스가 대부분이고, 정부 주도형의 경우 예산에 맞춰서 구축된 중대형 메이커 스페이스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민간 주도형 메이커 스페이스의 경우 자유로운 메이커 문화를 마음껏 펼칠 수 있지만, 빈약한 수익모델로 인하여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부 주도형 메이커 스페이스는 이미 확보된 예산을 가지고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운영 관리 시스템과 경직된 의사 결정 구조로 인한 한계 때문에 메이커 스페이스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충분히 발휘되기가 어렵다.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겠지만, 메이커 스페이스가 효율적으로 확산되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민간 주도형 메이커 스페이스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민간 주도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견고한 수익모델 창출이다.

현재 민간 주도형 메이커 스페이스는 위탁운영을 통한 이익으로 운영을 하거나, 민간 비영리단체의 경우 기부금으로 메이커 스페이스를 이어나가고 있다.

국외 민간 메이커 스페이스처럼 매월 멤버십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가 자리 잡히지 않은 환경 속에서 같은 모델을 추구하기보다는 유료 메이커 교육 모델과 메이커 제품 유통 모델 등을 개발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공공과 민간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정책을 추구했으면 한다.

공공의 자원을 통해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하더라도 민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최대한 운영에 접목시켜야 한다.

메이커 스페이스의 성공의 핵심은 멋진 건물과 화려한 장비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메이커 문화와 개성넘치는 메이커 콘텐츠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무한한 상상력과 넘치는 창의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력과 창의력은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마음껏 키울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본인만의 상상 속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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