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Ⅰ 02 - 4차 산업혁명과 리더십의 새로운 패러다임
▲ 윤정구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4차 산업혁명이 가시화되면서 기업에게 가장 요구되는 리더십 역량은 긍휼감이다.
긍휼감은 인간의 맥락 속에 숨어 있는 핵심적 패턴들을 찾아내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로 만들어낼 수 있게 돕는다.
둘째는 환경 변화에 맞춰 적응할 수 있는 자기 조직력인데, 변화가 상수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이러한 자기 조직력이 필수이다.
셋째는 자신에 대한 스토리를 구성해서 다른 대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자기 구성 능력이다.
자신의 스토리를 어떻게 구성해서 실천하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4차 산업혁명은 오프라인을 담당하는 제조업과 온라인을 책임진 ICT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산업 자체가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말한다.
기업들은 이 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해 고객에게 진정성과 독창성 있는 체험들이 담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대부분의 B2C 산업은 체험 산업으로 전환될 것이다.
4차 산업이 성숙될 경우 기업의 비즈니스 과정은 요리를 해서 고객에게 융숭하게 대접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먼저 연결된 모든 기기(IoB, SNS, LBS, IoT)를 통해서 축적된 데이터는 싱싱한 재료로 클라우드라는 냉장고에 저장된다.
이는 무작위적으로 저장되기보다는 분류가 되어 빅데이터로 저장될 것이다.
4차 산업에서는 어떤 요리에 대한 레시피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마다 고객이 요구하는 요리의 개념을 듣고 맞춤형으로 요리를 준비해야 한다. 요리사는 알파고(AlphaGo)나 왓슨(Watson) 같은 인공지능이다.
이 알파고나 왓슨 요리사는 고객으로부터 요리에 대한 개념 설명을 듣고 이 요리의 재료인 빅데이터들을 클라우드 냉장고에서 꺼내서 최적의 요리를 완성해 낸다.
이 요리는 고객의 개성과 정체성에 맞추어 최적화시킨 맞춤형 요리이다.
기업은 3D 프린팅, 게임화, 증강현실, 블록체인, 핀테크, 모바일 등의 접시를 통해 고객에게 이 요리를 전달한다.
고객은 이 맞춤형 요리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나 상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확장시키는 최고의 체험을 하게 된다.
일단 고객이 요구하는 요리의 개념을 파악하면 알파고나 왓슨이 실제 요리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거의 없다.
맞춤형에 대한 비용이 전혀 없기 때문에 완전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4차 산업혁명이 성숙될 때 최고의 기업은 최고의 요리사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이 된다.
어떤 리더십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최고의 요리사가 될 것인가?
다시 말해 AI가 주도하는 요리 과정에서 최고의 부가가치는 어떻게 창출되는 것일까?
첫째, 4차 산업혁명이 가시화되면서 기업에게 가장 요구되는 리더십 역량은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긍휼감(Compassion)이다.
긍휼감은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는 수준에 끝나는 공감(Empathy)과는 다른 개념이다.
긍휼감은 단순히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경청해 주는 수준을 넘어서서 상대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해서 같이 풀어나가는 노력이 행동화된 사랑을 지칭한다.
왜 긍휼감으로 무장한 기업들만이 최고의 요리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긍휼감은 인간의 맥락 속에 숨어 있는 핵심적 패턴들을 찾아내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도와줄 뿐 아니라 회사가 빅테이터를 축적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면 최고의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도와준다.
긍휼감을 통해 보여준 착한 감성에 대해서 사람들이 감사함을 느끼게 되면 이 감사함의 표시로 이 회사 클라우드 냉장고에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준다.
이렇게 제공된 데이터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는 데 신선한 재료가 된다.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데이터가 쓰레기인 경우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최적의 상태로 돌려도 산출되는 것은 쓰레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가 신선도를 유지할수록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최고로 신선한 자료는 평소 긍휼감을 실천한 기업들만이 얻을 수 있는 자원이다.
한마디로 긍휼감을 가진 기업들은 데이터가 발현되는 과정을 조기에 포착하여 신선한 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들의 맥락 속에서 숨어 있는 패턴들을 발현시켜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시킬 수 있다.
고도화된 4차 산업 환경에서, 인간과 사회의 고통을 읽고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선한 마음이 없다면 고객들은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해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환경 변화에 맞춰 적응할 수 있는 자기 조직력이다.
요리사가 아무리 뛰어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비법을 누군가에게서 전수받았다 하더라도 이 비법이 작동되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짧다.
시대가 그만큼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요리에 정해진 답이 없고 그때마다 고객의 욕구를 파악해서 맞춤형의 요리를 전달해야 한다.
한마디로 회사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살아남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변화가 상수인 시대이다.
변화가 상수인 시대에는 환경에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인 자기 조직력이 필수이다.
뛰어난 자기 조직력을 가진 회사들은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인 현장을 강조한다.
현장에서 다양한 인력들이 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제기하는 과정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
또한 현장에서 전달된 시그널들을 포착해서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과정이 신속하다.
이들의 경우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 권한이 위양되어 있기 때문이다.
Zappos와 같은 회사는 Holacracy라고 해서 권한이 위임되는 과정에 장애가 되는 중간 관리자들을 없앤 모형을 실험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든 원인은 현장의 담당자들이 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환경 변화가 생기면 이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즈니스 모형을 지속적으로 학습한다.
뛰어난 자기 조직력을 가진 대부분의 회사는 한번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면 일 년간은 고치지 않고 실행에만 집중하는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유리공예의 아름다움을 온 세상에 전파하고 있는 미국의 코닝은 일년에 적어도 네 번에 걸쳐서 전략을 변경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전략을 변경하지 않는 경우 담당자는 왜 변경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비즈니스 전략을 바꾸지 않는 것은 마치 오랫동안 업데이트하지 않은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차를 몰고 나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요구되는 리더십 능력은 자신에 대한 스토리를 구성해서 다른 대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자기 구성 능력이다.
기업도 이해당사자들에게 스토리를 통해서 자기가 누구인지를 주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똑같은 기술을 가진 두 회사가 있다 하더라도 자사가 어떤 회사이고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사명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능력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 차이는 이해당사자들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는 능력의 차이를 가져온다.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두 회사가 똑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이 다른 회사에 비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파하는 기업에 필요한 자원들을 더 동원해 주게 되어 있다.
세상을 공진화시키는 일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에 대한 자기 구성적 스토리가 없다면 필요한 자원들을 동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자신의 스토리를 어떻게 구성해서 실천하는지의 자기 구성적 능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자기 구성 능력이 필수적인 이유는 사회가 투명해져서 연기를 하거나 속임수를 통해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개연성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콩 심은 곳에 콩 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오직 진실한 스토리를 가지고 진정성 있게 사업하는 기업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투명성의 측면에서 기업에서의 모든 거래는 사이버 머니인 비트코인으로 이뤄지며 거래내역을 담은 장부인 블록체인에 분산 저장되어 모두에게 공개된다.
이 장부의 내용이 기업의 명성과 신뢰도를 결정해 준다.
블록체인 장부는 분산되어 보관되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사라진다.
장부 내역이 투명해서 지금처럼 기업광고나 포장, 분식회계는 불가능하다.
그냥 모든 거래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기업이 신뢰와 명성을 축적해 초일류 기업이 된다.
이런 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플랫폼은 신뢰성을 획득하여 충분한 네트워크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불투명한 거래, 불법 거래, 내부 거래 등이 발각되는 순간 기업이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시대가 된다.
명성은 회사가 가진 진정성 있는 사명의 스토리를 통해서 구축된다.
이처럼 거래의 모든 내용이 기록되고 구성원들에게 공유되는 블록체인 세계는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이 거래가 금융거래를 중심으로 실현되고 여기서 얻어진 프로토타입이 금융거래를 넘어 일상의 모든 거래에 확산되기 시작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사기꾼들이 사라지는 신뢰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경제적 거래이든 사회적 거래이든 모든 것이 거래이다.
초연결사회는 심지어 사람과 사물 간의 접촉조차도 거래로 인지하고 빅데이터 장부에 기록하여 블록체인의 데이터로 제공할 것이다.
유일하게 기록되지 않는 거래는 자신과 하는 성찰적 거래 정도일 것이나 이 거래조차도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상실한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신뢰사회가 도래하면 보증서는 일들이 사라질 것이고 경찰과 검찰의 기능이 축소될 것이다.
지금처럼 진실을 알기 위해 특검이 천문학적인 돈을 쓰거나 청문회를 벌이는 낭비적 절차들이 사라질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모든 것이 투명해져 주체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사람들은 존재 이유를 잃고 자연히 도태될 것이다.
투명한 신뢰사회에서는 진정성을 가지고 자기만의 스토리를 구성하지 못하는 주체는 존재 이유가 드러나지 못할 뿐 아니라 모든 거래에 참여 기회가 제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