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명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연계되어 있는 생명과학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봅니다.
글_ 방재욱 명예교수(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생물과학과)
유전질환이라고도 부르는 유전병은 유전자나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염색체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질병을 일컫는다.
이런 유전병은 무조건 자손에게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이상이 부모의 생식세포를 통해 자손에게 전달될 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생긴 유전자 변이가 자손에게 전해져 나타날 수도 있다.
질병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모를 경우 치료가 쉽지 않은 것처럼 유전병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유전병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현대인의 걱정거리인 암의 유전성은 어느 정도일까?
유전자 이상에 의해 나타나는 유전병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주요 유전병으로는 겸상적혈구 빈혈증, 페닐케톤뇨증, 알비노증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겸상적혈구 빈혈증은 산소를 운반해주는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이 정상과 달라 뇌에 공급되는 산소의 양이 부족해져 심각한 빈혈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겸상(鎌狀, 낫 모양)이라는 명칭은 정상의 적혈구가 도넛 모양인데 비해 겸상적혈구의 모양은 서양 낫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그림 1).
겸상적혈구 빈혈증 유전자가 동형접합자(S/S)인 사람은 심한 빈혈증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일찍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이형접합자(A/S)인 사람은 정상 적혈구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으며, 겸상적혈구에서는 말라리아 병원균이 증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라리아에 강한 저항력을 보이기도 한다.
페닐케톤뇨증은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을 티로신으로 바꿔주는 효소가 결핍되어 나타나는 유전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페닐알라닌과 그 대사산물이 몸속에 축적되어 유아기에는 담갈색 머리카락이나 피부의 색소 결핍으로 흰 피부가 나타날 수 있으며, 성장하며 걷기와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발달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백색증이라고도 부르는 알비노증은 멜라닌 색소가 결핍되어 나타나는 유전병으로 그 증상은 하얀 피부와 모발 그리고 붉은색의 눈동자 등으로 나타난다.
염색체 이상으로 나타나는 유전병
최근 조사에서 태아의 약 3% 정도가 염색체 이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염색체 이상을 보이는 태아는 상당수가 기형아로 출산되거나 자연유산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염색체 변이는 사람 세포의 핵 안에는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46개 염색체의 수가 정상과 다르게 나타나는 수적 변이와 염색
체의 일부가 잘려나가거나 더 길어지는 구조적 변이로 구분이 된다.
염색체 수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질병들로는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클라인펠터증후군 등이 있으며, 갓난아기 때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묘성(猫聲) 증후군은 구조적인 변이에 의해 나타나는 유전병이다.
신생아의 500~600명에 한 명꼴로 나타나는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많아 나타나는 유전질환이다. 다운증후군 아이는 성격은 온순하지만 선천적으로 IQ가 낮으며, 정신 지체와 특이한 얼굴 모습을 가지고 태어난다(그림 2).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성염색체는 남자는 XY, 여자는 XX로 짝을 이루고 있는데, 이런 성염색체의 수가 달라져 나타나는 대표적인 유전병으로는 터너증후군과 클라인펠터증후군을 들 수 있다.
터너증후군은 X 염색체 하나만을 지녀 염색체 조성이 2n=44+X가 되어 나타나는 유전병이다(그림 3).
신생아의 1/5,000의 비율로 나타나는 터너증후군은 아기 때 성장 발육이 부진하고 지능이 낮으며, 목이 짧으며 목 주위에 주름이 많이 생기는 증상을 보인다.
터너증후군은 월경이 없고 2차 성징인 가슴과 성기의 발달이 미약하며, 난소와 자궁이 작거나 정상적으로 성숙하지 못해 여성이기는 하지만 완전한 여성의 특성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신생아에서 1/2,000의 비율로 나타나는 클라인펠터증후군은 성염색체가 정상보다 더 많은 XXY나 XXYY가 되어 나타나는 유전병이다(그림 3).
클라인펠터 증후군 사람은 Y염색체를 지니고 있어 남성으로 자라게 되지만, 작은 정소의 무정자증으로 불임이 되며 유방이 작게 발달하기도 한다.
이 질환은 사춘기 이전에는 잘 발견되지 않으며, 정신 지체도 아니기 때문에 외모만으로는 정상인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암의 유전성과 생활 습관
집안에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그 자손도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암의 유전성은 어느 정도일까?
스웨덴의 역학자 리히텐슈타인이 북유럽 세 나라에서 약 4만 5,000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암과 유전의 연관성 조사를 통해 암 발생 원인 중 유전성의 비율이 위암 28%, 대장암 35%, 유방암 27%, 전립선암은 42%로 나타남을 밝혔다.
일란성 쌍생아 중 한 명이 특정 암에 걸리면 다른 쌍둥이도 그 암에 걸려야 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다른 한 명이 75살까지 같은 암에 걸릴 확률 11%로 나타났으며, 이란성의 경우에는 5% 정도로 더 낮게 나타났다.
이는 암 발생에는 유전성과 함께 생활 습관이나 환경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