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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아카데미는 혁신의 주요 이론과 개념을 소개하고 실제와 연계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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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현 부교수
한양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2008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발명품 후보에는 전기차가 나란히 두 대가 올랐다.

이미 2006년 올해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영예를 거머쥐었던 테슬라의 순수 전기차 로드스터(Roadster)가 상업용 출시모델로 다시 한 번 2위에 올랐고, GM 쉐보레(Chevrolet)의 볼트(Volt)가 7위에 올랐다01.
 
1998년 캘리포니아주의 무공해차량 의무판매비중법(Zeroemission vehicle) 발효에 즈음하여 주요 완성차 업체가 앞다투어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출시하기는 했었지만, 이후 법개정과 소송으로 인한 적용유예 등을 거치며 전기차는 시장에서 거의 사라졌었다.

2008년 전기배터리 만으로 구동되는 테슬라의 하이엔드 스포츠카 출시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이후 자발적 전기차 개발/출시경쟁의 기폭제가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테슬라의 제품출시 및 마케팅 전략이다.

당시 전기차를 출시하던 완성차 업계는 대부분 중소형 하이브리드 차종에 전력했다. 쉐보레의 볼트나 니산의 리프, 도요타의 프리우스, 기아의 소울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한번 충전에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대략 100㎞ 내외일 정도로 전기차에 대한 기술이 성숙하지도 않았고, 충전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도 않았으며, 전기차라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조심스러운 시장접근을 취하는 것이 상식이었을 것이다.

테슬라는 이러한 상식을 전도시키며 판매가가 1억 원이 넘는 하이엔드 스포츠카를 출시작으로 내놓았다. 테슬라는 어떻게 이렇게 업계의 상식과 배치되는 마케팅 전략을 취했을까? 그리고 성공했을까?

테슬라의 로드스터가 성공한 이유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하이테크 마케팅과 혁신 역량을 같이 이해해야 한다. 로드스터는 우선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이었다.

한 번 충전에 400㎞ 가까이 달릴 수 있었던 데다가 정지에서 시속 60마일까지 3.7초만에 가속이 가능한 고성능 2도어 스포츠카였다.

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주행 데이터 및 전후방 감시카메라 정보 등을 편리하게 투사시켰고, 운전자 편의시설의 상당 수가 소프트웨어적으로 제어되고 업데이트 되도록 하는 최신 기능을 탑재했다.
 
이와같은 성능과 기능은 하이테크 제품에 열광하는 소수의 혁신적 소비자에게 호소할 만한 것이었다. 로드스터의 전 세계 판매량은 2,450대 정도였다.

로드스터에 이어 테슬라는 2012년 후속모델인 모델 S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스포츠쿠페로 보다 더 대중적인 모델이었다. 판매가도 7,000만 원대로 내려왔고, 항속거리는 400㎞(최상급 모델은 600㎞ 가까이)를 넘기게 되었다.

시속 60마일 가속시간은 2.7초로 대폭 향상 되었다. 운전자 편의시설도 향상 되어 12.3인치짜리 LCD계기판과 17인치짜리 터치스크린 방식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통제유닛을 장착했다.

충전인프라도 확충해 미국과 유럽에 Supercharger station이라는 급속충전소를 곳곳에 설립했다.

모델 S는 2016년 12월 기준, 16만 대 가량이 판매되어 니산의 리프(25만 대 판매)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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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미 출시를 시작한 테슬라의 네 번째 모델 라인업은 모델 3이다. 이는 준중형 세단으로 모델 S보다 더 대중적이며 로우엔드에 가까운 차종이다. 판매가는 4,000만 원대이며 판매 예약대수는 45만 대 이상이다.

테슬라의 전기차 출시전략을 살펴보면 몇 가지 경향이 나타난다. 우선 제품 라인업이 보다 더 혁신적(로드스터)에서 보다 더 대중적(모델 3)인 경향으로 진행해 왔다.

또한 제품의 대상 시장규모가 소규모 니치(로드스터)에서 대규모 주류시장(모델 3)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은 하이테크 제품소비자의 특성분포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미 1950년대 신품종 옥수수 종자의 확산을 연구하던 학자들02로부터 새로운 품종, 새로운 제품을 수용하는 소비자들 간에는 특성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져 왔다. 이에 따르자면, 하이테크 소비자들은 다섯 계층으로 구분된다.

혁신가(Innovators)는 신제품을 공격적으로 구매한다. 이들은 이미 공식적인 마케팅이 시작되기도 전에 제품에 관심을 보인다.

이들의 주된 관심은 기술적인 발전과 혁신에 있고 제품의 기능과 성능의 세세한 부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들은 전체 소비자 중 2.5% 정도만을 차지할 뿐이다.

선도수용자(Early adopters)는 혁신가와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기술에만 경도되어 있지는 않는다.

그들은 신제품의 기술적 측면과 잠재적 편익을 이해하는 데에 탁월하므로 남들의 구매여부에 상관없이 선도적으로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한다. 13.5% 정도의 소비자가 이에 해당한다.

초기대중(Early majority)은 선도수용자의 일부 특성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구매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은 제품의 실용성이다. 이들은 제품 구매에 앞서 사용자 후기를 꼼꼼히 검토하는 등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지 여부를 중요시 생각한다.

후기대중(Late majority)은 초기대중의 일부 특성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등장했을 때 표준과 지배적 설계가 등장하고 활용성이 충분히 증명될 때까지 제품의 구매를 미룬다. 초기대중과 후기대중에 속하는 소비자는 각각 전체의 34%를 차지할 정도록 많다.

마지막으로, 수용지체층(Laggards)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 계층이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거의 사라진 2G 피처폰을 끝까지 안 바꾸고 썼던 노년층 소비자를 생각하면 이 계층의 특성이 쉽게 이해된다.

Geoffrey Moore03는 이중 선도수용자와 초기대중간의 차이에 주목한다.
 
선도수용자는 선견적 구매행태를 보이며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과 미래지향적 특성을 갖는 데 반해 초기대중은 실용주의자적 성향과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해 이 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깊은 골짜기, 즉, 캐즘(Chasm)이 존재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즉, 동일한 제품이 선도수용자와 초기대중에게 동시에 호소하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하이테크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기업이 캐즘을 넘지 못하면 결국 혁신가와 선도수용자층을 합쳐 전체의 16%에 해당하는 니치시장에만 머무를 뿐 주류시장으로 진입할 수 없다. 비평가의 찬사를 받고 흥행에 실패하는 영화와 같은 운명인 것이다.

대부분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물론 하이테크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들은 캐즘 극복 전략에 대해 심각히 고려해야만 주류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캐즘을 극복하는 전략은 무엇일까? 테슬라의 전기차 출시전략에서 한 가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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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로드스터는 혁신가와 선도수용자에게 호소할 수 있도록 혁신적 기능과 성능을 탑재하였다.

이들을 목표로 한 제품의 또 다른 장점은 이 소비자 계층이 본질적으로 니치적 성격을 가지므로 스타트업으로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양산 역량도 그다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로드스터를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보다 더 대중적인 제품의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고 기술역량을 향상시켰다.
 
그 결과 선도사용자를 주 타킷으로 한 모델 S를 출시하여 성공시켰고 이어서 초기대중을 목표로 한 모델 3을 개발하였다. 현재까지 성과로만 보면, 테슬라의 단계적 전략은 성공한 듯이 보인다.

다만, 최근 모델 3 양산 준비과정에서 겉잡을 수없이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데다가 자동차 양산이라는 것이 Elon Musk가 "Production Hell"이라고 표현했듯이 쉽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에 최종 성과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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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전략은 Moore가 말한 바 볼링 핀 전략(Bowling Alley Strategy)을 현실적으로 실행한 것이다.

볼링 핀 전략은 선도수용자(Segment 1)로부터 소규모 시장접근을 취해 피드백을 받고 제품개선과 양산 역량을 확충하며 단계적으로 Segment 2, 3, 4, 5로 소비자층을 확대해 간다는 전략이다.

다만, 볼링 핀 전략은 목표 수용자의 구미에 정확히 맞는 혁신적 제품을 출시할 역량이 갖추어지지 않은 기업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테슬라와 거의 같은 시기에 BMW와 아스톤마틴의 스포츠카를 디자인 한 Henrik Fisker가 세운 Fisker Automotive 또한 Karma라는 모델명으로 전기구동형 스포츠카를 출시하였다.

그러나 피스커사는 선도수용자까지 나아가지도 못하고 1,800여 대만을 판매하고 파산에 이르렀다.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만한 기술적 역량의 부족이다.

하이테크 제품의 성공에 있어 캐즘을 극복하는 마케팅 전략과 더불어 기초체력이 될 만한 혁신 역량을 제대로 갖추어야만 한다는 것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사례이다.
 


01 http://content.time.com/time/specials/packages/completelist/0,29569,1852747,00.html

02 Rogers, E. M. (2003). Diffusion of Innovation (5 ed.) New York, NY: Free Press.

03 Moore, G. A. (1991). Crossing the Chasm: Marketing and selling high-tech goods to mainstream customers. New York: Harper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