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재미있는 생명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연계되어 있는 생명과학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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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방재욱 명예교수(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생물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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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저명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에서 2016년 3월호 표지에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의 상징 문자(CRISPR)와 함께 ‘유전자 편집 시대의 시작(Dawn of the gene-editing age)’을 표제어로 실으며, 유전자가위에 대한 다양한 연구 내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그림 1).

유전자가위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며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활용시 안전성 문제와 생명윤리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과학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와 우리 일상에 다가와 있는 유전자가위의 실체는 무엇이며, 앞으로 인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가위가 옷감이나 종이 등을 자를 때 사용되는 것처럼, 유전자가위는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DNA 가닥의 특정 부위를 원하는 대로 잘라내 편집(Editing)할 수 있는 가위 역할을 하는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유전자가위는 크게 ‘천연 유전자가위’와 ‘인공 유전자가위’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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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유전자가위는 DNA의 특정 부위를 인식해 절단하는 기능을 가진 제한효소를 일컬으며, 인공 유전자가위는 제한효소의 성능을 인위적으로 높인 기술로 개발 단계에 따라 1세대, 2세대, 3세대 유전자가위로 구분해 부른다(표 1).


천연 유전자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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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유전자가위로 불리는 제한효소(制限酵素)는 1960년대 초에 스위스의 미생물학자 아르버에 의해 대장균과 세균을 잡아먹는 박테리오파지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며, 1970년대에 들어와 미국의 미생물학자 스미스와 나탄스에 의해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절단하는 기능이 밝혀졌다.

이들은 제한효소의 발견과 기능을 밝힌 업적으로 1978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제한효소는 특정 염기쌍 부위를 인식하여 잘라내 점착말단을 지닌 단일가닥 말단을 만드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단일가닥은 같은 효소로 절단된 다른 DNA의 상보적인 점착말단과 결합할 수 있으며, 이들을 DNA 중합효소를 이용해 연결시켜주면 유전자의 재조합이 일어나게 된다(그림 2).

유전자재조합 기술이 산업적으로 처음 이용된 실례로는 미국의 코헨과 보이어에 의해 개발된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의 생산을 들 수 있다.

그들은 인슐린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제한효소로 잘라내 운반체 기능을 지닌 플라스미드(Plasmid)에 붙여 대장균에 도입한 다음, 그 대장균을 대량으로 번식시켰다.

그리고 그 대장균으로부터 당뇨병 치료에 이용되는 인슐린을 대량 정제해낸 것이다.


인공 유전자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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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유전자가위 기술은 DNA 가닥에서 6~8개의 염기서열 밖에 인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제한효소의 성능을 인위적으로 높여 개발된 1세대 인공 유전자가위가 ‘징크핑거(Zinc Finger)’이다.

징크핑거는 특정 DNA 가닥을 인지하는 징크핑거 단백질과 세균의 제한효소 중 하나인 Fok1을 결합시켜 만든 유전자가위로 현재 에이즈, 혈우병, 알츠하이머 등의 유전적 치료를 위한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다(그림 3).

징크핑거는 아프리카 발톱개구리의 유전자 연구에서 발견된 단백질이 아연(Zinc)과 결합해 손가락(Finger)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징크핑거 기술은 설계와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며 사용 중 오작동이 발생하는 결점이 있어, 이를 개선해 유전자 표적 기능을 좀 더 정교하게 향상시켜 개발된 2세대 유전자 가위가 탈렌(TALEN)이다.

탈렌은 C형 간염, 고콜레스테롤혈증 등과 같은 질병 치료의 모델링에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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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에는 징크핑거와 탈렌의 결점을 보완한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CRISPR)’가 개발되었다(그림 4).

제한효소인 Cas9에 RNA를 결합해 만든 크리스퍼는 제작이 용이하고 비용이 저렴하게 들며,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장점도 지니고 있다.

크리스퍼는 구조가 단순해 세포 내로 쉽게 진입할 수 있으며, DNA 가닥을 더 깊게 잘라준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현재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겸상적혈구빈혈증이나 자폐증의 치료를 위한 모델동물이 만들어져 실험 중에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의 전망

유전자가위 기술은 머지않은 장래에 신약개발이나 유전질환 치료, GMO(유전자변형생물) 개발, 장기이식에 이용되는 모델동물의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전자가위 기술과 함께 활용시의 안전성과 생명윤리 문제가 사회적 우려로 대두되고 있다.

그 실례로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인간의 수정란이나 배아의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유전자를 지닌 ‘맞춤형 아기’ 출생과 같은 윤리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의 이용에 대한 사회적 소통과 합의를 위해서는 과학계만이 아니라 교육계, 정계, 언론계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바르게 인식하고, 유전자가위 기술이 급변하게 다가오고 있는 미래의 인류 삶의 질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마음으로 풀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