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인터뷰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등을 알아봅니다.

“탁월한 프로젝트가 위대한 기업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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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작성_ 조원일 교수(한양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김공숙 전문작가(프리랜서)


송도의 시원한 경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주)메티메디제약(이하 메티메디제약)의 장종환 대표는 척박한 국내 신약개발 시장에서 보기 드문 베테랑이다.

그는 미국에서 30년을 살다가 귀국한 지 10여 년이 되었다고 하면서 영문판 < 바다의 선물(Gift from the sea) >을 보여주며 읽어봤느냐고 물었다.

50년 전에 읽었던 책을 최근 미국 여행 중에 우연히 발견했는데 너무도 반가워서 구입했다고 한다.

화학자 출신의 신약개발 전문가와, 비행사 출신의 여성 시인이 쓴 철학적 수필집이 언뜻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다보니 틀에 박힌 삶 대신 일상에서 다른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유연한 태도가 베테랑 신약 개발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약 연구개발 사업화의 글로벌 프로젝트 리더

장종환 대표는 학계와 세계적인 제약 산업계, 국내 유수의 제약사, 국가 연구기관의 최고책임자를 두루 역임하였다.

이러한 이력을 간단히 살펴봐도 왜 그가 신약 연구개발 사업화의 글로벌 프로젝트 리더인지 알 수 있다.

그는 서울대 화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피츠버그 대에서 구조결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적 물리학 연구소인 미국 아르곤(Argonne) 국립연구소 연구원, 일리노이대 약학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그동안 70여 편이 넘는 논문을 저명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는 등 구조생물학과 단백질 바이오화학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받았다.

이후에는 글로벌 제약회사인 듀폰 파머슈티컬과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에서 연구책임자 격인 디렉터를 맡았다.

그는 미국에 간 지 30년 만인 2005년에 한국의 녹십자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영입되어 귀국했다.

녹십자 재임시에는 세계적인 에이즈 치료제 SustivaTM(BMS社, 美) 개발 및 제품화에 참여하고 혈우병 치료제 GreengeneTM의 식약청 허가 등을 인정받아 정부가 수여하는 과학기술포장을 수상했다.

녹십자를 그만둔 후에는 2010년 말 부터 보건산업진흥원 식의약 산업본부장 그리고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초대 신약개발지원센터장으로 일하면서 국제적인 신약전문가로서 국가 전체의 신약개발 역량 강화에 몰두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현재의 메티메디제약의 전신인 바이오벤처 기업 (주)언코메트플러스를 인천 송도에서 창업했다.

신약개발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는 지금 인류의 고질병들을 완화시키는 신약을 개발 중이지만 그동안 글로벌 제약업계는 신약을 내놓지 못해 전전긍긍해 왔다.

국산 신약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경우는 많지 않은데 대부분 국내에서만 허가를 받아 미국, 유럽, 일본과 같은 대규모 시장에는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내수 시장은 주로 제네릭(Generic :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인 이른바 카피 약을 지칭)을 생산하고 신약개발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학계와 제약 산업계를 총체적으로 경험한 장 대표가 앞으로 어떠한 신약을 개발해갈 것인지 바이오 산업계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크다.

장 대표는 신약개발은 고통의 과정이라고 짧게 대답한다.

실패 위험이 높고 오랜 개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에는 통상 10~15년 이상이 소요되고 후보 물질 중 상업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1%에 불과합니다. 후보물질의 발굴부터 전임상, 임상 1·2·3상 시험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신약개발에 뛰어드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도전인 셈이죠.”

신약 허가 건당 연구개발 비용은 평균 24억 달러에 달하며 신약개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출시되는 확률도 저조하다.

최근 신약개발에 대한 실패 위험은 점점 더 높아져 5,000여 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 중에서 단지 5개만이 임상에 진입하고 그중에서 하나의 신약만이 최종적으로 판매 허가를 받는 실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는 데 소요되는 임상 기간도 1990~1994년에는 평균 4.6년이었는데 2005~2009년에는 7.1년으로 늘어났다.

신약개발은 이처럼 어렵고 힘이 든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수많은 신약이 임상시험 과정에서 낙오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개발이 중단된다.

신약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임상 실패 또는 지연, 부작용 등의 악재를 걱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바이오 산업은 국민 건강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산업이기에 국내 제약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글로벌 신약개발의 경쟁력을 높여야만 한다.


창업 1년만에 임상 1상 승인 성공

장종환 대표는 지난 4월, 전이성 대장암 신약 후보 물질인 ‘OMT-110’에 대한 임상 1상 허가를 받았다는 핫뉴스로 매체를 장식했다.

임상 1상의 대상은 기존 항암화학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대장암 환자이며 가천대길병원과 함께 10월 초부터 임상시험이 시작되었다.

암에 대한 연구에서 중요한 이론 중의 하나로 와버그 효과(Warburg effect)라는 것이 있다.

1931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던 오토 와버그(Otto Warburg) 박사에 따르면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세포의 주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포도당을 마구 소비하여 젖산을 바로 생산하는 에너지 대사를 거치게 되는데 이것이 와버그 효과다.

그래서 흔히 암세포가 당(Glucose)을 먹고 자란다는 말까지 생겼다.

OMT-110은 와버그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암세포와 정상세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대사의 차이점에 착안해 암세포의 대사 체계를 일반 세포와 동일하게 바꾸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특이한 점은 OMT-110은 지금까지는 항암이 아닌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해 왔던 약물을 대장암에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즉 기존 약물의 용도를 변경한 약물재창출(Drug repositioning)을 통해 발굴한 것이다.

또한 약물투여 방식을 경구 복용에서 주사제로 변경하였다.

장 대표는 가천대 약학대학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일반적으로 3~5년이 걸리는 임상 진입 시점을 1년로 당겼고 항암제에 대해 기존과 다른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임상개발을 단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까지 축적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PK(약물동태학(藥物動態學), Pharmacokinetics)연구, 용법·용량 연구, 임상시험용 의약품 제조, 전임상시험 등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다.

OMT-110 임상시험을 통해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악성 암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혜택을 줄 수 있는 제품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OMT-110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前) 임상시험에서는 췌장암, 난치성 유방암, 내성 폐암 등 현재 치료제가 없는 악성 암에서도 항암효과가 입증됐습니다. 따라서 OMT-110은 대다수의 고형 암을 대상으로 한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티메디제약의 장 대표는 이미 지난해 12월 OMT-110의 국내 특허를 등재했고, 미국과 유럽·남미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국제 특허를 출원해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신약개발은 시밀러에서 베터, 신약 단계로 나아갈 것

현대인의 건강 중시 경향, 노령인구의 증대 등으로 인해 글로벌 제약업계의 신약에 대한 R&D 투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 시장은 약 19조 원 규모로서 세계 시장의 약 1.8% 수준이다.

최근 국내 제약사의 수출 비중이 상승하고 있지만 신약이 아닌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하는 제네릭 위주이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제네릭 수출과 더불어 글로벌 신약개발의 강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신약개발은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다.

75조 달러 시장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바이오 의약품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장 대표는 한국 바이오 산업은 바이오 시밀러(Biosimilar)에서 바이오베터(Biobetter), 바이오 신약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선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끝난 뒤 이를 본떠 만든 비슷한 효능의 복제 약을 말한다.

“현재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분야는 바이오시밀러입니다.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 우리나라 바이오의약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입지가 좁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회사들의 마케팅 포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글로벌 판매가 되지 않습니다. 미국 FDA 허가를 받는 것도 어렵지만 설사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우리 것을 써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전 세계에 깔린 글로벌사의 마케팅 포스를 우리가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1차적 과제입니다.”

다음 단계로 꼽은 바이오베터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예를 들었다.

“매일같이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사람이 한 달에 한 번만 주사를 맞게 되면 환자들이 너무 좋아하죠. 그런 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치료 목표와 치료 내용도 같지만 그것을 인체 내에 전달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 바이오베터입니다. 바이오베터는 기존 바이오 신약의 효능, 투여 횟수 등을 개선해 차별화하여 특허권을 회피할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 경쟁력을 갖습니다.”

물론 어떤 회사는 신약부터 갈 수 있고 어떤 회사는 바이오시밀러부터 갈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간이 걸리지만 진짜 바이오 신약을 가지고 나간다면 우리도 진정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신약개발 리더의 역량 축적의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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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환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과학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한결같이 이 길을 걸어왔다.

그가 전공한 구조결정학은 분자의 3차원 구조를 결정하는 학문이다.

우리 인체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경우 우선 인체에 유해한 바이러스의 구조를 3차원으로 형상화한다.

이때 그 바이러스의 구조에 딱 들어맞는 또 다른 3차원 구조물을 만들어 바이러스에 끼우면 바이러스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볼트에 꼭 맞는 너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바이러스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장 대표는 선진 제약회사의 노하우를 최고의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체득하였다.

미국의 듀폰제약에서 10년간 근무했고, 한국에 오기 전까지 BMS 제약회사에서 5년을 근무했다.

BMS는 미국 내 10대 제약회사중의 하나로 연구 인력만 해도 5,000명이 넘는다.

그는 연구그룹 책임자로 연구개발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였는데, 이때 신약 후보물질의 발견에서부터 최종 단계인 임상허가까지 각 단계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 관리를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하였다.

그가 돌연 좋은 연구 환경과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귀국한 이유는 신약개발의 가능성이 잠재된 한국에서 국가 신약개발의 기반 구축을 도우며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국 땅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울어본 경험이 있어요. 신약 사업화에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늦어도 50대 중반에는 조국으로 돌아가 신약개발을 통해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다년간 신약개발과 제약 비즈니스에 몸담으면서 느낀 점은 대한민국의 신약개발도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한국인 과학자들이 사이언스, 네이처, 셀 같은 세계적 과학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내는 것에 주목해 신약개발을 위한 과학적 배경이 어느 정도 성숙했다고 판단했다.

한국에 온 그는 녹십자의 부사장 겸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되어 바이오 연구개발 분야 중 백신 제조기술을 주요 역량으로 차별화시키고 항암제에 대한 전 임상 시험에 들어가는 등 신약개발을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암 전이를 막는 항암제를 세계 최고의 신약으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또한 항암제 후보물질 신생혈관 억제제인 ‘그린스타틴’의 제품화를 추진하며 그것의 임상시험을 미 텍사스주의 세계적인 암 치료센터 MD앤더슨에서 개시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개발하게 되는데 이때 일부 의약품은 비 임상에서부터 임상까지 모든 개발과정을 미국FDA(식품의약국)의 기준에 맞춰 진행한 바 있습니다.”


신약개발 산업 육성 관련 국가연구기관의 수장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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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 유럽 EMA에서의 품목허가는 신흥시장 공략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가 있다.

현재 국내 제약사의 핵심기술은 어느 수준까지는 도달했다.

하지만 완성된 신약을 만들어 내기에는 전반적으로 아직 경험 부족이다.

결국 연구개발 사업화에 관해 축적된 지식이 부족한 셈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정부기관과 대학이 첨단기초과학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제품을 만드는 생산 기술은 기업의 몫이지만 연구개발에 대한 사업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연구를 수행할 때는 정부기관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국가 전체의 신약개발 역량에 관심을 가진 장 대표는 국제적 신약 전문가이자 국내외 민간 제약 기업에서 쌓은 역량을 보건산업진흥원 식의약산업본부장 그리고 신약개발지원센터장이 되면서 더욱 쏟아붓게 된다.

“저에게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에서 신약개발 파트를 총괄하는 일이 맡겨졌습니다. 그래서 우선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대학, 국내 정부출연 연구기관과의 협력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했습니다. 그동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학 등에서 쌓아온 생명과학분야의 기초과학 연구 실력은 결코 글로벌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국가적 역량을 산업으로 바꿔내어 사업화 역량을 강화해 나갔다.

그가 맡은 신약개발 지원센터를 비롯해 오송에는 4개의 바이오, 생명과학 의료 분야 지원센터가 있다.

의료기기개발 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임상의료기기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오송 지역의 경쟁력은 실제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든지 첨단의료제품 개발에 필요한 연구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종합 연구개발단지‘를 통해서인데 장 대표는 이것의 토대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현재 신약개발을위해 오송 2만 평 부지에 전문 연구지원 인력만 400명이 상주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신약개발 파트가 그 절반에 달하는 200명이라는 사실에서 그가 오송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CJ, 대웅, LG생명과학 등 굵직한 제약회사를 비롯해 58개 업체의 연구소와 공장이 모여들었고 그는 사업화 전문 연구기관과 협력해 임상실험 등 신약개발 분야의 중개연구(트랜스레이셔널리서치)를 추진하였다.


질병에 관한 과학적 이해와 시장성의 균형이 중요

장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의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와의 경쟁은 연구개발비나 인력 규모 등의 숫자 게임이 아닌 전문성의 게임입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장점을 이용하고 다국적 제약사들의 취약점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그는 신약개발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병의 원인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시장성’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균형이 맞아야 신약 사업도 발전할 수 있다.

“신약은 과학만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과학에 근거한 약 개발(Science based drug discovery)이 1순위입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과학적 발견을 약으로 개발할 것인가 혹은 개발하지 않을 것인가를 판단하고 관리·개발하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임상이 시작되면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인 개발 단계(Market oriented drug development)가 필요합니다.”

즉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과학에 기초한 약물 탐색에서 더 나아가 시장에 맞는 약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이 시작되면 그다음에는 시장이 요구하는 전략적인 신약개발 단계로 나아가야만 제품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제약 산업은 큰 손실 위험을 무릅쓰는 만큼 수익이 나면 크게 나는 블록버스터 산업입니다. 신약개발 경험과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 제약사가 단독으로 선진국의 높은 임상시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신약후보물질을 임상시험 초기 또는 그 이전 단계에서 외국으로 기술이전을 하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가 힘들지만 임상 마지막 단계에 기술이전을 하면 훨씬 높은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현재 임상시험에 들어간 메티메디제약의 OMT-110도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한편 글로벌 신약개발은 국내 제약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공동 R&D, M&A, 신약개발을 위한 정부지원과 민간 펀드 조성 등 전략적인 접근도 중요하다.


진심으로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용기 있게 하라

장 대표는 삶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학계에서 기업으로, 국가기관으로, 국내외를 망라하며 종횡무진한 배경에도 어쩌면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성향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일과 관계없어 보이는 분야에도 관심을 두어 찾아가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 과감히 투자도 했으며, 좀 다르게 생각한 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일본에 어떤 곳에 가면 사케를 숙성시킬 때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려줍니다. 음률의 진동으로 술이 더 부드러워진다는 것인데 이런 입소문을 타고 그곳이 건강타운으로 발전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모차르트 사케, 베토벤 사케, 비타민이 들어간 스타킹 같은 것이 그런 예일 텐데 틀에 박힌 것이 아니라 항상 Something different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끼리끼리만 어울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무엇인가를 같이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녹십자 재임시 일면식이 없는 사내 연구소와 개발본부 사람들을 모아 도시락 점심을 함께 먹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했다.

그러다 보니 이해도도 높아지고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신약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그리고 임상시험이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각 분야의 연구원들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게 중요해요. 나는 내 것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무엇을 도와줄까라는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이해하려면 바꿔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왜 대부분 통근버스를 타도 늘 앉는 자리에만 앉게 되잖아요. 그러면 늘 같은 풍경만 보게 됩니다. 한번 반대편에 앉아보면 전혀 다른 풍경을 접할 수 있어요. 사소한 것이라도 바꿔볼 줄 아는 능력 자체가 창의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것을 보려고 하는 노력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평소 삶 속에서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어떤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격려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하는 풍토가 필요하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용기 있게 할 때 언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지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힘을 얻을 수 있다.

그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 세운 목표 중 하나는 연구하는 젊은이들을 격려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우겨서라도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 수 있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 그것은 좋은 직업이 아니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과 그 일을 실제로 하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수조 원을 투자해야 한다.

우리가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회사와 경쟁하려면 프로젝트를 선정해 집중 개발하는 것이 승산이 있는 방법이다.

즉 우수한 기업이 되려면 훌륭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From excellent project to great company).

그러려면 프로젝트를 볼 줄 아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남들과 다르게 생각할 때 바로 그러한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다행히 한국에는 가능성을 지닌 보석들이 많다.

다만 그것을 잘 꿰어서 목걸이로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

장 대표는자신이 그런 수많은 보석을 꿰는 데 도움이 되고 싶고 메티메디제약이 그런 좋은 사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장 대표가 일독을 권유한 책 < 바다의 선물 >에는 ‘인내야말로 바다의 가르침’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요즘같은 속도의 시대에 신약개발의 기간이 통상 10년이 넘는다고 하니 어쩌면 신약개발이야말로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어제의 꿈이 오늘의 비전이 되고 내일의 현실이 되는 그런 좋은 약(藥)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그보다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질 것 같다.

신약개발의 풍성한 노하우를 가진 장종환 대표의 메티메디제약이 우수한 항암제 후보물질 개발을 통해 성공의 역사를 써 내려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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