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Ⅰ 04 - 연결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Connectivity'
▲ 김상윤 수석연구원 포스코경영연구원
4차 산업혁명에서의 연결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의 기계적 연결에서 출발한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연결하고, 연결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가 창출된다.
그러나 연결을 꼭 HW, SW 등 기계의 영역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인간의 지식과 아이디어, 감성의 연결 또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향후 도래할 ‘초연결사회’에서 연결은 곧 가치 창출이다.
연결의 궁극, 생태계 소통(Ecosystem Communication)
4차 산업혁명에서의 연결성(Connectivity)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의 기계적 연결에서 출발한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연결하고, 연결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한다.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데이터 연결 관련 기술과 디바이스 혁신을 통해 우리는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따르면 2018년에는 데이터를 연결하는 IT 디바이스가 약 200억 개나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최근 들어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향후 10년 내에 1조개의 센서가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70억 명 인구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구현될 것이다.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웨어러블, 무인차 등 신성장 산업에서 데이터의 연결성은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다.
특히, 제조업에서의 데이터 연결은 최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결합을 확대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데이터 간 연결에서 시작해 서비스간 연결, 기업 간 연결, 궁극적으로 생태계 간 연결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가치의 조합이 더욱 다양해진다.
이러한 확장의 핵심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 제거’에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정보나 기술의 내부 소유를 중시했고, 중요한 정보일수록 외부의 접근을 강력하게 차단했다.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는 공급자 중심의 일방향 소통(One-way Communication)만 가능했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피드백이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 연결성의 확대는 기업-소비자 간은 물론 기업 간, 소비자 간에도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게 만든다.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서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등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다양한 아이디어를 유입시킬 수 있다.
결국 생태계 소통(Ecosystem Communication)은 협업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생태계 소통 환경에서는 내부에서 갈고닦은 비즈니스보다는 내가 갖지 못한 역량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기업의 비즈니스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렇듯 연결성 확대로 인한 생태계 소통은 기업의 성공 방정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GAFA 왕국이 보여주는 데이터 ‘연결’의 힘
4년 전,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다가올 세계를 ‘GAFA 왕국 시대(The Realms of GAFA)’로 묘사했다.
글로벌 IT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4개의 미국 기업, 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의 머리글자를 합성하고, 여기에 ‘왕국’이라는 단어를 붙여 그들의 위세를 표현했다.
네 개 기업의 역사를 다 합쳐도 100년이 채 되지 않는 데다, 그마저도 애플을 제외하면 모두 1990년대 이후 탄생한 IT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글로벌 산업의 많은 영역이 이코노미스트의 예상대로 이들 기업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앞으로 그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이 데이터의 ‘연결’에 있으며, 이들 기업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전 세계 데이터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는 ‘클라우드·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데이터 수집과 저장 및 활용 관련 IT 기업의 숫자가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IT분야 근로자도 현재 14억 명 수준에서 2022년 약 19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체 근로자의 50%에 이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 보유 여부뿐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연계하고 활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가 중요하다.
이는 곧 바닷가의 모래알과도 같은 데이터 세계에서 인간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시각으로 의미 있는 연결점을 찾는 과정이다.
실물과 디지털의 연결, Cyber Physical System
4차 산업혁명에서 제조업을 변화시키는 근본 기술은 CPS(Cyber Physical System)다.
CPS라는 용어는 2011년 세계 최초로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을 주창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에서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CPS는 사물인터넷과 매우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가상의 시스템이며, 이를 위한 센싱-수집-저장-분석-제어 등과 관련된 ICT 기술을 포괄한다.
즉, 개별 기술이라기보다는 기술의 개념적 집합체에 가깝다.
CPS의 개념은 아직도 진화 중이며, 독일, 미국 등의 관련 기관에서 CPS의 개념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여 발표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NIST(국립표준기술연구소)는 CPS Public Working Group을 통해, CPS의 상세 정의와 향후 발전방향을 다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들의 정의에 따르면, CPS는 ‘실물(Physical)과 디지털(Cyber)을 연결하는 상호작용 네트워크 기반 스마트 시스템’이다.
CPS는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결합하면 혁신적인 비즈니스와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CPS에 의해 제어되는 중간 단계의 디지털화된 정보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고성능 컴퓨팅기술들을 활용하여 인간에게 유익한 서비스나 가치를 제공하게 된다.
‘연결’이 곧 핵심 비즈니스인 기업
연결을 기업의 핵심 가치이자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해 성공한 기업이 있다.
한국인 2세인 팀 황(Tim Hwang)이 설립한 피스컬노트(FiscalNote)라는 회사다.
그들은 기업과 주(州) 정부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모바일을 통해 연방정부 및 주별 법률과 규제를 분석, 예측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스컬노트의 서비스를 활용하면 고객(기업)은 내부에 법무팀을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미국의 연방정부·주 정부를 비롯한 주요 법률기관 등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그들만의 알고리즘으로 수집하고, 다양한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자료를 제공한다.
외부 아이디어를 내부 역량과 연결해 핵심 경쟁력으로 만든 기업도 있다.
이탈리아 혁신 디자인 기업알레시(ALESSI)다.
디자인 기업인데도 내부에 디자이너가 없다.
알레시는 외부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디자인(안)을 응모 받아 디자인 연구소의 선별을 거친 제품을 생산한다.
내부 디자이너를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수집할 수 있으며, 비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볼로매트릭스(Volometrix)’는 근로자의 업무방식이나 역량, 행동 양식, 인간관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인적자원관리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볼로매트릭스의 주 고객은 ‘퀄컴(Qualcomm)’이나 ‘보잉(Boeing)’ 등이다.
고객 기업의 업무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여, 다양한 분석 기법과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고객의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를 창출, 가치를 제공한다.
연결을 통한 Win-win 추구, 덴마크 코펜하겐의 ‘커넥팅 프로젝트’
덴마크 코펜하겐시(市)의 ‘코펜하겐 커넥팅(Copenhagen Connecting)’ 프로젝트는 국가 산업 측면에서 연결성을 어떻게 이끌어 내느냐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코펜하겐이 2025년 ‘인구 60만명,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도시의 성장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추구라는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추진한 장기 도시개발 프로젝트다.
‘탄소 배출 제로’와 ‘지속적인 인구 증가’는 서로 모순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려면 새로운 시각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은 ‘연결성 추구’였다.
코펜하겐의 핵심 산업인 IT·교통 등의 산업과 친환경 산업의 발전을 연계하는 것이었다.
먼저 각 산업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연결하고, 코펜하겐 내 기업·기관·연구소 등 각 혁신 주체의 역량을 연결하고, 궁극적으로 도시 전체의 혁신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순서다.
또한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코펜하겐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시각과 방식을 활용했다.
첫째, 다양한 혁신 주체(기업, 연구소, 정부기관, 시민)의 창의적 역량을 활용하기 위하여, 모든 프로젝트의 참여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아이디어를 적극 수집하였다.
둘째, 특정 업체에 치우치지 않는 수평적 Open Innovation을 구축하고자, 특정 벤더가 하나의 산업군을 독식하지 못하게(No Vendor Lock-in) 하였다.
셋째, Application 측면에서는 오히려 어떤 산업이냐에 관계없이 하나의 벤더가 모든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설계하였다.
프로젝트의 수직계열화를 방지하여 산업별로 장벽이 생기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이종 산업 간 데이터 통합과 표준화를 통해 도시 전체의 데이터 연결성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이종 산업 간 다양한 창의적인 융합 아이디어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였다.
결과적으로 코펜하겐 커넥팅 프로젝트는 산업별로 장벽이 생기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이종(異種) 산업 간 데이터 통합과 표준화를 통해 도시 전체의 데이터 연결성을 구축하고, 창의적 융합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공장의 철문이 닫혀 있어도 굴뚝으로 연기만 배출되면, ‘제품이 잘 생산되고 있구나’라고 여기던 공급자 중심의 일방향적 제조업 시대는 갔다.
개방과 협력, 융복합의 시대에 누구와 공유하고 무엇을 연계할 것인지에 관한 ‘연결성’은 새로운 경쟁력의 근원이다.
어떻게 엮고, 어떻게 이어야 새로운 혁신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