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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마음을 읽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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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오세웅 작가


현명한 리더가 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여부는 부하직원을 움직이게 만드는 적절한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동기부여의 수단으로는 외재적인 것과 내재적인 것이 있다.

복리후생, 외재적 수단은 일을 통해 표면적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급료, 복리후생, 보너스, 고용 보장이 있다. 내재적 수단은 일 자체에 내포된 것이다.

유의미한 결과를 이루어내는 기쁨, 새로운 지식의 획득, 업무 스킬의 향상, 일에 대한 자부심이다.

외재적 수단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내재적 수단은 당사자가 마음속으로만 느끼게 된다.

감각적이고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둘까.

시카고 대학에서는 MBA 과정의 학생들에게 매년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그 결과, 학생들은 외재적 수단, 내재적 수단의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편이 좋다고 여겼으며,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이 매년 나타났다.

본인에 비해 다른 학생들은 외재적 수단에 치우칠 거라고 대답한 것이다.
 
즉, 자신은 유의미한 것을 이루고 싶어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일하는 목적이 주로 돈 때문이라고 단정 지었다.

이는 유달리 학생들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경향은 아니다.

미국 육군의 하사관들을 면담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하사관들이 왜 중도에 전역하는지 물어보았다.

상관들은 MBA 과정의 학생들과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군대보다 민간기업의 급료가 높기 때문에 하사관들이 전역한다고 대답했다.

즉, 돈의 액수가 퇴역을 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역한 하사관들의 대답은 달랐다.

오히려 돈 문제는 전역 이유 중 가장 중요도가 낮았다.

대부분의 전역한 하사관들은 군대의 업무 자체가 의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숨 막힐 듯한 관료주의, 본인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없고, 협소한 직무 범위를 넘어서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가 없다는 데 불만이 가장 컸다.

시티뱅크의 고객 서비스 담당자와 그들의 상사를 조사한 결과도 똑같았다.

상사들은 내재적 수단이 자신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라고 대답한 반면, 부하직원인 고객 서비스 담당자에 대해서는 자신과 반대의 동기부여 즉, 외재적 수단을 바라고 일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렇듯 타인의 내재적 동기를 무시하는 경향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부하직원의 동기부여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상사는 부하직원의 마음을 읽지 못하기에, 그들의 적극적인 의욕을 끌어내지 못한다.

왜 자신과 타인의 생각이 이토록 정반대일까.

제일 큰 이유는 자신의 생각만 올바르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의사는 X선 진단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찍힌 사진이 잘 안 나왔다고 불만스럽게 여긴다.

매스컴의 보도가 어느 한쪽을 강조하면 편파적이라고 화낸다.
 
자기보다 천천히 운전하면 바보 같다고 말하고, 자기보다 빨리 운전하면 스피드광이라고 손가락질한다.

1938년, 당시 영국수상인 네빌 체임벌린은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지 않겠다는 히틀러의 말을 믿었다.

그는 군대를 동원할 필요가 없다고 체코 슬로바키아 측에 말했다.

알다시피 히틀러의 말은 거짓이었다.

후에 네빌 체임벌린은 실제로 히틀러를 만나보니 냉혹하고 무자비한 느낌을 받았지만, 자신이 한 말은 꼭 지킨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상대의 마음을 잘못 읽는 이유는 뇌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이다.

뇌의 내측전두전피질(MPEC)은 타인의 마음을 추측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리면 MPEC이 활성화된다.

반면에 무관심한 사람에게는 반응이 없다.

가령, 여당의 지지자는 야당 지지자의 주장, 신념에 대해 MPEC이 둔감해진다.

노숙자, 극빈층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자신과는 입장이 다르다고 간주해 MPEC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상대를 나와 동일한 인간, 동일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프가니스탄 병사가 우군인 캐나다 병사를 오인 사살했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을 때, 별 효과가 없었던 적이 있다.

캐나다인들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전혀 다른 존재이며, 자책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의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고 한 귀로 흘려들었다.

우리는 뇌가 자신의 신념, 의도, 감정을 복합시켜 만들어내는 완성품만 인식할 수 있다.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의 과정은 자각하지 못한다.

고정 관념, 편견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만은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1990년 초반까지 갓난아기 수술은 마취를 사용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당시의 의사들은 갓난아기가 아픔을 느낄 능력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민감하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척 알고 싶어 한다.
 
1,02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가장 원할지를 설문조사한 적이 있다.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시간여행,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거의 동률로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상에서 무작위로 500명에게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누구의 마음을 제일 먼저 알고 싶냐’고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은 부자, 연예인, 정치인 등이 아닌, 자신의 파트너, 가족, 상사, 이웃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장 알고 싶어 했다.

상대의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해한 것이다.

또한 우리는 언어가 아닌, 비언어(몸짓, 표정)로 상대를 알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가령,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운송보안청은 테러방지 대책으로 SPOT라는 대대적인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2010년,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비언어를 면밀히 분석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 행동분석관 3천 명이 미국 전역 161곳 공항에 배치되었다.

약 20억 명이 SPOT 프로그램이 가동 중인 공항을 이용했는데, 1만 4천 명이 장기간 구속되었고 실제 체포로 연결된 사람은 1,083명으로 1% 이하였다.

99%는 부당한 구속을 당한 셈이었다.

우습게도 그 중 테러리스트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상대의 마음을 읽는 방법은 전혀 없을까.

2001년, 미시간 대학병원은 의료 과실을 공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랬더니 의료 과실 소송이 반으로 줄고, 합의를 보는 시간도 30%나 단축되었다.

다소 우려했던 보상이 급증하는 사례도 없었다.

법률 책임에 들어가는 비용도 60%나 절약되었다.

의료 과실 소송의 쟁점은 의사에게 직접적인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환자측이 의사가 어떻게 했는지 상상할 수밖에 없고 그 점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미시간 대학병원의 의사는 의료 과실에 대해 정중하고 솔직하게 설명해주었고, 그로 인해 환자 측도 생각보다 훨씬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최근의 심리학자들은 ‘상대의 신발을 신고 1㎞를 걸어보라’고 말한다.

즉, 상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도시 아이들은 시골 아이들보다 소, 사슴 같은 동물을 의인화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디즈니랜드 영화를 보고, 부모를 따라 여행하다 차창 밖의 풍경으로만 동물들을 봤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지구 어딘가 좁은 곳에서 생활하고, 일하고, 작은 집단 속에서 활동하다 생을 마친다.

필연적으로 우리가 보고 듣고 상상한 것을 긁어모아서 상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즉, 분단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에게 그저 솔직히 물어보고 내 생각도 솔직히 말하는 것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상대도 내 마음을 읽는 초고속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