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혁신 현장속으로 - (주)광운기술 이재걸 대표

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화재를 예방하는 남다른 기술을 찾아서

글_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한제훈(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현대인은 전기에 일상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일반 소비자들은 접할 수 없지만, 전기를 흘려 보내는 케이블의 화재를 예방하는 난연제품의 존재가 소중한 이유다.

(주)광운기술(이하 광운기술)은 바로 전기화재 보호용 난연제를 주력 제품으로 개발하고, 생산하고 있다. 전기화재를 예방하는 남다른 기술은 ‘현장 중심’의 생각에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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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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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래를 열어 갑니다.’ 이재걸 대표는 이 한마디에, 광운기술의 기업 이념을 담았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새로운 미래의 근간에는 ‘새로운 기술’이 있다.

도전적인 기업 이념을 내세웠지만, 처음부터 기업가의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광운기술을 설립하기 전까지, 이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다니던 직장의 수주 물량 감소로 인력 감축이 절실해졌고, 당시 회사의 사장이 그에게 정리해고의 칼자루를 넘겼다.

자기 손으로 직원들을 내보낼 수 없어, 회사에서 연봉이 높은 편에 속했던 그와 현장소장이 함께 사표를 냈다.

전 직장은 그만두었지만, 먹고 살 길은 찾아야했다. 그렇게 이 대표는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광운기술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게 바로 2012년, 지금으로부터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제가 학부 때는 전기를 배우고, 대학원에서는 화학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기 관련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렵게 기존에 없던 제품을 최초로 개발해서 시장에 내놨는데, 그 제품이 만들기는 어려웠는데 모방하기는 쉬웠던 겁니다. 난관에 부딪힌 거죠. 그때 저와 연구소장을 포함해 직원이 세 명이었습니다. 셋이서 ‘파이팅’을 외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습니다.”

이재걸 대표는 우선 각종 산업 전시회를 다니며 아이디어를 찾는 데 주력했다. 시장의 이슈가 집중된 분야는 경쟁도 심했다. 하지만 화재·안전 분야는 주목도는 낮았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전기 시설물을 보호하는 난연제품은 소재와 관련돼 있어 원천기술만 개발하면 장기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전문기관에 협조를 구하고, 연구개발비를 조달하기 위해 국가 R&D 과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국가 R&D 과제에 참여하면서, 차츰 산업계에도 광운기술의 이름이 알려졌다.

이와 함께 광운기술은 품질경영시스템과 환경경영시스템 등을 포함한 각종 인증을 받으며 회사의 체계를 갖춰나갔다.


화재 대응시 일당백의 몫을 하는 차화 커버

그 과정에서 한국전력과도 인연이 닿았다. 때마침 한국전력에서는 화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해법 마련에 고심 중이었다.

자연히 광운기술에도 문제해결의 과제가 주어졌다. 케이블 화재는 케이블과 케이블이 연결되는 지점에서 주로 발생했다.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조건값은 이미 나와 있는 상태.

처음에는 케이블연결 지점을 막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폭발 압력이 워낙 강력했기에, 해결 방안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소문난 전기 기술자들을 직접 만나러 나갔다. 평생 전기로 밥을 벌어 먹고 산 이들의 혜안은 남달랐다.

“그분들은 답을 다 알고 있어요. 케이블 연결 지점을 막는 방법으로는 절대 화재를 예방할 수 없다는 거죠.

그때 어느 분이 그러더라고요. ‘옆을 막으면 되지’라고요. 그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죠.”

한 분야에서 수십 년을 일해온 ‘장인’들은 기술적 원리를 지식이 아닌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옆을 막으라’는 조언을 풀이하자면, 케이블 연결 부위에서의 화재발생은 절대 막을 수 없으니 화재 확산이 되지 않도록 연결 부위 주변 케이블을 보호하라는 것이다.

물론 이 아이디어에도 넘어야 할 산은 있었다. 연결 부위가 아닌 주변 케이블을 모두 커버로 감싸려면, 그만큼 수량이 늘어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제 논리와 성능 논리가 맞아야 합니다. 수량이 많아지더라도 경제성을 확보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전력에 이 아이디어를 역제안했습니다. 남은 기술적 과제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었죠.”

그렇게 개발한 ‘차화 커버’는 이제 광운기술의 상징이자, 대표 제품이 됐다. 광운기술의 차화 커버는 언뜻 평범한 고무 패널처럼 보이지만, 차화 성능을 지닌 폴리머(Polymer) 고무 재질과 고강도 섬유를 적층해 만든 것이다.

케이블 트레이용 차화 커버는 상하좌우 분리 결합을 할 수 있는 독립형 모듈 구조로 고강도 내구성을 확보하였으며, 주입형 방화구획재 차화 커버는 화재로 불이 붙은 케이블의 화염이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화재 확산을 방지하는 요철구조, 지중 케이블과 케이블 트레이, 주입형 방화 구획재까지 보호해 장시간 화재에도 대응할 수 있는 무기난연 시스템은 기존 난연제품의 한계를 뛰어넘기에 충분했다.

한편으로 내화성 전력량계 차화 커버를 만들어 전력량계 화재로 발생하는 2차 화재 예방도 가능하게 했다.

원료부터 제품까지 모두 다룰 수 있다는 점은 광운기술의 강점이다. 유사 제품을 만드는 경쟁사에서는 원료 회사와 별도로 미팅을 가져야 하지만, 광운기술은 그 자리에서 처방을 내리고 바로 해결에 나선다.


현장 밀착형 연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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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기술의 직원 수는 13명이다. 그중 7명이 연구원일 정도로 광운기술은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연구실에 앉아서 하는 연구는 사양한다. 연구실 안에서만 만든 소재는 실제 현장에 적용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잘 알기에, 광운기술의 연구원들은 생산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현장에서 무엇이 되고, 안 되는지 긴밀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의 인재들은 어떤 면에서 만능 엔터테이너가 돼야 합니다. 대표인 저도 매일 작업복을 입고 생산 현장을 돌아 다녀요. 우리 직원들은 원료도 알고 용접도 할 줄 압니다. 국가 규격시험 기준은 이미 외우고 있을 정도죠.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어떤 시험에 통과해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그려 놓거든요.”

광운기술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을 넘어, 믿음직한 인증기관에 테스트를 의뢰해 인증을 받는 것까지 개발 단계로 보고 있다.

그렇게 축적한 데이터가 곧 영업의 자료가 된다. 자체 연구만으로는 고객사를 설득할 명분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2012년에 설립한 광운기술은 이제 겨우 6년차에 접어든 중소기업이지만, 그 사이 쌓은 경력만큼은 탄탄하다.

2016년 6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기협이 주관하는 ‘IR52장영실상’을 받았다. 쟁쟁한 대기업을 물리치고 오로지 ‘기술’로써 승부해 얻은 쾌거였다.

같은 해 8월에는 NEP 신제품 인증도 받았다. 낭보는 2017년에도 이어졌다. 제50회 과학의 날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표창을 받았으며, 조달청으로부터 수출유망품목 생산기업(G-PASS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7월에는 제12회 대한민국 건설환경기술상 및 11월에 산업기술진흥유공 표창을 받았다.

이처럼 대외적인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광운기술은 초기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어려운 시절, 동고동락했던 직원의 상당수가 아직도 일하고 있을 정도로 서로를 향한 신뢰도 탄탄하다.
 
‘차화 커버’로 광운기술의 이름을 알렸지만, 이재걸 대표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직은 계획 단계일 뿐이지만, 전기자동차 시장 진출을 목표로 연구를 시작하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광운기술’의 이름을 알리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영속하는 기업이 되려면 다른 산업에도 융·복합이 가능한 중간재 회사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완성품을 여러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등급별 제품을 공급하는 거죠. 일례로 전기자동차에도 우리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역시 광운기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화재 대응이죠.”

이처럼 광운기술은 ‘화재 대응’이라는 콘셉트 하나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실력 있는 중소기업을 일컫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충분히 어울리는 곳, 더욱더 발전하는 광운기술의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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