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자동차 전문가 양성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다
세상에 수많은 자동차가 있듯, 자동차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자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숙련자인 사람은 없다. 어깨너머로 배우는 기술이 아닌, 지식과 경험으로 기술을 체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영일교육시스템(이하 영일교육시스템)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기업이다.
20년 역사의 교육 훈련 장비 솔루션 기업
박영종 대표는 청년 시절, 자신이 근무하던 직장 대표의 한 마디를 잊지 못한다. 전 직장 대표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그러나 그는 ‘더불어 사는 회사’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당시 직장 대표는 20대의 젊은 나이인 박 대표에게 중요한 신규 프로젝트를 맡겼다.
5년간 그곳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997년 창업에 도전했고, 영일교육시스템의 전신인 영일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창업 직후 아이템은 대학교 공학용 실험장비였다. 1990년대만 해도 국내 연구소나 대학에서는 30년 이상 사용한 중고 해외 기자재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곳이 많았다.
이전 직장에서 과학기자재를 다루었기에, 접점을 찾기도 좋았다. 그렇게 1999년에 개인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일교육시스템이라는 사명을 내세웠다.
여기에는 교육 관련 장비와 기자재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 담겨있었다.
나름대로 사업이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듯했지만, 창업 5년차를 지나니 알게 모르게 한계를 느꼈다.
‘제품 수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역시 ‘제조’가 돌파구였다.
“그때부터 인연이 있던 대학교와 산학 협력 과제를 수행하며 연구개발에 나섰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개발하지 못한 해외 장비의 국산화를 목표로 했죠. 그렇게 첫 제품으로 CDMA 훈련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영일교육시스템의 첫 번째 장비 개발 사례로, 국내 판매는 물론 동남아 일부 국가에 판매에도 성공했다.
이를 시작으로 영일교육시스템은 기존 수입 장비를 직접 개발, 제조해 타 국가로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로부터 20년. 그 사이 영일교육시스템은 제조시설은 물론 제조 인력과 공장 등 자체 제작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했다.
자동차 엔진 정비 훈련에 최적화
현재 영일교육시스템은 3D 프린터 수입과 별도로 자동차 관련 교육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동차 엔진 시뮬레이터는 영일교육시스템의 대표제품으로 꼽힌다. 국내외 차종별로 같은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었다.
“처음 차를 사고 1~2년 사이에는 엔진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5년, 10년이 넘어가면 엔진 이상으로 연료 소모 현상이 일어나거나 심각할 경우 주행 중에 갑자기 차가 멈추는 일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면 엔진의 어떤 부분에 이상이 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죠. 자동차 엔진 시뮬레이터는 교육생들이 엔진정비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단자 측정기를 가지고 센서를 확인하는 방법을 훈련하는 장비입니다.”
영일교육시스템의 자동차 엔진 시뮬레이터는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을 채택해 고객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기존 제품은 전면의 컨트롤 패널 부위가 고정되어 있어 사람이 기계에 몸을 맞추어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영일교육시스템은 사소한 차이지만, 이를 사람의 키 높이에 따라 각도를 조절할 수 있게 설계했다. 여기에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등 토털 패키지를 구성했다.
“자동차 엔진 시뮬레이터는 주로 자동차 관련 학과에서 교수들이 학생을 훈련하는 장비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이 장비를 보조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죠. 우리 회사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교육용 동영상과 함께 3D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엔진 시뮬레이터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기업은 물론 자동차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 등 ‘엔진’을 다루는 곳에 필요한 교육 장비다.
전 세계 어느 곳에 가도 자동차가 있지만, 사실 완성차를 실제로 생산하는 국가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전 세계에 120개국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중에 110개국은 자동차를 수입해 사용만 하는 곳입니다. 자동차를 수입해서 1, 2년만 쓰고 버리지는 않지요. 당연히 자동차를 유지·보수할 수 있는 기술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생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자동차를 검증되지 않은 기술자에게 맡길 수는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 회사는 표준화된 정비 기술 을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엔진 시뮬레이터로 관련 시장에서 눈도장을 찍은 영일교육시스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친환경 이슈에 앞서 대응하기 위한 신제품으로 전기자동차 고장 진단 시뮬레이터를 개발한 것이다.
“현재 전기자동차 기술로는 국내의 경우 1회 충전에 200㎞ 주행이 일반적입니다. 주행 중 충전소가 없으면 상당히 곤란을 겪을 수 있어 아직 국내 전기자동차 보급률은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한 해에 판매되는 전기자동차가 벌써 10만 대에 달합니다.”
남미 지역은 아직 전기자동차 보급률은 높지 않지만, 새로운 기술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큰 편이다. 이때문에 남미 지역에서 영일교육시스템의 인지도는 높은 편이다.
실제로 콜롬비아의 기술교육전문대학인세나(SENA)에 공급한 영일교육시스템의 전기자동차 고장 진단 시뮬레이터로 학생들이 훈련하는 장면이 현지 국영방송 프로그램에 30분간 방영되기도 했다.
“올봄 멕시코 전시회 참가 후 현지 국립 대학교 네곳을 방문했습니다. 기아자동차가 멕시코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미 독일과 일본 메이커 공장이 설립되어 있는 등 멕시코는 자동차 산업의 거점 지역으로 성장 중입니다. 가는 곳마다 우리 제품에 대해 좋게 평가해주니 보람과 함께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지속적인 학습과 빠른 피드백으로 성장하다
연구개발 초창기만 해도 영일교육시스템은 자신들보다 앞선 기업의 기술과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Fast Follower'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해당 분야의 기술 선도 기업으로 자리잡은 지금, 영일교육시스템은 고객의 필요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만 해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매년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선보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적합한 정비 솔루션을 바로 선보이는 기업은 극히 드뭅니다. 우리 회사는 좀 더 빠르게 신 모델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습니다.”
물론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서 안주할 수는 없다. 최근 자동차 관련 기술은 기계 뿐만 아니라 제어와 통신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한편으로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한 빠른 피드백은 영일교육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다.
“얼마 전, 튀니지에서 VIP 고객들이 일주일간 우리회사를 방문했습니다. 방문 초기에 구매하고자 하는 장비 목록을 정하고, 일부 수정사항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죠. 그리고 5일째 되는 날 요구사항을 반영한 하드웨어를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고객들이 튀니지로 돌아가기 전에 더 큰 규모로 수주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의 요청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학습은 필수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매월 우수사원을 선정하고, 연말에 최우수사원을 선발해 해외포상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특허 등록시 아이디어 제공자에게도 별도의 보상이 주어진다.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으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수 없습니다. 전기자동차만 해도 10년 전과 현재의 수요가 완전히 다르니까요. 앞으로의 자동차 기술 트렌드는 자율주행차처럼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지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거기에 적합한 제품 개발에 먼저 나서야겠죠.”
박 대표는 과거의 기술은 영원하지 않다며 꾸준히 새 기술을 개발해야만 ‘살아있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영일교육시스템은 다른 관점에서 시장을 공략하고, 고객의 필요를 채우는 기술을 개발하며 자신들만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