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6

06 - 한국적 혁신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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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완 교수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는 효율성과 창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혁신리더가 만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는 효율성을 달성하는 방법과 창의성을 달성하는 방법이 서로 반대라는 딜레마다.

한국 문화는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효율성과는 궁합이 잘 맞지만 창의성과는 맞지 않는다. 문화를 고려하여 한국적 혁신리더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는 효율성과 창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첫 번째 토끼는 효율성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등을 활용하여 기존의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던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의 효율성 개선을 이루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효율성은 같은 자원을 투입할 때 더 많은 산출물을 나오게 만드는 것이며, 같은 산출물을 얻는 데 있어서 더 적은 자원을 투입해도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 소개된 이후 경영학은 지난 100년 동안 성과의 원천을 ‘효율성’으로 파악하고 성과 향상을 위해서 효율성 증진에 주력해 왔다.

리더십 연구 또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리더의 행동에 대하여 오랫동안 주목해 왔다.

두 번째 토끼는 창의성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효율성뿐 아니라 창의성 또한 성과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과거 기업의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효율성이었다면, 이제는 효율성만으로는 최고의 성과를 담보할 수 없다.
 
효율성을 기본으로 하되 추가적으로 창의성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특히 최근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기업의 성과 창출 방식에 대한 게임의 룰을 급속도로 바꿔 놓고 있다.

현대적 의미의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여러 가지를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리더는 기존의 것을 조합하여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혁신리더가 만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는 효율성을 달성하는 방법과 창의성을 달성하는 방법이 서로 반대라는 점이다.
 
효율성은 기본적으로 예측가능성과 일관성 위에서 달성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조직 구성 그림 1 호프스테드 문화가치원들이 공통적인 생각을 하고 동일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모두가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높은 효율성이 달성될 수 있다.
 
반대로 창의성은 다양성이 전제될 때 나타날 수 있다. 구성원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제각기 다른 과업수행 방법을 선호할 때, 창의성이 발현되기 쉽다.

계산이나 예측이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 효율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창의성을 배양하는 데는 유리한 토양이 된다.

기업 현장에서 리더가 조직을 이끌 때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려면 다양성을 중시해야 하는데, 다양성이 높아지면 효율성이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효율성을 높이려면 통일성을 중시해야 하는데, 통일성이 강조되면 창의성이 낮아지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혁신리더는 이 문제에 대하여 깊이 고민해야 한다.

어떤 리더십도 가치 중립적(Value-free)이지 않으며, 문화가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적 혁신리더십의 바람직한 모습은 한국 문화와 연관 지어 살펴보아야 한다. 문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심각한 제약 요건이 될 수 있다.

혁신리더십이 어떠해야 한다는 규범적인 측면은 전 세계 공통인 데 반해서 실제 리더십 행동은 해당 국가의 문화가치에 지배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적 혁신 리더십을 얘기할 때 문화가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문화의 핵은 가치(Values)이며, 가치란 어느 한 상태보다 다른 상태를 선호하는 포괄적인 경향성을 말한다(Hofstede, 1991; 차재호 & 나은영, 1995, p.31).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가치(Cultural values)란 각 문화별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의 정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문화가치를 얘기할 때 호프스테드(Hofstede)를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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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스테드는 1970년대에 전 세계 각 국가별 IBM 직원 12만 명을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하였다.
 
그는 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문화를 4가지 측면(개인주의, 권력거리, 남성성, 불확실성 회피)으로 구분하고 각 국가별 문화의 특성을 비교하는 문화차원이론(Cultural Dimensions Theory)을 제시하였다(그림 1).

이후 2가지 측면(장기지향성과 응석-절제)이 추가되었으나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호프스테드의 기준으로 살펴본 한국의 문화가치는 전반적으로 효율성에는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창의성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문화의 4가지 차원을 각각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개인주의(Individualism)는 개인들이 집단에 통합되는 정도를 말하며, 개인주의 성향이 높은 사회에서는 개인들 사이의 관계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고 개인적 성취, 자유, 권리 등이 강조된다.

개인주의의 반대는 집단주의(Collectivism)이며, 집단주의 성향이 높은 사회에서는 개인 간의 관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개인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행동하도록 강조된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개인주의가 낮은, 즉 집단주의가 높은 문화가치를 가지고 있다(개인주의 지수 : 한국=18 vs. 미국=91)(출처: Hofstede, 1991; 차재호 & 나은영, 1995, p.87).

최근 들어 한국 사회도 점점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여전히 집단주의적인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집단주의 문화는 효율성 추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창의성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부지불식간에 개인주의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현시점에서 우리 한국인은 개인주의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개인주의의 장점 중 하나는 개인이 이룩한 성과에 대한 보상을 집단 전체로 흩뿌리지 않고 해당 개인에게 집중적으로 보상해 준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창의성을 최고 수준으로 발휘하게 만드는 동기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들은 대부분 개인주의 문화권에서 개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인터넷, 빔프로젝터, 반도체, 컴퓨터, TV, 비행기, 자동차 등 거의 모든 혁신적인 제품들은 개인주의 문화권에서 나온 창의성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혁신제품이 세상에 나온 후에 이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집단주의 문화권의 장기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둘째, 권력거리(Power Distance)는 조직이나 사회집단 내에서 권력이 작은 구성원이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즉, 윗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를 수용하는 정도이다.

권력거리가 큰 문화에서는 전제적이고 가부장적인 권력관계를 수용하기 때문에 상급자의 명령에 대한 절대복종이 강조된다.

반면 권력거리가 작은 문화에서는 상호의논적이고 민주적이며 평등하기 때문에 사회적 위치가 낮은 하급자들이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권력자의 의사결정을 비판할 수도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권력거리가 큰 문화가치를 가지고 있다(권력거리 지수: 한국=60 vs. 미국=40 vs. 이스라엘=13)(출처: Hofstede, 1991; 차재호 & 나은영, 1995, p.52).
 
최근 들어 한국도 점점 권력거리가 줄어들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다른 국가(특히 서구 선진국들)와 비교해 볼 때 여전히 권력거리가 큰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철저한 상명하복의 규범은 구성원들이 리더가 부여한 과업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측면에서 권력거리가 큰 문화는 효율성 추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없기 때문에 창의성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권력거리가 큰 문화가치를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에서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사무공간의 면적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크기와 비례한다.

국내 기업 어디를 가던지 대부분 대표이사의 사무실이 가장 넓으며 일반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공간은 상대적으로 좁다(물론 개인 사무실도 없다). 그러나 필자가 직접 경험한 미국 실리콘밸리 IT 대기업의 본사는 달랐다.

놀랍게도 이곳에서 수만 명 임직원들의 정점에 있는 CEO의 방과 말단 사원이 근무하는 개인 사무실의 크기는 동일했다(이 회사에서는 모든 직원들에게 동일한 크기의 작은 방이 배정되어 있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에서는 권력의 크기에 따라서 사무공간의 면적이 차별적으로 배정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반면(권력거리-High), 미국에서는 권력의 크기와 무관하게 사무공간이 동일하게 배정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권력거리-Low).

셋째, 호프스테드가 정의한 남성성(Masculinity)은 단순히 남성중심의 가치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물질지상주의의 개념이 강하게 포함되어 있다. 남성성이 강한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이 성취감, 자기주장, 물질적인 성공을 선호하며 경쟁력, 야망 등이 강조된다.

남성성의 반대는 여성성(Femininity)이며 여성성이 강한 사회에서는 구성원 간의 관계, 구성원에 대한 배려, 삶의 질에 대한 강조 등의 특징이 있다.
 
또한 정숙이나 헌신 같은 비물질적인 가치를 남녀 양성이 모두 강조받는다. 호프스테드의 문화가치에서 남성성은 삶의 양(Quantity of Life), 여성성은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중시하는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남성성이 낮은, 즉 여성성의 문화가치를 가지고 있다(남성성 지수: 한국=39 vs. 미국=62)(출처: Hofstede, 1991; 차재호 & 나은영, 1995, p.128).

최근 들어 한국도 점점 물질만능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여전히 물질 이외의 가치를 추구하는 여성성의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여성성 문화가치가 집단주의 문화가치와 연결되면 동료를 배려하면서 집단작업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한국 문화가 가지고 있는 여성성의 특징은 적절하게 활용된다면 창의성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적 혁신리더는 비물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조직 전체의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넷째,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에 대한 사회적 거부를 의미한다.

불확실성 회피가 높은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이 불확실성을 최소화함으로써 불안에 대처하려고 하며 안정적인 직업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관리자들이 명확한 지시를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감정에 휩싸이는 경향이 있으며, 변화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계획, 규범, 법, 규제 등의 제도적 장치를 이용한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한다.
 
반면에 불확실성 회피가 약한 사회에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위험을 피하기보다는 이를 극복하려는 성향이 뚜렷하다.

체계적이지 않은 상황이나 변화무쌍한 환경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제도나 규칙은 되도록 적게 만들며 실용적이고 새로운 것에 대해서 관용적이다.

한국은 불확실성 회피가 강한 문화가치를 가지고 있다(불확실성 회피 지수: 한국=85 vs. 미국=46)(출처: Hofstede, 1991; 차재호 & 나은영, 1995, p.169).

근래 한국의 문화가치가 점점 더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움을 수용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불리한 변화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필자가 신입사원이었던 1990년대 초중반에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 지금처럼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이과에서 입학 성적이 제일 높은 Top 10 대학 학과명단에 S대 의대 한 곳만, 그것도 낮은 순위로, 겨우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S대 의대부터 시작해서 지방 의대까지 Top 10 대학 학과를 모두 의대가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를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에게서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불확실성 회피는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창의성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최근 들어 범사회적으로 기업가정신과 창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대학에서 창업교육을 시키면 창업이 어렵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오히려 창업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학생 수가 2만 명 정도 되는 수도권의 모 대학에서 학생들이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에서 반년 동안 인턴(무급)으로 근무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지원 학생 수가 적어서 프로그램 유지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성에 역행하는 한국의 불확실성 회피 문화는 한국적 혁신리더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호프스테드의 기준으로 살펴본 한국 문화의 특성은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 유리한 환경이다.

실제로 한국의 산업은 한국 문화의 특성에 잘 맞는 빠른 추격자 전략을 사용해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최근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반도체가 그러하며 스마트폰,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그 예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경쟁적 우위에 있는 한국 산업의 높은 효율성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예를 들면 알파고 같은 AI들 끼리 바둑을 두게 하면 우열이 쉽게 가려질까?

어쩌면 두 AI 모두 실력이 매우 높아서 이 둘 간의 실력 차이가 의미가 없는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 효율성의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져서 국가 간 차이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산업이 기존에 누려왔던 효율성 우위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효율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빠른 추격자 전략은 힘을 잃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빠른 추격자이면서 동시에 최초 선도자(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한국적 혁신리더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선택지는 자기 조직만이라도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문화는 리더 개인이 바꿀 수 없지만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의 문화를 긍정적인 개인주의, 탈 권위주의, 불확실성 선호 지향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의 단점은 실천을 위해서 리소스가 많이 든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조직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 보면 한국 사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조직에 속해 있는 구성원이 혁신리더가 이끄는 조직의 범위를 한 발짝만 벗어나게 되면 여전히 집단주의, 권력거리, 불확실성 회피가 강한 한국 문화를 만나게 되고 영향을 받게 된다.

혁신리더가 아무리 변화를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문화가치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 선택지는 분명 가야 할 방향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인내와 끊임없는 자원이 투입되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한국적 혁신리더의 두 번째 선택지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 전략이란 효율성 지향과 창의성 지향을 분리하되 조직차원에서는 이 둘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기존의 효율성 중심의 조직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극도로 효율성을 높이도록 독려한다.
 
그리고 창의성 증진은 기존의 조직 구성원들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혁신리더 본인과 차세대 혁신리더 집단에게만 집중적으로 강조한다.

혁신리더 본인 스스로 창의적으로 바뀌면 조직의 기존 효율성을 활용하여 리더의 창의성이 가져오는 기회를 현실화 시킬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효율성과 창의성은 작동원리가 정반대이기 때문에 구성원 개인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해서 안 된다.

이렇게 해서는 리더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적 혁신리더와 차세대 혁신리더 그룹은 스스로 창의성을 발전시키고 조직의 창의성을 담당해야 한다.
 
창의성은 기존의 한국의 문화적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단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 구성원에게 효율성과 창의성을 모두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구성원들에게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에 맞는 효율성을 더욱 높이도록 독려하는 반면, 혁신리더 스스로 창의적으로 변화하여 리더 자신이 조직의 창의성을 담당할 것인가?

각자 조직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서 선택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업의 특성이 창의성 위주라면 어렵더라도 조직 구성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존의 한국 문화에 과감하게 맞서야 할 것이다.

만약 업의 특성이 효율성 위주라면 구성원들에게 서로 상극관계인 효율성과 창의성을 모두 강요해서는 안 된다.
 
힘들더라도 혁신리더 자신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물이 되어서 기회를 포착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활용하여 포착된 기회를 현실화 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 스스로 외부와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론버트(Ron Burt) 교수가 창안한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s) 이론은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Burt, 2001).

결론적으로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 문화는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효율성과는 궁합이 잘 맞지만 창의성과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적 혁신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에게는 한국 문화에 잘 맞는 효율성 극대화를 독려하고, 혁신리더와 차세대 혁신리더그룹은 의식적으로 한국 문화를 거부하고 스스로 창의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 분담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 중 하나이며,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한국적 혁신리더십의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 참고 >

Burt, R. 2001. Structural holes versus network closure as social capital. In N. Lin, K. Cook, & R. Burt (Eds.), Social capital: Theory and research: 31-56. New York: Aldine de Gruyter.

Hofstede, G. 1991. Cultures and organizations: Software of the mind.McGaw-Hill, London.

차재호, & 나은영. 1995. 세계의 문화와 조직. 학지사 :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