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혁신 인사이트에서는 혁신의 트렌드, 전략 및 혁신사례를 살펴봅니다.

#Speed #Openness #Unusual #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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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원 과장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확신’은 없다. 다만, ‘혁신’이 있을 뿐.” 최근 읽은 한 경영학 책에서 본 문구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끊임없는 혁신 경영에 대한 간절함을 제대로 표현한 말이란 생각이 든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기업 내외부의 목소리도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수준은 기술과 공정의 혁신이다.
 
하지만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경영의 구조를 포함한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경영 혁신활동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공허하게 반복되는 마른 수건 짜내기 식의 한국형 혁신은 종종 진부한 구호처럼 들리기도 한다.
 
‘혁신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혁신’이라는 웃기지만 슬픈 표현을 들은 적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파괴적 혁신’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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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개념을 창안한 사람은 하버드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다.
 
‘경영학의 아인슈타인’이라는 별명처럼 이 이론으로 경영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파괴적 혁신’이란 초보적이고 저급한 수준의 제품을 출시하던 회사가 낮은 가격으로 점차 품질 개선을 이어가다가 주류 소비자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수준까지 성능과 품질을 확보하고 결국엔 기존 시장의 거대 기업을 한순간에 몰락, 파괴시키는 무시무시한 혁신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파괴적 혁신이 초보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글에서 다루고 싶은 파괴적 혁신은 표현 그대로 기존 시장을 파괴시키는 아주 강력한 혁신을 의미한다. 선언적 구호가 아닌 실행으로 이어지는 파괴적 혁신의 가치관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과를 이끌 파괴적 혁신 경영의 전략 키워드로 ‘S.O.U.L’을 제시한다.

첫 번째,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급속한 혁신이 필요하다(Speed, 속도). 미국 라이스대 마크 앱스타인(Marc Epstein) 교수는 이런 표현으로 속도감 있는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굴러간다? 그렇다면 위기는 벌써 시작됐다. 세상을 바꾸려면 개선하지 말고 돌파하라!”고 말이다. 경영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점진적 개선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피나는 연구개발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변화 그 자체가 되어 빠르게 돌파해야 한다. 급속한 혁신과 관련해 애플과 노키아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두 회사 중 혁신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한 기업은 어디일까? 아이폰이란 강력한 무기를 가진 애플일 것 같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 노키아는 애플에 비해 6.4배(2009년 기준)나 더 많은 돈을 연구개발(R&D)에 썼다.

직원들도 꾸준하고 성실하게 혁신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다. 그러나 노키아는 몰락했고 MS에 인수됐다. '대표적인 혁신의 역설(Innovation Paradox)'이다.

노키아가 간과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혁신을 ‘점진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노키아는 자사 제품인 블랙베리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시장에 내놓았다.

2000년에 이미 아이폰과 비슷한 혁신적 제품을 개발했지만, 시장에 내놓지 않은 적도 있다.

그럼, 애플은 어땠을까?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에 기반을 둔 기존 휴대폰과 완전히 다른 ‘아이폰’으로 시장을 흔들었다. 실행도 빨랐다.

애플은 매출액 대비 겨우 3% 안팎을 R&D에 투자했지만 내놓은 제품은 노키아보다 훨씬 혁신적이었다.
 
노키아처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혁신이 아닌 기존 시장을 뒤집는 ‘급속한 혁신전략’이 결국 애플을 1위의 자리에 있게 한 것이다.
 
꾸준한 성실함이 반드시 혁신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애자일(Agile) 경영 기법도 적용해볼 수 있다.
 
수시로 변하는 환경에 맞춰 혁신 과업을 가볍고 빠르게 실행해 잦은 피드백으로 위험을 줄여 더 핵심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애자일 방법론이다. 급속한 혁신 전략과 맥을 같이하는 경영 방법론이다.

두 번째, 파괴적 혁신을 이끌 ‘개방적 조직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Openness, 개방성). 조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더 많은 탐험과 발견을 할 수 있도록 여지와 개방성을 허락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른 표현으로 ‘상향식 혁신’이라고도 한다. 마크 엡스타인 라이스대 교수와 토니 다빌라 IESE 경영대학원 교수가 < 혁신 패러독스(The Innovation Paradox) >라는 책에서 이 방법론을 소개했다.

소수의 리더나 스티브 잡스 같은 카리스마형 천재가 주도하는 하향식 혁신도 물론 효과는 있다.

하지만 하향식 혁신이 반복될수록 조직원들의 참여와 만족도는 낮아지게 된다. 결국 조직의 성공과 성과로 이어질 확률도 낮아진다.

그렇다면 상향식 혁신으로 성과를 창출한 대표적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구글이다. 물론 구글도 최초의 서비스인 검색 엔진의 경우 창업자인 세르게인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아이디어였다. 하향식 혁신이다.

하지만 이후 출시된 혁신적 서비스인 지메일, 구글드라이브 그리고 구글플러스 등은 모두 일반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탄생시킨 ‘개방적인 상향식 혁신’의 결과물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토마토의 30%를 가공하는 대기업 모닝스타(Morning Star)도 상향식 혁신을 추구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영 구루인 게리 하멜 교수가 모닝스타의 이런 상향식 혁신 문화를 2011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매거진에 소개했을 정도이다.

계절에 따라 최대 2,4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22개의 사업부가 존재하는 모닝스타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관리자와 임원 등 통제하는 사람들이다.
 
채용된 직원들은 이 회사에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기록하고 자신의 업무책임 영역에 대한 동의서를 동료들과 상의해서 작성한다.

이 동의서 이름이 클루(CLOU, Colleague Letter of Understanding)다. 업무를 상사가 아닌 동료들과 수평적으로 협의하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이다. 개방적인 상향식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성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매출과 수익에서 지난 20년 간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파괴적 혁신을 이끌 ‘개방적 조직 구조’ 설계를 통해 조직의 성장과 성과를 견인할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세 번째, 철저히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을 뒤집어야 한다(Unusual, 비범한 비즈니스 모델). '우버 모멘트(Uber Moment)'라는 표현이 여기에 해당한다.

새로 개발된 혁신적인 모델이 기존의 시장과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다. 실물 차량을 한 대도 소유하지 않은 우버 서비스에 위협을 느낀 유럽의 택시 기사들이 우버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던 장면을 한번 떠올려보시기 바란다.

아주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로 파괴적 혁신을 실천한 대표적인 기업, 바로 아마존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이 회사의 유통업체 인수나 계산대 없는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 서비스는 경쟁사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마존의 혁신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드론을 활용한 ‘무인 배송’까지 끝이 없다.

일부 서비스의 경우 아직 실험 단계이긴 하지만 상용화만 되면 유통업계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철저히 차별화된 파괴적 혁신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럼, 어떻게 해야 아주 특별한 혁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게 최선인가?”라고 말이다.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탐구의 최대 적은 바로 ‘관성’이다. 아직도 우리들은 전에 했던 공식과 경로를 찾는다.
 
“작년에 어떻게 했지?”, “관례가 뭐지?”라고 말이다. 관성은 편하다. 아주 쉽다. 하지만 전혀 혁신적이진 않다.

리더를 포함한 누구라도 최선이라고 내린 결정의 마지막 순간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과연 최선인가?”라고 말이다. 관성을 깨는 질문이 비범한 혁신의 출발이다.

네 번째, 조직의 리더는 파괴적 혁신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에 대해 조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Leader, 리더의 혁신 커뮤니케이션 노력). 나아가 혁신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은 최대한 직접적이고 빈도도 높아야 한다.
 
“리더는 우리가 이 혁신의 과정을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이 개선되는지, 우리 조직 공동체에 어떤 유익과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게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은 아주 어렵지만 직원들과 혁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경영계 원로인 손욱 전 농심 회장께서 2015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과의 인터뷰에 남긴 메시지다.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리더의 진실하고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가장 잘 표현했다.

혁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리더가 주목해야 할 핵심 가치가 한 가지 있다. 바로 대면 커뮤니케이션(Face to Face)의 강화다. 파괴적 혁신에 대한 리더의 비전과 철학을 대면 소통 방식으로 자주 전파하시기 바란다.

대면 소통의 장점은 정보 풍부성(Information Rich-ness) 즉, 최단 시간에 가장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가 직접 앞에 나서야 한다. 표정, 말투, 진정성과 함께 리더의 혁신 철학을 반복해서 제대로 조직에 전파한다면 그 영향력은 엄청날 것이다.
 
물론 SNS, 문자, 이메일 같은 채널도 대면 방식과 함께 리더의 혁신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는 훌륭한 보조 수단이니 시와 때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

대면 소통과 정보 풍부성이라는 2개 키워드를 기억하기 바란다.

Speed 속도, Openness 개방성, Unusual 특별함, Leader 리더의 설득력 있는 혁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담은 S.O.U.L의 키워드 기억하시기 바란다.

모쪼록 몸담고 계시는 기업의 혁신 노력이 ‘SOUL 충만한 혼이 담긴 경영’으로 거듭 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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