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부품 산업의 Golden time, forever
▲ 이윤주 연구소장 (주)에스에이치팩
일반 기계부품 산업은 자동차, 조선, 항공, 산업 기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력 또는 차세대 산업 등 모든 산업에 기본이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자, IT 산업 등과 비교하면 경쟁국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했거나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선진국의 경우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로 무장하고 있고 중국 등 후발경쟁국은 자국의 시장과 가격으로 무섭게 추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내수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내수로의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선진국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중국 등은 아직 기술이나 경험이 부족하므로 현재의 포지션에서 틈새를 보는 환경도 존재한다.
이런 환경은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준비하는 골든타임이라고 판단된다.
이 기간 동안 기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이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R&D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주)에스에이치팩(ShinHung Power Actuated Cylinder)(이하 에스에이치팩)은 현재 이러한 환경에 놓여 있다.
에스에이치팩은 1973년 부산에서 신흥멕기(현재 신흥정기)라는 실린더 로드의 경질크롬도금 업체로 창업 후 도금에서 로드 제작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이후 2006년 실린더 사업부가 분리되어 설립된 기업으로 굴삭기, 고소차, 지게차용 유압실린더를 생산하고 있다.
2011년부터 회사 매출실적을 보면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월 생산량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매출의 70% 이상을 수출을 통해 얻고 있으며 수출량의 70%는 미국 및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발생한다.
주요 고객은 건설기기의 빅 3인 캐터필라, 코마츠, 볼보와 국내의 현대, 두산 그리고 고소차의 빅 4인 JLG, Genie, Skyjack, Altec 등 세계 최고 기업이다.
이런 성장의 비결은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 해외 시장 개척의지 그리고 골든 타임과 같은 환경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유압실린더는 그림 4 와 같이 작동유를 저장하는 튜브, 여기에 펌프로부터 압력을 전달하는 밸브, 유압의 힘을 전달하는 실린더 로드와 기타 구조물로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 작동 기구는 파스칼의 원리에서 나온 오래된 기술로 사람의 인대 역할을 하므로 많은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일반 기계부품 중 하나이다.
앞에 언급한 것과 같이 에스에이치팩은 실린더 로드 표면에 경질크롬도금을 하는 하청업체로 시작하여 이후 자동차의 쇼크 업소버(Shock Absorber)를 제작하다 이후 실린더 로드 전체, 더 나아가 실린더라는 시스템을 만드는 분야로 진출하며 성장해 왔다.
실린더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설계, 가공, 도금, 용접, 도장 등 대부분 뿌리기술로 최첨단 기술은 아니다.
따라서 하급 기술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우리 산업의 문제가 뿌리기술 기반의 취약에 있는 것처럼 누구든 손쉽게 기술을 습득하거 나 접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첨단 산업보다 이익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대단위 설비투자가 필요하므로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설계의 경우 고객들마다 각자의 디자인과 사양이 있으므로 이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설계자와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에스에이치팩은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예측하고 해외 시장공략에 다년간 노력과 정성을 다하였다.
장비 업체들의 중국 진출 권유가 많았지만 가격으로만 경쟁해야 하는 중국 시장의 진출은 고사하고 자체적인 미국 시장의 진출을 위해 현지인들만으로 이루어진 미국 법인을 설립하여 영업하고 일단 거래가 시작되면 납기를 맞추기 위해 중량물을 항공 배송하면서 신뢰를 쌓아 왔다.
이후 굴삭기에서 고소차로 그 영역을 확대하며 미국시장에서 지명도를 쌓아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고의 품질 유지 및 확보를 위해서 3D인 뿌리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실린더에서 비용 비중이 가장 크고 중요한 실린더 로드는 에스에이치팩의 가족 회사인 신흥정기를 통하여 다양한 사이즈 및 용도의 제품을 수급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다양한 고객과 제품의 대응을 통해 쌓은 설계 경험과 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또 시장 환경이 바뀌며 장비제작사가 비용, 관리 등의 이유로 자체 생산을 하던 실린더 공장을 폐쇄하고 이를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지속적인 시장 유지와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고소차 업체인 미국 JLG가 펜실베이니아 공장을 폐쇄함에 따라 이 물량의 대부분을 확보하여 향후의 전망도 밝다.
이러한 부분에서 에스에이치팩은 좋은 환경에 있다고 판단되고 지금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골든 타임 일 수 있다.
해외 고객들이 자작 제품을 외주로 바꾸는 것은 채산성이나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며 이런 상황이 에스에이치팩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린더 제작을 넘어 장비에 장착 사용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도 책임져야 한다.
실린더 제작에 필요한 기술들은 우리나라에서 기반이 약한 뿌리산업으로, 관련 인력도 적고 대학에서도 인기가 없기 때문에 인력 배출이 적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장비에서 발생하는 진동, 소음 문제, 그리고 계측 및 제어는 장비의 내구성, 신뢰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당사의 축적된 경험이나 기술이 일천한 분야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과 노력에 따라 언제든 골든 타임이 끝나고 우리의 위치를 또 다른 경쟁 기업이 가져갈 수 있으며, 이미 그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R&D에서 해결해야 한다.
먼저 장비 개발단계부터 해외 장비 제작사의 요구를 이해하고 협업을 통하여 최적의 해결책을 확보하기 위하여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해외 기업과 기술 교류를 하고 있다.
이제는 영업파트에서만 어학을 하면 통하던 시대가 지났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나 지방에 위치한 제조업체에서 이런 엔지니어를 찾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보다 나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부에서 제공하는 청년인턴 사업, R&D고급 인력채용 지원사업, 부산 테크노파크와 연계한 인력지원 사업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현재 인력에 대한 어학능력 배양을 위해 외부 영어강사를 초빙하여 사내 교육을 하는 등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둘째, 대부분 기계부품 사업의 기술 근간은 뿌리기술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젊은 구직자들은 3D라는 이유로 기피하지만 앞으로도 제조업은 지속될 것이고 종사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오히려 구직을 하거나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데 경쟁이 적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에 정부가 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셋째는 연구 역량과 분야의 확대이다.
기존에는 연구소를 주로 설계 인력으로만 구성하였으나 장비사와 협업을 통하여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게 되어 기존 연구소 조직을 제품 개발(설계), 선행 기술개발, 신뢰성 평가의 3부문으로 나누었다.
제품 개발은 기존과 같이 실린더 설계 및 제조 기술 지원을 담당한다.
선행 기술개발은 현재는 시장에서 요구가 없지만 미래에는 필요한 기술, 또는 미래에 우리가 리드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세스 개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실린더 개발, 경량화를 위한 소재의 선택 등의 연구이다.
이 경우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인력이다.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며 실제 생산 공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개인이나 회사의 리스크가 크므로 가능하면 외부의 전문기관과의 협업, 정부과제를 통하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현재까지 정부지원의 기술혁신과제, 글로벌 강소기업 경쟁력 강화사업, 월드클래스 300 R&D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부산테크노파크, 재료연구소, 중소조선연구원, 지역 대학 등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신뢰성 평가팀은 제품의 사용 중 발생하는 소음, 이음 및 진동 같은 문제와 기능 개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은 역시 외부의 지원을 받아 보다 고객에 밀착 지원하는 연구분야를 맡는다.
지금까지 에스에이치팩은 전략적 판단, 그간의 인프라와 노력으로 좋은 실적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골든 타임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후발국들도 우리가 노력하였듯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를 따라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또 옛날에는 일본이나 미국의 기술을 어깨너머 배워 그들이 거쳤던 길을 가면 되는, 즉 우리에게는 롤모델이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롤모델이 되고 또 새로운 고유의 롤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이다.
미래는 R&D에 달려 있고 이제 R&D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알기에 월드클래스 300에서 에스에이치팩이 목표로 잡은 2020년 매출 4,000억 원, 글로벌 Top5가 되기 위하여 더욱 정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