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 - (주)케이디파워 박기주 대표/CDO(이사회 의장)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등을 알아봅니다.
일하는 것이 즐거우면 인생은 낙원이다
공동 작성_ 조원일 교수(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김공숙 전문작가(프리랜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둔 12월 22일 역사적인 KTX경강선이 개통했다. 서울과 강릉을 1시간 54분 만에 주파한다는 경강선 새벽 5시 32분 첫차에는 단체 손님들이 탔다.
(주)케이디파워(이하 케이디파워) 박기주 대표와 임원들이다. 이들은 7시가 조금 넘어 강릉 바닷가에 도착해 속옷차림으로 호연지기를 과시했다. 영하의 날씨에 몸은 떨려도 ‘김치’ 하며 웃고 있는 사진이 신문에까지 실렸다.
직원들에게 이런 옷차림의 촬영은 드문 일도 아니다. 박기주 대표가 회사 단체워크숍에서는 속옷차림의 기념 촬영을 매뉴얼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한 사람 가는 길에 우리 모두가 간다’는 뜻에서 한 방향으로 가는 직원끼리 조금의 주저함도 없애버리자는 취지라고 한다.
여러모로 튀는 케이디파워와 기업의 선장인 박기주 대표를 만나러 춘천으로 향했다.
강촌에 세워진 드림 소사이어티
▲ 2013년 박기주 대표가 제16회 한국전기문화대상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케이디파워는 경치 좋은 강원도 강촌(춘천시 남산면 창촌리)의 산자락 60여만㎡(옛 18만 평) 위에 준공된 전력IT 복합단지 '카이로스(Kairos)' 안에 자리해 있다.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상대적 시간의 신이자 기회의 신이다. 아마도 ‘기회’를 중요시 하는 기업들이 모인 곳인가 짐작했다.
그런데 이곳이 박기주 대표 개인이 1,000억여 원을 들여 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조성한 곳이라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카이로스 단지는 발전기, 태양광, LED(발광다이오드), 전기 분야의 계열사들과 서울대학교 기초전력연구원 등이 모여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각자 기술을 바탕으로 협업을 진행합니다. 사물인터넷(IoT), LED조명, 태양광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지능형 수배전반 등을 생산하며 물류비를 절감하고 상호 시너지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평생 일할 수 있는 일터와 전문교육을 들을 수 있는 아카데미스쿨, 이웃과 함께 힐링할 수 있는 빌리지를 조성하여 상주인구만 13,000명에 달합니다.”
케이디파워는 전기에 IT 기술을 융합하여 신재생 전기에너지와 수배전반 및 전기 종합 제품, 태양광 발전기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박기주 대표는 1989년 단돈 80만 원으로 서울 용산에서 전기시공업체를 창업해 현재 연 매출 2,000억 원 규모의 전력 제조업계 일등 기업을 만들었다.
약 1,200개의 전기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중소기업으로서 IR52 장영실 기술혁신상을 3회나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카이로스에서 제휴기업 간 영업망 구축, 원가 경쟁력 확보와 시너지 효과 창출, 공동생산과 제품개발, 마케팅을 통한 신규시장 창출을 기대합니다. 또한 문화예술 산업 복합단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일을 행복하기 위한 도구, 가정을 위한 도구로 보고 유럽인은 일 가운데에 가정이 있고 행복이 있다고 봅니다. 덴마크 기업을 가보니 동네 안에 공장이 있고 공장 안에 집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우리도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문화예술 산업 복합 단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렇게 상상한 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박 대표는 2008년 나이 50을 목전에 두고 모두가 상생하는 새로운 터전을 만들겠다고 이전의 김포 공장을 떠나 춘천으로 왔다.
드림 소사이어티를 만들어보겠다는 꿈같은 결정은 5년 만인 2013년 이렇게 위대한 모습으로 실현되었다. 카이로스 산업단지는 여러면에서 고정관념을 깼다.
첫째, 평지가 아닌 산자락에 놓여 있다. 한국은 산이 64%이다.
그런데도 산업단지를 만든다면 전부 평지를 조성하여 공장들을 성냥갑처럼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런 생각을 바꾸었다.
둘째, 산업단지는 국가 땅에 조성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깨버렸다.
산업단지 조성을 개인이 한다는 것도 산업단지 내에 문화예술 복합시설을 같이 만든다는 것도 특별하다.
“중국 연태에 가면 2,000㎢ 평지에 산업단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국가 땅에 공장을 지으면 기업 경쟁력이 있을까? 내 돈을 투자해서 산을 밀어서 만든 땅에 공장을 짓는 게 경쟁력이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저는 경쟁 방식을 다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유럽식으로 바꾸어서 일과 가정과 행복을 함께할 수 있는 ‘완전도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박 대표는 카이로스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융합과 조화의 도시로 만들어 가려고 한다.
문화와 사람 그리고 자연이 함께하는 도시, 자연과 사람을 향하는 도시, 사람과 디자인 중심의 심미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상상력이 기업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보이는 전기, 말하는 전기 그리고 생각하는 전기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고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상상력을 발휘해 보이는 전기, 말하는 전기를 만들었다.
케이디파워의 전력IT 통합 브랜드 웹센(Websen)은 전기의 기존 개념을 바꾸었다.
'웹(Web)'을 이용해 힘이 ‘센’ 전기를 보내주겠다는 의미에서 브랜드 명이 웹센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전구식 장미전구 램프, 공기정화 오존 발생기를 개발하던 신광기업 연구소와 건설업체인 청한 건업에 근무하다 창업에 뜻을 품고 2년 만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서른 한 살이던 1989년 서울 용산청과시장(현 용산전자 나진상가) 한구석에 5평짜리 사무실을 얻어 책상 하나 없이 신문지 위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업종은 전기통신 시공업이었다. 말이 사무실이지 창고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일을 맡기면 잘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시작 후 불과 20일 만에 현금 2,200만 원을 벌었다.
사업은 매년 20%씩 성장했으며, 전기공사 시장에서 성실하고 싼 가격으로 단숨에 입소문을 탔다. 경쟁업체보다 20%나 싸게 공사를 수주했지만 공사 후에는 평균 30%의 마진을 남겼다.
모두가 힘들었던 IMF 한파는 오히려 결정적인 호재가 됐다. 1997년 인도네시아에 첫 해외 수출 공사를 따냈다.
당시 공사금액이 약 96만 5천 달러였는데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앉은 자리에서 13억 원의 환차익을 얻게 되었다.
뜻하지 않은 자금이 생기자 박 대표는 첫 직장이었던 연구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공사를 하는 대신 직접 제품을 개발하는 제조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에게는 IT를 결합해서 전기를 보이게, 말하게, 생각하게 하면 특별하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1990년대 초 일본에 갔을 때였습니다. 우연히 들른 전기제품박람회를 둘러보니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패키지형 수배전반이 출시되어 있었어요. 당시 국내에는 일반형 수배전반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국내 제품은 경쟁력이 없어 수입제품이 많이 사용되던 때였죠. 그래서 패키지형 수배전반을 개발하기로 결심하고 연구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동안 해오던 전기공사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하면서요.”
박 대표는 1997년 상호를 케이디파워로 바꾸고 중전 분야 제조업에 뛰어들어 전기를 원격으로 관리하고 제어하는 웹 기반의 시스템, 요즘의 IoT(Internet of things; 사물 인터넷), M2M(Machine to Machine; 사물 통신)과 흡사한 IKEN(Internet Korean Electronic Network)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모두가 무모한 짓이라고 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 없이 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시장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박 대표는 굴하지 않았다.
크기도 줄이고 기능도 향상된 수배전반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일본 제품이 우리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집념을 꺾지 않았다.
드디어 개발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1998년 8월 국내 최초로 인터넷으로 전기를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고효율 수배전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크기가 작은 일체형 배전반은 박 대표를 포함해 15명이 매달려 연구개발한 결과물이었다.
“수배전반은 전력회사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각 회사나 가정에서 사용 가능한 전압으로 낮춰주는 변환장치입니다. 그 해 경향하우징페어에 이 제품을 출품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초소형으로 배전실 크기가 기존 설비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아서 좁은 공간에서도 설치가 간편했고, 디지털 표시장치까지 돼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상당했습니다.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전기가 된 거죠. 설치공사 기간도 5~20일 걸렸는데 3시간으로 줄어들어 공사비도 절반수준이고, 최적의 전기 사용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전기료도 20% 이상 절약할 수 있었죠. 주문이 쏟아졌습니다.”
케이디파워의 수배전반은 벤처 붐과 더불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KT(Korean Technology)마크까지 받는다. 이로써 조달청의 조달 우수제품으로서 수의계약을 통해 정부에 제품을 공급하게 되었다.
그런데 조달우수제품 지정은 기간이 4년이라 기간이 종료되면 재지정을 받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우수제품 재지정 제도는 케이디파워가 지속적으로 뛰어난 기술의 제품을 만드는 동기로 작용해 기술중심의 기업으로 앞서가는 기반이 되었다.
전기와 에너지 분야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다
▲ 강촌에 위치한 카이로스 산업단지 전경
▲ 카이로스 산업단지에서 박기주 대표 등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8년 케이디파워 불꽃열정 시무식을 가졌다.
케이디파워의 제품과 시스템은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면 어디에서나 실시간으로 전력과 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단순한 전력기기에 불과했던 수배 전반 분야에서 블루오션을 찾았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기와 IT를 결합하면서 공급자 중심의 전기사업을 수요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아날로그 방식의 기존 제품에 IT를 접목해 전력 상태를 눈으로 보고 예측 운전까지 가능하도록 하여, 케이디파워의 수배전반 분야 제품과 시스템은 매년 25% 정도의 성장을 해오고 있다.
“최우선 과제는 전기를 보이도록 하고 생각하게 하는것 그리고 스마트하고 안전하게 기능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전력기자재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정체이기 때문에 미래가 어둡다고 하지만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기는 엄청난 기회의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무한한 전기시장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인류의 40% 즉 약 27억 명의 인구가 여전히 전기를 쓰지 못하고 있는 미전(微電)상태입니다. 잠재된 거대 시장은 곧 블루오션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시장을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케이디파워는 잠재 시장을 크게 두 방향으로 보고 있다. 가정의 ‘홈 라이팅(Home Lighting)’과 ‘홈 스토리지와 홈 DC 가전’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상품화하지 못한 시장의 공략을 위해 박 대표는 기존의 스마트 중전 분야의 성장 강화를 기반으로 태양광 발전과 LED조명 개발로 사업을 확장하였다.
케이디파워의 고효율 태양광 시스템은 ‘태양을 경영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발전 효율을 12%나 높이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관련 업계에서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조달 승인을 받았다.
또한 ‘빛에 감응하고 소리에 움직인다’는 구호를 내건 LED 조명은 감성에 기반하여 시장에서 차별적이며 독보적인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Z홈(Home)'이라고 부르는 감성 LED 조명 시스템은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통해 해당 지역의 위치를 수신하여 시간대별 태양의 고도에 따른 색온도를 LED 조명으로 구현한다.
이에 따라 실내에서도 인간의 생체리듬에 가장 적합한 태양빛과 유사한 조명이 가능하다.
박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 융합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으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첨단기술 간의 융·복합이다.
케이디파워의 제품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제품이 아닌가 싶었다.
“빛에 IoT와 빅데이터를 넣어 조명이 스스로 시간과 공간을 측정할 수 있는 신기술입니다.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조명 개발에 그치지 않고 여러 새로운 혁신적 가치를 창출하려고 노력한 결과 나온 것이 Z조명이에요. IoT를 기반으로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인데 사물을 인식하고 공간에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케이디파워는 기존 공공시장에서 선두권을 확고히 다진 배전반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구축, 유지보수사업을 강화하여 고도화된 기술과 고품질의 서비스를 내놓았다. 바로 ZEBs(Zero Energy Building) 솔루션이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유입하지 않고도 건물을 정상적으로 동작시킬 수 있는 이 솔루션은 지열과 태양광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기존보다 3배나 긴 64,000시간이라는 장수명의 고효율 저소비 전력 LED등(燈)으로 건물의 빛을 밝힐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전력 사용량의 피크 타임시에는 비상발전기를 포함해 분산 전원을 0.04초 내에 투입함으로써 피크 전력 요금을 최대 35%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비상용 디젤발전기는 94% 미세먼지가 나오지 않고 운전 가동시 소음도 30% 줄인 환경친화형 발전기다.
“ZEBs는 쉽게 말해 신재생 태양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융합된 기술입니다. 이 신기술을 적용하면 석탄화력 발전의 비중을 낮추고 탈(脫) 원자력발전소 정책으로 인한 전기료 상승의 우려도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케이디파워는 신재생 에너지원 발굴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석탄, 석유, 가솔린, 전기, 화력, 수력, 원자력 등에 비해 가성비가 좋지 않아 많이 사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는 신재생에너지 발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독일의 경우 현재 신재생에너지가 30% 정도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도 머잖아 신재생에너지원 발굴과 사용이 확대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케이디파워는 가성비가 높은 에너지원의 하나로 지열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열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지구 나이가 45억 년입니다. 지구의 땅과 물은 태양으로부터 온 에너지의 약 40%를 품고 있어요. 이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려면 엔진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열 하이브리드 스파이럴(Spiral, 나사) H3엔진’을 만들었습니다. 흔히 OS라고 하면 운영체계가 있잖아요. MS나 윈도우, 애플, 구글의 운영체계 같은 이런 플랫폼 운영체계는 한국에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에너지와 지열의 운영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스파이럴 H3엔진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땅속에 있는 지열과 물을 사용하려면 문제가 있었다.
물속에는 많은 미네랄, 석회, 철분 등 광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런 물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려면 히트펌프라고 하는 엔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엔진은 광물질이 들어가 있는 에너지 열 매체(화학 장치를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기 위하여 열을 전달하는 매체)로 인해 2~3년 내에 고장이 나 버린다. 지열 발전의 열 변환 효율은 500%로 높다.
하지만 엔진이 고장 나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케이디파워의 스파이럴 H3엔진은 고장이 나지 않는 지열 엔진이다.
바닷물, 강물, 저수지물, 땅속의 열 매체를 추출하여 집어넣더라도 원하는 냉난방과 60℃ 온수의 열원을 고장 없이 공급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20년 간 사용이 가능하다.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기본이 의식주의 해결입니다. 스파이럴 H3엔진은 이 중 주(住)에 해당되지요. 주는 공간 안에서 쾌적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잠실 123층 롯데월드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60%는 냉난방에 소요돼요. 이 엔진을 사용하면 냉난방 에너지의 100%를 공급할 수가 있습니다.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주거생활과 관련해 얼마 전에 발표한 정부의 5대 핵심사업 내용에서 스마트 팜(Smart farm; 농사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만들어진 지능화된 농장)과 신재생에너지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열 개발이라고 봅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감동을 주는 것
▲ 박기주 대표는 2013년 12월 서울코엑스 1층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륨에서 열린 2013 대한민국 창조경제대상 포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박 대표는 매출액의 5% 이상을 R&D에 우선 투자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러나 R&D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은 전 세계에 존재하며 기술자에게 꼭 필요한 것은 오히려 상품 기획력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기술 기획이자 역사 기획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상품, 기술, 역사의 기획 능력을 가져야 경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모르고는 자기 역사를 쓸 수가 없지요. 기술을 모르고 경영을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상품기획 없이 무조건 R&D 비율만 높다고 좋은 회사가 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상품, 기술, 경영기획 역량이 골고루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엔지니어들은 소위 디지털적인 사고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상품 기획 면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엔지니어가 성공하려면 디지로그적 사고를 해야한다고 봅니다.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명쾌하게 판단하면서 기술은 기본이고, 기술로 어떻게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한 것인가를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기술이 아닌 감동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인문학과 기술을 융합할 줄 아는 경영자다.
결국 기술 제품이라는 것도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는 것이므로 감동과 메시지 없이는 성공적 존속이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박 대표는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계속 앞서 나가야 한다며 기업인들은 도요타의 사훈인 ‘우리는 완전한 것조차 진화한다는 것을 믿는다’에 대해 강조한다.
창의적 사고와 행동을 수반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
“요즘 제가 잘 가는 김치찌개 집이 있습니다. 부부가 운영하는데 김치찌개가 1인분에 6,500원입니다. 2인분만 시켜도 세 사람이 넉넉하게 먹을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이 집이 내건 것이 뭐냐 하면 ‘밥은 먹는 것이 아니라 드시는 것입니다”라는 거예요. 김치찌개만 나오고 반찬도 없이 간결하지만, 감동 아닙니까? 식사에 대한 생각을 바꾼 거예요. 이 김치찌개 집이 잘되어서 체인점들이 생기는데 체인점 하나 개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3,000만 원에 불과해요. 식당이 창업하면 보통 6개월 만에 70%가 망한다고 해요. 그런데 이 김치찌개 집은 기존의 망한 식당의 중고 주방기기를 구입해서 3,000만 원으로 체인점을 꾸며 준다고 합니다. 그러니 개업 6개월 만에 체인점이 세 곳이 생길 정도로 장사가 잘되고 있어요. 이 집을 보면서 맛도, 기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감동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효율적으로 기획하기 위해 케이디파워는 자체 R&D보다 협력업체의 기술을 활용해 신제품을 내고 있다.
전략적 제휴와 아웃소싱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한데 묶어 단기간 내에 상품화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은 2년인데 수시로 변화하는 유행에 맞추려면 새로운 협력사들이 자꾸 모여서 신상품을 만들고 생산·판매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다.
생산과 영업도 여러 협력사들이 맡는다. 디지털 계측기기, 소프트웨어, 판금, 기계 조립 등 각 분야의 전문 기업들이 모여 하나의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
“케이디파워의 대표 제품인 수배전반에도 7개 중소기업의 외부 기술이 섞여 있습니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을 결합하면 최고의 제품이 나오지요. 기업이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장 침투 능력입니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망하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중소기업들은 자기 기술 하나를 지켜내느라 최고의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실패합니다. 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모든 것을 투자하면 스스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상생의 동반자적 협력체계 구축을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고객에게, 협력사에게 그리고 소속된 구성원에게도 감동을 주고 싶다고 한다.
“케이디파워 임직원 모두가 귀하게 태어난 사람들 입니다. 저는 직원들 각자가 나름대로 귀하게 준비한 것을 사회에 진출해 펼치고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성공했다고 생각하게끔 지원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정년을 마치고 노후에도 보람을 가지고 과거에 이룬 꿈과 성취욕으로 나머지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CEO의 몫이며 중소기업 경영인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일에 대한 목표의식을 강조하되 사원들에 대한 자율과 공유를 중시한다.
이것이 톱니바퀴처럼 조직원을 하나로 묶게 하고 회사의 경영 시스템을 신뢰하게 만들었다.
회사 내 전 조직원 간에 정보공유가 이뤄지도록 1998년부터 자체 개발한 툴을 이용해 사내 정보공유와 업무를 오픈했다. 케이디파워의 조직문화는 가족적이고 수평적이다.
많은 기업이 외부고객에게만 신뢰를 지키면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부이다. 신뢰 경영의 기초는 내부 경영의 신뢰에서 온다.
구성원과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각자의 업무를 권한 이양해 서로의 자율권과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꽃 열정’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결단하다
박 대표는 자신의 캐릭터를 ‘불꽃 열정’이라고 말한다. 열정은 흔히 정열로 오인된다. 정열은 기분 날 때만 일하는 쇼트 타임이라서 바람직하지 않다.
열정은 롱 타임에 신뢰를 기반으로 하여 오래간다. 불꽃같은 열정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믿는 박 대표는 안 된다고 하기 전에 무조건 된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열정으로 준비된 기업에게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각종 대내외적 환경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어렵지만 기업이 자체적으로 성장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정부의 지원만 바라서는 안 됩니다. CEO가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할 직원들이 있다면 막연한 지원을 바라기 보다는 열정을 가지고 기업이 속한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배수진(背水陣)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기업 경영은 외줄타기와도 같아서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CEO는 결정의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므로 절대 물러설 수가 없습니다.”
박 대표는 귀한 시간이 아까워서 골프를 하지 않는다. 대신 문화예술 공연을 주 2회 정도 즐기며 사업 경영에 영감을 얻고, MTB로 체력을 단련한다.
그의 사무실에는 인상적인 글귀가 걸려 있다. ‘일이 즐거우면 人生은 樂園이다’라는 경쾌한 필체의 액자다.
“많은 사람들은 일하는 것을 도구로 삼고 가족을 위해서 일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과 행복과 가정을 하나로 본다면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일과 가정 그리고 행복을 삼위일체로 생각합니다.”
최근 박 대표는 또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1970~1980년대 대한민국 산업화의 주역인 1,400만 시니어들 중에서 1%의 인재를 선발하여 개발도상국에 산업정보화 교육자로 파견함으로써 한국중소기업의 신시장을 개척하고 대상국의 산업과 국가표준 확산에 일조하고자 준비 중인 ‘신청년 10만 아카데미’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꿈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저는 구성원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사람입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간의 정열을 뛰어넘는 장기간의 열정과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주는 실행 능력이야말로 성공의 요소입니다. 케이디파워가 그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키워드도 바로 열정의 실행! 이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 대표는 자신의 행복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며 카이로스 단지를 만든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제우스의 아들 카이로스는 앞머리는 무성한데 뒷머리는 머리털이 하나도 없는 대머리 모습을 하고 있다.
양 발에는 날개가 달려있고 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카이로스 동상 앞에 이런 경구가 씌어 있다고 한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나를 발견했을 때는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나를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이고, 저울을 들고 있는 이유는 기회가 앞에 있을 때는 저울을 꺼내 정확히 판단하라는 것이며,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는 이유는 칼같이 결단하라는 의미이다. 나의 이름은 기회이다.’
케이디파워의 박기주 대표는 위기 때마다 카이로스를 놓치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 우뚝 섰다.
기회는 쉽게 잡을 수도 있지만 놓치기 쉬우며 대개 위기라는 얼굴을 하고 온다.
그 이면을 파악할 수 있는 판단력과 결단력을 갖춘 경영인, 그가 바로 박기주 대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