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남성 교수 한양대학교
4차 산업혁명은 에너지의 생산 방식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의 대규모 발전 시스템에서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배터리에 기반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탈 원전과 탈 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혁명과 Exponential 기술
싱귤래리티 대학의 피터 다이아맨디스(Peter Dia-mandis) 교수와 < 에너지 2030 혁명 > 저자인 토니 세바(Tony Seba)는 미래의 에너지 시스템은 Tipping Point에 도달한 풍부한 태양광 에너지, 배터리 그리고 전기자동차 등 3가지 Exponential 기술들이 주축이 된 마이크로 그리드 기술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기존의 에너지 산업계의 Decentalization과 같은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ponential 기술들은 보급이 확대되면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하는 기술들로 보급과 가격이 서로 강화(Mutually Reinforcing)되는 선순환 메커니즘의 특징이 있다.
태양광의 경우 보급이 2배가 되면 가격이 25~30% 하락하고 있다.
시장에 비용이 적은 신기술이 나타나면 처음에는 높은 비용과 소비자들의 기존 기술에 대한 충성심이 작용하여 보급이 늦어지지만 Tipping Point를 지나면 새로운 기술의 비용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보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기존 기술을 대체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기술경영에서는 S Curve의 전환으로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경우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의 대형 발전 시스템은 이미 S Curve의 포화 수준에 있어 효율 증가에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지만 태양광, 배터리, 전기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분산형 에너지 기술들은 이제 시장에 보급이 시작된 기술들로 디지털 기술들과 융합이 이루어질 경우 새로운 S Curve의 기하급수적 성장 궤도에 이를 것으로 에너지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어 이러한 기술들이 보급이 증가되면서 기존의 대형 발전 기술들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림 1).
다이아맨디스 교수나 토니 세바는 지금의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대형에너지 시스템이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것은 향후 10년 이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Accenture사 보고서도 기존의 대형 화석연료 발전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정체되어 있는 반면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며 에너지 분야의 S Curve 전환은 이미 시작이 되었으며 2020년 후반에는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산업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생산 방식의 변화이다.
즉 기존의 에너지 산업은 대규모 발전 시스템을 이용한 공급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이용하여 비용을 하락시켜 왔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에너지 기술들이 디지털 기술인 IoT,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융합된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한
수요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급 가격을 급속도로 감소시키고 있다.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 발행된 City Science 보고서에서는 에너지 분야에서의 미래 에너지 시스템은 초연결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기반 마이크로 그리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MIT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소형 CHP, 바이오매스 발전 시설들이 저장 장치와 연결되어 하나의 그리드를 구성하고 이러한 그리드들이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와 같은 디지털 기술들과 융합되어 전체 그리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림 2).
이러한 미래 예측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미래에는 태양광에서 전력을 생산하여 배터리에 저장하고 저장된 전기를 전기자동차에 이용하며 이를 소프트웨어가 제어함으로써 수송과 에너지 그리고 통신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가 운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에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구성된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라는 소프트웨어가 전체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으로 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이 TaaS의 실례이다.
또한 전력 시스템에서도 여러 군데 산재한 분산형 시스템들을 디지털 기술들을 이용하여 하나의 발전소(가상 발전소)처럼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앞으로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의 확대와 가상 발전소의 증가를 통해 전력 시스템의 Digitalization이 촉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호주나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실제로 가상 발전소들이 도매 또는 소매 시장에 참여하여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참여자들에게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에너지 시스템 전환
이러한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산업의 전환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2030년까지 30% 목표를 설정하여 추진 중이며 2050년에는 100%를 전량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어 에너지산업 전환에 롤모델이 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태양광 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소요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하면서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Energiewende” 법안이 2004년부터 추진되고 있어 현재 전체 발전량의 30% 이상을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활발하게 재생에너지가 보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2030년까지 약 50%를 태양광으로 발전하는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여 추진 중이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전력회사가 양방향 미터기와 같은 소비자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일정 부분 태양광이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의무화시키고 있다.
뉴욕주는 태풍 샌디 이후 회복 가능 전력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 REV(Reforming the Energy Vision)를 선언하고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 향상과 전체 주거용 전기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에너지 정책이 추진 중이다.
이러한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Exponential 기술들의 출현이다.
에너지 산업에서는 풍력, 태양광, 배터리 기술들이 에너지 분야의 Exponential Technologies가 되면서 비용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2016년에 발표된 DOE 자료에 의하면 육상 풍력은 지난 6년간(2009~2015) 약 41%의 비용이 하락하였으며 태양광은 54~64%의 비용이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에너지저장장치로 사용될 배터리도 지난 6년간 64%의 비용 하락을 보이고 있다.
DOE는 이러한 기술들의 비용이 2030년에는 현재 비용에서 약 50% 추가 하락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정책과 기대
우리나라도 새 정부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특징은 탈 원전, 탈 석탄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20% 확대,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
탈 원전과 탈 석탄은 원전사고 위험과 미세먼지 같은 환경 이슈에서 국민들의 두려움을 낮추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반면 태양광을 비롯한 배터리와 같은 재생에너지 비용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번 정부의 플랫폼 비즈니스 기반 에너지 정책은 시대정신과 디지털 기술 혁명 사회의 메가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20% 비율을 달성하면서 원전과 석탄을 대체하려면 약 50~60GW 규모의 새로운 재생에너지가 보급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규모의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전력요금 인상과 공급 불안 등 여러 어려운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지만 앞에서 언급한 태양광, 배터리, 전기자동차와 같은 디지털 혁명 시대의 에너지 산업 분야의 Exponential 기술들이 가지고 있는 상호 강화(Mutually Reinforcing) 특성을 잘 이용한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비즈니스 기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 성공하면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 사회가 디지털 혁명이 제시하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이용하여 미래를 위한 국가 대개조 사업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