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기 겸임교수/대표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학과/(주)비티엔
인도를 두고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가 정말 ‘포스트 차이나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작년 사드 보복으로 촉발된 ‘포스트 차이나’ 찾기는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를 거쳐 심지어 미주시장으로 회귀하는 등 우왕좌왕하였지만 결국 ‘인도’가 거론되고 있다. 여전히 정말 인도인지, 왜 인도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포스트 차이나’를 찾는 분명한 이유는
‘시장’ 때문이다
초창기 중국 진출은 저비용 해외 생산기지를 구하는 발걸음이었다. 이후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로 성장을 이루고 그러한 축적된 성장의 결과로 내수가 일어나면서 시장으로서도 부상하였다.
그러면서 해외 기업에 종속된 경제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형 성장이 이루어지는 중국에서 점차 해외 기업에 대한 배타적 분위기가 생겼고 동시에 사드 이슈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잦아지자 해외 기업의 엑소더스가 일어났다.
이런 배경으로 인하여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인도를 저임금 생산이 가능한 해외 생산기지로 평가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인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이다. 물론 일본과 한국 등 이미 산업화된 국가와 비교하여 인도가 여전히 상대적 저임금 국가임은 틀림없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공장이 이탈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중국을 이탈한 공장이 베트남, 태국 등지로 옮겨가는데 그중에서도 인도를 최적의 ‘포스트 차이나’라고 꼽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저급·고급 인력 확보가 가능해 소자본 제조업부터 자본집약 제조업까지 가능한 복합 입지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더욱 주목할 점은 공장입지뿐만 아니라 인도 자체가 거대한 시장이기에 인도를 ‘포스트 차이나’의 첫 국가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고 이 보고서도 언급하고 있다. 제조 입지와 시장의 환상적 궁합이란 의미이다.
확언하건데, 인도를 ‘포스트 차이나’로 꼽는 첫째 이유는 인도 자체가 ‘시장’이기 때문이다. 부문별로 다소의 편차는 있지만, 인도 시장은 단순하게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현지 공장을 두어도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속성장하는 거대 시장이다. 주변 남·서아시아와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하는 ‘세계의 공장’ 역할은 인도 내수 시장 공략 후 얻어지는 덤이지 주변 시장용 제조지로서 평가하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자국 우선으로 돌아선 중국 시장의 대안을 찾아야 할 기업에게 인도는 단연 시장으로서 가치 평가가 우선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65만대 기존 공장 외에 최근 2조 4천억 원 투자로 연 생산 30만 대 기아차 공장을 추가한 것은 인도가 현재 자동차 제조 규모에서 5위이면서 자동차 판매시장으로서도 중국, 미국, 일본, 영국 그리고 독일 다음으로 이미 세계 6위이며, 가까운 장래엔 일본을 제치고 2~3위에 올라설 시장이 될 것이란 ‘시장가치 평가’에 따른 것이다.
현대·기아차 그룹만이 아니다. 지난 6월 초 삼성전자가 1조 원 이상의 신규 투자로 삼성 스마트폰 인도 현지 제조 시설을 현재의 2배로 확충하는 착공식을 거행한 것도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로서 시장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인 ‘아마존’이 택한 미래 성장전략에서 중국이나 기타 동남아 국가가 아닌 인도가 첫째로 꼽힌 이유도 인도가 가진 내수시장가치 평가 때문이다.
실패를 모르고 성장하는 다국적기업이 인도 시장에 20억 달러를 상회하는 막대한 투자를 쏟는 까닭을 이해하면 거대 인도 시장이 보인다.
따라서 포스트 차이나, 인도로의 이동은 ‘거대 시장 진출’이란 의미에 방점을 둔다.
포스트 차이나, 인도 시장이지만
무주공산(無主空山)은 아니다
‘세계의 기업이 인도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다음은 인도!’라는 식으로 최근 언론들이 일면에 그 이유에 대해 의심쩍어하면서도 인도 고(高)평가에 나서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보도 내용을 보면 마치 인도가 우리를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고, 그래서 인도 시장은 무주공산 블루오션이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05년 이후 인도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한국 내에서도 인도를 중요시하고 대비하자는 주장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과 정부는 ‘가능성은 인정하나 아직은!’이라는 부실한 판단으로 소홀했다. 안타까운 것은 오히려 기업의 구조조정이 대두될 때마다 인도관계부서를 우선적으로 줄이거나 없앤다는 것이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도 델리 사무소를 폐쇄했다는 안타까운 사실이 한 예이다. 인도지역 연구는 베트남 등 신흥국들에 비해서도 오히려 한참 뒤졌다.
베트남 등은 특정 지역으로 인식되어 특화된 연구 육성이 진행되었지만 인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인도는 영어 사용국이라 언어장벽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영어능력이 있으면 인도를 감당할 수 있다는 섣부른 판단이 많았기에 자연히 인도향(向) 인재 육성은 등한시 됐다.
게다가 인도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전담자 지원도 거의 없어 인재 육성이 가능하지도 않았다. 인도 담당이 성과를 내자면 시간이 필요한데, 현행 평가제도는 단기성과 위주이기 때문에 인도를 기피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타 지역 연구자로 임시변통하니 연구가 잘될 리도 없고 지속되지도 않는다. 그 결과 한국에는 현재진행형 인도 연구자가 소수에 그친다.
그 와중에 인도로 향하는 세계 기업의 투자는 봇물을 이루었고 심지어 중국 기업마저 인도로 향하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인도 비즈니스 현장에서 많은 중국 청년들이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인도를 겨냥해 인도 인재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앞선 인도 진출로 주도를 잡은 한국 기업이 정작 인도가 시장으로서 가치가 상승한 지금에서는 오히려 경쟁국에 뒤처지고 있고 뒤늦게 출발한 중국에게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 증설이 미루어지다가 뒤늦게 서두른 것도 사실 중국계 스마트폰 제조기업의 인도 러시에 위협을 느낀 까닭이다.
대학, 기업 그리고 정부기관의 실효적인 인도 연구와 인재육성 없이는 인도를 말하는 것은 구두선(口頭禪)이다. 무주공산이 아닌 포스트 차이나, 인도에 대한 우리의 대응 부족을 심각하게 여겨야 할 때이다.
거대 시장 인도에 진입하는
원 포인트 레슨, ‘리틀 인디아’
인천공항에서 인도 비즈니스의 중심인 델리와 뭄바이에 직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이전에 비하여 훨씬 다양해지고 넓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인도의 시장이 거대하고 이렇게 넓어진 길을 따라나선다고 한들 찾아가는 것으로 거저 손에 쥐어지는 블루오션은 결코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인도 시장은 기타 해외 기업이 진출하여 이미 경쟁이 극심한 레드오션이다.
인도와 체결한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가 발효된 지 8년째인 금년엔 기본 관세가 완전히 면제되어 중국과 같은 미체결 경쟁국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인도 현지에 제조 시설을 투자하여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타 해외 기업과 치열한 진검승부를 벌여야 하기에 염려가 크다. 예외가 있겠지만 많은 경우 인도 시장 진입은 직간접의 현지 진출 추세이다.
직접 진출 또는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진출로 생산이나 서비스의 거점을 인도에 두고 벌이는 시장 쟁탈전의 형태이다.
이렇듯 경쟁적으로 현지 거점을 마련하는 진출에는 각별한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의 33배에 달하는 거대한 인도 대륙을 세분하여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목적과 시장을 일치시키는 ‘리틀 인디아(Little India)’ 전략으로 거점을 정하고 그에 따른 이해를 갖추어야 한다.
국내 모 기업이 직원 대상 인도 전문가 육성을 실시하고 인도로 파견하였다. 그런데 북부 인도에서 사용하는 힌디어를 교육하고 정작 파견은 마라티라는 로컬 언어를 쓰는 남부 인도에 보내는 오류를 범하였다. 거대 시장 인도에서 개별 기업이 다양한 구성체인 인도 전체를 상대로 하기엔 벅차다.
거점을 특정하여 진입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22개 공용어가 있고 29개 자치행정 주로 나누어진 인도는 산업별로 그리고 소비 기호에서도 구분이 확연하기 때문에 그 특성을 이해하여, 비즈니스 입지 선정에 있어서도 이른바 ‘작은 인도’ 시장 통로를 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진입통로 마련과 함께 인도 자원을 활용한
글로벌 가치사슬(GVC) 수립이 전략이다
이번 ‘포스트 차이나, 인도 시장을 읽다’ 특집에서는 각 부문의 시장 현황과 진출 제언에 대한 내용이 해당 전문가에 의해서 펼쳐진다.
시장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기업의 형편에 따라 택할 수 있는 전략은 다양할 것이다.
그중 공통적인 이슈는 경쟁 시장에서 각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측면에서의 전략이다. 이에는 사용가치가 높은 인도 자원을 활용한 ‘가치사슬 수립’을 꼽을 수 있다.
인도의 자원은 인도 경제를 성장으로 이끈 바탕인데, 그 자원에는 천연자원과 인적자원 그리고 문화적 자원이 있다는 점을 지난 9월호 특집에서 언급한 바가있다.
이를 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하여 경쟁력 갖춘 현지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것이 곧 글로벌 가치사슬(GVC) 수립의 핵심이다.
천연자원은 지하자원뿐 아니라 농수산물, 태양열·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망라한다. 한국 대기업도 지하자원 활용을 시도했다.
포스코 오딧사 120억 달러 프로젝트는 철광석 자원을 활용하려 했던 글로벌 가치사슬의 실천이었다. 다만 원만치 못한 협상 관계로 인해 사업이 중단된 안타까운 사례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계약 재배는 물론 가공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원 활용의 기업 진출이 줄을 이었다.
스위스 기업이 투자한 네슬레 인디아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 외에 할랄(Halal) 인증 제품을 생산할 때 인도 농산물과 인도인구 중 18%의 무슬림 인도인을 활용함으로써 인도 내 무슬림 내수 시장은 물론 인근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 상권까지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인적자원의 경우 가치사슬로 경쟁력을 높인 비즈니스 사례는 많다.
인도 인구의 평균 연령이 다른 인구대국에 비교하여 절대적으로 젊다는 것과, 인구분포의 하부구조(0~9세)가 두터워 지속적으로 산업 활동인구를 배출하는 데에 이상적이라는 인구통계학적 분석에서 인적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한국 GS건설이 해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세운 델리와 뭄바이의 설계센터와 같이 1,000여 개의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R&D센터가 인도 곳곳에 포진한 것은 바로 이들 인적자원을 활용한 예이다.
문화자원의 경우 글로벌 융합 비즈니스로, 2009년 개봉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인도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3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는데, 인도를 배경으로 영국 감독이 이끌고 할리우드 자본이 투입된 글로벌 가치사슬이 적용된 영화제작이었다.
인도는 ‘자원’이다. 인도 경제는 1991년 이후 꾸준히 개방의 폭을 넓혀, 이제는 자원 활용에까지 이르렀다. 광물자원을 제외한다면 거의 모든 천연자원의 활용에서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였다.
제한은커녕 부가가치를 더하는 제조업 형태의 가치사슬 수립에서는 오히려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인력 및 문화자원 활용에서도 완전 개방의 범주에 있다.
해외 진출이라는 목표를 두고서도 경쟁력을 갖춘 가치를 창출시킬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 기업으로서는 인도 자원을 활용한 글로벌 가치사슬(GVC) 수립이란 진출 전략은 매우 유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