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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현장속으로 - 서경브레이징 신영식 대표


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차별화된 브레이징 기술로 세계 기술을 선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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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이완기(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커다란 기계를 조립하거나 자그마한 부품을 만들 때 다양한 접합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금속과 금속을 접합하는 기술 중 하나가 납땜 기술이다.

서경브레이징은 다양한 납땜 기술 중에서도 금속을 녹이지 않고 접합하는 ‘브레이징(Brazing)’ 접합 기술에 주력해 왔다.

1987년 회사 설립 후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내 브레이징 기술 향상에 몰입해 온 서경브레이징의 연구 집념이 궁금하다.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브레이징 분야의 강자

서경브레이징의 모태는 한미합자회사인 (주)EAC(이하 EAC) 브레이징 사업부다.
 
때는 1987년, 무역회사인 EAC에 입사한 신영식 대표(당시 사원)는 금속 분말 영업을 담당하면서 금속 접합 방법의 하나인 브레이징을 접했다.

이후 신 대표가 주도해 회사 내에 브레이징 사업부를 개설했고, 해당 사업부가 독립하면서 사업 영역이 점차 확대되었다.

신영식 대표는 엔지니어로서 기술 영업을 하면서 브레이징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하였고 1993년에 공증을 통해 EAC 브레이징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서경브레이징으로 독립해 현재 사업의 기틀을 다졌다.

“당시 제 나이가 스물여덟이었는데, 돌아보면 다소 도전적인 시도였습니다. 당시 판매 중인 금속 분말은 업체에 가져다주면 테스트가 필요해 사전에 성능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판매 물량을 늘리는 데 여러모로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레이징은 결과를 직접 보여줄 수 있어 잘만 하면 우리 쪽에서 기술을 선도해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더군요. 제가 금속공학을 전공 해 원리적인 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이처럼 신영식 대표는 브레이징 사업에 강한 확신을 느꼈다.

그동안 서경브레이징은 국내 브레이징 산업을 선도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사업을 지속해 온 것이 무려 30년이다.

이에 신 대표는 “서경브레이징의 역사가 곧 국내 브레이징 산업의 역사”라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그가 이렇게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과거 일본과 미국 등 기술 선진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브레이징 기계를 국내 실정에 맞게 대체한 까닭이다.

그 과정에서 등록한 특허만도 37개로, 중소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을 특허 유지에 투자할 정도로 자체 역량을 탄탄하게 확보했다.

우수 자본재를 개발한 공로로 산업포장과 대통령상도 받았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접합 기술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브레이징은 주요한 재료를 녹이지 않고 접합할 수 있는 데다 접합부의 강도가 커서 이종 금속의 접합이 가능해 활용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경 브레이징의 브레이징 자동화 솔루션은 국내 유수의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 500개 업체에 적용되었으며,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세계 55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소재가 다양화되는 최근 기술 흐름에 따라 브레이징 관련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고객의 요청이 곧 기술개발의 목표

고객의 현실적인 요구를 귀담아듣고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것은 서경브레이징의 차별화 요소다.

서경브레이징의 고객사는 자동차 기업을 비롯한 전 산업에 걸쳐져 있다.

다양한 부품을 접합해야 하는 곳이라면 접합 자동화를 위한 브레이징 기계가 필요하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콘덴서나 히터, 에어컨, 배터리 등의 부품이 대표적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어컨, 냉장고, 전기 차단기나 보일러, 심지어 수도꼭지, 안경 등을 만드는 데에도 브레이징 기술이 사용된다.

“창업 초창기만 해도 기존 기술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우리만의 창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보려고 애썼죠. 최근에는 자동차 경량화가 이슈가 되면서 접합에 대한 기대수준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맞게 더욱 깊이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나가고 있죠.”

‘새로움’에 집중하는 연구개발 정신은 창업 초기부터 서경브레이징의 각인된 기업문화였다.

태생적으로 브레이징 기계를 제작하는 일은 ‘다품종 소량생산’일 수밖에 없다.

현재도 서경브레이징은 고객사로부터 ‘오더 메이드(Order-made)’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신 대표는 “모든 제품 개발 과정이 항상 도전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고객사가 속한 산업이나 실제 필요한 작업 범위에 따라 브레이징 기계의 규모나 작동 방식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알루미늄 가스 코일 브레이징 기계를 비롯해 알루미늄 브레이징을 위한 알루미늄 고주파(인덕션) 브레이징 기계, 수동 가스 토치의 가스 절감 및 편리성을 위한 디지털 가스 세이버, 로봇을 이용한 로봇 브레이징 기계 등 다양한 기계가 있지만, 서경브레이징은 산업별 특징을 파악해 해당 사업장에 가장 적합한 브레이징 기계를 매번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같은 자동차 회사에 납품해도 저희가 납품하는 기계는 같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기계 같아도 속을 살펴보면 디테일이 달라요. 고객의 요구에 따라서도 사양이 바뀝니다. 고객사의 생산 규모나 투자 비용에 따라 제작 조건에 변화가 생기니까요. 그렇게 고객의 요청을 하나하나 수용해서 기계를 만들다 보니 모든 생산 과정이 도전의 연속입니다.”

고객사의 요청을 수용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과정이 연구개발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러한 체계가 지닌 장점도 있다. 한번 고객사와 신뢰를 구축하면, 장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서경브레이징은 회사를 알리기 위한 별도의 홍보활동을 하지 않는다.

물론 초창기에는 회사를 알리기 위해 신영식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며 서경브레이징을 홍보했다.

하지만 지금은 탄탄하게 구축한 기술이 고객을 불러 모으는 핵심 홍보수단이나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도 한 고객사에 방문했는데, ‘기계를 한 대 더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제품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저희에게 일임하고 그것에 맞게 만든 후 나중에 받고 싶은 가격을 알려 달라고 하시더군요. 서로 간의 믿음이 없다면 나오기 힘든 말이죠. 그 신뢰를 쌓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브레이징 전문가의 산실

더욱 급격한 기술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도 서경브레이징이 흔들리지 않는 까닭은 전문가 중심의 인재 구조다.

서경브레이징의 직원 수는 불과 30여 명.

그러나 그중 64%가 5년 이상 근무자일 정도로 숙련자 층이 탄탄하다.

평균 근속 연수를 계산하면 13년이다.

“예전에는 제가 직접 사흘 밤을 새워서 제품을 개발 해 납품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과 제가 직접 수시로 소통하면서 기계를 개발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모든 직원 간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이 우리 회사에 장기근속자가 많은 이유가 아닐까요? 단순히 목표만 주고 경쟁을 강조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죠.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는 보고서가 없습니다. 따로 보고하지 않아도 모든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니까요.”

서경브레이징은 전문가로서 고객의 자동화에 이바지한다는 사명을 갖고 연구개발에 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동화를 지원하는 브레이징 기계를 만드는 서경브레이징의 많은 작업은 사람의 손끝에서 이루어질 때가 많다.

100대를 만들면 100대가 모두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설계부터 조립까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경험이 많은 숙련자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그런 관점에서 서경브레이징은 업계에 브레이징 전문가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교육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회사 내 별도 건물에 브레이징 이론교육장과 전시장, 실습장을 갖춘 국내 최초의 브레이징 학원을 설치한 것이다.

매년 국내외 엔지니어 200~300여명이 이곳에서 브레이징 교육을 받고 있다.

이처럼 서경브레이징은 자체 역량 강화는 물론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전념해 왔다.

서경브레이징은 한 차례 도약의 전기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안에 신공장을 짓고 최첨단 시설에 입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경브레이징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매출 증대가 아닌 삶의 가치 향상이다.

모든 직원이 전문가로서 긍지를 갖고 가족처럼 오순도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상적이기에 더욱 어렵게 여겨지는 그 꿈을, 서경브레이징만의 철학으로 멋지게 이루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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