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IP-R&D전략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한국지식재산전략원 간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 한규남 특허전문위원 한국지식재산전략원
유망 아이템 발굴은 숙제이자 기회
1980년대 이전에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면 상당기간 동안 그 결실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단 경쟁우위를 차지해도 그것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미국의 40개 산업 6,772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01,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었고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실현하는 기업은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한편, 경쟁우위를 확보했다가 상실했더라도 다시 확보하여 경쟁우위를 이어가는 전략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었다. 즉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유망 아이템을 찾는 방법
신성장 동력 즉 유망 아이템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경쟁사의 기술이나 제품, 유사한 기술을 연구한 논문이나 특허를 들 수 있으며, 때로는 전혀 상관이 없는 자연물, 연극, 집안의 소품과 일상의 경험 등으로부터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묻거나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하여 숨겨져 있는 아이디어의 시드를 찾기도 한다. 아직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며 아이디어의 원천은 제한이 없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은 직관적인 방법과 분석적인 방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직관적 방법은 주로 천재와 대가들의 방법이며, 대표 주자는 에디슨이다.
에디슨은 연구개발을 하다가 벽에 부딪히면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 손에 쇠구슬을 들고 수면과 유사한 명상에 잠겨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했다고 한다.
논리와 이성이 지배하는 의식의 경계를 넘되 깊은 잠에 빠지면 안 되므로 쇠구슬이 떨어지는 소리에 깨어나 무의식이 알려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잡아내었다.
직관적인 방법으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으나, 아무나 가능하지는 않다.
일반인도 훈련과 노력에 의해 직관, 통찰력을 향상시킬 수는 있으나 사람마다 편차가 크며 아이디어를 구했어도 과정과 근거가 부족하여 여러 사람의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분석적인 방법은 논리와 이성, 데이터에 기초한 방법이다. 시장, 고객, 제품, 기술 등에 관한 분류와 정보를 분석하여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직관적인 방법과 장단점은 정반대이다.
특허라는 아이디어의 원천
분석적인 방법으로 유망 아이템을 도출하려면 질 좋은 정보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이 모여 있어서 이를 대상으로 검색하고 그 데이터를 받아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정보의 집합체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떠한가?
특허는 인류의 지적 산출물 총체가 집적된 보물창고로서 농업에서 천문, 전자, 의약, 심지어는 청소용품이나 강아지 집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게다가 매우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분류되어 있어 키워드를 조합하여 원하는 정보만을 모을 수 있으며 다양한 분석이 가능한 지표를 포함하고 있다.
특허로부터 유망 아이템을 찾는 프로세스
유망 아이템 즉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어떠한 기술을 이용한 어떤 제품’을 개발하여 사업화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특허로부터 유망 아이템을 찾는 프로세스는 특허를 분석하여 그 분야의 유망한 기술을 찾고, 유망 기술의 특허에서 언급되는 제품을 추출하고 많은 후보 중 어떤 것이 적합한지를 결정하는 3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유망 기술을 도출하기 위해 해당분야의 핵심적인 기술을 뽑아 기술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체계의 각 기술마다 유효 특허를 확보하고 유망기술을 선정하기 위한 지표와 지표의 가중치를 결정해야 한다.
지표와 가중치로 유망 기술을 정한 후에는 유망 기술 특허에 언급된 제품들을 수집하는 한편 유사제품까지도 유추/확장해서 참신한 아이템들을 찾고, 유망 아이템을 결정하기 위한 선정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최종 결정한다.
탄소섬유 사례
탄소섬유 기술
탄소섬유는 폴리아크릴로니트릴이나 피치 등의 전구체 유기 섬유를 열처리하여 탄소화하는 방법으로 제조되며 탄소 망면(網面)이 배향한 구조적 특징으로 인해 가벼우면서 탄성률, 인장강도, 내약품성, 내식성, 전도성이 매우 우수하다.
탁월한 물성으로 인해 이미 광범위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는 핵심 소재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탄소섬유 산업은 일본 등에 비해 기술력이 낮고 중국 등 후발주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 앞으로의 사업화 방향을 신중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탄소섬유 기술 전반에 대한 특허로부터 기술과 제품 개발 동향을 분석하여 유망 아이템을 도출하였다.
유망 기술 도출
탄소섬유 기술전문가 5인의 도움으로 탄소섬유 기술 체계를 작성했으며, 표 2와 같이 탄소섬유 가공, 중간재 생산, 복합체 성형, 탄소섬유 성형 재료, 복합체 가공의 공정 기술과 제품의 특성을 나타내는 복합체 물성으로 구분하고 이를 세분화하였다.
20년 동안 한국, 일본, 미국, 유럽에 출원된 탄소섬유 특허 7,585건을 기술 체계별로 분류하였다.
유망 기술을 찾아내기 위한 기준으로 선도업체의 최근 5년 동안 출원 건수, 최근 출원 증가율, 특허권의 거래 등 표 3과 같이 5가지 항목을 선정하고 각 기술 분류에 속한 특허들에 대해 각 지표 값을 분석하였다.
지표와 가중치에 의한 분석 결과, 기술 체계의 32개의 소분류와 세부 분류 기술 중 표 4의 5가지 기술이 유망기술로 선정되었다.
유망 제품 도출
5가지 유망 기술에 속하는 특허를 검토하여 특허의 기술이 응용되는 제품을 추출하였다.
건설, 기계, 전자재료, 운송, 섬유, 스포츠/의류 분야의 다양한 제품이 수집되었으며 출원이 집중되는 정도와 전문가02의 의견을 반영하여 건설 보강재, 발열체 그리고 자동차 휠, 드론 등 운송 수단의 프레임과 부품을 유망 제품으로 선정하였다.
유망 제품을 구체화하고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특허에 언급된 제품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데 그치지 않고 유사 제품으로 확장하고 틈새 제품을 찾아야 하며, 후보 아이템의 시장성, 투자 규모, 제조장치 접근성, 기술 난이도, 경쟁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기업에 적합하며 사업성이 높은 것을 선정해야 한다. 특허 이외 낮음시장 정보와 전문가의 견해가 필요하다.
마치면서
특허 분석만으로 기업의 유망 아이템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으며, 특허의 정보만으로 아이템을 구체화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허에 포함된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여 기술개발 트렌드를 읽고 남들이 먼저 시도한 다양한 생각들을 체계적으로 통찰한 바탕 위에서, 아이템을 정하고 개발품의 설계를 구체화한다면 실패를 줄이고 시간을 단축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탄소섬유에 대한 특허 분석은 산업단지공단 대경기업지원센터의 요청으로 수행되었다.
특허로부터 유망 기술과 제품을 선정한 후에 전문가들과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회를 실시했으며, 기업의 사업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심화시키기 위해 Value Chain을 공유하는 기업과 연구기관을 모아 공동 IP-R&D 과제가 추진 중이다.
01 Wiggins, Robert R., and Timolthy W. Ruefli. 2002. “Sustained Competitive Advantage: Temporal Dynamics and the Incidence and Persistence of Superior Economic Performance.” Organization Science 13(1): 81·105.; Wiggins, Robert R., and Timolthy W. Ruefli. 2005. “Schumpeter’s Ghost: Is Hypercompetition Making the Best of Times Shorter?”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26(10):887~911; Wiggins, Robert R., and Timolthy W. Ruefli. 2003. “Industry, Corporate, and Segment Effects and Business Performance: A Non-parametic Approach.”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24(9): 861~879
02 탄소섬유 특허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유망 사업 아이템을 논의하기 위해 2017년 7월 26일 산업단지공단 대경기업지원센터에서 대경권 탄소섬유 관련 산학연 전문가 20여 명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