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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인사이트에서는 혁신의 트렌드, 전략 및 혁신사례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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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미정 기자 DBR/HBR코리아


소셜 미디어가 마케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과거 고객이 일방적인 기업 메시지의 수용자였다면 디지털 시대의 고객은 까다로운 심사관이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상에서 적극적으로 선호하는 정보를 찾고 취사선택하고, 재배포하면서 실시간 평가한다.

고객의 주체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콘텐츠 마케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이 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세대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문화 브랜딩의 관점에서 브랜디드 콘텐츠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자는 디지털 브랜딩 혁신의 관점에서 국내 페이스북 팔로워 1위 여행 콘텐츠 페이지 ‘여행에 미치다’(이하 여미)의 성공 사례에 주목했다.01

여미는 국내 10~20대 페이스북 유저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 콘텐츠 페이지이다.

여미가 배포하는 콘텐츠는 적은 비용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광고대행사나 전문 기술을 활용해 만든 콘텐츠보다 훨씬 더 큰 파급력을 자랑한다.

다양한 기업과 콘텐츠 제휴를 맺으면서도 해당 기업의 브랜드를 ‘여미식 문화’로 소화한 덕분이다.

하이테크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의 취향을 하이터치(High touch)02하는 데 성공했다.


브랜디드 콘텐츠, 일방적 제작과 배포의 한계

기업들은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많은 비용을 투입하지만 투자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코카콜라의 사례는 소셜 미디어 상에서 브랜딩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코카콜라는 2011년 새로운 마케팅 전략 ‘리퀴드&링크드(Liquid&Linked)’를 발표했다.

전통적인 매스미디어 접근법에서 벗어나 소셜 미디어에서 브랜디드 콘텐츠를 강화하는 ‘콘텐츠 리더십’으로 마케팅의 초점을 전환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2020년까지 매출을 2배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전략이었다.

코카콜라는 기존 웹사이트를 ‘코카콜라 저니(Coca-Cola Journey)’라는 디지털 매거진으로 변신시켰다.

스포츠와 음식, 여행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에 관한 모든 콘텐츠를 배포해 고객과 소통하는 독자적인 채널을 구축한 것이다.

코카콜라의 마케팅 전략은 브랜디드 콘텐츠의 모범 사례로 종종 소개된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인 코카콜라 저니의 인기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방문자 수가 미미한데, 미국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 방문자 수 기준 상위 1만 위에도 들지 못할 정도다.

일부 콘텐츠가 운 좋게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모르지만 다른 대부분 콘텐츠들은 스팸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코카콜라의 브랜디드 콘텐츠 전략은 여전히 소비자를 수동적인 정보 수용자로 포지셔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대재생산에 한계를 드러낸다.


크라우드 컬처, 커뮤니티가 상호 연결을 촉진

페이스북은 이런 브랜디드 콘텐츠의 한계를 어느 기업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이 광고성 콘텐츠를 올리고자 할 때 광고비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매력적인 콘텐츠는 기업이 굳이 광고비를 내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자신의 뉴스피드에 공유한다.

기업이 광고비를 내고 배포한 콘텐츠가 소비자 본인이 자발적으로 공유한 콘텐츠보다 더 나을 리 없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광고성 콘텐츠가 많아지면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광고비를 부과할 필요성도 커진다.

반면 페이스북 1위 여행 콘텐츠 페이지 ‘여행에 미치다’는 순수 콘텐츠 가치를 기반으로 SNS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로 디지털 마케팅 혁신을 고민하는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미는 작년 11월 ‘세 훈남의 홍콩 여행기(3 Guys trip in Hongkong)’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계기로 페이스북 유저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 콘텐츠의 특징은 배우들이 자유여행을 가는 콘셉트로 자연스럽고 개성 있는 영상을 연출했다는 점이다.

홍콩에 대한 여행 정보를 제공하지 않지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홍콩을 여행하고 싶은 감정을 갖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여미가 파급력을 지닐 수 있었던 비결은 감성을 공략하는 콘텐츠에 대안적인 문화를 담았기 때문이다.

여미는 기존 대형 여행사, 패키지 중심의 획일적인 주류 여행 문화에 도전하며 저렴하면서도 유익한 ‘가성비 높은’ 자유여행 문화를 지향한다.

기존 통념을 깨뜨리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들이 10~20대들의 감성을 하이 터치하는 데 성공했다.

또 여미는 헤비 유저들을 대상으로 별도 커뮤니티를 만들어 여미가 지향하는 문화 정체성을 강화해 나갔다.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여미에 어울리는 ‘여미식’ 콘텐츠를 업로드하면서 여미만의 크라우드 컬처에 열광했다.


역발상 문화 브랜딩에 주목

잭대니얼의 위스키 브랜딩 전략에서도 문화 브랜딩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1950년대 초 만해도 소규모 주류 브랜드에 불과했던 잭대니얼 위스키는 고급스럽고 남성적이라는 이미지를 두고 다른 위스키 브랜드와 경쟁했다.

잭대니얼은 다른 위스키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성공한 경영인이 부드러운 위스키를 마시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런 비슷비슷한 광고로는 마켓 쉐어를 늘리기에 역부족이었다.

잭대니얼은 브랜딩 전략을 바꾸면서 미국인의 우상으로 거듭난다.

본사인 테네시 주 린치버그의 허름한 양조장을 개척시대 남성들이 운영한 전통적 장소로 미화시킴으로써 미 개척자가 마시는 위스키로 미국 남성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과거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가 아닌, 우직하고 촌스러운 남성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도시 중상위층 평범한 남성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잭 대니얼이 위스키의 대명사가 된 이면에도 관행을 거스르는 역발상적 문화 브랜딩 접근법이 숨어 있다.

고객의 취향은 천차만별이다.

브랜드는 일부 집단의 지지만 받아서는 결코 인지도를 높일 수 없다.

하지만 그 일부 집단이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길 좋아하는 등 소통을 즐기는 고객군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을 집중 공략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획기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 교수는 최근 저서 < 마켓 4.0 >에서 디지털 시대에 마케터가 집중 공략해야 할 대상으로 ‘젊은이, 여성, 네티즌’을 꼽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디지털 시대에 영향력이 큰 집단으로 대부분 주류에 반하는 ‘하위문화’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잭다니얼이 변두리 남성, 여미가 자유여행가에 주목했듯이 앞으로 브랜드 마케팅에도 비주류 하위문화를 발굴하는 역발상이 필요할지 모른다.
 


01 DBR 230호 “Case Study: ‘여행에 미치다’의 SNS브랜딩 전략, 1020 저격한 ‘여미식’ 콘텐츠 자유여행 틈새시장 열다”, pp. 84~97 참조.

02 하이 터치는 미국의 미래학자 폰 네이스비츠가 그의 저서 「메가 트렌드」에서 소개한 개념으로 고도의 기술이 도입될수록 그 반동으로 인간적이고 따뜻한 감성이 유행한다는 것이다. 하이테크에 대한 인간적인 반응을 하이 터치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