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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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기 겸임교수/대표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학과/(주)비티엔


인도 경제가 성장하는 데엔 ‘자원’과 ‘시장’ 그리고 ‘태생적 글로벌 환경’이라는 3가지 배경이 있다. 풍부한 ‘자원’과 세계 2, 3위 규모의 거대한 ‘시장’ 그리고 재외 인도인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인도 경제를 성장으로 이끈 것이다.

이러한 성장의 결과로 최근 주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도의 신산업이 두드러진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이해하고 전망을 예측하여 우리 기업의 성장 모티브로 삼을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포스트 차이나, 인도’, ‘떠오르는 거대 시장’ 등 언론이 연일 인도를 호평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경제성장으로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의 모든 분야에서 수요가 솟구치는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성장이라는 한 방향으로 달려온 인도 경제엔 무엇이 있기에 글로벌 경제의 축이 마치 당장이라도 중국에서 인도로 넘어갈 듯 요란한가? 구매력 기준 인도의 GDP 순위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에 오른 것은 한때의 돌발 현상인가? 아님 근본 있는 필연의 결과인가? 물음의 해답은 ‘현대 인도 경제의 배경’이 무엇인가에서 찾을 수 있다.


성장의 3가지 배경:
자원, 시장 그리고 태생적 글로벌 환경


현대 인도 경제는 ‘자원’과 ‘시장’ 그리고 ‘태생적 글로벌 환경’이라는 3가지 배경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 자원의 나라 인도엔 천연자원과 인적자원 그리고 문화자원이 있다. 기업 활동의 원초적 근거인 천연자원과 이를 운용할 인적자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천연자원은 철광석과 같은 지하자원에 국한하지 않는다. 신(新)경제에서 각광받는 기후자원도 포함된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그린에너지 자원이 인도에는 풍부하다. 천연자원 이외 농업자원 역시 풍부하다.

경작 면적 세계 제2위로 다양한 농업기후대를 품고 있어 주요 농작물 생산량이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것이 많다.

이에 인도 중앙 정부가 농업 현대화 정책으로 푸드테크(Food-tech)라는 신기술 기반 산업을 이끌면서 이에 쏠리는 해외자본의 투자진출이 활발하다.

인적자원의 바탕은 13억 명이라는 거대 ‘인구자원’이다. 그저 인구가 많은 것이 아니라 중위연령(Medi-an Age) 27세로 ‘젊은 인구’가 풍부하다.

이에 대비되는 것이 중위연령 37세로 노령화된 14억 명 인구의 중국이고, 65세 이상 인구가 무려 26%에 달하여 부양 중압감으로 허덕이는 일본이다.

인도의 젊은 인구는 교육을 통하여 신산업이 요구하는 기술을 갖춘 생산가능인구가 되고 이러한 경제활동으로 이후 소득계층으로 시장을 성장시키는 소비자가 되는 순(純)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한 다양성 그 자체가 특징인 인도의 문화는 역사적 유산과 함께 독특한 이미지로 문화자산이 되어 발리우드(Bollywood)라 불리는 영화 산업 등 다양한 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도 시장, 거대할 뿐만 아니라 진화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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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세계 3위 시장, 인도이지만 곧 미국을 제치고 중국 다음 세계 2위가 될 것이다.

그 까닭에 삼성은 지난 6월 인도에서 생산 규모를 2배로 확충하는 2공장 착공식을 최고경영자 부재란 어려운 처지에서도 단행하였다.

이것이 스마트폰 사용자 4억 명 시대를 눈앞에 둔 거대한 인도의 개인소비 시장(B2C)의 현장이다.

어디 스마트폰뿐인가? 인도 첸나이에 연 63만 대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연 30만 대를 생산가능한 기아자동차 공장 건립을 결정하고 이번 8월 중 정의선 부회장이 참석하여 착공식을 거행한다고 한다.

지난 7월 첸나이를 방문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재방문이다. 이처럼 최고경영진 발걸음이 인도로 자주 향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최근 중국에서 사드 등 정치 상황과 맞물려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세계 6위의 자동차 시장인 인도가 곧 일본까지 제치고 3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시장’이다.

현대 경영진의 인도 방문뿐만 아니다. 사드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급락을 겪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 역시 인도로 간다.

그의 인도 출장은 매년 15% 이상 늘고 있는 인도 화장품 시장에 대한 강력한 진출 의사표현이다. 이미 진출한 ‘이니스프리’ 직영매장을 현재의 5호점에서 금년 내 10호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한국 기업 관계에서 본 인도 시장의 성장은 전통적 소비 시장에서부터 고가품과 여성용품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아동 소비와 레저 등 신(新)소비 출현과 대중소비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시장이 대도시에만 국한되지 않고 제2, 3의 도시 그리고 농촌까지 확대되었는데, 개인소비뿐 아니라 기업소비(B2B) 역시 제조업 증가로 크게 성장 중이다.

한국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오른 인도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따라 약 390억 달러 부품 시장이 형성되었다.

곧 세계 자동차 부품 산업 허브로 등극할 기세이다. 개인소비와 기업소비 외에 도로, 항만, 고속철도, 매트로 같은 교통 인프라 그리고 발전과 수(水)관리처럼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정부소비(B2G)도 존재한다.

시장조사기관 지온 마켓리서치에 의하면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인프라 시장은 2015년도 1조 3,650억 달러 규모가 2021년에는 두 배인 2조 5천 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한다. 이러한 ‘시장’의 존재가 ‘자원’과 더불어 인도 경제의 성장 배경이다.


NRI(재외 인도인)와 영어가 만들어 낸
태생적 글로벌 환경


인도 경제의 성장 배경에는 앞서 살펴본 ‘자원’과 ‘시장’ 외에 ‘태생적 글로벌 환경’이란 독특한 요소가 있다.

‘태생적 글로벌 환경’은 인도 이외 해외 거주하는 인도인 ‘NRI(Non Resident Indian)’와 인도 일상에 깊숙이 들어앉은 보통의 ‘영어 사용’이 만들어 냈다.

공식 통계 약 3천만 명에 달하는 재외 인도인 ‘디아스포라’는 미국 같은 서구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그리고 중동에서는 아랍에미리트연합국 및 아프리카에서 그 사회의 하위 노동자 계층에 머물지 않고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 10%와 엔지니어 1/3이 인도인들이란 사실의 예에서 보듯이 이들 NRI는 인도 기업과 인도 경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현실적으로도 인도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이 연 900억 달러에 달한다.

대한민국 외화 보유 총액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이 매년 송금되고 있다. NRI와 더불어 일상의 영어사용은 글로벌 소통의 자유를 안겨주어 태생적 글로벌 환경을 갖추는 데에 큰 힘이다.

지하자원, 환경자원 그리고 농업자원 등 인도의 풍부한 ‘자원’과 세계 2, 3위 규모의 거대한 ‘시장’,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NRI의 폭넓고 깊이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인도 경제를 성장으로 이끄는 든든한 배경이다.


그래봐야, 선진국 경제의 후방에 지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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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들어서서 브릭스 중 하나로 부각되었고 2010년 이후론 글로벌 이머징 마켓으로 꼽히면서 드디어 중국의 성장 속도를 앞지르면서 거대 시장으로 인정받게 된 인도이지만 여전히 인도 경제를 선진국 경제에 종속된 후방 경제, 소위 2중대 경제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인도 경제에 대해 이 같은 비판적 스탠스를 취하는 이들은 2000년 이후 부상한 인도의 성장을 고도화된 제조업이 실종된 단순 서비스 산업이 주도하는 후진 구조라고 폄하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이해이다. 성장 초기엔 서비스 산업으로 선진국의 아웃소싱 프레임에 머물렀지만 이후 누적된 성장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기술혁신이 일어난 인도의 산업 생태계 변화를 깨닫지 못한 단견이다.

인도가 소프트웨어 개발 지원, 호텔과 같은 단순 서비스 그리고 일용 소비재 제조 등에 기초한 현대 경제 1단계에서 2010년 이후 업그레이드된 기술 제조업으로 이어지는 2, 3단계에 진입하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경제기초가 단단히 세워진 지금은 기술 기반의 제조업과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 기반의 서비스 산업이 인도의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기술 기반의 ‘착한’ 산업, 인도 산업의 新패러다임

한국은 인도 무역에서 매년 8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는데 유독 제약 부문에선 6천만 달러 이상 적자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면, ‘인도에 뭔 제약 산업?’ 하고 반신반의한다.

그러나 사실, 한국은 인도에서 상당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고 있다. 수입의존도도 중국, 일본, 이탈리아, 독일 다음으로 높다. 선진국으로부터 수입은 줄어드는데 인도로부터 수입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은 원료의약품 생산 세계 3위인 인도에서 원료를 수입하고 완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로 경쟁하면서 협동하는 이른바 코피티션(Co-petition)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처럼 인도가 원료의약품 3위, 의약품 수출 10위에 오른 것은, 제약 산업이 필요로 하는 자질이 우수하며 풍부한 인적자원이 있고 또한 기초화학 분야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제약 산업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한 기술 기반 신산업인데 인도는 이에 적합한 환경을 지니고 있어, 의약품 수출이 2016년 116억 달러에 달하며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과 경쟁할 수준이다.

제약 산업도 이렇지만, 인도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산업은 무려 연 1,700억 달러를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굴뚝 없이 지식 기반 인적자원으로 이루어지는 기술 기반 신산업이다. 신산업은 제약과 소프트웨어 산업에 그치지 않고 4차 산업혁명에 이르고 있다.

그 일환으로 ICT의 경쟁력을 비탕으로 2015년 18조 원에서 2020년 100조 원 규모로 전망되는 e-커머스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신산업은 굴뚝 투자 없는 고용 증가로, 직접 고용만 하여도 2012년 23,500명에 불과하였지만 2021년엔 145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e-커머스는 고급 기술 인력뿐만 아니라 물류와 고객서비스에서 단순 기능직과 여성 채용을 유발하는 등 고용에서도 사회경제 생태계를 개선하는 기술 기반의 ‘착한 산업’이다.

흔히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에 치우친 경제 생태계에선 사회의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으로 인하여 소비시장의 질적 성장을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계층의 균형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기술 기반 신산업에선 노동집약 산업보다 월등한 소득을 분배할 수 있는 노동 생태계를 만든다. 지금 인도의 거대한 내수시장은 기술 기반의 ‘착한 산업’에서 생성된 양질의 소득계층이 밑바탕이 된 가치 있는 소비가 떠받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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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기술 기반 신산업

포스트 차이나, 인도로 제조업 기반을 옮기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업종에서 인도가 ‘엘도라도(El Dorado)는 아니다.

저임금 의존을 탈피하지 못한 재래업종에 있어서 인도는 긍정적이지 않다.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것은 최적 생산이 가능한 공장입지이면서 동시에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저임금 노동력이 가능한 수출 전진기지로 부각된 베트남과 다른 구조이다. 노동집약 제조업은 인도에서도 이미 인력 위기와 임금 상승에 봉착한 구(舊)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에 즈음하여 ‘포스트 차이나, 인도’가 떠오른 지금, 기술 기반 신산업이 일어나는 인도의 경제 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인구 절벽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 절실히 필요하다.

필자가 줄곧 주장하는 인도자원을 활용한 글로벌 가치의 창출(GVC)로 ‘Skill India’라는 인도 국가정책 속에서 양성되는 기술 기반의 인적자원을 활용한 신산업 모델에 주목할 때이다.

< 기술과 경영 > 9월호 특집 ‘인도 기술 기반 산업의 현황’에서는 주요 기술 기반으로 일어난 인도의 신산업 가운데 두드러진 성장을 보여주는 6개 부문을 각 분야의 전문가가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인도 경제가 성장해온 저변을 이해하고 전망을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인도의 기술 기반 신산업 국면을 어떻게 활용하여야 우리 기업의 성장 모티브로 삼을 수 있는 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