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 사내벤처의 현재와 전망
▲ 민윤정 대표이사 (주)코노랩스
불확실성이 높고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국내외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현황과 전망을 분석하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사내벤처의 육성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012년 말, 필자는 다음 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내에서, 사내벤처 발굴 육성 프로그램인 넥스트 인큐베이션 스튜디오(Next Incubation Studio)의 사업을 발제하고 이끌어가다, 2014년 9월 말 퇴사하여, 현재 스타트업 ‘코노랩스’를 창업, 경영해 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불확실성이 높고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현황과 전망은 어떠한지, 사내벤처 발굴 육성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과 린스타트업(Lean Startup)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혁신(Innovation)만이 미래 성장(Growth)을 담보할 수 있다는 말은 현대기업의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동의하는 말일 것이다.
사실 그 기저에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현재의 캐시카우나 성장세인 사업들이 한계에 부딪혀 중장기적인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위기 의식속에서 선도적인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혁신을 기업의 내재 문화로 만들고, 주도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다.
특히, 내부 팀 주도의 R&D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기존의 폐쇄적인 혁신 방법은 그 성공 확률이 낮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방식을 선도적인 기업들이 차용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발견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적극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차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여러 특징이 있겠지만, 현대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 파트너십 & 인수합병 : 상호보완적인 기술이나 핵심자산을 보유한 기업이나, 연구소,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인수 합병을 하는 방식
• 전략투자와 재무적 투자 : 보통 기업이 출연한 CVC나 혁신센터를 통해 향후 미래 전략 또는 성장동력을 보고 유망한 외부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
• 사내벤처 : 사내 아이디어 선발 및 프로젝트 팀 구성을 통해 일정 기간 보육·육성하여, 신규 사업화하는 방식
• 프로덕트 플랫폼화 : 제품 자체 혹은 보유 기술 자체를 API/SDK로 제공하거나, 판매/라이센싱 하는 방식으로 혁신적인 신제품/서비스 개발을 시도하는 모델
특히, 아이디어 도출, 구현, 데이터 측정, 러닝을 빠르게 반복 실행(Iteration)해 가자는 린스타트업 방식의 제안은 기술 기반 사내외 벤처 사업자들이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서 보다 싸게 실험을 해가면서 성공확률을 높여갈 수 있는 방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방식을 통해 더 작은 투자로 최소 존속가치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를 제작하는 프로젝트팀의 도출과 스타트업 등장이 더 일반화되고 있다(그림 2).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이점(Advantage)
IT 업계의 거대 공룡, NHN의 주력 사업인 네이버의 시작은 삼성 SDS의 사내벤처였다.
포켓몬고로 유명한 구글의 나인앤틱, 세븐일레븐 재팬의 시작, SK 엔카, 인터파크 등이 대표적인 사내벤처의 성공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스타트업들이 그렇듯이 사실상 더 많은 사내벤처들은 망하거나 실패한다. 정해진 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해 흐지부지되거나 프로젝트가 없어지기도 하고, 대기업의 단순 하청 업체로 스핀오프 되기도 한다.
성공의 기준 또한, 사내벤처가 어떤 전략 목적을 위해 추진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라는 대기업이 B라는 사내벤처를 육성하면서, 분사 당시 1억 원의 자금과 1억 원의 현물을 투자하여 약 40%의 지분을 확보하였다.
B 기업이 추후 7년 후 IPO에 성공하여 100배의 시세 차익을 거두었다면, 이는 재무적인 투자관점에서는 성공적인 투자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의 거시 전략적인 차원에서는 해당 시세 차익은 반복 가능한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우며(실제 그 정도의 투자 수익이 사내벤처 육성을 통해 나올 확률이 낮으며), 본체 전략 강화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개발하는데 차용되었을 가능성 또한 낮다.
성공 회수 측면에서 확률적으로 사내벤처보다는 외부 벤처 투자가 더 높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현대 기업에서 혁신의 한 방식으로 검토 및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자산/인재의 새로운 활용
조직이나 팀이 커지다 보면, 해당 기업이 확보한 지적 자산이나, 기술 자산, 숙련된 우수한 개발진들이 현재 활용되고 있는 제품이나, 담당 업무에 배정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도에 활용되는 일이 드물어질 수 있다. 방어용으로 쌓여 있는 기술, 비즈니스 모델 특허나, 숙련된 개발진, 기술 자산이 전혀 다른 프로덕트나 서비스로 활용되고, 비즈니스 모델화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내벤처는 강점을 가진다.
실제로 제로베이스에서 개발되는 것보다 우수한 품질의 프로덕트나 서비스가 개발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어느 정도 검증된 우수한 인력으로 팀을 만들 개연성이 높다.
핵심 인재의 동기 부여 및 교육/문화 이식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기업가정신까지 겸비한 리더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그러한 인재들에게 계속 도전할 만한 사업을 맡기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가?
사내벤처 프로그램은 핵심 인재들에게 새로운 모티베이션을 제공할 수 있으며, 자기주도적으로 사업을 만들고 실제 경영하는 과정속에서 훨씬 더 가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현대사회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는 리더들은 반드시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기업가정신의 함양은 조직 내부에서건 외부에서건 충분한 오너십을 가지고, 역할을 수행했을 때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내부 팀과의 협업, 용이한 인티그레이션
동료였던 멤버들이 사내벤처를 통해 몰입 경험, 성공경험을 가졌을 때, 이 효과가 조직의 내부에 전파되는 속도는 외부 파트너링이나 외부 스타트업을 인수했을 때보다 훨씬 빠르며 더 큰 파급력을 지닌다.
또한, 외부 스타트업이나 파트너사에 대해서는 저평가 또는 과도한 평가를 하는 경향성을 보이는 데 반해, 사내벤처의 경우, 벤처의 개발 내용이나 기술 수준이 시작부터 공유되므로 보다 정확하게 평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혀 다른 문화의 기업 인수 후 PMI(Post Merger Integration)를 하거나, 전혀 다른 회사와의 전략적 제휴나 파트너링에 비해 사내벤처의 재흡수나 내재화, 협업은 일하는 문화 자체가 유사하고, 기반기술 활용 방식이나 내용이 유사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보다 쉽고 유연할 수 있다.
브랜드 자산이나 경영지원 활동 지원
초기 창업 기업이 겪는 어려움들 중 하나가 브랜드의 신뢰도 문제와 자질구레하지만 상당한 시간과 꼼꼼함을 필요로 하는 경영지원 활동을 스타트업 경영진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초기 고객 획득시 강한 모 브랜드가 있다면 어느 정도 신뢰도 제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총무, 회계, PR, 법무, 보안 등 사업 운영의 리스크를 진단하고 서포트할 수 있는 내부 자산도 사내벤처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불리한 점(Disadvantage)
사내벤처는 외부 창업 기업에 비해 더 많은 비율로 망하거나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어 사라진다.
그 이유는 직원들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을 암암리에 할 수 있고, 회사 또한 우수한 인력들이 좀 더 중요한 일들에 종사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혁신이나 신성장동력이 작은 팀(사내벤처건 외부 스타트업이건)에서 나오기 힘들다는 경영진의 인식도 장애물 중 하나다.
고객, 마켓뿐 아니라 내부 전략/내부 설득 필요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는 부분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않아서’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고객과 마켓에 집중해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고 선보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도 사실상 성공 확률이 낮은 일이 스타트업이고 창업인데, 사내벤처들은 내부에서 성공으로 인정 받고 분사라도 하기 위해서 내부 의사 결정권자를 설득해야 하는 하나의 더 큰 짐을 지게된다.
또한 전사 전략의 변화나 경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이 사업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내부 팀과의 경쟁
사내벤처와 외부 스타트업 모두 팀 규모는 3~6명의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이 현재의 트렌드이다.
이때 경영진과 의사결정권자들은 저 작은 팀이 하는 일이 정말 미래 성장동력이라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서 더 빨리 해내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더군다나 사내벤처는 내부 기술자산, 지적재산권 또한 회사 소유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 운영자금과 개발비용을 회사가 투자하기 때문에 경영진들은 아이디어를 가져다가 내부에서 하는 것이 어떨지 혹은 저 아이디어를 규모가 더 큰 팀에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확장 모드에 접어든 사업이라면 이 판단이 맞을 수 있겠으나, 새로운 기술/제품을 만들어서 시장과 고객의 반응을 관찰해야 하는 경우라면 작은 팀이나, 오너십이 좀 더 있는 프로젝트팀이 더 적합하다.
대규모의 팀 투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나 내부 절차와 관료화로 인한 속도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너무 쉬운 실패 인정, 성공에 대한 낮은 집착
시중 농담 중에 “이번 생은 틀렸어요. 다음 생을 기약해요”라는 농담이 있다.
만약 다음 생의 환생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현재의 삶을 포기할 확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경우 잦은 실패를 지속적으로 빠르게 반복하면서 Product-Market 적합성을 찾아가야 하는데, 해당 사업의 실패를 너무 빨리 인정하고 프로젝트 팀의 해산을 결정하는 경우를 왕왕 찾아볼 수 있다.
몇 번은 망하기 전 단계까지 가보거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치열하게 성공에 대해 집착한 팀이 성공하는 데 반해, 사내벤처의 경우 다소 느슨한 오너십 구조에서 실패를 너무 빠르게 인정하거나 성공에 대해 그다지 치열하지 않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론
사내벤처 프로그램만이 기업 내의 혁신을 주도하기는 현실적인 한계가 명확하므로 서두에 소개했듯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서는 외부 협업, 인수합병, 파트너링, 핵심 기술 플랫폼화 등과 함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 고려 및 운용되어야 한다.
중장기적 목표 설립과 독립적 투입 자산 확보의 필요성
사내벤처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내벤처 발굴 육성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목표를 설립하고 투입 자산을 확보하는 편이 안정적이다.
체계적인 발굴-육성-스케일업-평가 프로세스의 마련 필요
대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외부에서 창업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이 해당 프로그램의 기획/리드에 참여해야 하며, 해당 프로그램 운영진들 또한 린스타트업 방식으로 시도하고 이터레이션(Iteration)을 통해 사내벤처 성공 확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리스크를 줄이기보다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집중
사내벤처 발굴 육성의 목적은 역시 해당 사업 아이템의 성공이어야 한다.
부가적으로 조직이 혁신 문화조성, 핵심인재 케어 등의 효과를 볼 수도 있겠으나, 이런 부가적인 목적이 주가 되어 버리면 참여자나 발굴/육성자들의 의지나 모티베이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육성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성공 시 확실한 리턴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