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가상화 시대의 자산관리로 새로운 길을 내다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이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정보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관리하는 주체는 이제 특정 전문가 몇 명을 넘어 각 분야의 담당자가 되었다.
정보화 시대를 넘어 가상화 시대가 무르익고 있는 지금, 네트워크 기반의 종합정보통신 서비스 기업인 (주)비아이엔솔루션(이하 비아이엔솔루션)은 다양한 정보를 의미 있는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통합 관리 시스템의 필요를 보다
비아이엔솔루션은 과거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인 알카텔-루슨트에서 근무했던 이승엽 대표가 2005년에 설립했다.
초기에는 알카텔-루슨트 장비가 매출의 90%를 차지했지만 이후 다수의 네트워크와 솔루션을 포함한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했다.
“직장생활 중 지문인증 기반 가상 랜(Virtual Local Area Network) 자동 분류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좋은 아이템인데, 당시 본사의 지원 중단으로 진척이 어려웠죠.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했지만, 초창기에는 자금이나 사업 경험 부족으로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창업 직후만 해도 연구개발에 투자할 자금 여력이 없었다는 이승엽 대표.
그래서 초창기에는 네트워크관리에 집중하며 사업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 2006년 중소기업청에서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면서 창업기업이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접했다.
덕분에 정부 지원금을 받아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할 수 있었고, 기업연구소까지 개설했다.
“인증을 통한 가상 랜 자동 할당 시스템은 저희가 입주해 있던 창업보육센터나 대학교에서는 보안상 매우 유용한 시스템이었습니다. 네트워크를 이용할 때, 지문이나 홍채로 인증하면 별도의 보안 솔루션 없이도 사용자 간 보안성을 지켜줄 수 있었죠.”
호기롭게 제품 개발에 나섰으나, 예상외로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도 높았다.
비아이엔솔루션의 자체 역량 외에도 장비 회사와 인증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까닭이었다.
인증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의 문을 두드렸으나, 갓 창업한 작은 기업인 비아이엔솔루션의 제안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해당 아이템은 사장되었고, 이승엽 대표는 다시금 개발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여러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연스럽게 개발에 대한 열망이 다시 타올랐다.
사업 진행 중 만나는 여러 고객, 특히 전산 관리자들이 공통으로 기대하는 사항이 있었다.
전산 관리자들은 관리 제품 통합에 대한 필요성을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당시 전산장비를 관리하는 제품은 다양했으나, 정작 사용하는 기능은 한두가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비아이엔솔루션은 2010년부터 통합 관리 시스템 개발에 나섰고, 1년여의 노력 끝에 상품화에 성공했다.
사용자 친화적인 시스템 구축
첫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핑크빛 현실은 여전히 요원했다.
들뜬 마음으로 시장에 제품을 선보였으나, 예상하지 못했던 자잘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개발 책임자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었고, 개발자 출신이 아니었던 이승엽 대표는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까스로 다른 업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후 이 대표는 이를 계기로 PM 중심의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비아이엔솔루션의 연구개발 인력은 전체 직원의 20% 내외이다.
코딩 관련 업무는 아웃소싱으로 전환해 인건비 절감과 함께 개발자 중간 이탈로 인한 손해도 예방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지만, 데이터 네트워크 관련 기업 중 연구개발을 직접 수행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고객 접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개발한 비아이엔솔루션의 제품은 전산 관리자 친화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었다.
‘아이덴티티(Indentity)’의 약자를 따서 만든 ‘아이덴(IDEN)’은 비아이엔솔루션의 대표 제품이다.
이승엽 대표는 “전산 관리자들에게 우리 제품을 소개하면 80%이상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온다.”고 말한다.
특히 사용자가 사용하는 PC가 어떤 스위치의 몇 번 포트에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선번 관리 기능’은 빠른 장애처리에 효과적이었다. 과거 전산 관리자들은 엑셀 등의 도표를 활용해 해당 정보를 관리했다.
시스템 구축 초반에는 이 같은 방식도 유용하지만, 대학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이라는 단기간에 인사이동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아 장기적으로 정보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덴은 최초 입력한 정보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해 전산 관리자의 교체나 자리 이동에도 현재 정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사용자 위치추적 기능도 전산관리자의 호응이 높았다.
비아이엔솔루션의 제품은 추적입력창에 사용자의 IP 주소나 MAC 주소를 입력하면 장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정보가 바로 표시된다.
덕분에 이전보다 장애처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한편으로 IP 전화기의 위치를 찾는 데에도 유용했다.
네트워크 관리시스템(Network Management System), IP 관리, 광케이블 관리 등의 솔루션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제공한다는 점도 특화 요소였다.
지난 3월에는 국제표준에 의거한 평가 모델에 따라 시험 후 인증 기준을 만족하는 소프트웨어에 부여하는 굿소프트웨어(GS) 1등급 인증을 받으며 품질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독자적인 시장 개척
이승엽 대표는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가상화 시대에는 보유 자산을 기업 스스로 관리하기가 무척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관리하는 솔루션을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갖추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달리, 중소 규모의 업체들은 고가 솔루션을 구매해서 사용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비아이엔솔루션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월 사용료 형식으로 여러 회사가 자신들의 제품을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른 업체에서 VM(Virtual Machine)당 제품을 하나씩 설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비해, 우리 회사는 하나의 제품만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그만큼 원가를 줄일 수 있죠. ID를 이용해 사용자의 영역을 설정해 주고, 그 영역 안에서는 사용자가 운영하는 장비를 구축하고 관리를 가능하게 한 겁니다.”
비아이엔솔루션은 꾸준히 기술을 향상해 현재 버전 4.0까지 출시했다.
현재는 기술개발 트렌드에 맞게 클라우드 버전을 준비 중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일 년에 두 차례 워크숍을 진행하고, 꾸준히 신기술 세미나와 다양한 기업의 제품 발표회에 참여하며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또한, 임직원들의 연구개발 의욕을 높이는 방안도 사규에 반영했다.
직무발명보상 규정을 두고 특허등록에 대한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비아이엔솔루션의 이름으로 등록한 두 건의 특허도 이 과정을 거쳐 이룬 성과다.
지난 2년간 글로벌 기업을 통해 자신들의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 비아이엔솔루션은 현재 두세 개의 국내 및 국외 케이블 제조사와 협업을 타진 중이다.
최신의 기술도 언젠가는 사장된다. 그래서 비아이엔솔루션은 새로운 기술을 거듭 개발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비아이엔솔루션의 경쟁 제품은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CMS(Cable Management System)입니다. 과거에는 지능형 케이블을 이용해 접속과 단락에 대한 정보를 바로 인지해 관리하는 CMS가 대세였지만, 도입 비용도 상당하고 유지관리 비용도 그에 비례해 높았죠. 그래서 최근에는 CMS를 사용하는 기업과 기관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저는 우리 회사의 제품이 CMS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승엽 대표는 “아직도 시장에 우리의 경쟁 제품이 등장하지 않았다.”며 “계속해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며 진입장벽을 높여 가겠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는 비아이엔솔루션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리라는 것이다.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변화를 멈추지 않는 비아이엔솔루션의 열정이 가상화 시대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