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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우 조교수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상학연구과/이노베이션연구센터


노키아(Nokia)의 쇠퇴 이후, 핀란드 내에 창업 붐이 일고 있다. 기업과 정부가 연계하여 창업을 장려하고 지원한 덕분에 그러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과거 노키아가 잘나가던 시절에도 핀란드 내에서 유사한 시도가 있었음에도 실패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이 없는 듯하다.
 
이 글에서는 노키아의 주도로 이루어진 창업 지원 정책에 있어서 현재의 성공과 과거의 실패 사례를 비교하고, 어떻게 창업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교훈을 얻고자 한다.


노키아 소개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은 노키아를 꼽을 것이다(강유덕, 2016). 1960년대 말부터 무선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한 노키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한 시장과 함께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결국 2000년대 중반에 전 세계 휴대폰 점유율이 40%를 넘는 등 무선이동통신 사업에서 큰 성공을 이루면서, 통신 산업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를 확립했다.

핀란드가 인구 500만 명 정도의 작은 국가인 것을 감안하면, 노키아의 성장이 핀란드의 경제에 큰 공헌을 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핀란드 총 생산의 25%, 총 수출액의 20%, 국내 R&D 투자의 30%, 그리고 핀란드 내 총 법인세의 23%를 노키아가 공헌하였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부침을 거듭하듯, 노키아도 쇠퇴를 경험한다. 많은 독자의 기억에 남아 있듯이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무선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뀌었다.

그 변화의 과정에서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의 선점에 실패하고, 그 이후 회사의 실적은 하향선을 그렸다. 노키아는 회복하지 못했고, 2013년 9월에 휴대폰 생산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게 되었다.


노키아 브리지 프로그램 소개와 창업 지원 코스 소개

모든 기업이 그러하듯 노키아 또한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하지만, 노키아는 정리해고 절차를 다르게 진행했다.

정리될 사업에 종사하던 직원을 그냥 해고하는 대신 해고 통보와 함께 '브리지 프로그램(Vanska, 2013)'의 참가를 제안한다.

브리지 프로그램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해고 대상이 된 직원이 다음 커리어를 찾는것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노키아가 브리지 프로그램을 제공한 목적은 노키아는 사업정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평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노키아는 브리지 프로그램에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1) 노키아의 직원들이 노키아를 떠나도 현재 가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움 주기, 2) 노키아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던 지역경제가 노키아가 철수한 이후에도 유지하도록 하기, 3) 노키아의 새로운 전략과 새로운 생태계를 뒷받침하기이다.

이러한 목표를 바탕으로 브리지 프로그램은 5개의 코스로 제공되었다. 1) 노키아 내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사내 이동(예: Window 폰 연구개발), 2) 이직 지원(예:커리어 코칭, 잡페어 개최, 잡매칭 안내 등), 3) 창업지원, 4) 원하는 교육/연수 지원, 5) 기타 지원(예: NGO활동 등).
 
브리지 프로그램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리해고 대상이 된 모든 직원(핀란드, 덴마크, 루마니아, 미국, 영국 등에 총 18,000명)에게 제공되었다.

브리지 프로그램이 제공한 5개의 코스 중에서 창업지원 코스는 다른 코스와는 다른 목표를 이루는 데 기대를 품고 있었다.

앞서 소개한 세가지 목표 중 마지막 목표인 ‘노키아의 새로운 전략과 새로운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것을 창업 지원을 통해 이루고자 하였다.

하지만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창업 지원 코스 참가자의 자율에 맡겼다. 자율에 맡김으로써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창업 지원 코스(Kiuru et al., 2014)의 운영은 창업을 위한 기본적인 교육과 창업 지원금 제공으로 구성되었다01.

또, 노키아의 기술을 라이선스하여, 연구원이 자신이 개발하던 기술을 사외에서 단독적으로 자유롭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불확실한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사내 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상용화를 통해 발생하는 이득을 해당 기술개발자의 인센티브로 제공하면서 창업 지원 코스의 참가를 장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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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지원 코스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02를 바탕으로 나타난 창업 지원 코스의 성과는 다음과 같다.

핀란드 내에는 약 5,000명 정도가 브리지 프로그램에 참가하였고, 그중 500명 정도가 창업 지원코스에 참가하였다.

창업 지원 코스 참가자 모두가 창업했고, 약 400개의 기업이 새로이 탄생했다(전 세계적으로는 1,000개가 넘는 기업이 탄생했다).

창업한 기업의 사업 내용을 보면 약 40% 정도가 ICT를 기반으로 한 창업, 약 30%가 서비스/컨설팅 창업이었다. 이들은 노키아에서 근무하면서 습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즉, 비록 노키아는 사업을 축소했지만 직원들의 경험은 새로운 사업 사이클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기업 중 약 절반 정도는 노키아에게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으면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노키아를 중심으로 기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경이적인 것은 이 창업 지원 코스에 의한 스타트업의 생존율이다. 2003년에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핀란드 내에서 약 70% 정도의 스타트업이 창업 후 2년 뒤에 생존해 있었다고 한다(OECD, 2003).

그러나 브리지 프로그램의 창업 지원 코스에서 나온 스타트업 중에서는 90%가 넘는 기업이 창업 후 2년 뒤에 생존해 있었다.

생존율지표는 노키아에서 근무하면서 습득한 기술역량이 창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사이클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DIMES(Digital Media Service Innovations – Finland)협회03

하지만, 창업 지원을 통해 노키아의 기술 전략을 새롭게 짜고, 노키아를 기반으로 한 생태계를 만들려는 시도는 브리지 프로그램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노키아와 핀란드 내의 대기업이 모여 핀란드 내의 IT창업을 지원하는 DIMES 협회를 설립한다.
 
비록 몇몇 기업이 모여 만든 협회이지만 이 협회는 노키아의 주도 하에 운영되었다. 창업을 통해 노키아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DIMES협회의 운영은 브리지 프로그램의 창업 지원 코스와 유사하게 운영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이 협회는 형식적으로는 얼마 전까지 존재하였으나 실제로는 설립부터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실적 없이 운영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브리지 프로그램의 창업 지원 코스가 성공하고, DIMES 협회가 실패한 요소를 상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노키아의 성장에 따른 일손 부족이다. DIMES협회가 설립된 2005년에 핀란드의 제일 큰 기업인 노키아가 더 성장하고 있었다.

노키아가 전략적으로 스핀오프 전략을 써서 ICT 생태계를 만들려 했지만, 실제로는 사내 직원을 외부로 보낼 여유가 없었을 뿐더러, 필요한 분야를 전공하던 핀란드 내의 거의 모든 학생들을 흡수하기 바빴다. 즉, 창업 지원 제도를 마련했지만 실제로 참가할 사람이 없었다.

둘째, 롤모델의 부재이다. DIMES 협회가 설립된 시점에는 핀란드 국내에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이 없어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브리지 프로그램의 창업 지원 코스가 제공된 시점에는 Rovio를 비롯한 핀란드 국내 창업가들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가까운 사례의 성공이 롤모델이 되어 창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늘었고 창업의 기회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셋째, 창업에 동반되는 리스크를 지겠다는 마인드셋의 부재이다. DIMES 협회가 설립된 당시 노키아 직원들 입장에서 노키아의 성공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노키아에 계속 근무한다면 안정된 수입이 약속돼 있었다.
 
그러니 구직자 또는 사내 직원들 입장에서는 안정된 수입을 포기하면서까지 창업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었다.


브리지 프로그램이 주는 교훈

브리지 프로그램의 창업 지원 코스의 성공 사례는 창업 지원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던져준다. 창업 지원 정책을 제공하는 타이밍이다.

이 교훈은 창업 지원 정책을 제공하는 정부나 기업에게 주는 교훈이다. 창업 지원은 조직을 유연하게 구축함으로써 시장, 경쟁환경 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현시점의 많은 나라에서는 다양한 창업 지원 정책이 나오고 있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국가 단위, 지역 단위, 기업 단위, 또는 대학단위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핀란드의 사례에서 봤듯이 창업 지원 정책의 성공여부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지원 정책을 실행할 타이밍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내용이 알찬 정책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정책의 타깃이 되는 인재들이 그 정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01 다만, 창업 지원 코스는 두 가지 조건을 달았다. 첫째, 창업 지원금은 1인당 최대 25,000유로(약 3,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사업 아이디어는 평가를 받아야 했고, 평가에 비례해서 창업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성과에 따라 50,000유로(약 7,000만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둘째, 브리지 프로그램 출신의 직원끼리 창업을 할 경우, 1회사당 최대 4명까지라는 제한을 두었다. 그렇게 해서 가능한 한 다양한 기업이 많이 창업되도록 하였다.

02 설문조사는 Aalto대학의 연구팀(Kiuru, 2014)이 2013년 5월에 시행했으며, 연락이 닿은 427명 중 196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다(설문조사 응답률: 47%).

03 DIMES 협회 회장과의 인터뷰에 기반함. 2017년 현재 DIMES 협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웹페이지도 사라진 상태다.

< 참고 >
강유덕. (2016) “노키아의 변화를 통해 본 핀란드 경제의 구조변화”『EU연구』43호, 163–198. Kiuru, P., Handelberg, J., &Rannikko, H. (2014) Bridge it up – the impact of startup services offered for employees – Case Nokia’s Bridge Program. Aalto University School of Business.

OECD (2003) The Sources of Economic Growth in OECD Countries. OECD: Paris. Vanska, M. (2013) "Nokia Bridge Program – New thinking on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The 16th TCI Annual Global Conference, Kolding, Denmark, 3-6 September,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