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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대한민국 전기자전거의 시작과 완성을 말하다

글_이유미(편집실)
사진_이완기(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누구나 한번 타봤을 법한 자전거이지만 그 역사가 200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페달이나 체인이 없는 형태였던 초기 이륜차에서 페달이 달린 현재의 형태로 발전하고, 또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해 굴러가기까지 자전거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기자전거 연구개발의 대표주자 (주)티앤에스모터스(이하 티앤에스모터스)를 만나보자.



자전거에서 미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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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앤에스모터스는 김기덕 대표가 1990년 한성무역을 설립해 베트남과 중국, 캄보디아 등지에 중고 오토바이를 수출하던 것에서 그 역사가 시작된다.

자전거가 주 이동수단이었던 베트남과 중국에서 중고 오토바이는 빠르고 저렴한 교통편으로 주목받았고,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그즈음 김 대표는 새로운 목표를 가슴에 품었다. 중고 오토바이를 파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직접 제품을 만들겠다는 꿈이었다.

“중고 오토바이를 사는 대부분의 나라가 후진국이기에 오토바이 매연과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 사정을 너무나 잘 압니다. 그 나라 사람들의 사정에 맞게 저렴하면서도 공해가 적은 이동수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003년 그는 티앤에스모터스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친환경 이동수단 개발의 물꼬를 텄다. 대표적인 제품이 전기자전거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전기자전거를 생산하는 회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기자전거’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때라 기술적인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대만 등 전기자전거 기술이 앞서 있는 기업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대만 기업과 OEM 계약을 맺어 실효성을 거두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초기에 개발한 전기자전거는 무거운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는 모터 때문에 제품 자체의 무게가 무겁고, 효율이 낮아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짧았다.

연구진은 오랜기간 숙고한 끝에 가벼우면서도 효율이 좋은 배터리와 모터를 개발해냈고, 이는 회사의 대표 제품이 된 접이식 전기자전거의 상품화로 이어졌다.

이들이 성과를 내고 제품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꾸준한 R&D 투자가 한몫한다. 회사가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지만 직원의 절반가량이 연구직이라는 점, 매년 지난해 수익의 20%를 연구비로 재투자한다는 점에서 티앤에스모터스는 강소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창립 이래 꾸준한 연구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하는 김기덕 대표의 의지가 눈에 띈다.


맨몸으로 일군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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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대한민국 최초로 전기자전거를 개발한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업 초기에는 난관이 많았다.

국내에 전기자전거를 만들어 줄 공장이 없어 중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OEM 제품을 만들었던 탓에 중국제로 오인 받아 판매가 쉽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가격이 싼 대신 품질이 많이 떨어지고, A/S도 받을 수 없는 ‘Made in China’에 대한 반감이 지금보다 훨씬 컸던 때였다.

“어떻게든 그 상황을 뚫고 나가야 했습니다. 제품 판매가 안되니 당장에라도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었어요. 판매는 둘째 문제고, 소비자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사업과 관련된 박람회와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무조건 참가했어요. 한 해에 10~15회 정도 참여했습니다. 뉴스에 소상공인을 소개하는 코너에도 출연하고, 우리 제품이 노출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협찬도 많이 했습니다.”

이 같은 김 대표의 노력 끝에 시장에서 서서히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한국 토종 브랜드라는 것을 알아보고 구입 문의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주변에서는 김 대표의 꺾이지 않는 의지를 두고 ‘고집스럽다’고도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한국 제품이라는 정통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라 잘라 말한다. 남보다 앞서 가니 힘은 들었지만 보람은 수고에 비해 훨씬 컸다고 회고한다.

김 대표와 연구진의 노력이 더해질수록 제품 라인업도 다양해졌다. 고효율의 배터리를 기본으로 장착한 전기 스쿠터, 탈부착 전동 휠체어, 충전식 전동 삼륜 스테퍼, 전천후 전동 사륜 오토바이, 킥 보드 등 자동차를 제외한 길 위를 달릴 수 있는 제품의 대부분을 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 ‘모야시리즈 모야2(MOYA2)와 모야3(MOYA3) 제품이다.

이 제품은 알루미늄 소재로서 무게 22㎏, 접었을 때 크기가 615×275×810㎜인 초소형 접이식 전기 자전거이다.

언제 어디서든 휴대가 간편하다는 점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에도 불편함이 없고 일반 승용차 트렁크에 두 대 이상 탑재할 만큼 콤팩트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방전시 원터치 탈부착이 가능한 배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수시로 충전할 수 있으며, 3~4시간 만에 완충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의 경우, 운동을 겸해 모야3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교통비 절감은 물론 운동 효과가 커 만족도가 높다.

이러한 대중의 관심과 함께 국토해양부가 내년 3월부터 자전거 도로에 전기자전거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전기자전거 보급률이 급신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덕 대표는 “그동안 전기자전거는 관련법이 없어서 자전거도 아니고, 자동차도 아닌 애매한 위치였다.”면서 “전기자전거를 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내년부터 발효되면 전기자전거 이용자들이 자전거 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으니 좀 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고 반색했다.

이러한 법안 마련에 발맞춰 올해 한국스마트모빌리티협회(KOSMA)가 창설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전동 휠, 전동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의 등장은 전기자전거의 성장을 위협하는 하나의 허들이 될 수 있을 테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이니 그리 염려할 것만은 아니라고 전망한다.

제품과 자신의 브랜드에 강한 확신이 있기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다.


사람과 세상을 위해 한뜻으로

티앤에스모터스 연구진들은 요즘 두 가지 국책사업을 진행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첫번째 사업은 국토교통부 과제인 ‘고령자 자립 지원 개인교통수단(실버캐리지) 개발’이다.
 
이 과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국민대학교, (주)현대해상보험, (주)위드로봇,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공동 진행하는데, 티앤에스모터스는 스마트 실버캐리지 차체 및 구동부 개발과 주행 효율 향상을 위한 경량화 대체 소재조사 및 분석, 제품 제작, 구동부 성능과 내구성을 향상시킬 방법을 연구한다.

실버캐리지란 시력과 청력, 근력이 저하되어 운전을 하거나 걷는 데 어려움이 있는 노인을 위한 보조운송기구로 장애인 휠체어와는 개념이 다르다.
 
노령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실버캐리지의 개발은 필연적이며, 티앤에스모터스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편리한 이동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제품 개발을 마무리하여 고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두 번째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과제인 ‘레저·관광용 전기바이크 및 무선 충전시스템 개발’이다.
 
이 사업은 전기바이크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생활 패턴 및 레저·관광 서비스 기반 마련을 목적으로 제주 지역 맞춤형 레저 관광용 전기바이크와 무선 충전시스템 및 전기바이크 스테이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주)씨에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공동연구하는 이 과제에서 티앤에스모터스는 전기바이크의 주행 효율 향상을 위한 경량화 대체 소재 조사 및 분석, 제품 제작과 무선충전 통합 적용 전기바이크 테스트 검증 및 내구성 향상에 주력한다.

지난 15년간 친환경 교통수단 연구에만 매진해온 김대표. 그가 처음 사명을 티앤에스모터스로 명명했을 때, 그가 걸어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Time & Space의 이니셜인 티앤에스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운송수단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겼고, 남들이 고집스럽다 질책해도 뚝심으로 밀어붙였던 사업이 이제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친환경 녹색성장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한다.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에 작은힘을 보탤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 걸어온 한 길, 그 길 위에서 티앤에스모터스는 오늘도 열정에 불을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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