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기술혁신 성공사례는 기업의 연구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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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환 대표 (주)21세기

공동 작성_ 한상연 교수(대전대학교 국제통상학과)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들어가며

국내 부품소재 산업은 지난 1996년까지만 해도 매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였다.

이에 정부는 부품소재 산업 진흥 및 육성을 위해 R&D를 비롯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쳐왔다.

정부와 개별 기업 등의 지속적인 경쟁력 향상 노력의 결과 1997년 흑자 전환 이후 2014년에는 무역흑자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일본 등의 주요 기술 선진국에 대해서는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에 힘입어 우리 기업의 진출이 많아지고, 우리 부품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 제조업의 발전이 무역흑자의 주요인으로 작용했으나, 본질적으로는 주요 기술 선진국에 비해 열세인 상황이다.

소재나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주요 특성 중 하나는 생산하는 제품의 수요가 매우 한정적이거나 최종 상품이 아닌 ‘중간재’임에 따라 부가가치가 창출되어 가는 가치사슬(Value Chain)의 일정 단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대개의 경우 최종 상품이 완제품으로서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필요한 부분품으로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일종의 ‘재료’로서의 가격과 품질이 최종 상품의 경쟁력과 부가가치 수준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주)21세기(이하 21세기)는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매우 치열한 기술경쟁 시장에서 최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기술경영 관점에서 이 기업의 주요 성공 요인은 시장 중심의 R&D(Market-driven R&D)를 통한 수요기업과의 간극 줄이기라고 할 수 있다.

주요 고객이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임에 따라 R&D 기획부터 최종 출시까지 R&D의 전 과정이 고객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초정밀 가공기술로 신시장을 개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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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5월 설립된 21세기는 초정밀 레이저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PCD 칩브레이커 인서트를 비롯한 스페셜 다이아몬드 절삭공구, 초경커터, 정밀인쇄금형, 흡착플레이트, 세라믹 부품, 자동화 정밀부품 등을 주문·생산하는 기업이다.

20여 년간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성환 대표는 26살 되던 해 전 직장 동료 2인과 함께 공동 창업했다.

초창기 상품의 개발 및 판매는 대량생산체계에 적합한 절삭공구를 고객인 수요기업의 기술적 요구에 맞추어 설계하여 제안한 이후 테스트를 통하여 납품하는 구조로서 부가가치가 높지 않았다.

또한 자동차 부품 산업분야에 한정됨에 따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21세기는 산업 분야에 상관없이 범용으로 활용될 수 있으나, 정밀 수준에서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되는 제품의 연구·개발을 통해 진출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성장성의 한계를 극복하였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2005년 2월 ‘초경 커터 기술’, 2005년 3월 ‘레이저를 이용한 진공지그의 천공 방법’으로 특허를 획득한 이래 ‘레이저를 이용한 PCD 칩 브레이커 가공기술’(2006.3), ‘레이저를 이용한 PCD 칩 브레이커 형상가공 인서트’(2008.4) 등을 특허출원 및 등록했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관련 업계에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2006년 연구전담부서를 설립한 이후 2012년 이를 연구소로 격상하며 별도의 건물로 신축하는 등 R&D 중심의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전기, 삼성전자 등과 거래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3년 필리핀 현지 기업인 MTE TOOLING사를 인수·합병하는 한편, 금년 7월에는 필리핀의 MPPI사를 인수·합병하여 글로벌 경영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ELID 연삭 가공 기술을 이용한 초정밀 칼날의 제조기술

21세기는 십여 년간의 축적된 경험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초정밀 레이저 가공, 초경 절삭공구, MCT TOOLING, 초경 정밀금형, 자동화 정밀 부품 및 측정용 게이지를 주문·생산하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가 인증하는 NET(New Excellent Technology, 신기술)에 ‘ELID 연삭 가공 기술을 이용한 초정밀 칼날의 제조 기술’이 선정되며 다시 한번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본 기술은 ELID(Electrolytic In-process Dressing, 초정밀경면연삭)기술을 이용한 초정밀 칼날을 제조하는 것으로, 리니어 모듈을 이용한 이송 제어로 0.1㎛ 이하로 절입량 조절이 가능한 정밀 연삭 가공 기술이다.

특히, 별도의 드레싱 공정 없이 연삭 가공 중에 전기전해 작용으로 연삭휠의 표면을 드레싱하는 기술로서, 칼날의 표면에 대한 연삭 부하를 감소시켜 칼날 폭 0.03㎜까지 연삭이 가능하다.

또한 5,000메시 이상의 연삭휠로 연삭 가공면의 조도가 0.02㎛Ra보다 우수한 연삭 기술로 인정받았다.

가장 큰 특징은 연삭휠의 표면 앞에 설치한 전극과 연삭액의 전해작용으로 연삭휠의 드레싱을 공정 중에 일정하게 유지하여 초정밀 칼날을 제조하는 것이다.

즉, 초정밀 블레이드를 연삭하는 연삭 가공장치는 기존의 일반적인 연삭 장치와는 달리 전기 화학적인 방법으로 연삭휠의 표면에서 다이아몬드 연마 입자를 계속하여 돌출하도록 드레싱을 진행한다.

따라서 연삭휠의 눈 막힘에 따른 드레싱을 위해 별도의 드레싱을 할 필요가 없으며, 이에 따른 연삭휠의 소모도 없기에 매우 긴 시간동안 안정적으로 연삭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고가의 일본 연삭 장치의 수입 대체와 초정밀 연삭 가공에 의한 다양한 박판 소재의 칼날 가공이 가능하여 원가절감의 효과가 있다.

또한, 초정밀 칼날의 조도, 칼날 폭 등 성능 향상에 따라 절단물의 불량도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술개발 성공 요인

(1) 기술적 우위에 기반한 시장 중심 R&D

21세기 경영전략의 핵심은 철저히 시장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 회사의 주력 고부가가치 상품들이 표준화되어 있다기보다는 고객의 수요에 기반하여 개발·생산되기 때문이다.

즉, 연구개발이 일종의 문제해결 과정(Problem-solving Process)으로서, R&D가 문제의 정의(Define) 이후 고객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Solution)을 찾아가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해결 관점의 기업 경영 전략은 특히 마케팅 부분의 전략으로 연계된다.

즉, 고객의 문제와 기술 수요, 원하는 결과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R&D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러한 전반적인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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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장 중심의 R&D 활동은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 기술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제시되어 왔으나, 혁신 중심의 R&D 전략과의 균형도 매우 중요하다.

혁신 기반의 첨단 기술이 부재하다면, 시장의 수요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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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이러한 측면에서 산업 내 선도적인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R&D 영역과 마케팅 영역 간의 지속적인 협업 및 교류, 연계를 통해 성과를 향상시켰다.

이것은 마치 기술혁신 과정과 관련하여 R&D 중심의 기술 주도(Technology Push) 이론 및 수요 중심의 수요 견인(Demand Pull) 이론과 유사한 것으로서, 결국 기업이 기술경영을 R&D 그 자체에 한정하기보다는 여타의 다른 기업 기능과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2) 기업가정신의 지속성

21세기의 창업자 김성환 대표는 26세의 나이로 공동 창업을 주도하여 기업을 설립하였다.

많은 연구자들이 소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 것은 ‘성장에 대한 강한 욕구’, 즉 지속적인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가 갖는 이러한 강력한 욕구는 관리 역량 (Management Competence)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다시 기업가적 판단(Entrepreneurial Judgement)과 조직적 역량(Organizational Capability)으로 구분된다.

기업가적 판단에서는 기업가가 충분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기회를 잘 인식하는지, 성장 동기와 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와 같은 영향요인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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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개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창업자가 영업 및 마케팅 분야의 경력을 거쳐 기술 노하우를 가진 인력들과 공동 창업함에 따라 기업가적 판단에서의 강점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CEO를 비롯한 영업조직이 기술 동향 수집 및 외부 지식의 탐색, 잠재 고객사에 대한 수요 파악 등을 주도하고, R&D는 연구소가 전담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영업조직의 개개인이 수집하는 시장의 다양한 기술·인력·고객 정보가 고스란히 상품개발 및 차세대 연구개발로 연계되는 것이다.

조직적 역량 측면에서도 2건의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등 규모의 경제성이나 성장의 경제성 확보를 위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3) 기업 경영전략 전반에 활용되는 기술경영

학술적·실무적 관점에서 최근 기술경영의 큰 흐름을 살펴보면, 기술경영의 범위나 대상이 전통적으로 삼아온 기술, R&D, 특허, 사업화를 넘어 기업 경영전략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술경영은 단순히 ‘Management of Technology(MOT)’라기 보다는 ‘Technology Management Innovation(TIM)’로서 기업경영 전반에서 유무형의 자원, 시장의 수요, 환경의 변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인 것이다.

21세기는 1996년 설립 이후 2건의 중요한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였다.

2013년 12월에는 필리핀 MTE TOOLING사를, 2017년 7월에는 필리핀 MPPI사를 인수·합병한 것이다.

특히 이들 두 회사는 필리핀에 자리 잡은 국내 수요 대기업은 물론 다양한 국적의 잠재고객 기업들을 공략할 수 있는 기반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제 경영 측면에서도 향후 동남아시아라는 거대한 잠재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도 해낼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의 주력 제품들은 초정밀 연삭가공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에 향후 지속적인 시장 성장이 전망되는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적층세라믹콘덴서)를 비롯한 전기, 전자산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이 기대된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의 고부가가치 상품 영역에서의 성공적인 진출 및 성장을 위한 거점 마련, 생산기지 확보를 통한 원가 경쟁력 향상, 현지대응 등 복합적인 면에서 전략적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인수·합병한 기업에 대하여 본사 차원의 기술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R&D 성과를 현지 사업장에 적용함으로써 조직 내 지식확산 및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현지 사업장의 다양한 시장 및 기술정보, 고객사의 수요 정보를 취합해 공유하는 등 본사 차원의 기술경영에도 집중하고 있다.


(4) 작지만 강한 R&D 및 학습조직

21세기는 한해 매출액 대비 약 12% 정도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2016년 중소기업기술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율은 3.62%로 21세기는 이의 약 3.3배 수준이다.

첨단 기술업종이 6.90%,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중 고기술 서비스업이 11.8%인 상황에서 기업 업력 및 규모, 업종 등을 고려할 때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향후 지속적으로 증원할 계획으로 알려진 연구소의 경우 현재 연구 인력은 6명으로 많지 않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공 및 연령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의 다양성(Organizational Diversity) 측면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Creative Idea)를 창출하거나 문제 해결(Problemsolving)을 수행하는 R&D 조직의 경우 ‘조직 구성의 다양성’이 성과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도 유사한 특성을 가진 집단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집단사고(Group Thinking)를 방지하여 창의적 결론에 이르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21세기의 제품들은 활용되는 산업 분야가 다양하고, 응용 분야에 대한 탐색이 매우 중요한 매출 향상의 요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R&D 조직의 특성은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다.

학습조직으로서의 구조 및 제도 역시 돋보인다.

영업조직을 포함하여 전체 조직원의 업무역량 강화를 위한 외부 교육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한, R&D 및 생산부서만이 아닌 영업 등 사무직의 직무 수행에 있어 실패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작성하여 공유하도록 하고, 보상하고 있다.

불량과 실패에 초점을 맞춘 ‘실패 보고서’가 아닌 학습과 개선에 초점을 맞춘 의미로서 ‘에디슨 보고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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