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과학기술 플러스는 최근 이슈가 되는 과학 기술 및 연구, 과학발전사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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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기술고문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25년경이면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 10여 년 전에 그가 이런 주장을 한 이유는 바로 나노로봇 때문이다.

즉 그때쯤이면 나노로봇이 만들어져 인간의 영생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의 발언이었다.

나노로봇이란 10억분의 1m의 세계를 다루는 나노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지는 초소형 로봇을 의미한다.

그 크기가 얼마나 작은가 하면 사람의 혈관 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마치 미니 잠수함처럼 혈관 속으로 항해하며 나쁜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제거하고, 필요한 약물을 상처 부위로 운반해 치료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 혈관벽의 콜레스테롤 찌꺼기를 찾아내 분해하기도 하며, 필요하면 뇌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나노 시대를 처음 예측한 이는 아인슈타인 이후 20세기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로 평가되는 리처드 파인만이다.

그는 초고성능 원자현미경이 개발되기 훨씬 전인 1959년에 이미 나노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노로봇이 등장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것이라는 좀 더 구체적인 상상을 한 이는 미국의 에릭 드렉슬러 박사였다.

그는 1986년에 펴낸 ‘창조의 엔진’이란 저서에서 나노로봇이 사람 몸속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나노의학의 개념을 내놓았다.

드렉슬러가 상상한 나노로봇은 지금 시점에서도 꽤 파격적이다.

스스로 자기복제를 하는 나노로봇이 등장하여 화학반응을 유도하며 모든 노동을 대신할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노로봇의 등장에 대해 지나친 기대와 낙관을 경계하는 보수적 입장의 과학자들도 많았다.

특히 플러렌을 발견해 나노기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처드 E. 스몰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드렉슬러의 그 같은 주장에 대해 괜히 나노기술에 대한 불신만 불러일으킨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이제 드렉슬러가 상상한 나노로봇의 시대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9월 미국 연구진은 스스로 움직이며 물질을 운반할 수 있는 나노로봇의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룰루 첸 교수팀이 개발한 이 로봇은 DNA로 제작돼 ‘DNA 로봇’이라고도 불린다.

이 로봇은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활용해 배터리 없이도 마치 종이접기를 하듯 크기와 구조를 바꿔나가면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1개의 다리에 달린 2개의 발로 움직이는 이 로봇의 보폭은 6나노미터에 불과하지만, 물건을 집는 2개의 손을 지녀 나노물질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연구진이 DNA 나노로봇을 이용해 형광물질을 다른 곳으로 운반하는 작업을 반복한 결과, 80%에 달하는 임무 성공률을 나타냈다.

관련 논문을 게재한 ‘사이언스’ 지는 이 나노로봇에 대해 ‘인류의 거대한 도약’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3월엔 일본 도호쿠대학 연구진이 아메바처럼 움직이는 나노로봇을 개발했다.

지방질로 구성돼 주머니 형태를 한 이 나노로봇은 자외선을 쬐면 아메바처럼 운동을 하고, 자외선이 아닌 다른 광선을 쬐면 멈추는 등 연구자의 명령에 따라 동작 제어가 가능하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 연구진 역시 빛으로 작동시키는 나노로봇의 개발에 성공했다.

폴리머 사슬로 연결된 두 개의 활성분자로 구성된 이 나노로봇은 자외선에 노출시키면 후진하고, 가시광선에 노출시키면 전진한다.

빛 에너지로 작동하는 이 로봇은 유기물질로 돼 생물 시스템과 매우 흡사한 것이 특징이다.

나노로봇은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인류를 괴롭히는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바로 혁신적인 정수 방법이 그것이다.

UN이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금도 세계 인구 9명 중 1명(약 7억 5천만 명)이 깨끗한 물을 이용하지 못한다.

이처럼 깨끗하지 못한 물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매년 84만여 명이 사망한다.

하지만 나노기술을 이용한 소형 로봇으로 정수하면 전기 부족 등으로 깨끗하지 못한 물을 마시는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지능시스템 연구소의 연구진은 물에서 헤엄쳐 다니면서 박테리아를 박멸하는 소형 로봇 ‘야누스’를 선보였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단 20분 만에 대장균으로 오염된 물의 박테리아를 80% 이상 박멸했다.

야누스의 절반은 마그네슘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이 물에서 수소 물방울을 만들어냄으로써 추진력을 갖는다.

나머지 절반은 철과 금 층으로 되어 있어 박테리아를 잡는 역할을 하고, 거기에 입혀진 은 나노입자가 그 박테리아를 박멸하게 된다.

폐수를 정화시키는 나노로봇도 개발됐다.

지난해 국제 공동연구진이 그래핀으로 만든 나노로봇이 바로 그것이다.

이 로봇은 폐수에서 납을 매우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능력을 지녔다.

물을 정수할 때 이 같은 나노로봇을 사용하면 화학물질을 투입하는 것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을 뿐더러 모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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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의료로봇 분야는 선진국들이 이미 선점한 상황이다.

수술로봇이나 AI 로봇은 미국이, 헬스케어로봇은 일본과 EU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대표적인 의료기기로 꼽히는 나노로봇 분야는 아직까지 선두주자가 없다.

지금은 개발 및 연구상태에 있으며, 실용적인 나노로봇이 등장하려면 적어도 1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의료용 나노로봇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첨단 IT 기술 및 바이오 기술 등이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수술 없이 종양을 제거하는 나노로봇과 면역세포 기반의 마이크로 로봇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성균관대 박재형 교수팀이 지난해 10월에 개발한 스마트 나노로봇은 초음파로 원격제어해 외과적 수술 없이 종양을 치료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초음파 역동치료 기술이다.

이 나노로봇의 체내 독성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뤄져 임상 실험이 성공할 경우 앞으로 간암 및 유방암, 신장암, 위암 등 다양한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면역세포 기반의 마이크로 로봇은 작년 7월 전남대 박석호 교수팀이 개발했다.

체내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를 기반으로 한 이 로봇은 항암제를 탑재한 대식세포의 구동제어가 가능하여 대장암, 위암, 간암 등 고형암을 추적·치료할 수 있을 뿐더러 종양 중심부를 표적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나노로봇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일컬어지는 사물인터넷, AI, 빅데이터, 3D프린팅, 생명공학 등과 융합될 경우 어떤 획기적인 혁신을 몰고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겨냥한 특화된 나노로봇의 개발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에 최적화된 분야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