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과학기술 플러스 - 드론 날려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연다

과학기술 플러스는 최근 이슈가 되는 과학 기술 및 연구, 과학발전사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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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2월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장에서는 스타디움 상공에 수백 대의 드론이 비행하며 오륜기가 펄럭이는 장면이 연출될 예정이다.

이 드론 라이트 쇼를 선보이는 미국 인텔은 미국 풋볼리그 챔피언결정전 등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드론 수백 대를 상공에 날려 비슷한 장관을 이미 연출한 바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야간 시간대 및 육안에서 벗어나는 거리에서의 드론 운항이 금지됐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드론 특별승인제’를 도입함에 따라 2017년 11월 10일부터 비행 승인을 받은 건에 대해서는 야간 드론쇼는 물론 육안거리 밖 드론 비행도 가능하게 됐다.

장난감이나 취미생활용을 제외하고 현재 드론이 상용 서비스 시장에서 가장 활성화된 분야는 영상 촬영 및 농업 분야이다.
 
영상 촬영은 영화 및 TV 촬영, 화보 제작 등이며, 농업 분야의 경우 주로 농약 살포에 사용된다.

안전사고 문제로 인한 각종 규제 때문에 상용 서비스 시장이 그리 활성화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드론에 대한 규제는 차츰 풀릴 수밖에 없으며, 드론의 활용 분야는 거의 무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는 드론에 자체 개발한 매직박스 신호 송출기술을 적용해 반경 16㎢ 내에 통신 신호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드론을 특정지역의 미니 기지국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드론에 장착된 미니 기지국은 신발 박스 정도의 크기로 2.5㎓ 대역에서 4G LTE 서비스 품질을 제공한다.

스프린트가 이 같은 드론 기술을 개발한 목적은 재난 및 재해 지역에서 비상통신망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지진이나 태풍, 수해 등의 재해가 발생하면 통신망이 파괴되거나 사용량 급증으로 휴대폰 연결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임시 기지국 장비가 설치된 트럭을 현장에 급파하기도 어려워 드론을 미니 기지국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최근 5G 시대에 대비해 드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드론이 이동기지국 같은 역할을 하면서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5G가 지닌 초고속·초연결 특성이 드론과 결합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엔 드론이 의료 인프라의 구축이라는 새로운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유니세프(UNICEF)가 미국의 화물운반용 드론 개발회사인 마터넷(Matternet)과 협력해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무인 드론을 이용한 혈액 샘플 수송을 시험한 것이 좋은 사례다.

운송되는 혈액 샘플은 바로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테스트용이다.

말라위는 인구 10명 중 1명이 HIV에 양성 반응을 보일 만큼 에이즈 감염률이 높은 국가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에이즈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단 여덟 군데뿐이다.

게다가 도로 상황까지 열악해 혈액 샘플을 받아서 다시 반송하려면 최대 8주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지난 수년간 말라위 정부는 부족한 구급차 대신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혈액 샘플 배달에 투입했을 정도다.

따라서 드론을 투입할 경우 HIV 테스트용 혈액 샘플의 운송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드론의 시험 비행 루트를 이미 개설한 유니세프는 말라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혈액 샘플과 더불어 HIV 백신까지 드론 수송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스토니브룩대학 연구진은 드론을 이용한 결핵 진단용 혈액샘플 수송 실험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진행했다.

이 실험에 투입된 드론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해 약 120㎞ 이상의 장거리 비행도 할 수 있도록 개조됐다.

이처럼 아프리카에서 드론을 통한 의약품 수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데엔 이유가 있다.

도로 포장 및 운반 수단 등의 수송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 우기에는 도로 침수로 인해 아예 통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때문이다.

거기에다 아프리카는 고층 빌딩과 항공기 운항 등이 빈번한 선진국 도시와 달리 영공이 복잡하지 않고 규제도 덜해 드론이 새로운 인프라로 자리하기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산지대가 국토의 대부분인 스위스 같은 선진국에서도 드론을 통한 의약품 수송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드론의 가장 유망한 상업화 시장 중 하나는 건설 분야다.

건설 후보지 조사 및 선정, 교량 및 고압철탑, 아파트 등과 같은 시설물의 안전점검, 사업지구 현황 파악 및 모니터링, 토지이용 현황조사 등에 드론은 뛰어난 장점을 지닌다.

그밖에 지진 및 해일 등의 모니터, 산사태 및 산불 예방 감시, 실종 아동 및 노인 수색, 목장 모니터, 우범지역 정찰, 멸종 동물 관찰, 드론을 이용한 스팟 광고 및 불꽃놀이, 송유관 파손 점검, 스모그 감시, 적조 관찰 등이 비교적 현실성 높은 드론의 활용분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드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 전쟁도 치열하다.

드론을 활용한 서비스 특허는 아마존이 단연 으뜸이다.

아마존이 최근 특허를 획득한 자율주행차 드론 충전 기술은 자동차 지붕에 도킹 스테이션을 부착해 착륙한 드론이 충전하는 아이디어다.

현재 드론은 한 번 충전으로 30분 정도만 운행이 가능하여 원거리 배송에는 한계가 있는데, 이 같은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인 것이다.

IBM의 연구법인인 IBM 리서치는 드론이 공중에서 다른 드론에 물건을 전달하는 기술 특허를 획득해 주목을 끌었다.

이 기술은 드론에 확장용 팔이 장착돼 다른 드론의 확장용 팔과 연결되면 배송 물건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릴레이 시스템이다.

즉, 공중에서 드론끼리 물건을 전달한다는 아이디어로서, 아파트에 사는 고객의 경우 자신의 드론을 미리 날려 공중에서 물건을 수령할 수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예상한 2017년의 전 세계 드론 시장규모는 60.4억 달러다.

그중 개인용 드론 시장규모는 23.6억 달러, 상업용 드론 시장규모는 36.8억 달러를 차지한다.

미국의 방산컨설팅업체인 틸 그룹에 의하면 전 세계 드론 시장규모는 2021년 110억 달러, 2025년 150억 달러 등 매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드론 시장규모는 2016년 704억 원에서 2018년 2,276억원으로 예상돼 매년 180%씩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드론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최고 수준에 비해 60~8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2022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해 우리나라 드론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세계 5위, 선진국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물품 수송, 산림 보호, 해안감시, 국토 조사, 시설물 안전진단, 통신망 활용, 촬영 및 레저, 농업지원 등을 드론의 8대 유망 업종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