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현 팀장 한국정보화진흥원
토지, 노동, 자본 등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생산요소와 더불어 4의 생산요소로서 지능정보기술이 대두되고 있다.
지능정보기술이란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인간과 사물의 인지·사고·학습 능력을 강화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농업,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산업현장 전반에 적용되어 생산성과 품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들어가면서
지난 9월 28일 정부는 “대한민국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하며 “혁신 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추진체계를 마련하였다.
당초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된 규모와 위상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그간 정체되었던 혁신기술 개발과 신산업 육성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6일 42차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그리고 공정 경제라는 세 개의 축으로 추진될 것이라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개념과 정의는 정립되지 않았으나 결국 요약하면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고 상호 양립할 수 있도록 병행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이해된다.
즉,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이는 “포용적 성장”이라는 국정과제로 귀결된다.
이러한 경제발전 모델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거론되기 시작하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논의가 확산되었으나 그 의미의 중요성과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정책목표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성장과 분배가 양립하는 포용적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제발전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 발전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 기술과 국가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제4의 생산요소 : 지능정보기술
전 세계적으로 GDP 성장률이 감소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의 저자인 노스웨스턴대 로버트 고든 교수는 향후 25년간 이러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은 토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리거나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생산성이 향상될 때 나타난다.
하지만 토지는 한계효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력도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 투자도 한계에 이르면서 기존 생산요소에 의한 경제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토지, 노동, 자본 이외에도 총요소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혁신 기술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켜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지만 기존 생산요소를 대체할 만큼의 동인이 되지는 못하였으며 효율성 향상만으로는 지속성을 갖기 힘들다.
그림 1은 기술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와 경제발전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과 사회가 발전하면서 생산요소도 변해 왔다.
농업사회에서는 토지와 노동이 경제를 이끌어 왔으며, 산업사회에서는 자본이 새로운 생산요소로 추가되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촉발된 정보사회에서는 정보기술에 의해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하지만 정보사회의 경우 새로운 생산요소가 추가되지는 않아 연결성 향상에 따른 사회 변화에 비해 산업 혁신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정보사회의 성장 한계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지능정보기술에 의한 2차 정보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극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 4.0,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능사회 등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새로운 시대를 표현한 용어들은 2차 정보혁명을 관점에 따라 달리 표현한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지능정보기술이란 데이터(빅데이터), 네트워크(Internet of Things), 인공지능(Algorithm) 등 인간과 사물의 인지·사고·학습 능력을 강화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지능정보기술을 기존 정보기술의 연장선에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이런 시각으로는 “향상”은 이룰 수 있으나 “혁신”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지능정보기술이 새로운 생산요소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는 없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연구결과가 나와 흥미롭다.
액센츄어가 발표한 보고서01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새로운 생산요소로서 노동생산성 저하와 경제성장률 둔화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며, 2035년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을 2배가량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상기 보고서의 연구결과에 근거할 때 지능정보기술은 기존 정보기술과 같이 단지 생산성을 강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자본을 확장하는 제4의 생산요소로서 경제 성장 구현방식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혁신 기술이 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 중 하나로, 기존 정보시스템은 신형이 구형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는 감가자산인 반면 지능정보시스템은 구축 완료 후 데이터가 축적되고 학습이 심화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향상되고 경제적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능정보기술과 사회 변화
지능정보기술은 경제적 발전과 함께 사회적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하며,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했다.
치매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고통과 부담을 떠안아 가정이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민생현안으로 고령화로 인해 치매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시의 적절한 복지정책이라 평가할 수 있지만 막대한 비용이 문제다.
보건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2,033만원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13조 2천억 원에 달한다.
2050년 치매환자가 270만 명까지 증가한다는 전망치를 대입할 경우 연간 치매관리 비용은 54조 9천억 원으로 늘어난다.
결국 치매환자를 줄이고 관리 비용을 절감하지 않고서는 감당하기 힘들며 지능정보기술은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치매 위험이 높은 사람을 미리 감지하여 예방하거나 경증의 치매환자는 인지훈련을 도와주는 로봇을 활용하여 진행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중증 치매환자의 경우 돌보미 로봇과 스마트 요양원 등으로 관리 비용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상당 수준까지 개발되었으며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서비스가 상용화된 것들도 있다.
복지 분야 이외에도 맞춤형 교육 서비스, 24시간 순찰을 통한 범죄 예방, 미세먼지 정밀 예측 등 다양한 분야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로봇보다 향상된 인지기능과 학습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들이 활용될 수 있다.
지능정보기술과 산업 혁신
지능정보기술은 농업,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산업현장 전반에 적용되어 생산성과 품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팜은 단순히 재배환경과 작물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를 농부에게 경보하는 수준을 넘어 시장 수요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여 출하시기와 생산량을 조절하여 수익을 극대화하고 정교한 영상인식과 로봇공학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잡초를 인식하여 제거하고 적시에 작물을 수확하고 등급에 따라 분류하는 등 농산물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서 지능화와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실시간으로 생산과정 및 품질을 관리하고, 맞춤형 유연 생산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하여 규모의 경제에 취약한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 호텔 컨시어지 로봇, 금융상품 상담 챗봇 등 서비스 산업의 지능정보기술 도입은 더욱 혁신적이다.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Henn-na(이상한) 호텔은 로봇이 체크인과 투숙객의 짐을 옮기는 등 세계 최초로 로봇 기반 운영 시스템을 갖춘 호텔이다.
이 호텔은 로봇을 활용한 차별된 서비스로 고객 편의를 증진하고 로봇 자체가 관광 콘텐츠가 되면서 로봇이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든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글을 마치며
많은 사람들이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고 걱정하지만 아직은 기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IBM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왓슨의 암 진단 정확도가 의사보다 높다고 의사라는 직업이 사라지긴 힘들다.
영어교육 로봇이 상용화되어도 교사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의사와 교사의 역할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인공지능은 양질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로봇은 위험하고 힘겨운 노동을 대신하며 기피 업종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
항상 그러했듯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기술에 좌우되지 않는다.
다만 이를 활용하는 사람의 몫일 뿐이다.
01 Why Artificial Intelligence is the Future of Growth(Accenture,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