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무비&사이언스는 영화 속의 상상력이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진 과학기술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글_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
사진 출처_네이버영화



“뛰어난 기술은 마법과 구분되지 않는다.”

SF의 대부 아이작 아시모프의 이 말은 단지 뛰어난 기술이 보여주는 세상이 놀랍다는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마법의 세상에서 가능했던 것을 오늘날에는 현실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마법의 거울에서 투명망토에 이르기까지 마법에서나 가능했던 것들이 이제 현실로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SF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속의 이야기조차도 과학이라는 마법을 통해 현존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가능할까?


걸리버에서 네모 선장까지

1627년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 뉴 아틀란티스(New Atlantis) >를 출간한다.

이 소설은 T.모어의 < 유토피아(Utopia, 1516) >, T.캄파넬라의 < 태양의 나라(Civitas Solis, 1623) >와 함께 3대 유토피아 소설로 꼽히는 작품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모어의 < 유토피아 >가 정치사회적 현상을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데 비해, 베이컨의 작품은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윤리적으로 완성된 이상향을 그리고 있다.

즉 베이컨은 과학 기술에 의한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 베이컨은 오늘날의 전화나 레이저에 해당하는 발명품에서 거대한 과일과 가축 등 놀라운 공학적 상상력으로 미래 사회를 예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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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은 과학 기술이 미래 사회를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지니고 있었고, 과학혁명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다.

베이컨이 과학적 원리 없이 공학적 상상을 펼친 것과 달리 스위프트의 <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1726) >에는 과학적 원리도 등장한다. 거대한 섬나라를 자석으로 공중에 띄운다는 것이다.

영구자석으로 물체를 공중부양 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자기력을 이용한다는 것은 혁신적인 생각이었고, 일본 애니메이션 < 천공의 섬 라퓨타(Laputa: Castle In The Sky, 1986) >의 모티프가 되었다.

하지만 역시 SF작품 중 백미는 쥘 베른의 작품들이다.

베른을 SF의 아버지로 추앙하며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탄탄한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견하는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베른은 < 해저 2만리(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 1869) >를 통해 원자력 잠수함을 예견한다.
 
이 소설 속에서 네모 선장이 타고 다니는 잠수함 노틸러스 호는 나트륨과 수은을 이용한 전지로 작동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장시간 심해 잠수를 위해서는 증기나 디젤 기관이 아닌 추진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954년이 되자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실제로 노틸러스 호라는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도 건조된다.


상상이 미래를 바꾼다?

아직 비행기가 발명되지 않은 시절에 베른은 이미 우주여행 꿈꾸고 있었다.

거대한 대포와 대포알처럼 생긴 우주선을 이용해 달로 날아간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베른의 소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우주여행에 대한 꿈을 심어주었고, 아폴로 계획을 통해 베른의 상상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베른과 같은 소설가뿐만 아니라 그 당시 발명가들도 다양한 발명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영화 < 스팀보이(Steamboy, 2003) >는 19세기 중반 영국의 만국박람회를 배경으로 증기기관을 비롯한 기계장치들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영화를 자세히 보면 19세기 중반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오늘날의 모습을 보는 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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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모든 기계를 증기기관으로 작동시킬 뿐 기계장치의 외형은 오늘날의 기계와 거의 같은 스팀펑크01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증기로 움직이는 병사가 우습게 보이겠지만, 19세기 말에는 스팀 병사 발명을 꿈꿀만큼 증기기관은 발명가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다양한 발명품이 등장하고 교통수단의 혁신을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 사용상 불편함으로 인해 증기기관은 내연기관에게 밀려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렇다고 스팀 병사에 대한 꿈이 그대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영화 < 아이언맨(Iron Man, 2008) >에서 볼 수 있듯이 동력원만 달라졌을 뿐 외골격 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외골격 로봇 중 일부는 이미 산업, 의료, 군사 등에 활용되고 있다.


마법의 성이 현실이 되다

이제 SF 속의 상상뿐 아니라 판타지 속의 세상도 현실이 되고 있다.

<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2001) >에 등장했던 마법의 투명망토는 <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 2011) >에서 카메라를 이용한 위장 스크린의 형태로 실현되었다.

그리고 <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1995) >에서는 광학을 이용한 위장복인 광학미채라는 이름으로 관객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메타물질이라 불리는 투명 물질은 이미 개발되었으며 망토나 군복의 형태로 제작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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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학은 판타지나 동화 등 인간이 상상한 것은 그 무엇이든, 과학이 금한 것이 아니면 현실로 바꿔놓고 있다.

올해 인기를 끌었던 영화 <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2017) >를 한번 보자.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바탕으로 실사 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1757년 프랑스의 작가 드 보몽이 이 동화를 쓸 당시만 해도 살아있는 물건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마법이었다.

원래 살아있는 사람이나 동물이 마법으로 인해 물건으로 변해야 물건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마법 따윈 필요 없다.

생물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듯 살아있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물지능통신(M2M, Machine to Machine)과 인공지능만 있으면 된다.

촛대 르미에가 벨의 움직임에 따라 성의 불을 밝히는 것은 적외선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점등되는 센서등이며, 말하는 주전자 팟츠 부인은 자동 커피메이커이다.
 
또한 말하는 시계 콕스워스는 스마트폰이다.

물론 르미에와 친절한 팟츠 부인은 그런 단순한 기계와 비교가 안 될 만큼 항상 밝고 쾌활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특성조차도 구글이나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를 활용할 경우 흉내 낼 수 있다.

마법의 성처럼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있는 듯이 작동하는 스마트 홈은 이미 우리 주변에 다가와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 무엇이 가능할까 ? 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그건 바로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는지에 달려 있다.
 


01 스팀펑크(Steampunk): SF 또는 대체 역사물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증기기관과 같은 과거 기술이 크게 발달한 가상의 과거, 또는 그런 과거에서 발전한 가상의 현재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가상현실, 사이보그와 같은 전자·정보 기술의 영향으로 변모되는 미래를 묘사한 사이버펑크(Cyberpunk)에서 사이버(Cyber) 대신 증기기관의 증기(Steam)를 합쳐서 만들어졌다(위키백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