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Special Issue Ⅰ 01 - 창업 생태계 구축과 ‘기업가 정신’


2.PNG

1.PNG

▲ 한정화 교수 한양대학교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되려면 투자와 성장 촉진 인프라를 구축하여 스타트업이 시장에서의 가치창출로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주어야 한다.

기술탈취에 대한 방어, 지식재산 전략 강화 등을 통하여 M&A가 활성화되고, 회수된 자본이 재투자 되어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드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재도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여 우수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더불어 청년들의 도전의식과 창업 지향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가정신 활성화는 핵심적인 국가 전략으로 부상했다.

혁신과 창조를 통한 신산업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창업하기 좋은 사회, 즉 양질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청년들에게 도전을 권하고 있다.

자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기회를 주기 위한 정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스타트업 생태계 간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어느 나라가 더 좋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우수한 창업자들이 모여든다.

각 나라마다 창업 허브 국가가 되겠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중국, 싱가포르, 일본의 최근 변화도 괄목할 만하다.

남미에서는 칠레가 가장 앞서고 있다. 창업비자 제도를 활용하여 우수한 창업자를 유치할 뿐 아니라 투자지원, 창업공간 제공 등을 하고 있다.

창업자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점은 정부의 지원정책뿐만 아니라 판매 시장의 존재, 인력의 조달, 공급망 등이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뒤지지 않기 위해 지난 수년간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투자나 창업의 양적 수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창업의 양적 확대에 비해 질적 수준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생계형 창업에 비해 차별적 기술역량이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기회형 창업이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실현할 만한 고품질 창업이 충분하지 않다.

스타트업은 비교적 활발하게 일어났지만 스케일업(Scale-up) 면에서는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년들과 우수한 전문 인력의 창업 지향성을 높여야 한다.

2015년 12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한·중·일 청년 창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년 중 6.1%가 ‘창업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중국 청년 40.8%가 창업을 선호한다고 답변한 것과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본 보고서는 “중국은 샤오미 같은 IT 창업기업의 세계적 약진, 창업을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청년들의 창업 선호도가 높다”면서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고 경쟁력 있는 창업 생태계 구축이 미흡해서 청년들의 창업 활기가 비교적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 청년의 창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실패 비용이 크다”라는 점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의 최대 약점은 실패 비용이 과다하고 실패 후 재도전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번 사업에 실패하면 영원히 실패자로 낙인찍히고, 주변 사람들까지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창업자 연대보증 제도’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금융, 법률 제도와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인하여 사업 실패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비용이 크다.

청년들의 창업 성향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의 반대 때문이다.

청년들이 도전정신이 약하고 안정지향적인 기회만을 추구한다고 비판하기에 앞서 기업가정신이 발휘 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의 혁신이 필요하다.

지난 수년간 정부는 창업자 연대보증 완화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제도 개혁을 추진했으나 사업 실패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에는 미흡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기회형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몇몇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OECD 국가 중에서 기회형 창업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이다.

덴마크가 기회형 창업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사회안전망이 발전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업에 도전해서 실패를 하더라도 생계의 위협을 받지 않으면서 재충전을 통한 재도전이 가능하다.

또한 창업가 인식 면에서 EU 1위, 기업하기 좋은 환경 5위(월드뱅크 평가)의 국가다.

외국 기업도 부동산, 금융, 세제 등에서 자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으며, 법인세율도 22% 수준으로 유럽 최고의 기업가정신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하기 좋은 사회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기회형 창업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국토와 인구가 적은 반면 기술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안에서 개인의 경험과 역량을 조화시키고 발전시키는 네트워크가 발전되어 있다.

기업가정신의 핵심 요인은 재능이 아닌 집념, 윗사람과의 격의 없는 대화, 격식을 따지지 않는 실용성, 실패에 대한 독특한 태도, 팀워크, 모험, 독립적인 훈련에 의한 창조력 등이다.

사회문화적으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의식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격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법은 회사가 파산했더라도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재기하는 것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관대하다.

중국의 기업가정신과 창업 열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2015년 리커창 총리가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중혁신(萬衆革新)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기업가정신 활성화에 대한 국가적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중국의 청년들이 창업에 열광적으로 참여하는 직접적 원인은 최근 10년간 수많은 성공모델의 출현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알리바바의 마윈과 샤오미의 레이준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사실을 볼 때 기업가정신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롤모델(Role Model)의 유무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창업 열기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인은 지역적으로 특화된 창업 생태계이다.

센젠,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등의 도시에는 인프라와 함께 시제품 제작과 양산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를 적기에 저가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공급 사슬(Supply Chain)이 잘 갖추어져 있다.

덴마크, 이스라엘, 중국의 사례를 살펴볼 때, 역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되려면 창업 안전망, 실패에 대한 관용, 성공모델, 투자·물류 인프라 등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혁신형 기술 스타트업을 활성화하려면 기술적 창의성이 보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확률을 높여 주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차별적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회수된 자본을 바탕으로 재투자하여 새로운 기술 스타트업을 만드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 보육, 교육, 컨설팅, 네트워킹이 패키지로 제공되는 지원 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

성공한 선배 창업자가 후배들을 키워낼 수 있는 다양한 기회 제공과 제도적 지원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창업 자금이 융자나 보증보다는 투자에 의해 조달 될 수 있도록 창업 금융 생태계를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투자회사나 엔젤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자본이득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업공개보다는 M&A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현재와 대기업에 의한 중소·벤처기업의 특허기술 무효화나 기술탈취가 용이한 현실에서는 M&A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특히 핵심 기술인력을 쉽게 빼올 수 있는 상황에서는 큰돈을 들여 M&A를 할 투자 유인이 약하다.

또한 창업기업이 소송을 통해 대기업을 이기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승소한다 해도 기대할 수 있는 보상 수준이 약하기 때문에 대기업은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여 기술을 탈취하고 소송으로 끌고 가는 잘못된 관행이 만연해 있다.

이를 바로잡아서 우수한 기술 전문 인력의 혁신 창업 활성화와 투자회수를 통한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투자와 인력도 글로벌 소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도 글로벌 진출 지원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해외 액셀러레이터와의 제휴를 통한 현지화된 사업모델의 개발과 현지 자금조달의 기회를 높여야 한다.

수출 BI, 해외 민간 네트워크와 시험·연구기관의 해외 지사를 활용하여 스타트업의 현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전시회·박람회, 글로벌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한 해외 진출 채널을 다양화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IP(지식재산권) 확보와 활용을 위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IP 확보가 되어 있지 않은 글로벌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IP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특허 바우처 제도를 확대해서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변리사나 특허법인을 활용하기 쉽게 해야 한다.

특허 담보 대출, IP 기반 벤처 투자 등 IP 금융 제도를 활성화하여 기술 기반 창업기업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자금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이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시대가 위협이 아닌 기회가 되도록 하려면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형 만이 아닌 선발자(First Mover)형 스타트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사회 개혁과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각계각층의 우수한 전문 인력이 창업에 도전하여 고품질의 스타트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이를 경험 삼아 재도전이 원활하도록 하는 금융, 법률, 행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청년들의 도전의식과 창업 지향성을 강화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허브를 구축하고 진정으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나라를 만들어서 전 세계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청년들이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과 스케일업의 꿈을 이루어 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